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50)
# 45장 함정 속으로 걸어가다 (1) #
“충성 맹세도 좋으시겠지만 대호법께서는 아직 해명할 일이 남으셨습니다.”
대호법 마라겸의 충성 맹세로 가슴이 뛰던 분위기를 뒤로 한 채, 십 장로 연무화가 그에게 말했다.
그것은 천여운 역시도 동의하는 바였다.
천마검에 대한 비밀이 풀렸다고는 하나, 마라겸이 무명으로 분장하고서 세 종파에 검마의 무공을 전수하려던 것부터 천마검공을 알고 있는 것까지 무엇 하나 풀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당연히 말씀드리는 것이 순리겠지요.”
어차피 충성을 맹세한 만큼 속이려는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던 마라겸이었다.
마라겸이 과거를 회상하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십오 년 전, 태상교주께서는 갑작스럽게 교주 직에서 물러나셨습니다.”
한참 마교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었기에 그의 그런 결정을 모두가 의아해했다.
태상교주는 당시에 중원 오대 고수로 한참 명성을 날리고 있었고, 부상을 입었거나 약해진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때가 태상교주께서 강소성 정벌을 친정하시던 시점이셨지요.”
몇 차례 강소성 정벌을 시도했던 태상교주는 갑작스럽게 정권에서 물러났다.
그렇게 정권에서 물러난 태상교주는 긴 폐관에 들어갔다.
폐관에 들어갔던 태상교주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근 오 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복귀한 태상교주는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태상교주께서 언제 행방불명 되셨는지 연무화 장로는 아시죠?”
“……중추절이 아닙니까?”
단풍이 지고 오곡이 풍성해지던 중추절(中秋节).
태상교주 천인지가 사라졌다.
아무런 일언반구의 말도 없이 행방불명된 태상교주를 찾기 위해 많은 교인들이 동원되었지만 끝끝내 그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날 밤…..저는 태상교주님을 뵈었었습니다.”
“네에? 대호법이 태상교주님을 뵈었다고요? 그런데 어째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은 거죠?”
그녀가 알기로는 대호법은 태상교주 천인지를 비롯해 현 교주 천유종까지 이대에 걸쳐서 모신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분명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던 그였다.
“함구하라는 명령도 있었지만, 제게도 어디로 가시는지에 대한 것은 밝히지 않으셨습니다.”
중추절의 전날 밤.
태상교주 천인지가 마라겸의 숙소를 은밀히 찾아왔다고 한다.
“태상교주께서는 제게 반드시 비밀을 지키기를 당부하시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태상교주께서 십년 내로 자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검마 공의 유지에 얽매이지 말고 검종과 연이 있는 자들에게 검마 공의 무공을 전수하라 지시하셨습니다.”
“아!……그, 그게 태상교주님의 명이였다고요?”
칠십여 년 전 천여운 이전에 마지막으로 마도관의 육 단계 시험을 통과한 태상교주 천인지는 비급 서재의 지하 보고를 들어갔었다.
그렇기 때문에 검마 공에 대한 비밀 역시도 알고 있었다.
‘그랬구나. 호법가는 검마 공의 유지를 받들어서 마도관을 관리했으니….’
비급 서재의 지하 보고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무명, 즉 마라겸이 진신마검과 이십사마검을 익히고 있는 비밀이 풀렸다.
그런데 천마검공은 여전히 의문이었다.
“천마검공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태상교주님께서 전수해주셨습니다.”
“네?”
오직 천마의 후계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을 전수했다는 것은 꽤나 파장이 큰일이었다.
물론 구결뿐인 무공이었기에 안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태상교주의 그런 결정은 파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태상교주님께서는 오 년 동안 폐관을 하시면서 천마검공의 운기요결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소요하셨다고 했습니다.”
마교의 역사상 손에 꼽는 기재라 불린 태상교주 천인지는 폐관에 들어가서 그림의 떡이라 불리는 천마검공의 초식의 운기요결을 만들려고 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그렇지만 소정의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태상교주님께서는 기존의 초식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불완전하게나마 펼칠 수 있는 운기요결을 만드셨습니다.”
태상교주는 자신이 연구하던 것을 마라겸에게 전수해주었고, 그것을 받들어서 천마검공을 완성시키라고 명했다.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천여운이 물었다.
“차라리 교주님에게 천마검공을 직접 전수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사실 그 점은 소신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 태상교주님께서는 그 당시에도 현 교주님을 탐탁해하지 않았습니다.”
“네?”
이 점에 관해서는 연무화 역시도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저도 들었습니다. 당시에 태상교주께서 갑자기 교주의 자리를 물려준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불렸으니까요.”
태상교주 천인지는 원래 현마종을 외가로 두고 있었다.
그래서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가 뒤를 잇기를 바랐지만 그것은 그저 바람으로 끝나고 말았다.
마도관의 기간이 끝나고 나서, 검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였던 천유종이 다른 후보자들을 대부분 죽여 버렸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살아남은 이는 단 두명의 후보자뿐이었다고 한다.
“살려둔 한 명이 형제 분이셨는데, 교주님께서는 그 분의 오른팔도 베었지요.”
그 당시에 검마종은 유일하게 두 명의 소교주 후보자가 있었다.
천유종의 배다른 동생인 천유중이었는데, 그는 차마 형제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소교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 오른팔마저 베었다고 했다.
그로 인해 천유종의 평가는 냉정하고 살성이 짙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모두가 태상교주님께서 복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유애님을 소교주로 삼으실 거라 여겼는데, 갑자기 교주직을 천유종님께 물려주셔서 꽤 논란이 되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안에는 더 깊은 사정이 있어보였지만 대호법이나 연무화가 그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태상교주는 교주가 아닌 대호법에게 천마검공을 맡겼다.
처음에 마라겸은 이것을 거부했지만 태상교주의 단호한 명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태상교주님께서는 십 년 내로 자신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마교에 큰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셨습니다.”
마라겸이 몇 번이나 태상교주에게 무슨 사정인지 여쭸지만 그는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다음날 중추절에 태상교주는 마교에서 사라졌다.
태상교주의 명을 받든 마라겸은 결국 이 사실을 지금까지 함구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천여운은 대호법 마라겸이 지금의 교주보다는 태상교주를 더욱 마음으로 모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는 태상교주님의 명령대로 십 년 동안 그분을 기다렸습니다.”
부디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태상교주 천인지는 끝내 마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마라겸은 그 명을 받들어 이 년 동안 검마의 무공을 익힌 후에 검종에서 갈라져 나온 세 종파의 종주들을 불러서 이것을 전수하려했다.
“아아…..그래서 우리를 오현봉에 불렀군요.”
“그렇습니다. 그 뒤의 일들은 연무화 장로께서 더 잘 알겠지요.”
그 말에 그녀가 괜히 눈썹을 치켜 올렸다.
세 종파 간의 감정의 골은 오백 년에 걸쳐서 최악에 이르러 있었기에 마라겸은 세 명 모두에게 무공을 전수할 수가 없었다.
“그분을 배신한 후렴무치한 자들에게 검종을 잇게 할 수 없으니까요.”
마라겸은 그 같은 감정의 골을 노렸다.
몇 차례나 마도관의 관주를 담당했던 만큼 다른 이를 가르치는데 능했던 마라겸은 그들에게 조건을 제시해서 오히려 진신마검을 더욱 발전시키게 만들었다.
그러는 한편으로 또 다른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천마검공의 운기요결을 만들기 위해 틈틈이 시간을 투자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팔 년에 걸쳐서 천마검공의 초식을 복원해보려고 했으나, 운기요결은커녕 이기어검으로 응용하는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천마검공은 무림 역사상 최강이라 불렸던 무인 천마 조사가 말년에 모든 심득을 모아서 만든 지고의 검법이었다.
사실 그 정도만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대호법이 모든 이야기를 마치자 천여운은 지금까지의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태상교주님의 안배셨군요. 그렇다면 그분께서는 극도육무문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이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천여운의 말에 마라겸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극도육무문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라겸 역시도 앞으로 닥칠 위험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엄청난 무위를 직접 확인하고 나니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쩌면 태상교주의 행방불명은 극도육무문과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아!”
그때 연무화가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을 물었다.
“대호법. 그런데 원래 만나기로 했던 기일을 당긴 이유가 뭐죠?”
그 질문에 마라겸이 심각해진 표정으로 연무화가 아닌 천여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것은……”
* * *
동일한 시각.
마교의 내성 교주전.
평소 때 이 시각의 교주전은 외곽 경비를 위한 횃불 이외에는 건물 내의 등불은 꺼져있지만, 지금 교주 집무실은 여전히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집무실 내에는 교주 천유종이 굳어진 얼굴로 누군가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왼쪽 눈에 검은 안대를 쓰고 있는 중년인이었다.
“서쪽 성 밖으로 나간 대호법의 종적을 놓쳤습니다. 아직까지 근방을 추적하고 있지만 지금 호위전의 인력만으로는 힘듭니다.”
마교 성의 서쪽에 펼쳐진 산봉우리만 수백 개가 넘는다.
고작 백여 명의 인원만으로 산 전체를 뒤지기에는 인력이 부족했다.
“두 사람의 행방은?”
“비환귀종을 감시하는 자로부터 방금 전에 전갈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소교주는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연검종의 연무화 장로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놀랍게도 검은 안대의 중년인은 천여운과 십 장로 연무화를 감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아직까지 장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에 교주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지고 있었다.
그때 그런 교주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또 이렇게 되었군요.”
집무실의 한 쪽 편의 벽에 기대서있는 중년인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오른팔 소매가 휑하니 비어있다는 점이었다.
외팔의 중년인이 천천히 교주가 앉아있는 책상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제가 말씀드렸지요. 더는 쓸 수 있는 패가 아니라고요. 패는 패 이상으로 다루지 않는 것이 교주님의 신조가 아니셨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냐?”
“더 분란이 커지기 전에 정리하시지요.”
외팔의 중년인의 말에 교주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 눈빛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장담컨대 경본기 녀석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그놈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셨으면 교주님도 짐작하실 텐데요.”
“………”
“녀석과 여섯 종파를 붙여뒀다가는 전력 소모만 커질 겁니다. 놈은 독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서로가 견제하도록 힘의 균형을 맞추게 했는데도 그것을 깨뜨리고 있다.
그 아성이 점차 자신에게 미칠 정도로 말이다.
“놈은 더 이상 패로 가치가 없습니다. 썩은 부위 하나만 도려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아물게 되어 있습니다.”
천여운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그 일당들도 와해될 거라는 의미였다.
외팔의 중년인의 진중한 권유에 교주가 고민에 빠진 듯이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정리할 때가 되었군.”
그 말에 외팔의 중년인이 반색하며 말했다.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수족(手足)부터 떼낸다.”
당장에 처리하기에는 그 덩치가 크게 불어져 있었다.
썩은 부위 하나를 제거하자고 주위를 통째로 도려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 뭉쳐진 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다.
“패현.”
“충!”
교주의 부름에 검은 안대의 중년인이 답했다.
“교주령을 발동한다. 지금 당장 좌호법 이화명과 우호법 섭맹을 체포하여 하옥시켜라.”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