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bi hwan The hunter salesman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너만 보며 사는 거 알지? >
제111화
“단장님! 차라리 우리가 확 빼앗는 건 어때요?”
“뭐?”
“인원도 얼마 안 된다면서요. 거기다 제대로 된 용병들도 아니고.”
단원 하나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붉은용병단의 단원이 70명. 이들이 마음먹고 용상단을 빼앗으려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그래서인지 일부는 대놓고 탐욕을 드러냈다.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간 내 손에 먼저 죽을 줄 알아. 이런 게 싫으면 분명 떠나라고 말했다.”
“에이… 그냥 한 소리죠…”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나지만, 랄프의 가슴에 돌덩이가 얹어진 기분이다.
오비환의 말대로, 붉은색이 용상단과 섞이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위약금 물어준 그를 호구라며 비아냥거린 놈들도 있었으니까.
“뭘 그렇게 인상 쓰고 있어. 말썽 피우는 놈들 있으면 내가 대신 족칠 테니까, 걱정하지 마.”
“하긴 넌 이미 당해봤지…”
랄프는 뜨끔하며 재빨리 한 발 뒤로 물러나지만, 화낼 줄 알았던 아리아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오비환인가 이름도 이상한 단장은 왜 이런 식으로 이동하라는 거야?”
애초의 계획은 인원을 분산시켜, 에드멀가를 은밀하게 통과할 생각이었다. 그게 가장 가까운 거리였으니까.
하지만, 오비환은 고개를 저으며 랄프에게 캐론을 통하라고 말했다.
“이곳 첫째 왕자를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에 대해 말해둔다고 했어.”
“장자인 리암 마이어스티? 그자를 안다고?”
“그렇대. 그러니까 더 안전한 길인 거지.”
“인맥 끝장나네…”
네빌이 패전한 이후, 캐론 왕국은 명실상부 사우스랜드의 최강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배하는 마이어스 가문의 장자 리암은 차기 국왕이 유력한 인물이다.
“좋아, 길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 눈길을 끌면서 이동해야 하는 거야? 사우스랜드에 소문 다 나잖아.”
70명이나 되는 인원이 무리 지어 이동하라는 말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붉은 용병 깃발까지 들고서 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거리고, 개중에는 전쟁에서 도망간 것을 비난하는 자들도 있었다.
물론 대놓고는 말은 못 하지만, 속닥거리는 눈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숨이 흘러나오지만, 이내 털어내며 아리아에게 작게 읊조렸다.
“뭔 생각이 있겠지.”
*
“붉은용병이 캐론에 있다는 소문입니다.”
“뭐? 미친놈들이네.”
에드멀가의 가주 데번이 코웃음을 친다.
“고작 부하들 열 명 죽었다고 전쟁터를 내빼는 것들이 무슨 용병이라고. 가만… 혹시, 이것들이 위약금 안 주려고 캐론으로 튄 거 아냐?”
“헉. 그럴 수도 있겠는데요?”
“흠…”
아직 용상단과의 관계를 알지 못하는 데번이다.
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70명이나 되는 붉은용병단에게 위약금을 받으러 가려면 최소 300명 이상의 병력은 이끌고 가야 한다. 꼴에 실력은 좋았으니까.
그런데 지역이 문제다. 캐론 왕국으로 그런 병력을 보냈다간 의심을 사기에 딱 좋은 시기였다.
가뜩이나 빼앗은 네빌의 영토를 두고 세 나라가 신경전을 벌이는 민감한 때, 자칫 불똥이 에드멀가에게 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랄프 그놈이 이걸 노린 건가. 그 정도로 대가리가 있는 놈은 아닐 텐데.”
똑똑했다면 자신에게 당했을까.
어찌 됐든, 위약금 2만 골드를 고민하던 데번은 이윽고 결단을 내렸다.
그 정도 돈이라면, 곧 얻게 될 영지에 비하면 무시해도 될 수준. 끝까지 받아내긴 하겠지만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니다. 지금은 에도리스 국왕에게 많은 영지를 얻어내기 위해 공을 내세워야지 흠을 보여선 안 되었다.
“일단 지켜보자고. 제깟 놈들이 가봐야 어딜 가겠어.”
“알겠습니다.”
보고를 끝마친 수하가 사라지고, 혼자 남은 데번은 붉은용병단을 기억 저편으로 밀어냈다.
대신 영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
“그럼 위약금을 안 주겠다는 겁니까?”
“누가 안 준대요? 천천히 주겠다는 거지. 받으러 오면 그때 주면 됩니다. 신경 쓸 것 없어요.”
잘크는 오비환의 잔머리에 혀를 내둘렀다.
붉은용병단 70명이 캐론을 지나치는 건 이미 소문이 쫙 퍼진 상태. 이 또한 오비환이 일부러 퍼트린 것이었다.
“최종 목적지인 용상단에 합류했을 때, 사람들이 놀랄 겁니다. 그리고 주목하겠죠. 전쟁물자에 이어 붉은용병단까지 흡수했으니까.”
오장길드가 매스컴을 타면서 커진 것처럼, 용상단도 이를 활용할 생각이었다.
다만 인터넷과 TV가 없는 이계라 그 파장이 미미하다는 게 아쉬울 뿐.
“그나저나, 숙소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건물 하나 새로 짓죠. 가능한 독립된 공간으로 분리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대신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함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편할 땐 싸우지만, 힘들면 또 끈끈한 의리도 생기니까. 그런 다음 흡수하죠.”
“크…”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잘크는 뚜껑이 있으면 열어서 확인하고 싶었다.
별 중요하지 않은 것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는 걸 보면, 머리 안에 몇 명이 앉아 회의라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건 그렇고, 붉은용병단 월급만 해도 한 달에 170골드입니다. 용상단까지 하면 식비에 유지비에. 못해도 400골드는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잘크의 죽는소리에 오비환은 머릿속에 계산기를 꺼내봤다. 한화로 치면 대략 1억이다.
130명 인원의 월급과 음식, 건물 유지비에 월 1억이면 현계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거다.
‘우리 박 부장님이 한 달에 투자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만데.’
하지만 재벌이 되기엔 턱없는 금액. 전쟁물자에 버금가는 덩어리가 큰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붉은용병단이 오기까지 한 달.
오비환은 현계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
차원문을 넘은 오비환은 오장길드를 찾았다.
박경미는 참지 못했는지, 아크릴로 만들어진 ‘포스’ 간판을 만들어 예쁘게 붙여놓았다.
며칠 전 갑자기 만든 것이었다.
“이제 회사 같네요.”
“신경 좀 썼습니다, 사장님.”
“길마님이 만든 A4 용지는요?”
“책상에 있는데, 필요하세요?”
“아니요, 불살라 버리게요.”
오비환과 박경미는 씩 웃으며 각자 차를 한 잔 만들고는 회의실로 향했다.
“현재 현금으로 환수한 금이 73% 정도 되고. 계좌에는 120억. 주식과 채권에 284억. 암호화폐 10억. 초월상사 지분 49%, 매직아트 지분 10%가 전부 포스 자산으로 되어있습니다.”
한 달 이자만 천만 원이 넘기 때문에, 대출은 갚아버렸고. 앞으로 현금화할 금까지 생각하면 자산이 700억을 웃돌았다.
자료를 만들면서 몇 번이나 감탄한 박경미지만, 지금도 숫자를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 50억 대출 때문에 은행을 찾아온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노트북을 보던 오비환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지난달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는데, 그 수익이 장난이 아니었다.
“지난달 32억을 벌어들이셨네요, 박 부장님.”
“요즘 주식 장이 좋거든요. 채권은 조금 기다려야 하고, 암호화폐도 괜찮긴 했는데 워낙 리스크가 커서 현금화 전까지는 두고 봐야죠.”
“약속대로 이번 달 인센티브 드리면, 3억 2천이네요. 선지급한 돈을 까고도 2천이 남다니, 대단하십니다. 박 부장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투자라는 게 손해 때도 있어서, 인센티브는 연 단위로 받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다 연말에 몇십억 한꺼번에 받으시려고요? 그냥 다달이 정산하세요.”
“…… 알겠습니다.”
박경미는 그녀 나름대로 감동하고, 오비환 역시 투자만으로 용상단 32개월 운영비를 뽑아냈다는 사실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오비환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길마님에겐 절대 비밀입니다. 이거 알면 저를 더 괴롭힐지도 몰라요.”
“당연하죠. 포스 자산은 포스꺼죠!”
박경미가 씩 웃을 때, 오비환의 핸드폰이 지이이잉거린다. 깨톡이 왔는데 조은유였다.
– 조은유 : 길드 왔다며? 회의 언제 끝?
– 오비환 : 지금 끝.
덜컥.
“깜짝이야. 톡을 보내자마자 문을 여시네.”
“문 앞에서 보냈거든. 근데 너 은근슬쩍 반말로 보내더라.”
박경미가 자리를 비켜준다며 회의실을 나가고, 조은유는 의자를 책상에 붙이곤 말을 꺼냈다.
“지난번 아프리카 파병 보상 말이야.”
“헌터연합 건이요?”
“어. 거기서 메일이 왔는데, 지역 세 곳을 제시했어. 기간은 2년이고.”
“어디 어디에요?”
“이거 노트북 써도 돼?”
“아니요. 저랑 박 부장님 외에 만지면 폭파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요.”
“뭐라는 거야.”
그러면서 노트북의 지도 사이트를 열어 위치를 설명한다.
“일단 러시아가 두 곳, 아프리카가 한 곳이야.”
“러시아가 좋겠네요. 거리상 가까우니까.”
거기다 기온이 낮아 냉동창고가 필요 없을 정도.
러시아 전체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헌터연합에서 제시한 지역은 오줌이 고드름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추운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까지 비행기가 없어.”
“이참에 전세기를 임대해야죠.”
“사체들은?”
“쌓아두면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 말이 듣고 싶었어.”
조은유는 양손으로 턱을 괴며 방긋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오비환은 문득 X헌터 집단, 흑천이 떠오른다. 소말리아 사건 이후 수개월이 지났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흑천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내가 흑룡길드를 찾아간 건 알고 있지?”
아프리카에 갈 당시, 흑룡길드는 전용기를 내주어 편의를 도와주었다.
“가서 추화종 어르신을 만나고 왔거든. 의외인 게, 그분이 너에 관해 묻더라.”
“저를요?”
국내 랭킹 2위의 흑룡길드 길마. 그런 자가 오비환을 알 리가 없을 텐데.
“나도 놀랐지. 그런데 알고 보니까 B급 승급 전을 지켜본 모양이더라고. 제일 인상 깊었대.”
“그게 언제 적 일인데요.”
“그래 봐야, 몇 개월 안 됐거든?”
“아무튼, 그래서요?”
“내가 부탁했지. 흑천하고 만나게 해달라고.”
“오호, 서로 알고 있나 보네요.”
“모를 리가 있겠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추화종이라면 알고도 남지.”
돈 버는 건 몰라도, 이쪽은 오비환의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다. 그는 아직도 영업사원의 관점과 인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쪽에서 막아준 대요?”
“우리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해주겠어. 그냥 전화 한 통화의 위력인 거지. 흑룡길드의 길마가 나를 알고 있고 자리까지 마련해준다니까 생각이 깊어진 거 아닐까.”
“흠.”
오비환은 흑룡길드와 흑천을 떠올리며 그가 추구하는 방향을 대입해 보았다.
아무도 건드릴 수 없을 만큼의 강력한 힘이야말로 최선의 방어이자 공격. 이는 오비환이 만들어가야 할 조직의 목표였다.
생각하는 동안, 조은유의 묘한 눈빛이 자신을 바라본다. 그는 헛기침하며 입을 열었다.
“레이드는 언제부터 가능한 거예요?”
“지역을 결정하면 바로 가능해. 던전이 곳곳에 널렸다고 하더라고.”
“무주지나 다름없다는 얘기네요.”
조은유가 고개를 끄덕인다.
“길마님이 조 편성하고, 그동안 저는 전세기랑 창고 좀 알아볼게요.”
“창고?”
“아프리카보다 수십 배는 더 잡아들여야죠. 그걸 처리하려면 지금 상태론 힘들어요.”
“그렇구나. 난 너만 보며 사는 거 알지?”
“보기만 하면 뭐합니까.”
“그럼 뭘 더 해줄까? 어?”
조은유가 얼굴을 들이밀자, 오비환은 질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누가 잡아먹냐?”
“모르죠…”
둘의 대화가 끝나고, 오비환은 박경미 차장에게 창고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부동산 쪽에도 조예가 깊은 그녀는 곧바로 사이트를 열더니 근방의 공장 매매 물건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공수해올 사체들과 붉은용병단에서 잡아들일 것까지 생각하면, 장원범 창고로는 턱도 없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사체들을 처리하면서, 오비환은 그동안 생각에만 머무르던 사업을 끄집어냈다.
포스의 첫 계열사. 그건 다름 아닌 몬스터 사체 처리 회사였다.
잘만 하면 장원범을 내세워 렉카몬들의 허브가 될 회사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며칠 후.
오비환은 장원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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