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나는 연꽃이 잠든 후에 조용히 밖으로 나가 단단히를 따로 불렀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누구도 믿지 말라는 말씀이시지 않습니까?”
“맞다.”
“그것에 늑대발톱 님과 제비꽃 님도 포함됩니까?”
“두 분과 큰바위 그리고 할머니는 제외다.”
“예. 알겠습니다. 단단히 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너만 믿는다.”
“예. 알겠습니다.”
이달투드워프1, 아니, 단단히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내가 돌아온 후에 이달투드워프들에게 짝을 만들어줄 전쟁을 시작하겠다.”
“예!”
일주일 이상을 계획하고 떠나는 헌팅이다. 캭을 타고 갈 생각이기에 이동 시간은 거의 들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늦어도 보름 안에는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그 보름 동안 산맥은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거산이 그렇게 만들 것이고, 패악을 부리는 이빨호랑이 부족이 그걸 막으려 들 것이다. 그럼 친구가 될 수 없는 이빨호랑이 부족을 끝내면 된다.
그때 동굴에서 늑대발톱과 제비꽃이 나왔고 제비꽃은 힘겹게 걸으며 늑대발톱을 향해 눈을 흘겼다.
‘와, 걸음걸이가…….’
진짜 늑대라도 나타난 모양이다.
“왜 안 주무시고?”
나를 발견한 늑대발톱이 내게 물었다.
“예. 그런데 어디 가세요?”
“하도 더워서 바람이라도 좀 맞으려고…….”
늑대발톱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시셨네. 마셨어.’
오늘 뜨겁다 못해 활활 불타는 밤이 되실 것 같다.
“마셨어요?”
늑대발톱만 들을 수 있게 속삭였다.
“예.”
아들과 아버지의 은밀한 대화다.
“좋은 밤 되세요.”
“역시 족장님은 대단하십니다.”
“역시 그렇죠?”
나는 감탄하는 늑대발톱을 향해 능글맞게 웃었다.
“뭐해요? 바람 쐬러 가자면서요.”
대나무 숲으로 아무 말 없이 걸어가던 제비꽃이 소리쳐 늑대발톱을 불렀다.
“알았어, 알았어.”
늑대발톱이 대답하고 나를 봤다.
“전 그럼 이만……”
“예.”
아마도 바람만 맞는 밤은 아닐 것이다.
* * *
다음날, 땅속에서일어서의 동굴 목책 밖에서는 몇 명의 이달투드워프들이 모여 작업에 열을 올렸다. 그들은 기다란 대나무 장대를 휘어잡고 양 끝을 땅에 박아 움막을 지었다.
대나무를 찬양하라!
정말 하늘 부족의 터를 잡은 곳이 대나무 숲이 아니었다면 어떤 도구도 무기도 뭐 하나 만드는데 쉬운 것이 없었을 것이다. 대나무를 이용해 손쉽게 원형의 움막을 만들 수 있으니 대나무는 땅속에서일어서의 성장에 일등 공신이 분명했다.
이달두드워프들이 고된 일을 끝내고 움막으로 돌아갔다. 마치 군대처럼 2열 종대로 줄을 서서 뛰는 모습이 일종의 장관이라면 장관이었다.
“하낫, 둘!”
“하낫, 둘!”
구령은 이달투드워프1이 붙였다.
“제 자리에 서!”
“하나, 둘!”
“장비 확인!”
“삽, 이상 무! 장비 이상 무!”
땅속에서일어서가 알려준 것을 이달투드워프1이 배운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목책 위에 모인 거북 씨족 여자들은 그런 이달투드워프들을 예전과는 좀 더 다른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쉬어!”
“쉬어!”
“털이 숭숭해.”
“징그러워!”
“저 여자들은 저런 짐승 같은 남자들을 뭐가 좋다고 반기지?”
이달투드워프들이 돌아왔을 때 움막에서 피라냐를 손질하고 말리던 다섯 명의 여자가 자기 짝들을 반겼다. 나 역시 이달투드워프들의 구령 소리를 듣고 목책 위를 봤고, 거북 씨족 여자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게…….”
묘한 반응인 것 같다.
이달투드워프들 중에 짝이 있는 존재는 이달투드워프1과 2뿐이다. 나머지 이달투드워프들 사이에는 보기 드문 짝짓기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달두드워프1과 2의 짝을 뺀 나머지 세 명의 여자가 일처다부제를 주도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의지로 그런 관계를 만든 것이기에 나는 그들의 자유를 존중해 방임하고 있다.
그 여자들은 더 많은 고기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 세 명의 여자들이 짝이 없는 이달두드워프들의 욕구를 해결해 주고 있기에 나로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그래도 힘은 엄청 세 보이지 않아?”
“왜, 관심 있어?”
“너는 밤마다 죽어 나가는 여자들 소리 못 들었어? 낮에 그렇게 일하고도 밤에 박을 힘이 있나 봐~.”
“그럼 너도 족장님께 말씀을 드려봐. 밖에 나가서 살겠다고. 저들이야 많으니까 하나만 고르면 되잖아? 저기 봐, 죽어라 일하고 와서도 자기 짝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네…….”
여자들이 지목한 여자는 이달투드워프2의 짝으로, 이달투드워프2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었다. 다른 한 손은 보이지 않았는데, 음흉한 짓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그런 녀석이니까.’
이달투드워프1과 2는 확실히 성격이 다르다. 사람은 원래 각기 다른 성격을 가졌으니 이달투드워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에이~ 뭐래? 암만 잘해 줘도 나는 저런 털북숭이들…….”
“싫다는 거야?”
목책 위에서 수다를 떠는 여자들은 짝이 없는 여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이달투드워프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 보니 힘없는 꿩보다 낮에도 잘하고 밤에도 잘하는 튼튼한 닭이 더 마음에 드는 눈치다. 다만 누가 나서나 눈치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
“좋지~ 잘하기만 좋아~”
“그럼 말씀을 드려보면?”
여자 몇이 조금 더 솔직한 여자를 부추기고 있었다.
“그럴까?”
“남자들은 다 똑같아. 게다가 비실비실한 것보다 저런 것이 사냥도 잘하고 먹을 것도 잘 구해오고 그렇잖아.”
“그렇기는 하지…….”
여자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당장 내게 달려오는 여자는 없었다. 눈치를 보는 거다.
‘그럼 등을 떠밀어볼까.’
나는 앉은자리에서 툭툭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목책으로 걸었다.
“저기!”
그때 이달투드워프15가 손에 죽은 토끼 한 마리를 들고 목책 앞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나 역시 목책 위로 올라왔다.
“저기! 예쁜코!”
이달투드워프가 예쁜코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를 부르다 나를 보고 허리를 숙였다.
“족장님을 뵙습니다.”
“하던 거 계속해.”
“예?”
“뭐라도 하려고 온 거잖아?”
딱 봐도 예쁜코에게 토끼를 주려고 온 것 같다.
“예.”
내 말에 이달투드워프15가 예쁜코를 힐끔 바라봤다. 예쁜코는 이달투드워프에게 관심을 보였던 바로 그 여자였다.
“족장님, 안녕하셔요!”
그리고 여자들도 내게 허리를 숙였다.
“나는 바람을 맞으러 왔다. 그러니 하던 일 계속해.”
“호호, 저희도 물고기를 손질하면서 그냥 쉬는 거예요.”
“그럼 계속 쉬어.”
내 등장에 이달투드워프15가 낸 용기에 산통을 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족장님!”
거북 씨족 여자들은 무척이나 밝아졌다. 처음에 왔을 때는 기가 죽어 있었는데 이제는 제법 시끌벅적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런데 쟤가 너를 부르는 것 같은데?”
“……예, 그렇네요.”
예쁜코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이달두드워프15를 힐끗 봤다.
“저, 저기! 이거!”
“또 줘요?”
처음 먹을 것을 내미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먹여!”
먹으라는 것도 아니고 ‘먹여’라고 말하는 이달투드워프15다.
“……”
예쁜코는 다른 여자들의 눈치를 살폈다.
“먹여. 새끼, 먹여!”
예쁜코는 과부였다. 그녀는 악어머리 부족에서 간절한 표정으로 내게 채택해 달라는 시선을 보낸 여자다. 아들이 하나 딸려 있었기에 예쁜코를 선택하면 원 플러스 원인 기분이라 그녀를 택했다. 내 예상대로 그녀의 아들이 하늘 부족으로 함께 왔다. 그녀의 아들은 잘 먹지 못하고 자라서 그런지 앙상한 체구였지만 내 부족에 온 다음부터는 어느 정도 살이 붙고 있었다.
“정, 정말요?”
예쁜코가 이달투두워프15가 자기들 말로 자기한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란 눈빛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내일도, 준다. 먹여.”
나는 비축한 식량을 부족민들이 굶지 않을 정도로 배급을 해 주고 있었다. 식량 확보에 실패한 부족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짝이 없는 예쁜코는 많은 식량을 구할 수가 없었고, 거의 매일 제비꽃에게 식량을 받아먹었다. 물론 예쁜코가 게을러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다.
“새끼, 말랐다.”
나는 이달투드워프15를 봤다. 이 순간만큼은 꽤나 멋진 수컷으로 보였다.
‘저 새끼, 좀 감동인데……?’
이 정도면 예쁜코도 감동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훈훈한 기분으로 둘의 대화를 지켜봤다.
“이거, 정말 그냥 받아도 돼요?”
“준다. 새끼. 먹여.”
나는 이달투드워프15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이 그냥이 어디 있으리. 하지만 그래도 감동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달투드워프15가 현생인류의 말을 꽤 한다는 것이다.
‘혹시 언어 습득 스킬이 생겼나?’
스킬은 행동과 노력에 따라 발생한다. 그리고 가장 간절한 것에 반응한다.
이달투드워프15가 예쁜코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언어습득 스킬을 습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고마워요.”
“응.”
예쁜코가 토끼를 받자마자 이달투드워프15는 바로 돌아서 자기 움막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예쁜코가 내게 말을 주춤거리며 말을 걸었다.
“저기, 족장님…….”
“마음이 가는 대로 해.”
“예?”
“예쁜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요?”
“다른 사람 눈치는 볼 필요 없단다.”
“저…….”
이럴 때는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는 그저 그녀에게 격려의 눈빛을 보냈다. 용기를 내라고.
“저, 밖에서 이달투드워프15랑 제 아들과 살고 싶어요. 족장님!”
그녀의 말에 다른 여자들이 놀라 예쁜코를 봤다. 부추기기는 했어도 정말로 말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래, 알았다. 하고 싶은 거 해.”
“예!”
내게 짧게 말하고 예쁜코가 멀어지는 이달투드워프15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예쁜코의 외침에 이달투드워프15가 급하게 돌아섰다.
“저랑 같이 살기에는 움막이 작아요! 더 크게 지어야 해요.”
그녀의 말에 이달투드워프15는 어쩔 줄 모르고 발을 구르며 허겁지겁 대꾸했다.
“알았다, 바로. 대나무. 자른다. 움막. 크게. 한다.”
단어를 나열하는 수준이었지만 예쁜코는 충분히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도와준다.”
그때 쉬고 있던 이달투드워프들이 일어섰다.
“대나무를 잘라라!”
이달투드워프1이 소리쳤다.
“알았다. 십장!”
“내 이름은 단단히다.”
“알았다. 기분이 좋다. 정말 좋다. 하하하!”
“나도 좋다.”
단단히가 환한 미소를 보이며 나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