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79
79화
“하늘 부족 족장은 이 연기를 마십니다.”
“뭐?”
“하나 드릴까요?”
늑대발톱은 땅속에서일어서가 알려 준 대로 다소 거만하게 굴었다.
“이거 못 마시면 우리 부족에서는 어른이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이제는 늑대발톱은 악어머리 족장에게 대놓고 도발까지 하고 있었고, 악어머리 족장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이걸 못 마시면 전사 취급도 못 받죠.”
“……그래?”
악어머리 족장의 눈빛이 변했다.
“귀한 겁니다. 원래 남 주는 물건이 아닌데 아시는 것처럼 저희가 어려워져서 가지고 왔습니다.”
“하나 줘.”
악어머리 족장의 말에 늑대발톱은 담배 연기를 한 번 크게 내뿜고는 한 손으로는 담배를 피우고 한 손으로는 담배통에서 다른 시가를 하나 꺼내 불을 붙여서 악어머리 족장에게 건넸다.
제법 능숙한 솜씨다.
여기 오기 전부터 애연가가 된 늑대발톱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깊게 숨을 마시듯 빨면 됩니다.”
늑대발톱은 불을 붙인 담배를 악어머리 족장에게 건네며 말했다.
“알았다.”
바로 악어머리 족장이 담배를 힘껏 빨았다.
“퀘에엑! 쿨럭! 쿨럭! 쿨럭!”
“독이다!”
옆에 있던 전사가 악어머리 족장이 침까지 흘리며 죽을 것처럼 거친 기침을 하자 도끼를 뽑아 들며 소리쳤다.
“독은 무슨! 독이면 나는 왜 멀쩡하지?”
악어머리 부족은 놀랍게도 독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움막 밖에 있는 땅속에서일어서도 분명하게 들었다.
“쿨럭! 나서지 마라!”
어느 순간 늑대발톱과 악어머리 족장의 물물교환은 기 싸움으로 번지고 있었다.
“예, 족장님!”
전사들이 다시 뒤로 물러났다.
“천천히 연기를 마시고 나처럼 뿜어내면 됩니다. 이걸 못 마시면 우리 부족에서는 애 취급을 당합니다.”
다시 한 번 악어머리 족장을 자극하는 늑대발톱이었다.
“쿨럭! 쿨럭! 알았다.”
악어머리 족장은 오기가 생겼는지 늑대발톱에 하라는 그대로 하면서 연기를 마셨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기침을 참으며 연달아 폐 속에 담배 연기를 집어넣었고,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띵해지는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휴우우우~.”
“좋지 않습니까?”
“오호…… 나쁘지는 않군.”
“이것과 여자를 바꾸고 싶습니다.”
늑대발톱이 미소를 보였다.
‘걸려들었어.’
* * *
‘독에 대한 개념이 있다.’
움막 밖에서 비녀를 깎으며 안에서 들은 이야기를 엿들은 결과, 악어머리 부족은 독의 개념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독에 대한 개념을 안다면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에 독이 발려 있을 수도 있다.
이건 좋은 정보가 분명했다.
‘일단 소강되었군. 비녀나 깎자.’
이제 뭉툭한 비녀의 끝부분에 연꽃만 세공하면 된다. 어느새 호기심이 생겼는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서 내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나한테 관심이 있나?’
대부분 여자들이다. 그리고 그중에 소녀들이 많다. 물론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다.
“꽃이야! 꽃! 어머, 예뻐!”
연꽃이 완성되고 있는 비녀를 보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에서 구경하던 여자들도 내가 만들고 있는 조잡한 공예품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고,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인간의 특성 중 하나인 호기심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 드는 것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이 또 모여들었다.
‘처음 만든 거라서 조잡하네…….’
하지만 여기에 모인 여자들은 모두 내가 조잡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대단한 것을 보듯이 눈을 빛내며 보고 있었다.
누구도 이런 것을 만든 적이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건 연꽃이야.”
“어머! 연꽃은 내 이름인데.”
연꽃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래서 만들었지 말입니다.”
연꽃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나를 보고 있는 연꽃의 눈동자는 반짝였다.
우선은 잘해 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연꽃도 무슨 이유에선지 나에게 잘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뭐?”
“거의 다 됐어.”
사사삭! 사사삭!
용의 뼈로 만든 단검이 있었다면 더 빠르게 비녀를 만들었을 것 같다.
-하급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메시지가 떴다.
-나무 송곳(하급)
나무로 만들어진 송곳.
찌르기 공격에 효과가 있는 무기다.
공격력 : 10
-목공예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무기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나란히 메시지가 떴다.
‘이것도 재미가 있네.’
역시 손은 움직여야 하는 거다.
‘좋았어.’
만들려고 했던 것은 비녀였지만 메시지는 나무 송곳이라 정의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송곳처럼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신기한 물건으로 보일 테니까.
-목공예 스킬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조금 더 정교하게 목공예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목공예 스킬이 빠르게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은 손재수 스킬이 이미 9성까지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기 때문일 것 같다.
“자, 이거!”
“이게 뭔데?”
연꽃이 반짝이는 눈으로 내가 내민 비녀를 보며 물었다.
“연꽃 비녀.”
“비녀가 뭔데?”
“머리를 묶고 고정시키는 도구지.”
메시지는 내가 만든 나무 비녀를 무기로 규정했지만 나는 공예품이라고 생각한다.
공격력이 겨우 10밖에는 안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
말을 해 줘도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항상 이렇다.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좋다.
“돌아 봐.”
“왜, 왜?”
내 말에 연꽃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자가 남자에게 돌아서고 등을 보이는 것은, 아니, 정확하게 말해 엉덩이를 보이는 것은 이 원시시대에서는 짝짓기할 때뿐이다.
“어허! 일단 돌아봐.”
연꽃이 우리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힐끗 보고 다시 물었다. 그리고 내가 돌아 보라고 할 때 다른 여자들은 묘한 눈빛으로 변했다. 마치 벌건 대낮에, 그것도 움막도 아닌 곳에서 짝짓기를 하면 그건 짐승이라는 눈빛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이 있는데…… 그리고 우린 아직 짝짓기 잔치도 안 했는데…….”
연꽃이 나만 들을 수 있게 속삭였다.
‘어이가 없네.’
하지만 우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여자들은 연꽃이 한 말을 들었을 것이다.
‘역시 원시시대군.’
살짝 민망했다.
“괜찮으니까 돌아서 앉아 봐. 내가 머리에 꽂아 줄게.”
“뭐, 뭐라고? 이걸로 내 머리를 찌르겠다고?”
연꽃이 더 놀라 내게 되물었다.
“내 짝의 머리에 구멍을 내가 왜 내? 어서 돌아 봐.”
“으, 으응…….”
연꽃이 마지못해 내게 등을 보이며 돌아앉았다.
나는 바로 연꽃의 머리를 하나로 모아 묶고 꼬아서 내가 만든 비녀로 꼰 머리를 고정시켰다.
“이러면 머리가 흘러내리지 않아.”
“와~.”
순간 구경하는 여자들 중에 감탄사가 터졌다.
원래 예쁜 것은 여자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이다.
겨우 나무토막으로 만든 공예품이 이렇게 감탄사를 터트릴 줄은 나도 몰랐다.
‘잘만 이용하면 대박을 치겠네…… 흐흐흐!’
“정말 예뻐!”
거울이 없어 연꽃은 자기 머리를 보지 못했지만 연꽃 주위에 몰려 있던 여자들이 하나같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연꽃, 정말 예뻐!”
“부럽다. 호호호! 네 짝은 손재주가 좋다.”
“부러워요. 연꽃이 너무 예뻐요!”
어떤 여자는 연꽃에게 반말을 했고, 또 어떤 여자는 연꽃에게 존댓말을 했다.
아마도 신분 서열이 분명하기 때문인 것 같다.
‘서열이 있어.’
아마도 이런 비녀를 만든 남자는 지금까지 없었을 거다.
그리고 여자에게 이렇게 살갑게 대한 남자도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다들 마초적인 성향이 너무나도 짙은 시대고, 우락부락한 남정네들만 있다 보니 나의 이런 모습은 여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원시시대에서 로맨티스트가 되려나?’
생각만 해도 웃겼다.
“정말 나 예뻐요?”
연꽃이 자신을 보고 예쁘다고 하는 여자들을 보며 되물었다.
“정말 예뻐!”
“나도 그거 가지고 싶어!”
“나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연꽃아! 네 짝에게 말해서 나도 하나 만들어 주라고 말해 줘.”
여자들이 비녀에 관심을 보였다.
“정말? 정말 나 예뻐?”
“정말 예뻐!”
다들 하나같이 예쁘다고 하니 연꽃은 자신의 모습이 궁금한지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이 예쁘다고 하니 기분이 좋은 듯 환히 웃었다.
“고마워! 나한테 이런 거 만들어 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미션 클리어.
이번에 발동한 미션은 쉬웠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명성 수치가 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아주 쉬운 미션이기에 레벨 업은 없었고, 그저 명성 수치만 5포인트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웃으니까 더 예쁘네.”
“정말?”
“내가 본 여자 중에 연꽃, 네가 제일 예뻐!”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여자들은 이런 말을 좋아하고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은근히 남자에게 강요한다.
송혜교가 예뻐? 내가 예뻐?
이렇게 묻는 여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절대적인 진리에 대해서 묻는 여자들이 한심하겠지만 남자라면 무조건 자기 애인이 예쁘다고 해야 한다.
절대적인 진리도 거스르게 만드는 것이 여자니까.
“얼마나 예쁜지 궁금해.”
“강가로 가자. 거기 가면 얼굴을 볼 수 있어.”
“맞아.”
연꽃이 나를 봤다.
“나, 얼마나 예쁜지 보고 올게.”
“마음대로 하세요.”
연꽃은 바로 일어나서 뛰어갔다.
“……저기요.”
그때 여자 하나가 내게 말을 걸었다.
“왜?”
“저도 하나 깎아 주면 안 되나요?”
“공짜로는 안 돼.”
“그럼 뭐 드리면 되나요?”
여자는 내가 만든 비녀가 정말 가지고 싶은 모양이다.
“맵다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땅에서 파서 10개를 가지고 와.”
여기서 생강의 이름은 맵다다. 그리고 나는 맵다를 찾으러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쟤들이 캐 온 것을 집에 가서 심으면 되지.’
역시 나는 이 원시시대에 와서 머리가 좋아졌다. 머리가 좋고 나쁘다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니 말이다.
“맵다를 10개요?”
“10개!”
“알았어요.”
내가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구경하던 여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저 여자들이 다 캐 오면 한 마대는 챙길 수 있겠다.’
악어머리 부족에 잘 온 것 같다.
연꽃도 만났고 또 생강도 찾았으니 말이다.
이제 저 안에서 물물교환만 잘 이루어지면 될 것 같다.
‘거래가 잘되고 있는 것 같고…….’
여자들이 맵다를 캐기 위해 여기저기 흩어졌고, 나는 다시 갈대로 만든 움막 안에 귀를 기울이며 나무토막을 주워 비녀를 깎기 시작했다.
“야!”
그때 내 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만든 놈이 나를 거만하게 ‘야’라고 불렀다.
“뭐야?”
나는 앉아 있었고, 놈은 서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큰눈이네.’
처음 만났을 때 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던 놈이다.
“……그거, 나도 하나 만들어 줘.”
정말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놈이다.
아마도 나랑은 웃고 지낼 놈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저놈은 연꽃의 오빠가 분명했다.
“공짜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