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533
533화. 당신께서 왜
“끄응. 살살 좀 해라.”
거상웅은 허리의 상처를 단단하게 동여매는 손길에 낮게 신음했다. 응급조치를 끝낸 야수혁이 매듭을 꽉 묶으며 선배를 구박했다.
“침 좀 바르면 낫겠구만, 엄살은.”
“자식이. 네가 다친 거 아니라고 쉽게 말한다?”
“그러니까 누가 앞에서 설치다가 칼 맞으랬수?”
“싸가지하고는…….”
그러나 퉁명스러운 말투와 달리 야수혁의 표정은 어두웠다. 보기보다 거상웅의 상처가 깊은 탓이었다.
방금 단단히 동여맨 상처에서 벌써 핏물이 배어나고 있었다. 혈도를 점해 지혈했음에도, 무복을 길게 찢어 만든 붕대가 금세 붉게 물들었다.
캬앗…….
은호가 거상웅의 창백한 뺨을 핥으며 낑낑거렸다.
“녀석. 이 정도는 별것 아니다.”
씨익 웃은 거상웅은 은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경계하던 후배들이 걱정스레 그를 바라봤다.
“다시 움직이자. 분가 안쪽으로 가면 안전해질 거다.”
거상웅과 야수혁, 그리고 그들이 지휘하는 조에 포함된 학생들은 명부삼괴 중 채찍을 다루는 삼괴와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협곡이 무너지면서 포위망이 흔들렸고, 거의 다 잡은 삼괴는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이후 혼란 속에서 난전이 발생했다.
주변조차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어진 전장에서, 거상웅은 후배들을 수습해 하나로 모았다.
침착한 성격이 혼란 속에서 빛을 발했다. 충격에 빠진 후배들을 진정시키는 한편,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안전을 도모할 방법을 찾았다.
쿠르릉!
그때 협곡의 안쪽, 악가 분가의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다시 한번 천둥소리가 울렸다.
처음 들었을 때보다 확연하게 커진 소리.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거상웅이 그 방향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저쪽이군.”
청룡학관에서 저런 천둥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그래서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거상웅은 고민하지 않고 방향을 잡았다.
“우리는 남궁수 선생님과 합류한다.”
쿠르르릉!
천둥소리는 간헐적으로 들려 왔는데, 점점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었다. 마치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의 전조 현상처럼.
“선배. 지금부터는 내가 선두에 서겠수다.”
야수혁이 자리를 바꾸자고 했으나, 거상웅은 고집스레 고개를 저었다.
“너한테는 아직 삼 년은 이르다.”
“고집 부리지 말라니까 진짜! 그 꼴로 제대로 싸울 수나 있겠어?”
화를 낸 야수혁이 거상웅을 억지로 뒤로 밀어내고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턱.
등 뒤에서 어깨를 잡아채는 힘에 야수혁은 눈을 부릅떴다.
어마어마한 악력이었다. 용력을 타고난 야수혁조차 제대로 뿌리치지 못하고 멈춰 설 정도로.
“야수혁.”
후배를 뒤로 잡아당긴 거상웅이 낮게 말했다. 부상이 심하다곤 믿기 힘들 정도로 힘이 실린 목소리였다.
“이런 때는 선배가 앞에 서는 거다. 그러니 내 뒤로 와.”
“하지만…….”
“나중에 네가 선배가 되면, 그때 앞장서면 된다.”
야수혁은 거상웅을 노려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은호는 둘 사이에서 그들이 싸울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낑낑거렸다.
그러나 결국 야수혁이 한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났다. 지금은 의견 다툼으로 낭비할 시간조차 아까운 상황이었다. 선배의 말을 따르는 것이 맞았다.
“……젠장. 지금보다 더 다치면 기절시켜서 업고 갈 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그하하! 그럼 그때 부탁하마.”
낮게 웃음을 터트린 거상웅은 자연스럽게 일행의 선두에 섰다. 손등으로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 낸 그가 모두에게 말했다.
“가자.”
그 커다란 등을 노려보던 야수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뒤를 따라갔다.
거상웅이 야수혁에게 일행의 선두를 맡기지 않은 것은 단순히 자신이 선배여서라거나, 야수혁의 실력을 믿지 못해서는 아니었다.
지금 선두에서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싸우는 것이 아닌, 뿌연 흙먼지 너머에서 마주친 자들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살피고 대처하는 임기응변 능력이었다.
거상웅은 그런 감각만큼은 자신이 청룡오망 중에서 가장 낫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적이라면 최대한 피하고, 아군이라 생각되면 확인한 후 합류시킨다. 상인인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사람 보는 눈과 상황 판단 능력이 몇 번이고 위기를 벗어나게 도와주었다.
스윽.
조용히 멈춰선 거상웅은 흙먼지 너머의 인영(人影)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작게 말했다.
“……적이다. 전투 준비.”
함께하는 인원이 적지 않다 보니 피치 못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도 존재했다. 그럴 때마다 거상웅은 선두에서 가장 맹렬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지금 또한, 움츠렸던 몸을 포탄처럼 튕기며 적진으로 돌진했다.
콰아앙! 콰직! 우드득!
녹림투왕이 남긴 무공이 적들을 부수고 깨뜨렸다. 실전을 거듭할수록 맹호투의 위력이 점점 강해지고 정교해졌다.
그러나 혈교도들 또한 지독했다. 그들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무기를 휘둘렀다. 아무리 갑주를 두른 듯한 몸이라도 상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의 싸움이 끝날 때마다 부상자가 늘어났다. 부상이 심한 학생들은 부축을 받거나 업혀야만 했다.
특히 앞에서 학생들을 이끄는 흑백쌍웅은 점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갔다.
“수혁아. 넌 괜찮냐?”
“선배나 걱정하라니까.”
거상웅보다는 덜해도, 야수혁의 몸에도 상처가 무수했다. 그러나 둘은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면서도 태연하게 대화를 나눴다.
“……선배들이랑 지천이는 괜찮을까?”
“원강이는 마지막에 독고준이랑 같이 있었고, 천이랑 민이도 함께 있었으니 괜찮을 거다. 쉽게 당할 녀석들이 아니잖냐.”
“하긴…….”
불안함을 떨쳐 내듯 야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쿠르르릉-!
천둥소리가 가까워졌다. 조금만 더 가면 남궁수와 만날 수 있을 터였다. 흑백쌍웅이 지친 학생들을 이끌며 발걸음을 서두를 때였다.
“흐흐. 드디어 찾았구나.”
“……!”
들어 본 적 있는 목소리에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흙먼지를 헤치고 그들 앞에 나타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 그의 손에는 피에 젖은 채찍이 들려 있었다.
협곡이 무너졌을 때 포위망을 뚫고 달아난 삼괴였다. 그 과정에서 거상웅의 옆구리에 깊은 상처를 남긴 원흉이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삼괴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뒤로 함께 온 혈교의 무인들이 학생들을 포위했다.
삼괴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징그럽게 웃었다.
“킁킁. 네놈들은 특별히 내 손으로 직접 죽이고 싶어서 냄새를 쫓아왔다.”
그는 평소 자신의 채찍에 추종향을 묻혀 두곤 했는데, 일부러 적을 놓아주고 천천히 추격해 죽이는 괴벽 때문이었다.
협곡이 무너지면서 빈틈이 생겼을 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지만, 삼괴는 청룡학관의 애송이들에게 죽을 뻔했던 원한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혈랑대와 합류하자마자 역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일단 저 두 놈부터 잡아 죽여야겠다. 끼어드는 놈은 내 채찍에 찢겨 뒈질 줄 알아라.”
촤아악!
삼괴가 휘두른 채찍이 바닥을 때리자 선명한 자국이 새겨졌다.
“그러지.”
혈랑대에서 제법 지위가 높아 보이는 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부하들이 학생들에게 무기를 겨눈 채로 포위망을 유지했다. 우선 삼괴가 원한을 풀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빌어먹을…….”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서로를 바라본 거상웅과 야수혁이 빠르게 눈짓을 주고받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둘 다 같은 생각이었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당장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삼괴부터 죽여야 한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흑백쌍웅이 동시에 진각을 밟았다.
콰앙-!
진각에 평소처럼 큰 힘이 들어가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 어린 투지는 어느 때보다 맹렬했다.
“하! 건방진 애송이들. 내가 너희한테 또 당할 것 같으냐?”
삼괴는 킬킬 웃으며 채찍을 사납게 휘둘렀다.
처음 청룡학관의 포위망에 쩔쩔맸던 것은, 그것이 수십 명이 이룬 합격진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고작해야 후기지수 둘.
비록 자신이 내상을 입었다곤 해도, 애송이 둘 정도를 가지고 놀다가 죽여 버리는 것쯤은 간단한 일이었다.
“크흐흐. 먼저 허연 놈. 팔부터 하나 가져가마.”
대기를 찢어발기며 날아오는 채찍의 속도는 악가의 투창만큼이나 빨랐다. 그것이 거상웅의 오른팔을 노렸다.
몇 번이나 상대해 본 채찍이었다. 하지만 합격진의 압력으로 위력을 죽였던 전과 달리, 지금은 십대악인의 온전한 내공과 살기가 담겨 있었다. 아직 닿지도 않았는데 피부에 소름이 끼쳤다.
쐐애애액!
직격한다면 바위도 산산조각 내버릴 만한 공격. 지금 몸 상태로는 한 번을 받아 내는 것도 치명적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즉시 피하거나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거상웅은 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갈등했으나, 그의 눈에 단단한 각오가 어렸다.
‘한 번 피하기 시작하면 바로 수세에 몰리고 싸움이 길어진다. 차라리 뼈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후우웁-
호흡을 갈무리하며 날아오는 채찍의 궤적을 끝까지 응시한다.
팔을 노리겠다고 호언장담했으면서, 어느새 그 끝이 뱀처럼 움직여 허리를 노려온다. 거상웅이 큰 상처를 입은 부위였다. 속임수에 능란한 악인다웠다.
‘붙든다.’
거상웅은 스스로를 단단한 벽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고, 굳건하게 버텨 내는 벽.
그리하여 벽 뒤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지켜 내는 존재.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며, 일부러 허리의 상처를 노출했다. 채찍이 기다렸다는 듯 그 안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촤아아악!
채찍이 상처를 때리는 순간 피부가 터지고 핏물이 폭발했다. 상처를 동여맨 붕대가 찢겨 나가고, 기껏 지혈해 놓았던 상처에서 피가 콸콸콸 쏟아졌다.
“끄윽!”
하지만 그 대가로, 거상웅은 삼괴의 채찍을 붙드는 데 성공했다. 허리를 치고 빠져나가려는 채찍을 겨드랑이 사이에 단단히 끼우곤 두 손으로 붙잡았다.
“미친……!”
삼괴는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거상웅을 바라봤다.
설마 방금 그 공격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 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였다. 충격이 분명 내장까지도 닿았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고통에 바로 혼절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상웅은 창백한 안색으로 버티고 서서, 채찍을 단단히 붙잡았다.
피를 울컥울컥 토하면서도 여유까지 부렸다.
“벌레가 물었나? 조금 간지러운데.”
“미친놈! 붙잡아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짜증을 담은 삼괴가 채찍에 공력을 가득 밀어 넣었다. 상처를 헤집어서 아예 끝장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삼괴의 상대는 한 명이 아니었다.
거상웅의 곁을 스쳐 지나간 야수혁이 삼괴에게 달려들었다.
휘이익!
거상웅이 벽이라면, 야수혁은 도끼다.
상대가 어떤 거목이라 해도 찍어서 쓰러뜨려 버리는 저돌성과 타고난 야성.
순식간에 삼괴에게 접근한 야수혁은 손가락을 호랑이의 발톱처럼 구부렸다.
맹호혈조(猛虎血爪).
허공에 열 줄기의 날카로운 궤적이 새겨진다. 목덜미가 섬뜩해진 삼괴는 채찍을 놓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손톱 끝이 목을 스쳤다.
‘내가 막을 테니, 네가 쳐라.’
선배의 의지가 후배에게 닿았다. 야수혁의 눈에는 오로지 상대만 보였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집중력이었다. 거상웅이 만들어준 빈틈을 절대 놓칠 수 없었다.
“감히!”
낭패를 당할 뻔한 삼괴가 고함을 지르며 쌍장을 내질렀다. 한순간이나마 애송이에게 위축된 스스로를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명백한 실책이었다.
상대는 애송이가 아니라 천하제일의 외공과 근접박투술을 익힌 무인이었다. 분노에 눈이 멀어 스스로 이점을 버린 것이다.
야수혁은 구부렸던 손가락을 펼쳐 삼괴와 손바닥을 마주 부딪쳤다.
맹호파멸장(猛虎破滅掌).
녹림투왕이 창안한 신공절학이 그의 사손(師孫)을 통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퍼어어어엉!
손바닥이 찢어질 듯한 충격에 삼괴는 눈을 부릅떴다. 뒤늦게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어딜 가시려고?”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거상웅이 어깨로 삼괴를 들이받았다. 맹호붕산격(猛虎崩山擊)이 작렬했다.
“커허억!”
몸이 부서질 듯한 충격에 삼괴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흑백쌍웅은 그를 놔주지 않고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거리를 벌릴 시간만 준다면 언제든 전세가 역전될 수 있었다.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킨 야수혁이 발을 도끼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거상웅은 솥뚜껑만 한 손바닥으로 삼괴의 가슴과 복부를 연타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둘 다 맹호광란(猛虎狂亂)의 묘리를 담은 움직임이었다.
삼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애송이들을 바라봤다. 둘 다 온몸이 피범벅이었다. 삼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기세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초식이 점점 더 정교해졌다.
‘그 사이에…… 무공이 더 발전했다고?’
타고난 재능에 각고의 노력이 더해졌다.
흑백쌍웅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 부딪치며 숙련도를 높이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힘이 빠졌지만, 그럴수록 맹호투에 대해 깊게 통달(通達)하고 있었다. 육체와 정신이 한계를 넘어선 실전 속에서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영역에 이른 것이다.
“이봐! 도와…….”
삼괴가 뒤늦게 주변에 도움을 청했으나, 어째선지 혈교도들은 싸움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흑백쌍웅의 무공을 탐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빌어먹을 혈교 놈들! 전부 지옥에나 떨어져…….”
그것이 삼괴의 유언이었다.
흑백쌍웅의 주먹이 동시에 삼괴의 얼굴을 양쪽에서 후려쳤다.
콰지직! 뼈가 함몰되는 소리와 함께 삼괴의 몸이 축 늘어졌다. 즉사였다.
“허억, 허억…….”
“하아, 하아…….”
상처 입은 맹수 둘이 피를 뚝뚝 흘리며 남아있는 혈교도들을 노려봤다. 십대악인을 상대로 이겼지만, 둘 모두 피투성이에 당장 쓰러질 것처럼 힘겨워 보였다.
그때, 혈교의 무인들 중 지위가 가장 높아 보이는 자가 감탄한 듯 말했다.
“……그분의 무공이 확실하군. 그것도 온전하게 익히다니.”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저 둘은 반드시 생포해라. 저항이 거셀 테니 팔다리 하나쯤 자르는 것은 허락한다.”
혈교의 무인들이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하자, 숨죽이며 흑백쌍웅의 싸움을 지켜보던 학생들도 앞으로 나섰다.
“너희들은 이제 뒤로 물러나라.”
“부상자들은 뒤로! 싸울 수 있는 자들은 진영을 갖춰라!”
학생회의 쌍둥이, 유건과 유곤을 필두로 학생들이 싸울 준비를 갖췄다. 지위가 높은 혈교도가 선두로 나서며 말했다.
“나머지는 전부 죽여라.”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한쪽이 전멸하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살육전이 시작되려는 순간.
쿠구구궁……!
거대한 압력이 공간을 짓눌렀다. 대기가 일그러지며 풍경이 비틀렸고,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던 흙먼지가 다시 위로 솟구쳤다.
쿵.
가벼운 발 구름에 번진 지진의 파동에 무인들이 휘청이더니 무릎을 꿇었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었다.
“크윽……!”
혈교도들을 이끄는 우두머리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뿌연 흙먼지 속에서 걸어오는 거대한 사내를 발견했다.
“다, 당신께서 왜…….”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곧바로 의식을 잃은 그가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그를 시작으로, 다들 의식을 잃고 픽픽 쓰러졌다.
기세만으로 수십 명의 무인을 혼절시킨 존재.
거상웅과 야수혁만이 멍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사형?”
사호가 복잡한 표정으로 사제들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