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66
365화. 저 말입니까?
아직 해가 다 뜨지도 않은 이른 시간.
청룡학관은 새로운 학기의 첫날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출근한 강사들과 일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봐, 저기…….”
“청룡신협이다!”
백수룡과 그의 동기들이 청룡학관에 들어서자 곧바로 수많은 시선이 쏠렸다. 그 시선은 대부분 백수룡을 향했다.
곧 기다렸다는 듯이 청룡학관의 선배 강사들이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나같이 얼굴 가득 친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백수룡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무림맹에서 혈교 첩자를 잡으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다들 정규직 강사가 된 걸 축하드립니다. 진작에 발표돼야 했는데…….”
더 이상 청룡학관에 백수룡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강사는 없었다. 처음에는 미심쩍게 보거나 못마땅해하던 시선들은 모조리 경탄과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이들도 결국 무림인이었다.
무림맹주에게 직접 새로운 십존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무림맹 총사범 지위까지 얻은 초고수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선배 행세를 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저 명성으로 신입 강사라니……. 잘 보이지 않으면 이제 우리가 쫓겨나갈 판인데.’
‘혹시 예전에 밉보인 것은 없겠지?’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연줄을 만들어 두어야 하는데.’
특히 과거에 백수룡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강사들은 이제 그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했다.
“예. 오랜만입니다.”
백수룡은 그런 강사들의 인사를 대충 받아 주었다.
평소 행실이 떳떳한 강사라면 애초에 이렇게 몰려와 굽신거릴 이유가 없기에, 강사들을 바라보는 백수룡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능력도 없이 연줄이나 만들어 보려는 자들을 선배라는 이유로 존중해 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다들 안 바쁘십니까? 오늘 전체 회의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게…….”
“크, 크흠!”
백수룡의 한마디에 말이라도 한마디 붙여 볼까 다가왔던 강사들이 좌우로 비켜서며 길이 열렸다. 백수룡은 느긋한 걸음으로 그 사이를 빠져나갔다. 창피를 당한 강사들은 속으로 화를 삭이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큽…….”
“풋…….”
백수룡과 함께 그들을 지나친 동기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방금 굽신대던 강사들 중에는 평소 선배랍시고 꼰대짓을 서슴지 않던 자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방금 말대꾸도 못 하고 비켜서는 거 봤어요?”
“형님. 이제 학관의 실세가 다 되셨네요.”
“앞으로 저희도 오라버니 덕 좀 보겠어요.”
백수룡은 동기들의 농담에 피식 웃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그는 동기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 왔음을 알고 있었다.
동기들이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은 백수룡과 친해서가 아니었다.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백수룡이 청룡신협이란 별호로 무림에 큰 명성을 떨치면서, 덩달아 청룡학관에 대한 관심과 지원금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내년 지원자가 몇 배로 늘어날 것이고, 자연스럽게 인력도 더 필요해질 것이다. 학관 측에서도 그걸 예상하고 신입 강사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것이다.
그러니 동기들의 정규직 전환에 백수룡의 영향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알면 잘해라.”
피식 웃으며 농담을 건넨 백수룡은 중간에 동기들과 흩어졌다. 다들 소속된 부서가 달랐고, 회의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백수룡은 매극렴을 찾아갔다. 그는 여전히 생활지도부 소속이었다.
매극렴은 마당에서 검술 수련을 하고 있었다. 거의 막바지인지 몰아치는 기세가 엄청났다.
후우우웅!
검을 따라 일어난 바람이 노인의 몸을 휘감는다.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돌개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비산해 흩어졌다.
평소와 다름없는, 한 자루 날카로운 검과 같은 모습으로 펼쳐 내는 매극렴의 검로.
그러나 백수룡은 매극렴의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음?’
칼날 같았던 기도가 묘하게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작지만 커다란 변화.
특히 매극렴 같은 노고수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설마…….’
매극렴은 딸과 의절한 후 오랫동안 심마를 겪었다.
시간이 흐르며 심마를 극복할 수 있었으나, 그 후유증은 오래된 지병처럼 남았다. 그것은 매극렴이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되었다. 백수룡도 치료할 수 없는 병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매극렴은 달랐다.
무거웠던 마음을 훌훌 털어낸 듯 발놀림은 가볍기만 했고, 엄격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날카롭던 검로에는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부드러움이 깃들었다.
‘벽을 넘었군.’
둑이 터지듯 한순간에 무공이 크게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극렴은 검의 기예에 있어서만큼은 백수룡도 존경할 만한 경지를 이룬 달인이었다.
심마를 극복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검기(劍技)를 갈고닦아 온 그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강해질지, 백수룡도 쉬이 예상할 수 없었다.
“후우우…….”
수련을 마무리하고 멈춰서서 호흡을 정리하는 매극렴에게, 백수룡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다가갔다.
“할아버님.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피식 웃은 매극렴은 허리춤의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철컥, 오늘따라 그 소리가 더욱 경쾌했다.
“늦겠구나. 어서 가자꾸나.”
“예.”
잠시 후, 조손은 함께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이미 꽤 많은 강사들이 모여 있었다.
“늦었군.”
남궁수가 특유의 서늘한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변함없는 얼음 같은 표정과 완벽하게 정돈된 옷매무새. 매극렴과 조금 다른 의미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
방학 동안 대체 무슨 수련을 했는지, 청룡학관 유일의 일타강사는 벼락을 담은 듯한 금안(金眼)과 범접하기 힘든 기운을 품고 돌아왔다.
남궁수와 눈을 마주한 대부분의 강사들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남궁수가 방금 백수룡을 노려보며 ‘늦었군.’이라고 시비를 걸었다?
다른 강사들이 보기에, 이것은 심상치 않은 신호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 학기 첫날부터 기 싸움인가?’
‘하긴, 남궁 선생 입장에서는 승승장구하는 백 선생이 탐탁지 않을 테지.’
‘한쪽은 차기 남궁세가주에 가장 유력한 사내, 한쪽은 십존이라니. 대체 어디로 줄을 서야 하나…….’
‘남궁 선생도 너무하는군. 그래도 가문의 은인인데 저렇게 죽일 듯 노려보다니.’
대부분의 강사들은 방학 동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남궁수는 평범하게 백수룡에게 말을 걸었을 뿐이지만, 남들 눈에는 금안으로 태워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강사들이 쓸데없이 잔뜩 긴장한 그때.
“별로 늦지도 않았구만.”
피식 웃은 백수룡이 자연스럽게 남궁수 옆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
“……!”
소리 없는 비명들이 회의실 안에 퍼져 나갔다.
저것은 청룡학관 유일의 일타강사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 아닌가?
주변의 놀란 시선을 느낀 백수룡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옆에 앉아도 되지?”
“우습군. 네가 언제부터 남의 허락을 받았다고.”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는 당장 꺼지라고 경고하는 듯했지만, 백수룡은 무시하고 계속 옆에 앉았다.
그 위험천만한 장면을 본 강사들은 바쁘게 눈빛을 교환하거나 전음을 나누었다.
[이러다가 사달 나는 것 아닙니까?] [남궁수 선생님. 지금 엄청 참고 계신 것 같은데…….] [말려야 합니다! 당장 칼부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요!]다들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가운데, 백수룡 옆에 앉은 매극렴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뜻 남궁수의 말투는 싸늘하기 짝이 없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딱히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묘하게 둘이 친해 보이기까지 했다.
“……묘한 일이군.”
다행히도 회의실 안의 터질 듯한 긴장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청룡학관주 노군상이 부관주 곽철우와 함께 회의실에 들어선 것이다.
“다들 반갑구려.”
푸근한 인상으로 강사들을 둘러본 노군상의 시선은 마지막에 나란히 앉은 백수룡과 남궁수에게 머물렀다. 그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 학기 학사 일정에 대해 몇 가지 공지해야 할 내용이 있어,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모여 달라고 부탁드렸소이다.”
강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에 절반 이상은 여전히 긴장한 표정으로 남궁수와 백수룡을 힐끗거렸다.
한동안 노군상의 이야기가 계속됐다.
“……그리고 올가을에 있을 청룡제, 수학여행은 각별히 주의해서 진행할 것이오. 혈교의 위협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지.”
“관주님. 수학여행은 취소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상황에 따라 그리해야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혈교의 위협에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을 터.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소. 또한 오대학관 합동 수업에 대한 제안이 왔는데…….”
이 학기에 있을 굵직한 학사 일정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백수룡은 따로 발언을 하지 않고 조용히 경청했다.
그가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노군상이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이 학기가 끝난 후에는 곧바로 천무제가 있소이다.”
천무제.
올해는 그 말이 주는 느낌이 달랐다.
지난 십 년 동안 청룡학관은 종합 성적 꼴찌를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분위기가 강사들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까지 퍼져 있었다.
“천무제 준비도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오. 올해는 진행위원회도 작년보다 빨리 꾸릴까 하는데, 선생들의 의견은 어떻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무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준비도 더 철저히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어진 노군상의 발언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백수룡 선생이 올해 천무제 진행위원장을 맡아 주었으면 하는데.”
““……!””
순간 모두가 나란히 앉아 있는 남궁수와 백수룡을 바라봤다.
작년까지 천무제 진행위원장은 남궁수였다.
그런데 아무리 공이 많다고 해도, 백수룡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는 것을 남궁수가 용납할까?
“저 말입니까?”
심지어 백수룡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미리 언질을 받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백수룡은 힐긋 남궁수를 쳐다봤다.
꿀꺽…….
다시 한번 회의실에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조용히 듣고만 있던 매극렴이 손을 들고 발언했다.
“진행위원장은 남궁수 선생이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백수룡 선생의 능력이 출중하고 청룡학관을 위해 세운 공이 많다고는 하나, 천무제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직은 그만한 책임을 지기에는 이르다고 생각됩니다.”
백수룡의 외조부인 매극렴이 그렇게 발언하자, 회의장에 약간은 안도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이어서 부관주 곽철우도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차라리 남궁수 선생이 진행위원장을 맡고, 백수룡 선생에게 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어떨지요. 두 선생이 합심하면 올해 천무제에서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둘 것입니다.”
나름의 타협안에 대부분의 강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노군상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이것은 남궁수 선생이 직접 내게 제안한 것이오.”
“예?”
“정말입니까?”
“어째서…….”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가운데, 남궁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번쩍이는 금안으로 좌중을 둘러보자, 웅성거림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남궁수는 특유의 서늘한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백수룡 선생이 입사 시험 때 했던 발언을 기억하실 겁니다.”
남궁수는 바로 옆에 있는 백수룡에게 시선도 주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청룡학관을 천무제에서 우승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모두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다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백수룡의 호언장담은 치기 어린 신입 강사의 헛소리로 치부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청룡학관이 정말로 우승까지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백수룡 선생님.”
남궁수는 비로소 고개를 돌려 백수룡을 바라봤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는 섬뜩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인이 한 말에 책임지길 바랍니다. 반드시 청룡학관을 천무제에서 우승시키십시오.”
“……!”
그 말을 듣는 순간, 많은 강사들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승 못 하면 그 책임을 물어 실각시키겠다는 뜻이구나!’
‘과연 남궁세가의 삼남으로 후계자 다툼에서 승리한 사내…….’
‘남궁수 선생.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대부분의 강사들이 남궁수의 무서운 계략(?)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서늘한 미소에서 신뢰를 발견한 것은 백수룡과 매극렴, 노군상 정도였다.
노군상이 껄껄 웃으며 물었다.
“백수룡 선생. 어떻게 하겠나? 물론 강요하는 것은 아닐세.”
이번에는 모두의 시선이 백수룡에게 향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학관의 일타강사가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다.
엄청난 기대와 부담감이 공존하는 자리.
만약 예상보다 못한 성적을 거둔다면, 그 책임과 비난은 모두 백수룡을 향할 것이다.
‘반대로 성공한다면 그 영광도 백수룡 선생이 차지하게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우승은 힘들지. 거절하는 편이 나아.’
‘승낙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
많은 이들이 비관적이었지만, 백수룡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실패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상정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겠습니다.”
백수룡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회의실 안에 있는 강사들을 죽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기회를 양보한 남궁수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맡겨 주십시오. 처음 약속한 대로, 청룡학관을 우승시켜 오겠습니다.”
그렇게 백수룡은 천무제 진행위원장으로 발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