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
3화
원시인들의 모습과 들고 있는 돌창과 돌칼들의 모양을 보고 이곳은 인류의 구시대라는 것을 직감했다.
나의 새로운 어비스가 현생 인류의 구석기시대라니.
‘모든 것은 신이 만든 어비스인가?’
새로운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내 아들이…… 큰바위의 아들이 깨어났다!”
나를 아들이라고 말한 원시인이 소리쳤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주변에 있는 원시인들은 내가 깨어난 것이 달갑지 않은 눈초리였다.
“큰바위!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그때 원시인 남자 하나가 큰바위라고 불린 원시인을 크게 질책을 하듯 소리쳤다.
“내 아들이 깨어났다!”
“헛소리는 집어치워-!”
원시인 하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죽지 않았다. 아팠던 거다. 그냥 잠이 들었던 거다. 안 죽었다. 그러니 묻으면 안 된다! 봐라! 안 죽었단 말이다.”
“땅에 묻으면 다시 꺼내면 안 된다! 땅속에서 다시 꺼내면 하늘님이 화를 내신다!”
“내 아들은 죽지 않았다니까.”
“묻어라! 땅에 묻으면 다시 꺼내면 안 된다고 하늘님이 주술사에게 말씀하셨다. 난 주술사가 한 말을 똑똑히 들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게는 최악의 순간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대로 다시 생매장을 당한다면…….’
그냥 끝이다.
망할 놈의 신에게 속아 새로운 어비스에 강제 소환됐는데 헌터로 각성하지도 못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깨어나자마자 산 채로 묻힐 판이니 최악의 순간이 분명했다.
“늑대발톱, 네가 말 좀 해 줘라.”
“으음…….”
내가 죽지 않았다고 소리친 원시인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고 이름이 불린 원시인의 신음이 내 귀에 들렸다.
“도와줘, 나를 도와줘.”
“큰, 큰바위…….”
“내 아들은 죽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한테 말해 줘라!”
원시인 하나의 외침에 나를 안고 있는 큰바위라는 원시인이 다른 원시인에게 도와 달라는 듯 소리쳤다.
“그대로 아이를 내려놔라. 큰바위!, 이제 다 끝났다. 죽었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 큰바위라는 원시인과 이야기를 하는 원시인의 이름이 늑대발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무슨 인디언들의 이름 같군.’
아주 어릴 적 서부 영화에서 들었던 이름들이 떠올랐다.
땅을 짚고 일어서부터 시작해서 늑대와의 춤까지.
이 원시인들은 어떤 특징과 사물을 지칭에 이름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이 든 것이다! 너도 내 아들을 좋아했다. 안 죽었다! 봐라, 눈을 뜨고 있다!”
큰바위의 말에 나를 다시 땅에 묻으라고 소리친 늑대발톱의 표정이 찰나의 순간 어두워졌다가 다시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가끔 눈을 뜨고 죽는 사람도 있다. 네가 잘못 본 것이다.”
“아니라니까.”
큰바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으음…….”
그런데 늑대발톱이라는 남자의 신음소리를 듣고 나는 마치 늑대발톱이 다른 원시인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지?’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다. 아이가 깨어났다면 즐거움을 넘어 감격해야 할 일인데 저리 심각한 표정이라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다.
‘그건 그렇고 저 둘은 혈족인가?’
그럼 늑대발톱과 이 몸의 주인이었던 아이 역시 혈족이 분명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묻어라. 큰바위!”
늑대발톱이 큰바위에게 무거운 어투로 어린아이를 다시 산채로 땅에 묻으라고 말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지,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소름 돋는 순간이다.
“죽으면 끝이다! 다시 깨어나면 안 된다!”
“묻어야 한다. 어서 땅에 묻고 내려가자.”
“큰바위가 잘못하고 있다.”
원시인들이 우악스럽게 소리쳤고, 늑대발톱은 다시 한 번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원시인들은 마치 큰바위가 저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다시 시체를 묻으라고 소리치는 것이 살짝 이상했다.
“내 아들은 죽지 않았다!”
큰바위의 외침이 동굴에 메아리쳤다.
‘아예 원시시대는 아닌 것 같은데…….’
시체를 땅에 묻는 풍습이 있는 시대라면 아예 문명이 생겨나지도 않은 시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체를 다시 꺼내면 전염병이 돈다는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시대라는 소리였다.
‘젠장!’
문제는 내 영혼이 깃든 이 약한 몸뚱이를 품에 안고 있는, 내 아버지일 수도 있는 큰바위가 늑대발톱이라고 불리는 남자의 말을 듣고 이 몸을 다시 구덩이에 눕힌다면 산 채로 묻힌다는 것이다.
‘깨어나자마자 다시 죽게 되는 건가.’
이 순간 망할 놈의 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신이 창조해 낸 어비스와 최종 미션을 깬 내가 소멸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쪼잔한 새끼.’
망할 놈의 신이 다시 한 번 떠오르는 순간이었고 마지막 내게 떴던 몬스터 테이밍 메시지 그대로 레드 드래곤을 테이밍 해서 신과 싸웠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 업과 함께 완벽하게 회복된 상태였는데.’
거기다가 신에 가까운 레드 드래곤을 조종할 수가 있었다. 그런 상황이었는데 나는 망할 놈의 신의 꼭두각시처럼 놈이 원하는 그대로 움직였다. 그게 가장 후회스러울 뿐이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있다면…….’
놈의 유흥을 위한 꼭두각시가 아닌 온전한 나로서 놈과 맞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 죽을 판이라는 것이다.
“큰바위!”
그때 늑대발톱이라 불린 남자의 뒤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내 시야에 보이는 원시인들이 길을 열어 주듯 비켜섰고, 큰바위는 나를 안은 상태에서 무릎을 꿇었다.
‘저 할망구는…….’
주술사처럼 보였다.
학교에서 원시시대에는 샤먼이 신의 대리자로 군림하면서 막강한 힘을 행사했다고 배웠다. 물론 지금 와서는 내가 학교에 다녔다는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말이다.
“안 죽었다. 봐라!”
나를 빤히 보던 주술사의 눈빛이 떨렸다.
“……죽었다.”
내가 눈을 뜬 것을 보고도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
‘뭐지 이거…….’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주술사 역시 늑대발톱이라고 불린 원시인처럼 다른 원시인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물론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니에요. 하늘님께서 아들을 잃은 저를 가엽게 여기셔서 다시 제게 돌려보내 주신 거예요.”
큰바위는 늙은 주술사에게 애원하고 있지만 말투가 살짝 어눌했다. 마치 아주 옛날에 봤던 말아톤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말투가 살짝 이상했다.
“……아니다. 하늘님께서는 절대로 거두어 가신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는다.”
“엄, 엄마…….”
“죽은 아이는 흙에서 다시 꺼낼 수 없다. 그냥 눈만 뜬 것이다. 눈을 뜨고 죽은 사람을 나는 많이 봤다.”
주술사도 늑대발톱이라고 불린 남자와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큰바위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눈동자에서 살짝 측은함도 느껴졌다.
‘이대로 가면 산 채로 다시 묻힌다!’
처음 어비스에 강제 소환이 됐을 때보다 더 큰 위기가 덮친 게 분명했다. 시작도 못 해 보고 생매장을 당해 죽게 생겼으니 말이다.
“죽은 아이를 꺼내면 끔찍한 병이 생긴다. 다시 묻어라.”
“다시 묻어라! 다시 묻어라!”
“다시 묻어라!”
“병이 생긴다. 그럼 다 죽는다. 더 많은 아이가 죽는다.”
“큰바위에게서 시체를 빼앗자!”
큰바위 주변에 있던 원시인들이 소리쳤다.
그리고 원시인들 중 하나가 마치 쥐새끼처럼 큰바위 뒤로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그 순간 큰바위의 눈동자가 변했다.
만약 큰바위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원시인들은 큰바위에게 덤벼들어 나를 생매장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젠장!’
큰바위가 저들의 협박에 굴복할까 봐 나는 초조해졌다.
원시인들의 입장에서는 죽었다가 깨어난 존재를 받아들일 수가 없을 거다.
병에 걸려 죽은 아이를 묻었다가 슬픔을 참지 못하고 땅에서 그 시체를 다시 파낸 부모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은 아이의 시체를 움막 비슷한 곳에 숨겼다가 전염병이 돌았을 수도 있다.
그런 경험들 때문에 묻은 시체를 다시 못 꺼내게 하는 것 같다.
“큰바위! 족장인 늑대발톱의 말을 들어라. 어서 아들을 다시 땅에 눕혀라!”
늙은 주술사가 꾸짖듯 큰바위에게 말했다.
“……그리고 같이 슬퍼하자.”
큰바위라고 불린 사내를 꾸짖듯 말하던 늙은 주술사의 목소리가 측은하게 변했다.
‘뭐지? 저 눈빛의 의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