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용 부족의 넓은 공터.
용 부족 레드 황제는 예전과 다르게 하얀말을 비롯한 다른 부족 우두머리와 함께 분주히 부족발전을 위해 움직였다.
“다됐군.”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레드는 땀이라는 것을 처음 흘렸고, 그의 앞에는 거대한 용광로처럼 보이는 것이 만들어져 있었다.
원시시대에서 용광로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레드가 레드 드래곤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용광로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황제님, 저기서 뼈칼보다 더 강한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놀랍게도 레드는 땅속에서일어서보다 먼저 청동기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강한 무기를 만드는 재료가 나오지.”
“재료라고 하시면?”
하얀말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레드에게 물었다.
“가져오라고 했던 통나무는 어떻게 됐지?”
“지금 전사들이 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황제님! 통나무들을 잘라 왔습니다!”
한 무리의 전사가 어깨에 통나무들을 짊어지고 목책 안으로 들어섰다.
“아주 뜨거워야 이 돌들이 녹는다.”
용광로 앞에는 누런빛이 감도는 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동광석과 주석, 레드가 지금까지 취미로 모은 은이 많이 함유된 금광석까지 쌓여 있었다.
“돌, 돌이 녹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왜, 거짓말 같나?”
레드가 피식 웃으며 계속 질문을 거듭하고 있는 하얀말을 봤다.
“아니옵니다. 제가 어찌 감히…….”
“질문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지. 앞으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계속 질문하거라.”
타크의 배신 때문인지 아니면 여와 때문인지 이전과는 많은 것이 변한 레드였다.
“불순물이 많이 섞이겠지만 그래도 저것들을 녹여 금속을 추출할 수 있으면 무기가 된다.”
“금속이란 것은 어떤 겁니까?”
“반짝이는 것들! 돌이나 뼈로 만든 것보다 단단할 거다. 이제 통나무들을 용광로에 넣어라.”
“예, 황제시여!”
하얀말이 대답을 하고 돌아섰다.
“들고 온 통나무들을 용광로 안에 넣어라!”
그렇게 용 부족은 레드의 주도하에서 이 원시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를 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움푹 팬 솥에 돌들을 올려라!”
솥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거대한 돌을 깎아 움푹하게 파놓은 것이고 그 밑바닥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저 솥을 만들려고 이틀이 걸렸지.”
레벨이 600대가 넘은 헌터인 레드가 거대한 화강암으로 솥을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이틀이나 깎고 다듬고 구멍까지 뚫어야 했다.
아마 레드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그 작업을 했다면 몇 개월 이상이 걸렸을 것이다. 아니, 재질이 단단한 화강암이었기에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남을 시키거나 부리기만 했던 레드는 적극적으로 자신이 나서서 일을 진행하였다.
‘최강욱! 그놈을 이기려면 더 강한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레드는 땅속에서일어서를 떠올렸다. 물론 그가 떠올린 얼굴은 헌터 최강욱이겠지만 말이다.
“돌들을 솥에 넣어라!”
이들에게 용광로의 이름은 솥이었다.
땅속에서일어서가 하늘 부족에서 사용되는 도구의 이름을 정하듯 레드 역시 용 부족의 발전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 이름을 지어줬다.
“이제 불을 붙여라!”
하얀말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횃불을 송진이 잔뜩 묻혀 놓은 건초에 던져 넣었다.
화화화! 화화화!
순식간에 건초가 타올랐고 활활 타면서 통나무에 불이 붙었다.
“자, 이제 단상 위에서 돌이 녹을 때까지 지켜봐라.”
“알겠사옵니다.”
하얀말이 대답하자 레드는 돌아서서 다른 곳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을 향해 걸었다.
그곳에서는 여와와 여자들이 전사가 잡아온 짐승의 가죽을 벗겨서 말리고 있었다. 그들의 임무는 가죽옷을 만드는 거였다. 또한,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한편에서는 털옷을 만들고 있었다.
“여와야, 너까지 나와서 일할 것 없다.”
레드가 여와에게 다정히 말했다.
“아니에요, 레드 님도 하시잖아요.”
“그건 나밖에 할 수 없으니까 그런 거다.”
하얀말에게 용광로인 솥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면 1년도 넘게 거릴 거라고 판단했기에 레드가 직접 움직인 거다. 그렇기에 레드는 여와가 일을 한다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여기 여자들은 털가죽 옷을 잘 만들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반드시 제가 가르쳐야 해요.”
여와는 용 부족에 오기 전까지 추운 곳에서 살았기에 누구보다 두꺼운 털로 된 옷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났고, 용 부족의 여자들에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알았다. 다만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
여와가 미소를 보였다.
“건초를 더 가지고 와! 통나무를 어서 잘라라! 지금보다 더 활활 태워야 한다!”
하얀말의 외침이 레드의 귀에 들렸고 들판에서 잘라온 풀들을 급히 나르는 전사의 모습을 보며 눈동자가 커졌다.
“저, 저건…….”
그리고 바로 마른 풀을 들고 뛰는 전사를 향해 뛰어갔다.
“거기, 멈춰라!”
“예?”
레드의 외침에 전사가 놀란 눈빛으로 멈춰 섰다. 레드를 보자마자 건초를 내려놓고 머리를 조아렸다.
“이 풀, 어디서 뜯어 온 것이냐?”
“들판 끝에 이런 커다란 풀이 많이 있기에 뜯어 왔습니다.”
“이게 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꽤 많이 있습니다.”
“하하하! 그렇군! 아주 좋아! 너희는 이게 뭔지 모르겠지?”
전사는 레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멍해졌고 그때 하얀말이 뛰어와 전사의 옆에 섰다.
“이건 먹을 수 있다.”
“네? 이 풀을 먹을 수 있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작은 알갱이들을 뜯어내면 먹을 수 있다.”
수르륵!
레드는 자신의 손으로 마른 풀에 붙어 있는 알갱이들을 뜯어 손바닥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와를 봤다.
“여와, 이리 오거라.”
“예, 레드 님!”
“먹어봐라. 고소할 것이다.”
“먼저 드십시오.”
“너부터 먹어라. 너에게 주는 것도 있지만 내 아들에게 주는 것이다.”
레드의 말에 여와가 미소를 지으며 껍질이 벗겨진 알맹이를 받았고,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 순간, 여와의 눈동자가 커졌다.
“고, 고소해요!”
“이건 밀알이라 한다. 우리가 발견한 최초의 밀알이다, 하하하!”
레드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얀말! 너는 저 전사와 이 풀이 난 곳으로 가서 알들을 조심히 뜯어서 모아와라!”
하얀말이 레드에게 머리를 조아린 후에 돌아섰다.
“저 풀이 난 곳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하얀말 님!”
“이제 곧 용 부족에서는 사냥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레드는 여와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런 재미가 있었군, 이것이 인간으로 사는 재미였군.’
* * *
내 말을 들은 제비꽃과 연꽃은 동공에 지진이 온 듯 파르르 눈동자를 떨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이제야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눈빛을 보였다.
“저, 정말로 큰눈이 아버지를 배신했다는 겁니까? 족장…….”
잠시의 정적을 깨고 제비꽃이 내게 물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 상황이 완벽하게 파악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악어머리 족장이 가시꽃과 같이 오고 있다는 것은 족장의 권력을 잃었고, 내게 의탁하기 위해 오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큰눈이 무슨 능력이 있다고…….”
누구보다 큰눈에 대해 잘 아는 듯 말하고 있는 어머니셨다.
“으음, 그러게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맞아요, 오빠는 그런 힘이 없어요. 입도 작아요.”
“그러니까.”
“그런데 어디쯤 오셨다고 하셨죠?”
어머니이신 제비꽃이 내게 다시 물으셨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이틀 안에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으음, 아버지가 도망쳐서 이곳으로 오고 계시다니…….”
연꽃의 표정이 다시 참담하게 변했다.
“그러게.”
모든 권력을 쥐고 계셨던 외할아버지셨다. 그런데 한순간에 그가 가지고 있던 권력을 잃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다.
‘혹시 이게 나를 속이려고 한 걸까?’
외할아버지이신 악어머리 족장이 큰눈과 짜고 가시꽃을 속인 후에 나를 속이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럴 이유가 없지.’
무려 전사들의 수가 300여 명이라고 했다. 사실상 악어머리 부족의 모든 전사를 이끌고 왔다는 건데 그들이 알고 있는 하늘 부족은 규모가 매우 작은 부족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준비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난다.
“이제 어떻게 해요? 전사들이 다 숲으로 갔는데…….”
연꽃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들과 싸워서 이길 자신은 있어.”
내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렇지! 우리 족장님은 하늘님께서 보내주신 분이니까.”
모처럼 하늘님을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 역시 말씀은 안 하시지만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늘에 기도를 올리시고 싶은 모양이시군.’
저들에게는 내 부족의 최고 위기가 바로 이 순간일 것이다.
“맞아요. 누구도 하늘 부족을 건드릴 수는 없어요. 제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연꽃이 자기 배를 감싸며 말했고 어머니가 될 연꽃이 완벽하게 달라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예, 모두 저만 믿으면 됩니다. 이참에 바다도 제가 가지게 될 겁니다.”
늑대발톱이 끌고 올 부족민의 수는 1,000명 이상이다. 상황에 따라서 거산과 돈덩이가 잘만 해준다면 2,000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또 식량이 부족해진다. 식량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탈과 정복이다.
“우리야 물론 족장을 믿지.”
“네, 맞아요. 저도 족장님을 믿어요.”
제비꽃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그런데 아버지를 어떻게 하실 거죠?”
연꽃이 걱정스러운 나를 봤다.
“걱정하지 마, 그분은 내 할아버지기도 하시지.”
“그렇죠. 그러니까…….”
“그래, 어떻게 할 생각이냐?”
“당연히 모시고 와야죠. 그러고 나서…….”
큰눈과 일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
“족장.”
제비꽃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족장님의 몸에도 악어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만 모시고 오신 후에 아버지의 마음을 얻게 되신다면…….”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하늘 부족 아래에 악어머리 부족을 두실 수 있습니다.”
“우리도 도울게요.”
연꽃도 결심했다는 듯 양손을 꼭 쥐고는 내게 말했다.
“그러면 저는 싸울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러고 보니 악어머리 족장도 참 가여운 분이시구나. 아들에게 쫓겨서 이곳까지 도망쳐 오고 계시니까…….”
할머니의 말씀에 제비꽃과 연꽃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고는 이런 사태를 만든 큰눈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눈빛을 보였다.
나 역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강 하류를 아울러 통치하는 절대자였던 외할아버지셨다.
많은 부족을 통합했고, 악어머리 부족을 더 큰 부족으로 만들어내신 분이시지만 결국 아들과의 갈등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쫓기게 된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 놀랍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