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Infinite Skill Player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카보스 영지의 주인, 베이크 카보스 후작.
그는 난데없이 자신의 집무실로 찾아온 손님을 향해.
씁쓸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로더스의 일은 유감입니다.”
그의 말에 뒤집어쓰고 있던 로브를 뒤집어 걷는 남자-
칼리드의 주문을 받고 베이크 카보스를 만나러 온 벨로트였다.
“허허. 그런 이야기가 첫인사라니. 간만에 뵙는 분께 듣는 인사말치고는 그리 유쾌한 건 아닙니다그려.”
“….”
위로의 말을 전해 들어야 할 로더스 가주가 빙긋 웃어 보이고.
역으로 손님을 맞는 카보스 가주가 복잡한 얼굴이 된 기묘한 상황.
그 묘한 분위기를 먼저 깨뜨린 건.
벨로트 로더스 공작이었다.
“우리 쪽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충 들으셨을 테니. 가타부타 길게 말하지는 않겠소이다.”
알다마다.
당장 로더스와 같은 꼴을 당하고 있는 카보스 영지인데.
어찌 모른다 말할 수 있으랴.
“…많은 일이 있으셨다 들었습니다.”
“이쪽이야 이미 끝난 일이고. 내가 이곳으로 왜 왔는지는 혹시 아시겠소이까?”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머뭇거리는 베이크 카보스를 상대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슬쩍 운을 띄우는 벨로트.
“공은 공과 영지의 운명이 앞으로 어찌 될 거라 보시오?”
끄응.
그의 질문을 듣는 순간.
베이크 후작은 날카로운 칼날에 가슴팍을 찔린 듯.
낮은 신음성을 토해냈다.
“그리 즐거운 결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이 함축적으로 담긴 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제국 쪽의 공작으로.
자신의 가족들은 물론.
손발과도 같던 측근들을 제거당한 베이크였지만.
한 가문의 가주로서 함부로 감정을 표출할 수도 없었기에.
그저 저리 두루뭉술한 말로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대신하는 것일 터.
벨로트는 고민이 많아 보이는 베이크를 아무런 말 없이 쳐다보더니.
그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공은 나보다 나이도 어릴진대, 어째 모든 걸 포기한 사람처럼 보이오?”
느릿느릿하면서도 여유로운 말.
마치 베이크를 걱정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카보스 후작은 그 말 안에 든 뼈를 읽어냈는지.
살짝 언성을 높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포기하다니! 공작님께서 보시기에 애송이 같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래 봬도 한 가문의 주인입니다!”
비꼬는 듯한 말에 역시나 날 선 말로 맞받아치는 베이크.
꽤나 공격적인 어투였지만.
듣고 있던 벨로트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런 분이…. 어찌하여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기회가 저절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시오?”
“…!”
“지금이야 측근들을 잘라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과 공의 남은 피붙이들마저 제거하려 들 거외다. 그리고 거기까지 가면 가엾은 영지민들은 어떤 꼴을 당할 것 같소?”
벨로트가 꺼낸 말은 특별한 말이 아니라.
그도 이미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남의 입으로 전해 듣는 충격이 만만치 않았는지.
베이크는 멍한 얼굴로 벨로트를 마주 쳐다보더니.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 그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두려움과 걱정에 점철된 목소리.
그와 함께 후작의 갈색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이 늙은이가 무어 아는 것이 있어 공께 조언을 하겠소. 그저 먼저 험한 꼴을 당한 탓에 염려가 되어 찾아온 것을.”
“당치도 않으신 말씀입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이 있다면…. 공이 두려움에 휩싸여 누구에게 칼날을 세워야 하는지, 그걸 잊고 있을까 싶어 드리는 말씀이외다.”
“그런…!”
누구에게 칼날을 세워야 하느냐 묻는다면.
물을 필요도 없지 않은가.
당연히 카보스 영지를 지금의 꼴로 만들어 놓은 신성 제국 아니겠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기회가 왔을 때 잡는 편이 좋을 것이니. 그 정도 말만 해 줄 수 있을 것 같소.”
여전히 알맹이 없는 두루뭉술한 말이었음에도.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는지.
흠칫 몸을 떠는 베이크 카보스.
곧 그는 얼마 전까지 좇았던 벨로트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가까스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벨로트 공작님은 가문이 합병당하기 전에 먼저 리톤 쪽으로 가셨다고 들었는데….’
다른 영지도 아니고 리톤이라니.
그 거칠고 험한 땅에 무언가 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벨로트가 말했던 ‘누군가’가 그 땅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까.
한참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사이.
드륵.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벨로트.
“이 늙은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 정도요. 그리고…. 공이 나와 같은 방향을 택한다면. 그분께 잠깐 몸을 의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외다.”
그분?
그분은 또 누구를 말하는 거지?
혼란스럽게 흔들리는 눈동자의 베이크.
붙잡을 새도 없이 벨로트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고.
그가 떠난 자리에서 오랜 시간 고민하던 카보스 후작은.
로더스 공작이 그랬듯.
작게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래. 죽을 때 죽더라도… 곱게 넘겨줄 수는 없지. 리톤! 리톤으로 가자. 거기라면… 공작님이 말씀하신 해답이 있겠지.’
***
“교주님! 마, 말씀하신 대로 엄청나게 몰려오고 있습니다!”
칼리드가 신도들을 보내 물건을 나누어주었던 효과가 나타나는지.
거대 군단이라도 된 양.
카보스의 주민들이 짐마차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거봐.”
“그, 그것보다…. 안 부른 손님들도 오고 있는 것 같은데….”
엄청난 인파에 화들짝 놀란 일라딘.
그는 영지민 뒤로 몰려드는 새하얀 무리들을 가리켰다.
“경비병들 말하는 건가?”
거기엔.
성난 들소처럼 달려드는 군중들을 통제하려 따라 뛰는.
카보스 영지의 경비병들이 있었다.
“거기 서!”
“어디들 가려는 거냐!”
“이 자식들, 로더스 영지 이야기 듣고 벌써부터 탈출하려는 거 아냐?”
물론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흡사 겉으로 보기엔.
경비병들이 저들을 핍박하여 내쫓는 형상이었던지라.
보기에 그리 유쾌한 모양은 아니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소문이 퍼져 경비병들까지 움직이게 된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칼리드가 의도한 바였다.
‘그렇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면 당연히 경비들이 통제하려 들 수밖에 없지.’
거기까지는 알 리 없는 일라딘.
그는 칼리드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큰일인데…. 어찌 대응하면 되겠습니까?”
“일라딘.”
“예!”
“너는 신도들과 함께 가서 경비병들을 막아라.”
“예? 그, 그치만 저도 그렇고 저희 신도들은 싸울 줄 모르는데….”
“싸울 필요는 없다. 그저 경비병들이 저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게만 만들면 된다.”
칼리드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일라딘.
하지만 상대는 창칼을 든 병사들이었던지라.
그의 얼굴 위로 약간의 걱정과 염려가 깃드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무서운가?”
“…약간은 염려됩니다.”
“무엇이 무서운가. 그대는 리톤 신교의 사람이고, 내가 그대를 지켜줄 것인데.”
“…!”
“그대들에게 무기를 디미는 적이 있다면 내 먼저 그들을 벌할 것이니. 움직여라, 일라딘.”
“아, 알겠습니다, 교주님!”
[일라딘이 당신을 믿지 못했던 자신의 신앙을 반성하며 회개합니다. 신앙심+3]꽤나 흉흉한 모습에 살짝 겁을 먹었던 일라딘은 물론.
다른 신도들 역시 칼리드의 말을 듣고는 안심했는지.
칼리드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황금빛 안광을 번뜩이며 앞다투어 반대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짐마차 코앞까지 달려온 카보스의 주민들.
“여기 오면 생필품을 공짜로 나눠 준다던데. 맞습니까?”
“나, 나 먼저!”
“어이! 줄 서! 내가 먼저 왔잖아!”
“가만히 좀 있어 봐!”
칼리드는 몰려든 인파들을 지켜보더니.
짐마차의 위에 올라서서 일대를 훑어보았다.
‘이 정도면 얼추 올 만한 사람은 다 온 것 같고.’
한 번에 다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물건을 얻으러 짐마차까지 온 사람들은.
족히 몇백에서 천은 되어 보일 만큼 많은 숫자였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뒤쪽에서는.
“너희들은 또 뭐야!”
“이 새끼들, 안 비켜?”
“우리는 위대한 리톤 신교의 신도들입니다!”
“뭐야, 이건?!”
“그분의 뜻 없이는 절대로 우리를 지나쳐 갈 수 없을 겁니다!”
주민들을 통제하려 몰려든 병사들과.
일자로 서서 길을 막아서는 리톤 신교의 신도들 사이에.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오! 바빠 죽겠는데 이것들은 또 뭐야?!”
“당신들, 안 비키면 진짜 죽어요!”
“교주님께서 지켜주신다 약속하셨다! 무조건 버텨!”
꽤나 혼란스러운 두 상황을 지켜보던 칼리드.
그는 자신의 주위로 모여든 영지민들을 향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그대들에게 나누어줄 물건은 충분히 많으니까.”
그 말을 꺼냄과 동시에.
뒤쪽에서 병사들을 제지하던 신도들을 향해 수신호를 전달하는 칼리드.
신호를 받은 일라딘과 신도들은.
붙잡고 있던 병사들을 슬쩍 놓아주었고.
그러자 담아두었던 물을 내보내는 둑처럼.
병사들은 영지민들을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너희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위에서 이렇게 단체로 움직이는 걸 통제한다는 말 못 들었어!”
“이것들 안 되겠구만! 모조리 잡아 올려 버려야지!”
“무슨 소리예요! 우린 그냥 물건을 나눠준다기에….”
“시끄러워!”
순식간에 얽히고설키는 사람들.
비록 숫자는 영지민들이 훨씬 많았지만.
중무장한 병사들에게 대항할 만한 깡은 없었는지.
그들은 병사들이 이끄는 대로 비척비척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미친놈들 아냐?”
“싹 다 보고하자고.”
“너희는 이제 끝이야, 이것들아. 겁도 없이 이렇게 함부로 영지 밖으로 뛰쳐나갈 생각을 해?!”
확실히 창칼은 두려웠던지.
마구잡이로 떠들어대던 주민들은 이내 입을 꾹 다물고선.
병사들을 향해 양팔을 번쩍 들어 보였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아무 말 없이 팔짱을 낀 채.
상황을 지켜보던 칼리드.
“저 새끼는 또 뭐야?”
“저것도 끌어 내려!”
“미친놈 아냐?”
그를 발견한 병사들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모여들자.
그제야 빙그레 웃음을 머금었다.
“슬슬 시작해 볼까.”
“뭐라는 거야! 야! 거기서 안 내려와?!”
“저건 끌어내려서 좀 밟아놔야겠구만!”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웃어 보이는 칼리드의 모습에.
오히려 잔뜩 화가 났는지.
얼굴이 벌게진 병사 몇이.
창대를 곧추세우고는 칼리드가 서 있던 짐마차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그들을 바라보던 칼리드는.
훌쩍 몸을 날려 짐마차 아래로 뛰어내렸다.
“저, 저 사람 미쳤나 봐….”
“무슨 배짱으로 저러는 거야?”
동시에 그를 향해 쏠리는 수백 개의 시선들.
칼리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을 툭툭 털더니.
병사들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잡아!”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주위에서 그를 포위한 채 기다리던 병사들이.
칼리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뒤편에는 짐마차요.
앞에는 독기가 잔뜩 오른 병사들.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는 이상 도망갈 길이 없는 외통수였기에.
병사들은 물론.
지켜보던 영지민들조차도.
칼리드가 곧 어떤 꼴을 당할지.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가만히 있다 도망갔으면 안 잡혔을 것을….’
‘함부로 까불어댔다가 뒤지게 얻어맞겠구먼.’
그리고 당사자인 칼리드.
그는 그런 저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슬쩍 손을 들어 올리는가 싶더니.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신계-”
사령명가의 무한스킬 플레이어
지은이
: 대왕생
제작일
: 2022년 11월 24일
발행인
: (주)에이시스미디어
편집인
: 에이시스미디어 편집팀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428 11F 125호
전자우편
※ 본 작품은 (주)에이시스미디어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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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76-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