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8)
# 4장 일 단계 시험은 거저네(1) #
괜한 당돌함을 보였다가 망신을 당한 천경운 덕분에 장내는 다시 조용해졌다.
마도관에 입관하고 나서부터는 모든 것이 철저하게 약육강식의 경쟁 체계로 돌아간다는 말을 짐짓 실감하게 만들었다.
좌호법 이화명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뭐, 네 녀석이 하려는 질문이야 뻔하지. 마도관의 여섯 단계 시험은 단 한 번뿐이라서 그 기회가 적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시험을 통과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자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세 가지가 주어진다.”
혜택이 있다는 말에 소년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마도관에 들어가서 기간을 오래 채우고 나온 이들일수록 훨씬 그 무위가 강해졌고, 높은 직위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혜택은 영약이다. 본교에서 구해온 각종 영물이나 공청석유와 같은 것들로 만든 마룡단(魔龍團)이라는 영단이 주어질 것이다. 참고로 한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마룡단 한 알씩 주어진다.”
마룡단은 이화명이 얘기했듯이 마교에서 만든 영단이다.
소림사의 대환단과 같은 영단만큼은 아니었지만 소환단보다는 효과가 좋아 이것을 복용할 시에 제대로 영약의 기운을 흡수하게 되면 이십 년 치의 내공을 얻게 된다.
여섯 단계를 전부 통과해서 여섯 개의 영단을 전부 복용한다면, 단순한 계산으로는 백이십 년(두 갑자)의 내공을 얻어 초절정의 고수가 될 수 있다.
마교 내의 백 위권에 속하는 강자들이 전부 초절정 이상의 고수인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혜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약이라는 것도 일종의 약이었기 때문에 체내에 저항력이 생기기 때문에 복용할수록 전만큼의 효과를 내기가 힘들다.
영약을 복용할 때마다 이십 년의 내공을 얻게 된다면 교내 상위권의 고수들에게 지급을 하지 무슨 이유로 후기지수들에게 쓰이겠는가.
‘여섯 단계라….’
천여운의 눈빛에도 흥미가 돌았다.
지금은 내공이 전무한 상태였지만 여섯 단계를 통과하게 되면 그 역시도 영약을 통해서 내공을 단시간에 증폭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었다.
“두 번째 혜택은 무공 비급이다. 네 녀석들도 무공을 익힌 무인이라면 비급의 중요성은 알겠지?”
마도관의 가장 큰 특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마도관에는 마교 내에 있는 모든 무공서적이 존재하는데, 마교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여섯 종파의 무공비급마저 있을 정도로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었다.
‘무공 비급!’
지금 천여운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내공보다도 무공 비급일지도 몰랐다.
나노 머신인 나노의 힘으로 단검비술을 익히기는 했지만 마도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강한 무공이 필요했다.
“마도관의 비급 서재는 총 오층으로 되어 있다. 일 층부터 오 층까지 무공비급의 수준이 다섯 단계로 분류되어 있지. 한 단계의 시험을 통과할 때마다 한 층씩 개방이 될 것이다. 뭐 네놈들이 얼마나 하냐에 따라서 여섯 종파의 비급이나 본 호법의 독문무공도 익힐 기회가 제공되겠지.”
마지막 오층은 마교 뿐만이 아니라 무림에서도 신공이라 분류되는 비급들이었다.
그런 신공절학을 익히게 된다면 나아가서는 무림에서도 명성을 알리는 강자로 성장해나갈 수 있게 된다.
“뭐, 그런데 네 녀석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오층에 갈 일은 없으니 꿈 깨라.”
사기를 높여놓고는 단 번에 떨어뜨려 버리는 말도 간간히 던지는 좌호법 이화명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두 번째 혜택 역시도 모두의 사기를 치솟게 할 만큼 굉장했다.
“훗, 지금은 즐겨라. 마지막 세 번째 혜택은 아직은 서열과 직위를 부여받지 않은 네 녀석들에게 그것들이 부여될 것이다.”
-웅성웅성!
서열과 직위라는 말에 지금까지보다도 더 크게 웅성거림이 생겨났다.
정파 무림맹이나 사파 연맹과 다르게 마교는 모든 것이 철저하게 강자존에 의해서 결정되게 된다.
마도관에 입관하기 전까지는 마교 내에 있는 모든 종파의 소년들은 어떠한 직위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로 보내게 되는데, 일종의 보호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랬던 거였나?’
왜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마도관에만 입관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마도관에 입관 하는 순간부터는 그들은 소년도 보호 대상도 아닌 마교의 약육강식 체계의 사슬고리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었다.
마교가 단일 문파이면서도 무림 삼대 세력에 들어가는 저력의 비밀은 여기에 있었다.
“1단계를 통과하면 하급무사, 2단계를 통과하면 중급무사, 3단계를 통과하면 상급무사가 될 수 있다. 일반 무가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도 종파의 후기지수들이 고작 상중하급 무사가 된다면 망신이겠지?”
십 년 주기로 시행되는 마도관은 오 년 주기로 시행되는 상중하급 무사를 육성, 선별하는 시험과 겹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무도 종파의 후기지수들 이외에도 일반 무가의 소년들과 함께 진행된다.
“아! 상중하급 무사들을 노리는 무가의 소년이라고 해도 이 단계 시험까지는 마룡단이 지급되므로 분발하도록!”
이화명의 말대로 이 시기에 참여하는 상중하급 무사에 지원하는 무가의 소년들 또한 마룡단을 얻을 수 있어서 행운의 기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교의 무사들은 총 세 단계로 나뉘는데 그 실력이 천차만별이다.
하급무사는 삼류 정도의 실력에 불과했고 중급 무사는 이류, 그리고 마지막 상급 무사들은 일류의 무공 실력을 지녔다.
그렇기 때문에 상급 무사들의 숫자는 마교 내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사 단계를 통과하면 대주의 직위가 주어지고, 오 단계를 통과하게 되면 단주의 직위가 주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육 단계는 어차피 네놈들한테 크게 해당 사항이 없으니 생략하겠다.”
이화명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 대는 전부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육 단계 시험 자체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었고, 그것을 통과하는 이들은 역대 마도관을 통틀어서 열 명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늘 그래왔기에 이화명 역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도관 내에서도 상위 단계를 통과하게 되면 그 직위가 인정되니까. 시작은 같은 생도로 시작할지 몰라도 나중에는 상명하복(上命下服)으로 끝날 거다.”
그것이 마도관을 설명하는 진정한 요점이었다.
먼저 위로 치고 올라가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그 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만 악을 쓰고 살아왔던 천여운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지금까지는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살아남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위로 치고 올라가는 것만이 생존이었다.
“좋아하지들 마라. 어차피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녀석들은 무슨 수를 쓰던 간에 삼 단계 이상 올라갈 수 없을테니까.”
이미 모든 것을 예측이라도 하고 있다는 것처럼 이화명이 소년들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설명은 대충 끝났고, 이제부터 숙소 및 조 편성을 위한 일 단계를 진행하겠다.”
느닷없이 일 단계 시험을 진행한다는 말에 소년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지금까지 설명을 듣는 내내 사기가 치솟아서 위로 올라간다는 의지를 보였던 그들이다.
그런데 설마 입관식 당일 날에 일 단계 시험이 진행될 줄은 몰랐다.
“앞서 말 한 대로 일 단계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마도관에서 그대로 방출이다. 그런 놈들은 하급 무사의 자격도 없다.”
냉혹한 표현에 천 명에 이르는 소년들의 절반 이상이 사색이 되었다.
적어도 뭔가를 배우고 나서 진행되리라고 여겼는데, 이건 시작부터 쭉정이들은 갈라내겠다는 말이 아닌가.
이것은 천여운 역시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뭐야? 당장 일 단계를 치른다니?’
내공조차 전무한 상태에서 일 단계 시험을 치른다면 당연히 떨어질 확률이 거의 십할에 가까웠다.
완전히 불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된다면 일 단계 시험이 비교적 쉽거나, 내공이 전무하더라도 통과할 수 있기를 바래야만 했다.
이화명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일 단계 시험을 공표했다.
“일 단계는 기본 소양을 알아보는 시험이다. 적어도 본교의 무사가 되기 위해 기본적인 내공 역량을 갖춰야 한다.”
속으로 제발하면서 간절하게 바라던 천여운의 인상이 구겨졌다.
아에 대놓고 얘기한 셈이었다.
일 단계 시험은 내공이 조금이라도 없는 자는 탈락시키겠다는 말이었다.
“일 단계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자는 본교의 농업지구와 상업, 용역 등으로 배치되니까 죽을 각오로 해라. 아! 아니구나. 그런 하.찮.은 일을 할 사람도 필요하니 적당히 해라.”
본인 일이 아니라고 농담조로 말을 하는 이화명이었다.
그런 농담에도 천여운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진짜 짜증나네.’
너무 화가 났다.
적어도 마도관 내에서 수작질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일 단계 시험을 입관식 당일 날에 내공으로 치르겠다는 것은 그를 노렸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공을 익히지 못하게 한 건가?’
어째서 여섯 종파의 부인들이 그에게 내공을 익히지 못하게 맹세하게 만들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내공 시험을 치르는데, 그것을 통과하게 된다면 마도관의 입관에 성공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그가 통과하지 못하고 방출되게 된다면 아무런 직위도 인정받지 못하고 마교 내의 최하위 신분이 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때까지 암중으로 암살을 노렸던 여섯 종파의 부인들은 공개적으로 대놓고 천여운을 죽이려고 들게 틀림없었다.
‘호오!’
그런 천여운의 기분을 알기라도 했는지 단상 앞 열에 서있던 복마종의 서열 후계자인 천무금의 얼굴 표정에 흡족해져 있었다.
‘내 손으로 직접 죽여주려 했는데, 킥. 누구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인데.’
내공을 익히지 못하게 하는 계획은 복마종이 짠 것이 아니었다.
여섯 종파의 부인들 중에서 한 종파의 주도하에 이뤄진 계획이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이것을 노렸을 줄은 몰랐던 천무금이었다.
그때 단상 위로 비파를 들고 있는 한 중년의 고혹적인 여인이 올라왔다.
그녀를 가리키며 좌호법 이화명이 말했다.
“이번 일 단계 시험을 맡아주실 음마종의 가주님이시자 본교의 오 장로님이신 항소유님이다.”
맨 앞줄의 끝에 서있는 붉은 비단 옷에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는 예쁜 소녀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서열 후계순위 육 위에 해당하는 음마종의 천원려였다.
사실 마도관에는 모든 시험에는 여섯 종파에서 절대로 관여할 수 없지만 유일하게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바로 일 단계였다.
평소라면 교주 못지않게 얼굴을 보기 힘든 장로를 뵈었다는 기쁨에 함성을 지를 소년들이었지만 일 단계 시험이 관련되다 보니 의구심만 생겨났다.
‘대체 무슨 시험을 치르기에 오 장로님을 부른 거지?’
웅성거리는 소리에 이화명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번 시험은 사실 거저 주는 시험이다. 여기서 떨어지면 네 녀석들은 평생 하급 무사로도 오르지 못하게 될 거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오 장로 항소유가 단상 위에 있는 수좌에 자리를 잡더니 비파를 연주할 자세를 취했다.
이미 예측할 만한 사람들은 전부 짐작했는지 귀를 틀어막고 난리도 아니었다.
“뭐, 오 장로님이 제대로 비파음공(枇杷音攻)을 연주한다면 너희 같은 애송이들은 버티진 못하겠지만, 너희들을 위해서 오 장로님이 적당히 조절해서 연주해주실 테니 큰 걱정은 마라. 행운이 따라서 내공이 없어도 인내심으로 버틸 수 있을지 어찌 아나? 후후.”
이화명이 마지막에 비웃음조로 하는 말은 꼭 천여운이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았다.
내공이 실려 있는 비파음공은 그저 인내심만으로 버틸 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에 천여운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젠장.’
이 단계 시험은 음공(音攻)을 견디는 것이었다.
천 명이나 되는 자들 중에서 실력이 형편없는 쭉정이들을 큰 시간을 소요하지 않고 걸러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최소한의 내공만 있다면 일각은 버틸 수 있을 거에요.”
입을 다물고 있던 오 장로 항소유가 음마공의 가주답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는 다들 귀부터 틀어막고 있는 상황이라 아무 것도 들리지가 않았다.
“일각동안 음파공에 기절하지 않고 버티는 자는 일 단계 시험을 통과한다! 시작!”
좌호법 이화명의 말이 끝나는 순간 오 장로 항소유의 길쭉한 손가락의 손톱이 비파의 선을 튕겼다.
-띠리리리링! 띠링! 띠링!
비파를 한 번 튕기는 순간 장내로 아름다운 비파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그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고작 한 소절조차 연주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순식간에 중간 열에 있던 수 십 명이나 되는 소년들이 귀를 틀어막더니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끄르르르르!”
“귀, 귀를 막아도 들려!”
-쿵쿵!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비파를 튕길 때마다 귀의 고막이 울리며 심장까지 충격을 주어서 어떤 이들은 가슴을 움켜쥐다가 픽픽 쓰러져나갔다.
적어도 이 정도 음공을 제대로 즐기거나 버티려면 20년 이상의 내공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벌모세수를 비롯해 수많은 영약을 먹어서 이미 상당한 내공을 지니고 있는 여섯 종파의 소교주 후계자들이나 상위 종파의 소년들이 아니고는 그런 이들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제법 귀가 따갑네. 흐흐흐, 네놈은 일다경이 아니라 바닥을 헤매겠구나.’
복마종의 서열 후계자 천무금의 얼굴이 즐거움으로 가득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가 예상과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응? 뭔가 이상한데?’
처음에는 가볍게 연주를 하던 항소유의 손가락이 점차 비파선을 튕기는 속도가 빨라져 가고 있었다.
그녀의 굳은 표정만 보더라도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는 항소유가 유일하게 바라보고 있는 대상인 천여운 때문이었다.
‘어째서지? 어째서 쓰러지지 않는 거야?”
놀랍게도 내공이 전무하여 가장 먼저 쓰러질 거라고 여겼던 천여운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서있었다.
그 이유는 연주가 시작될 때부터였다.
음파가 대연무장으로 퍼져나가는 순간 천여운의 뇌속에 있는 나노 머신인 나노가 긴급 방어 모드를 발동시켰다.
[비파연주에서 나오는 음파에서 강한 고주파 및 저주파가 발생했습니다.사용자의 고막 및 신체 손상을 가져올 우려 발견.
당장 긴급 방어 모드를 전개합니다.
고막과 신체로 들려오는 음파를 차단합니다.]
나노 머신인 나노는 평소에는 사용자의 명령에 프로그램을 실행하지만, 사용자의 몸에 위해가 가해지거나 위험을 발견하면 자동적으로 방어 기제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소리에다가 내공을 실어서 공격을 하는데, 그 소리를 차단하고 주파수에 대한 방어 모드를 전개하니 당연히 천여운의 귀에 음파공이 들릴 리가 없었다.
‘…..뭐지?’
처음 비파를 치는 순간 나노의 목소리만 머릿속에 울리고는 그 다음부터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천 명에 이르던 수많은 소년들이 픽픽 쓰러지더니 거의 절반이 넘게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