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75)
-쩌적!
“끄아악!”
짓눌리는 부위가 금이 가는 것이 선명히 느껴졌다.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데 누군가가 외쳤다.
“멈춰주십쇼!”
‘부회장!’
그 목소리의 주인은 부회장 왕신이었다.
천여운이 고개를 돌리자 왕신이 만찬장 바깥쪽을 향해서 두 손을 뻗었다.
-쾅!
그러자 만찬장의 입구를 부술 만큼 거대한 두 자루의 검이 날아왔다.
-착!
그것은 일반적인 검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성인 남성의 몸보다도 길고 검신의 넓이마저도 80cm에 달하는 이 거대한 검은 무쌍검종의 독문 병기인 무쌍검이었다.
“무쌍검이라 오랜만이로군.”
말과는 달리 천여운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했다.
“회장님을 놓아주십쇼!”
자신이 모시는 자의 충의일까.
왕신이 대담하게도 천여운을 향해 두 자루의 무쌍검을 휘둘렀다.
-부웅!
검의 무게와 면적 덕분에 휘두르는 소리부터가 달랐다.
무쌍검은 베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부술 기세였다.
하지만,
-팍!
천여운의 손바닥에 무쌍검이 한 자루가 막혀버리고 말았다.
‘!?’
십성 공력을 끌어낸 혼신의 일격을 맨손으로 막아버리자, 너무도 어이가 없었지만 왕신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휙! 팍!
왕신이 막힌 검을 과감하게 놓고서 다른 한 자루의 무쌍검을 두 손으로 쥐고서 몸을 빙그르 돌며 회전력을 가미했다.
“흐아아아압!”
-촤아아아아!
무쌍검의 절초인 무적패절(無敵敗絶).
이 일격으로 작은 건물 하나를 통째로 부술 수 있다.
푸른빛 검강이 실린 무쌍검이 패도적인 기세로 천여운의 몸을 반 토막 내려 했다.
“연계가 좋긴 했다만.”
무위의 격차가 너무 심했다.
천여운이 쇄도해오는 무쌍검에 수도를 내리쳤다.
-빠캉!
“아닛?”
천여운의 수도를 맞은 무쌍검이 휘둘리는 도중에 반으로 갈라져버렸다.
덕분에 부러진 무쌍검은 천여운에게 닿지 못했다.
“그 충정은 내게 향해야 하는 것이다. 왕전의 후예여.”
천여운이 수도를 검결지로 바꾸어 왕신에게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흐릿한 검의 형상이 생겨나더니 왕신의 어깨에 꽂혔다.
-푹!
“무, 무형검!”
-부웅!
“흐헉!”
무형검에 실린 힘 덕분에 왕신의 신형이 뒤로 날아가 벽면에 꽂히고 말았다.
-쾅!
“크헉!”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었다.
무형검의 날카로움에 왕신의 어깨가 베여서 떨어질 만도 한데, 무형검은 그 상태를 유지하여 왕신을 벽면에 대롱대통 매달리게 만들었다.
‘부, 부회장님이 완전히 상대조차 되지 못하다니?’
‘말도 안 되는 강함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중진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왕신은 화경의 극에 이른 고수였다.
그런 자를 완전히 아이를 다루듯이 제압해버렸다.
-우적우적!
그때 뒤에서 뭔가를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유성 일파의 중진들과 교인들이 고개를 돌렸는데, 샤케나가 심장을 한입 베어서는 씹어먹는 모습이 보였다.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는데, 뭐가 맛있는지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좋아. 너무 좋아!”
마족은 포식을 통해서 그 힘을 키워나간다.
초절정의 고수인 사마경의 심장은 그녀에게 있어서 최고의 양분이었다.
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함을 가져왔다.
‘……미친년.’
웬만한 일에는 흔들림이 없는 유소화조차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는데, 교인들이라고 다를 리가 있겠는가.
‘시, 심장을 먹다니.’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 흉측한 짓을….’
안타깝게도 인간이 아니다.
앞뒤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상황은 그들을 두려움으로 몰기에 충분했다.
더 이상의 대항은 무의미한 짓이었다.
‘저분을 더 자극하면 안 돼.’
중진들 중의 한 사람인 몽환검종 몽해중 전무가 다급히 천여운의 앞으로 뛰어가 바닥에 엎드리며 머리를 조아리고 외쳤다.
-팍!
“천마이시여. 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몽해중의 그런 행동에 상황을 인지한 중진들과 교인들도 일제히 바닥에 납작 엎드리고서 한 목소리로 복창했다.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천여운이 그런 그들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노여움을 거둬 달라?”
목소리만 들어도 북풍의 찬바람이 몰아치는 느낌이었다.
몽해중이 머리를 바닥에 세게 박았다.
-쾅!
내공으로 보호하지 않았기에 그의 찢겨져 나간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천여운의 노여움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야만 했다.
“오직 본교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런 불충을 저질렀습니다. 용서하실 수 없는 일임은 알고 있지만 부디 현재 본교가 처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십시오.”
“끄으으으으….”
그렇게 말한 몽해중이 천여운의 발에 짓눌려 있는 천유성을 쳐다보았다.
얼굴이 반쯤 우그러진 천유성의 상태는 정말 좋지 않았다.
빨리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위험할 지도 몰랐다.
“천마이시여! 부디 선처를 베풀어 주십시오. 회장께서도 절대로 천마께 악의를 가지고 불경을 저지른 것이 아닙니다. 이번 일을 통해 충분히 반성하실 겁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터이니…”
“웃기는 놈이로군.”
“네?”
그때 천여운이 몽태중을 향해 검결지를 그었다.
-촥!
그 순간 그의 목에 붉은 선이 생겨났다.
‘!?’
자신에게 생겨난 이변을 감지한 몽태중의 두 눈이 커졌다.
뒤에서 고개를 들어 지켜보고 있던 중진들 역시도 어찌나 놀랐는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 몽 전무 움직이지 마…”
-스르륵!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몽태중의 목이 옆으로 비스듬히 흘러 내렸다.
그렇게 흘러내린 그의 잘려나간 머리통이 바닥을 뒹굴었다.
-푸슉!
잘려나간 목의 단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몽태중 전무는 천유성 일파의 중진이기 이전에 천마신교의 최상위 종파의 종주였다.
그런 그를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여 버린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정적이 감도는 와중에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 개소리를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나불거리는 구나. 처음부터 이런 짓을 벌이지 말았어야지.”
그들은 이 말에 어떠한 변명도 할 수가 없었다.
천여운의 말이 지극히 옳았다.
천마신교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천마를 본인들의 뜻대로 세뇌하려고 했던 일은 용서라는 말 한 마디로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네놈.”
-꾸우우욱!
“끄에에에!”
천여운이 발을 더욱 세게 짓누르자 천유성이 고통스러워했다.
‘저, 정말 나를 죽일 셈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적어도 죽이진 않을 거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중진 중 한 사람이 죽는 것을 보자, 그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천유성이 다급히 소리쳤다.
“선조님! 회사! 제 회사를 넘겨드리겠습니다. 선조님께서 저희들을 이끌어 주십…”
“필요없다.”
그를 내려다보는 천여운의 눈빛은 너무도 차가웠다.
혈손을 바라보는 그런 감정은 일체 없었다.
천유성이 애걸복걸하며 빌었다.
“선조….선조님…..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선조님께서 바닥을 기라면 기고 혀로 신발을 핥으라면 핥겠습니다. 무조건 따를 터이니, 제발 목숨만은…”
그런 그를 바라보던 천여운이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네놈은 도저히 살릴 만한 가치가 없군.”
‘!!!’
천유성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교주? 꼴 같지도 않은 꿈을 꿨구나. 그냥 죽어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여운이 짓누르고 있던 발에 힘을 실었다.
“서, 선조님! 선조니이…”
-우드드드득!
“끄에에에에에!”
-콰직!
안면이 바닥과 혼연일체가 된 듯이 짓눌려 버린 천유성의 머리가 완전히 으깨져버렸다.
꿈틀거리던 몸이 이윽고 경직되어서 움직임이 멈췄다.
“회장님!”
몽태중이 죽었을 때도 많이 놀랐지만, 설마 직계 혈손이라 할 수 있는 천유성을 죽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천유성에게 충심을 다하는 북양무종의 종주 양자명 이사가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천마이시여! 어찌….어찌 이러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그분은 당신의 후손입니다. 본교의 정통 후계자를 죽이시다니 정녕 당신이 그러고도 선조…”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부웅하고 떠올라 천여운의 손에 목이 잡혀버리고 말았다.
-꽉!
“컥!”
양자명이 본능적으로 반탄강기를 일으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압도적인 진기가 그것을 방해했다.
천여운이 발버둥을 치고 있는 양자명에게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어쨌단 말이냐?”
“크윽…..짐승도 제 새끼한테는….”
“웃기는 구나. 선조를 선조처럼 여긴 놈이 이런 짓거리를 벌이나?”
“그, 그건…..”
양자명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충심에 화를 이기지 못해서 한 말이었지만 분명 원인제공은 천유성이 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었다.
“그리고 네놈도 이 어리석은 계획에 동의했으니 이곳에 있는 거겠지?”
‘!?’
천여운의 그 말에 양자명이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를 더욱 자극했다는 것을 말이다.
“처, 천마이시여. 그게 아니오라….”
천여운이 그의 입에 손을 집어넣어 턱 째로 움켜쥐었다.
-꽉!
“우읍읍읍!”
“입을 함부로 놀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둬라.”
천여운이 손에 힘을 주자 그의 입이 벌어지려 했다.
“끄읍읍읍읍읍!”
당황한 양자명이 입을 다물기 위해 천여운의 손목까지 움켜쥐며 버텼지만 소용없었다.
쩌억 벌어진 그의 입가의 양쪽이 찢어졌다.
“끄가가가가!”
-콰드득!
이윽고 그의 턱과 함께 하관이 뜯겨져나가고 말았다. 하관이 뜯겨나간 양자명이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다가 이내 추욱 늘어지고 말았다.
쇼크사를 하고 만 것이었다.
그런 그의 시신을 천여운이 바닥에 내팽개쳤다.
-팍!
“하으으으.”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사케나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온 몸을 비비 꼬았다.
마족인 그녀는 천여운의 그런 잔인무도한 손속에 흥분을 느꼈다.
‘멋져. 너무 멋져.’
주인으로 모실만한 가치를 느꼈다.
이 자리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자는 오직 그녀뿐이었다. 모두가 창백하게 질려서 천여운을 두려워했다.
“네놈들도 대가를 받아야지.”
천여운이 중진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팍!
그때 고왕현 부장이 천여운의 앞에 다급히 엎드리며 말했다.
“천마이시여! 제발 멈춰주십시오. 정녕 이 자리에 있는 중진들과 종주들을 모두를 죽이실 생각이십니까?”
그는 이 계획을 전혀 몰랐었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 전혀 나서지 못한 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사태가 너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기에 천여운을 만류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나선 것이었다.
‘어떻게든 설득해야 해.’
용서를 구해봐야 천여운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왕현은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
“이들은 본교를 이끌어가는 종주들입니다. 이들이 전부 죽게 된다면 본교의 전력이 약화될뿐더러 누가 교인들을 이끌겠습니까?”
죽음의 공포로 물들어 있었던 종주들의 눈빛에 일말의 희망이 피어났다.
그의 말대로 자신들은 천마신교의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계산해도 죽이기에는 손해가 막심이었다.
평각종의 종주인 이평우 부장이 유일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를 거들었다.
“그, 그렇습니다. 천마이시여. 이 많은 종주들에게 벌을 내리신다면 어찌 본교를 다시 통합하고 운영하실 수 있겠습니까? 부디 자비를…”
-푹!
“컥!”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가 그의 등을 찔렀다.
복부를 쳐다보니 날카롭고 차가운 무언가가 관통해서 튀어 나와 있었다.
“이, 이건?”
-오싹!
뭔가 온몸에 오한이 느껴졌다.
그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더니, 어느새 수십여 자루의 얼음검들이 각 종주들의 머리 위에서 처형인 마냥 검 끝을 겨냥하고 있었다.
“이기어검!”
얼음검들을 발견한 종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천여운이 복부를 움켜잡고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이평우에게 말했다.
“네놈들이 있어야만 본교가 잘 돌아간다고? 착각이 심하군.”
“종주들이 없는데 어찌…”
“그래서 본교가 27년 동안이나 이 꼴이 된 것이냐?”
“그, 그건….”
이평우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천마신교가 와해된 것은 세 파벌 간에 권력 다툼이 그 원인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천여운이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종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혈손? 종주? 그게 네놈들의 목숨을 구제해줄 방패라도 될 것 같았나? 확실하게 말해주지. 네놈들은 여기서 죽는다.”
이에 종주들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빌었다.
“처, 천마이시여….제발….제발 자비를….”
“부디 기회를 주십시오.”
그런 그들을 향해 천여운이 싸늘한 목소리로 사형 선고를 내렸다.
“처음부터 수작부리지 말고 빌었어야지.”
-슈슈슈슈슉!
천여운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허공에 떠있던 얼음검들이 종주들에게로 쇄도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