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44
44화
“그렇지, 있지.”
아는 만큼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 곳이 원시시대다.
사실 처음, 산 초입이라지만 토끼나 다람쥐, 사슴 같은 초식 야생동물이 있어 한번 잡아 볼까 했다. 하지만 모든 야생동물이 다리새처럼 날렵하게 움직였고, 사냥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통발로 잡은 다리새나 가끔 캭이 물어 오는 토끼 정도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살짝 부족한 감이 있다.
“사구 나무일 것 같았어.”
지난 어비스에서 소환당하기 TV에서 봤다.
썩은 나무 안에는 꽤 큰 애벌레가 있다는 것을.
“사구 벌레가 많네.”
내가 TV에서 본 것보다 2배 정도는 더 큰 것 같다. 블랙 타이거 새우보다 더 큰 것 같다.
“오늘 저녁은 이걸로 해결해야겠네.”
똑같은 것은 매일 먹으니 물린다. 그렇게 사구 나무 벌레를 뚜껑까지 만든 대나무 통에 넣고 씩 웃었다.
스스슥! 스스슥!
그때 뭔가가 땅바닥에서 꿈틀거리더니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두더지다.”
두더지 고기는 맛이 없다고는 하지만 원시시대에 와서 못 먹을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독이 없다면 어떤 것이든 훌륭한 음식이고, 먹을거리다.
팍팍팍! 팍팍팍!
땅바닥이 꿈틀거리는 곳을 보고 돌도끼로 찍으며 땅을 팠다.
“젠장!”
놓쳤다.
-두더지 헌팅에 실패하였습니다.
메시지는 꼭 이렇게 내 헌팅 실패에 대한 확인 사살을 한다.
정말 오늘 저녁은 사구 벌레구이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도토리는 갈아서 물에 하루 정도 담가야 쓴 맛이 없어지니까.
“놓친 거야? 호호호!”
제비꽃이 재미있다는 듯 나를 보며 웃었다.
“예, 쩝!”
“우리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 못 하는 것도 있네.”
“그러게요.”
“그래도 사구 벌레는 많이 잡았네.”
“이게 사구 벌레인지는 아세요?”
“그럼 알지~. 악어머리 부족에 있을 때 많이 먹었어.”
제비꽃이 악어머리 부족이라고 하니 궁금해졌다.
“강해요?”
“뭐가?”
“악어머리 부족 말이에요.”
“아주 강해. 그리고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시집, 아니, 오셨어요?”
시집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을 것 같아 단어를 골랐다.
“늑대발톱이 나를 데리러 왔었어.”
제비꽃이 늑대발톱을 만난 일에 대해서 듣게 됐고, 나는 근친혼을 막기 위해서 남자는 여자를 구하러 원정대 비슷한 것을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강한 부족 족장의 딸인데 왜 늑대발톱이랑 짝이 되셨어요?”
“똑똑하잖아. 너 말고는 이 근방에서 늑대발톱이 제일 똑똑해. 아버지가 똑똑한 전사와 살면 오래 같이 산다고 하셨거든. 그리고 아주 똑똑한 아이를 낳는다고 하셨어.”
그렇게 말하던 제비꽃이 나를 물끄러미 봤다.
“왜 그렇게 보세요?”
“아니야. 아무것도. 도토리도 다 주웠는데 그만 가자.”
“예.”
“정말 똑똑해서 짝이 되셨다고요?”
늑대발톱이 원시인 중에서는 똑똑하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리고 잘생겼잖아. 호호호!”
불멸의 진리 하나를 알게 됐다.
어느 시대든 어느 곳이든 잘생기고 봐야 한다는 거다.
‘원시인도 미남 미녀를 좋아하네. 쩝.’
물론 원시시대의 미남 미녀의 기준은 현대와는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또 뭐 해?”
나는 큰바위와 늑대발톱에게 도토리 껍질을 벗기고 가루로 만들라고 하고 대나무 통의 밑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제비꽃이 궁금하다는 듯 내게 다가와 물었다.
“이런 것은 여자들이 하는 일이다.”
큰바위는 이런 잡일을 하는 것이 불만족스러운지 퉁퉁거렸다.
“하세요. 제가 아주 맛있는 것을 만들어 드릴 테니까요.”
“그래서 하고 있다.”
퉁퉁거리지만 맛있는 것을 만들어 주겠다니 군말이 없어진 큰바위다.
“대나무 통을 못 쓰게 왜 구멍을 뚫어?”
제비꽃이 다시 물었다.
‘알려 주면 다음에는 제비꽃이 만들겠지.’
내가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 그러니 하나하나 학습을 시켜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제비꽃이 먹을 것을 준비하겠다고 내게 말했지만 말렸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요리 방식은 도토리를 갈아서 반죽을 해서 돌판에 굽는 것이 전부고, 그렇게 하면 쓰고 맛이 없다.
‘정말 쓴 것을 잘도 먹는단 말이야.’
물론 원시인에게 먹을 것이란 맛보다는 배를 채우는 목적이 가장 크니 먹을 수만 있다면 어떤 것이든 먹는다. 하지만 똑같이 배를 채우는 게 목적이라도 조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그쪽을 더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제비꽃보다 내가 음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리 스킬도 띄워야 하고.’
요리 스킬이 뜰 때까지 이것저것 다 해 볼 참이다.
요리 스킬이 뜨면 요리를 위해서 칼질을 해도 검술 스킬이 생성되는 데 도움이 되니까.
* * *
“국수 만들어서 먹게요.”
“국수가 뭔데?”
“제가 만드는 거 잘 보고, 다음에는 제비꽃이 만들어 주세요.”
“알았어.”
제비꽃이 내 앞에 쪼그려 앉아서 내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봤다.
-생필품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목공예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국수를 만들 도구를 만들자 공예 스킬이 생성이 됐다. 사실 은근슬쩍 이 스킬이 뜨길 기다리고 있었다.
-대나무 채(하급)
대나무로 만든 채.
“이게 완성품이네요.”
“이게? 대나무 통을 못 쓰게 만들었는데?”
“네, 그렇게 보이지만 완성이에요.”
“음……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그러게요.”
내 신봉자가 한 명 더 늘었다.
첫 번째가 할머니고, 두 번째가 제비꽃이다. 이제는 계속해서 ‘왜?’라고 묻기보다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 추세였다.
척척! 척척!
나는 늑대발톱과 큰바위가 돌로 찍어서 곱게 간 도토리 가루를 물에 타서 반죽했다.
‘쓴 맛은 꿀물로 잡으면 되니까.’
오늘 내가 할 요리는 두 가지다.
도토리 국수와 사구 벌레 도토리묵이다.
아마도 원시인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먹지 못한 음식이 분명할 것이다.
‘호강하는 줄 아세요.’
척척! 척척!
나는 도토리가루로 반죽을 만드는 것까지 완성했다.
‘아쉽네, 밀가루만 있었어도…….’
밀과 쌀 그리고 옥수수를 발견하면서 인간은 번성했고, 수렵과 채집을 버리고 원시농경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밀과 쌀 등 곡식이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서 더 큰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의 팽창은…….’
밀의 팽창이라고까지 말했던 어느 헌터가 한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도 여유가 생기면 원시 밀이나 원시 쌀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은 끓고 있죠?”
“응.”
“찬물은요?”
“여기 떠 왔다.”
늑대발톱이 내게 말했다.
늑대발톱도 새로운 것을 먹게 된다는 것이 잔뜩 기대되는지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준비는 다 끝난 것 같다.
이윽고 나는 바로 걸쭉하게 반죽한 것을 들고 끓고 있는 대나무 냄비 쪽으로 걸어갔다.
“어떻게 하는지 잘 보세요.”
앞으로 국수 요리는 제비꽃 담당이다. 내가 주야장천 요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응.”
“이렇게 하는 겁니다.”
나는 걸쭉하게 반죽한 도토리 반죽을 대나무 채에 부었고, 도토리 반죽은 대나무 채의 구멍으로 쭉 떨어졌다.
“이렇게 하면 되고요. 다 삶아지면 바로 꺼내서 찬물에 헹궈야 합니다.”
그저 제비꽃은 놀라 멍해 있었다.
“어떻게 하시는지는 이제 아시겠죠?”
“응, 이렇게도 익혀 먹을 수도 있네. 그런데 왜 익은 것을 찬물에 담가?”
“면의 생명은 탄력이죠. 탱탱!”
“뭐?”
“이렇게 하면 더 맛있어져요.”
나는 바로 익은 도토리 국수 가락을 조심스럽게 찬물에 넣고 식혔다.
드디어 원시시대의 국수가 완성됐다.
‘아직 요리 스킬이 안 뜨네.’
이렇게까지 하면 요리 스킬이 뜰 줄 알았는데, 아직 뜨지 않았다.
‘완성하고 나면 뜨겠지.’
나는 작은 대나무 그릇에 도토리 국수를 담고 바로 차게 식혀 놓은 꿀물을 국수 위에 뿌렸다.
원래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내일쯤 만들어 먹을 생각이었는데, 원래 내가 성질이 좀 급한 편이고, 쓴맛은 꿀로 중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만들었다.
-현생인류 최초로 국수를 발명하였습니다.
-최초 발견자로 명성 수치가 10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요리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떴다.
역시 이 정도로 정성을 들여야만 요리로 인정을 받는 모양이다.
사실 요리 스킬이 뜨라고 이렇게 원시시대에 말도 안 되게 국수를 만든 거였다.
‘됐다.’
이제 곧 검술 스킬이 뜰 것 같다.
물론 검술 스킬을 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련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게 국수예요. 어떻게 만드는지 아시겠죠?”
“응, 나도 만들 수 있겠어.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제비꽃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고 웃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당연하지.’
원래 발견이나 발명은 대부분 간단한 것을 활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최초 발견자나 발명가는 역사에 이름이 남게 된다.
“앞으로는 저한테 제비꽃이 만들어 주세요.”
“알았다.”
“할머니! 한번 드셔 보세요.”
“또 내가 먼저냐?”
“물론이죠. 우리 하늘 부족은 무조건 나이 많으신 분부터 드시는 겁니다.”
-하늘 씨족의 기본 사상을 확립하였습니다.
-경로사상을 창시해 냈습니다.
-경로사상 창시로 명성 수치가 5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엉뚱한 메시지가 떴다.
‘허허허!’
메시지가 뜨는 순간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명성 수치가 상승했으니 나쁠 것도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말을 꺼낸 것뿐인데 기본 사상을 확립했다고 한다.
어쩌면 동방예의지국의 핵심인 경로사상을 내가 제일 처음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니지, 말도 안 돼. 그 나라가 만들어지려면 아무리 적어도 1만 년은 더 있어야 해.’
요즘 엉뚱한 메시지 때문에 가끔 엉뚱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때마다 피식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드세요.”
“오냐.”
“호로록 잘 넘어가시죠?”
“정말 맛나구나.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 만들어 준 것은 뭐든 맛있다.”
도토리의 타린 성분 때문에 쓴맛도 있을 것 같은데 무척이나 맛있게 먹고 있었다.
“하하하! 그러게요.”
식구들이 모두 맛있게 허겁지겁 국수를 먹었다. 그러나 사구 벌레를 넣은 도토리묵은 만들다가 실패하고 말았다.
진흙을 두껍게 바른 대나무는 도토리 가루가 묵이 될 때까지 버티지 못했다.
‘그릇을 만들어야 해.’
발명은 항상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법이라고 했으니까.
‘그래도 캭이 강하니 이제는 부락으로 가봐야겠다.’
3주가 지나는 동안 나는 매일 버릇처럼 바짝 땅바닥에 엎드리고는 강가를 살폈다.
‘오늘도 없군.’
네안데르탈인의 모습은 그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거의 습관처럼 한 행동이었다.
그 이후로는 제비꽃과 함께 도토리를 줍고, 먹을 것을 찾아 산을 헤맸다. 그리고 큰바위는 오직 대나무를 잘라 목책을 세우는 일만 했고 정말 사람의 입이 얼마만큼 나올 수 있는지를 큰바위가 여실히 보여줬다.
‘저기 가면…….’
거기에 가면 털가죽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약탈을 일삼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싹쓸이해 가지 않았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