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217
1216화
157. THE SHOT (10)
2019년 6월 1일.
[ 크리스 브루사드, ” Game Set. 스퍼스가 우승할 것. ” – ESPN
[ 스테판 A.스미스, ” 사람들은 야니스가 약하다고 말한다. ” – ESPN ]
[ NBA 파이널 2차전 4쿼터에서 플래그런트2파울 -> 퇴장을 당한 야니스 안테토쿰보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당시 경기장에 있던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야니스는 완전히 멘탈이 붕괴되어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 ESPN ]
[ 라마커스 알드리지, ” 우린 모두 자신감에 넘친다. ” – Fox Sports South West ]
[ 폴 조지, ” 킴은 현 시점 NBA 최고의 선수. 그는 역대 순위를 논할 위치까지 빠르게 올라가는 중이다. ” – Fox Sports South West ]
[ 에토레 메시나, ” 킴은 시즌개막부터 지금까지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코트에 없으면, 우리는 그의 역할을 위해 최소 3명의 선수가 더 필요해진다. ” -ESPN ]
[ 줄리어스 랜들, ” 킴과 야니스 중 누가 더 좋은 선수냐고? 지금까지의 시리즈 전적 과 두 사람의 성적들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 – ESPN ]
[ 마이크 부덴홀저, ” 야니스를 향한 비난을 멈춰야 한다. ” – Yahoo Sports ]
[ 크리스 미들턴, ” 야니스는 항상 최고의 선수였으며, 최근 그에 대한 이야기들은 매 우 옳지 않다. 우린 그가 없는 상황에서도 강인하게 버텨나갈 것이다. ” – Yahoo Sports ]
[ 브룩 로페즈, ” 야니스는 MVP 레벨의 선수. 의심할 여지없다. ” – ESPN ]
* * *
* * x x * *
밀워키, 위스컨신. 레이크 드라이브 (Milwaukee, WI. Lake Dr.).
먼동이 떠오르기 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선 마이크 부덴홀저. 그는 잠깐 침대에 누웠다가, 곧바로 몸을 일으켜야만 했다.
“휴우우우-”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 상황.
패배는 항상 달갑지 않았지만, 원정시리 즈에서의 패배는 가끔 자신을 도망자로 만 드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딸깍-
아무도 없는 거실로 나와, 편안한 차림의 부덴홀저는 소파테이블에 발을 올려둔 채 로 TV의 화면을 켰다. 홀로 지내면서 느끼는 외로움에는 완전히 면역이 되었다고 믿는 그였지만, 가금씩은 참을 수 없는 감정 이 밀려드는 순간이 있었다.
눈썹을 긁적이던 손을 뻗은 부덴홀저가 액자 하나를 집어 든다. 거기에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부모님인 빈스와 리비 부덴홀저 (Vince And Libby Budenholzer).
마이크 부덴홀저의 아버지는 1997년 은퇴를 하기 전까지 애리조나에 있는 고등/ 대학교 농구팀의 코치를 약 25년 동안이나 이어온 분이셨다. 그런 아버지의 밑에서 자 란 부덴홀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농구를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비록 선수로써의 재능은 형편없었지만, 부덴홀저는 농구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그래서 그는 많은 코치들처럼, 빠르게 선수생 활을 은퇴하고 코치가 되는 방법을 택했다.
대학졸업 후에 택했던 덴마크의 바일레 BK(Vejle BK)팀에서 선수로 뛰다 곧바로 팀의 유스팀 코치를 맡았고, 이듬 해 곧장 미국으로 돌아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채 용공고에 응모해, 포포비치에 의해 코치로 채용이 됐다.
‘운이 좋았지, 정말.’
부덴홀저는 그렉 포포비치와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스승과 마음의 고향쯤으로 생각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돌아갈 장소이며, 만약 포포비치가 은퇴를 하고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번쯤은 스퍼 (SPUR)의 수 장이 되어 보고픈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밀워키에 애착이 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지난 두 번의 경기에서 당한 패배가 뼈아프게 느껴졌다. 당장 몇 시간 뒤부터, 자신은 야니스 없는 팀을 상상해야 만 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폽?’
만약 지금이 평범한 정규시즌의 한 중간 이었다면, 부덴홀저는 주저 없이 포포비치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렉 포포비치는 자신이 처음 애틀랜
타의 감독을 맡았던 시절부터, 틈나는 대로 전화를 걸어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 이었다.
그것이 불가능한 지금, 부덴홀저는 직접 그렉 포포비치가 되기로 결정을 내려 보았다. 밀워키 벅스의 감독인 그렉 포포비치는 과연, 현재의 샌안토니오를 어떤 식으로 상 대할까?
부상자들로 인해 전력이 약화되었다는 평을 들었으나, 막상 그들을 상대하고 나자 빈틈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사람 들의 말처럼, 올 해도 서부컨퍼런스 최상위 3개의 팀이 NBA 최고의 팀일 수도 있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휴스턴 로케츠. 여기에 덴버 너기츠와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 스도, 다전 제에서는 쉽게 꺾기 힘든 팀이었다.
여기에 OKC와 유타 재즈, L.A 클리퍼스 까지.
“…”
자신감이 끊임없이 추락한다고 판단한 부덴홀저가 퍼뜩 정신을 차리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NBA에서 승리를 자신할만한 팀은 없다면서 말이다.
다시 그는 중요한 부분에 집중한다.
‘대체 어떻게?’
직접 부딪쳐보고 나서야 느끼게 된 것이었지만, 다전제에서 만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강함은 정규시즌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과연 이 팀을 상대로 해서 7 번의 시리즈 동안 4번의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스퍼스에는 올 시즌 NBA 최고 수비수 Top 10에 들어간 두 명의 선수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게리 페이튼 후 명 맥이 끊긴, 가드 포지션의 DPOY를 노리는 중이었다.
거기에 지난 시리즈의 부진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라마커 스 알드리지도 있었다. 그의 부진과 컨퍼런스 파이널 마지막 두 경기에서 보여준 로테이션 제외는, 부덴홀저가 가지고 있던 가장 강력한 믿음의 근거였다.
허나 알드리지는 마치, 포틀랜드 시절처럼 슈팅을 꽂아 넣었다. 그에게 허용한 1쿼터의 실점들이, 초반부터 주도권을 빼앗기 고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여기에 제프 그린 역시도 많은 경험을 갖춘 베테랑답게 완벽한 퍼즐조각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코너에서의 3점 슛과 수비를 중심으로, 팀의 로테이션 상황에 맞춰 그 때 그 때마다 가장 필요로 하는 플레이들을 헌신적으로 펼쳐주었다.
‘그리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그가 우리의 계획을 부숴버리고 있어.’
높게 뛰어오르지 못한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그는 6-9(약 206CM)의 좋은 신장과 뛰어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운동신경을 지니고 있었다. 동체시력, 반사 신경, 코트비전, 판단능력, 순간적인 기지, BQ, 달리기와 체력 등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수치를 매겼을 때에는, 김민혁 보다 이러한 지표들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선수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포지션대비 빠른 스피드와 기술 또한 지 녔고, 드리블로 수비수를 돌파하는 장면들 이나 슈팅을 가져가기의 과정들도 매우 부 드러웠다.
어떠한 식으로 수비방법을 택하건.
어떠한 스타일의 수비수를 붙이건.
‘녀석은 모든 방법을 파훼할 수 있어.’
이마에 손을 얹고 있던 부덴홀저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얼굴을 한 차례 쓸어 내렸다. 1차전에서는 미로티치와 일야소바를 중심으로 거칠게 밀어붙이는 방법을 택했었다. 그리고 2차전에는 미들턴, 블래드소, DJ 윌슨 등의 다양한 스타일의 수비수를 로테이션했다.
하지만 그 결과 두 경기 연속 김민혁에게 트리플-더블을 허락했고, 팀 역시도 NBA 파이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못한 대패를 당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모든 공격이 시작되고.
그로부터 모든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It’s All Kim.’
과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도 [ ‘ It’s All LeBron ’ ]으로 불리며, 한 선수에게 많은 부분들을 기댔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 나 당시의 캐벌리어스는 르브론 제임스를 제외한 전력이 그리 강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러한 것은 당시 르브론이 뛰지 않았을 때의 팀 성적으로도 잘 증명이 되었다. 당 시 부덴홀저는 스퍼스의 코치를 맡았었고, 포포비치는 클리블랜드를 막는 방법을 코치들의 앞에서 설명해주기도 했다.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 것에 반색하며 기 억을 되짚어 올라가는 부덴홀저이지만, 그는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는 포기한 채 눈을 감아버렸다.
‘바로 그게 우리잖아.’
당하는 입장이 클리블랜드에서 밀워키로 바뀌었을 뿐 2000년대 중후반당시와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의 그렉 포포비치는 거의 똑같은 방법으로 벅스를 공략하고 있었다.
결국 부덴홀저는 다시 처음부터 생각을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이 후로도 몇 번씩이나 유레카를 외치려 고 했던 부덴홀저였지만, 그 때마다 번번이 그것을 파훼하는 김민혁의 모습이 떠올라 맥이 풀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에 날은 완전히 밝아졌고, 또 다른 가족사진에
있는 그의 네 자녀가 환한 미소로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작 현실에서는, 전혀 웃지 못하는 중인 마이크 부덴홀저다.
* * *
* * xx * *
샌안토니오, 텍사스. 스퍼스 레인. 메디스 타 코포레이션 Ltd, 샌안토니오 스퍼스 트레이닝 시설.
철썩-! … 철썩-!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들어선 연습용 코트에는, 웬 낯선 남자 하나가 농구공들을 잔뜩 늘어두고 슈팅을 던지고 있었다. 바로 반대편에 있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이곳이 처음이거나 기계를 작 동할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일반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이, 체 격적인 조건이라든가 슈팅을 던지는 폼이 너무나도 깔끔했다. 아직은 내가 들어선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는데, 천천히 한 쪽으로 걸어간 나는 가방을 땅바닥에 툭하 고 내려두었다.
쿵-
“응?”
그제야 내가 있는 곳을 돌아본 사내가 귀에 꽂은 에어팟을 뺀다.
“죄송해요. 제가 혹시 방해를 했나요?”
“방해라고? 아니, 전혀. 저쪽은 내가 써도 될까?”
“무, 물론이죠. 제게 허락을 안 받으셔도 되요. 아, 물론. 제가 허락할 부분은 아니기는 하지만. 크흠. 어쨌거나. 흠! 흠! 그렇게 하세요.”
“…그래. 좋은 시간을 보내.”
주차장의 입구에서부터 시작하여, 저쪽 문을 열고 나가면 있는 복도에서도 사람들 과 마주쳤었다. 그러니 저 남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허락을 받은 케이스였고, 그렇다면 굳이 내가 그의 연습을 방해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나는 바닥에 있는 농구공 하나를 집어 들어야만 했다. 바구니가 몽땅 비워져 서, 남는 농구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대강 멀리에서 슈팅을 하나 집어 던졌고, 림을 맞으면서 그대로 낙하한 농구공은 기계의 안으로 쏙 하니 들어가 버렸다.
아직 전원이 켜져 있지는 않아, 패스가 쏘아지지는 않는다.
‘자, 그럼 어디.’
플로어에 대가 철푸덕하고 드러누우니, 시원한 바닥의 감촉이 등에서부터 느껴졌다. 스태프들이 본다면 잔뜩 화를 내겠지만, 아무도 없으니 뭐 어떠한가 싶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지독히도 더웠다.
비나 한 번 내려주면 좋으련만.
그래도 계속 바닥에 누울 수는 없었던 관계로, 난 다시 몸을 일으켜 한쪽에 쌓아 둔 매트를 가져와 다시 그 위에 누웠다. 다 리를 움직여 허리를 뒤트는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몸을 푸는 작업을 신중히 이어나갔다.
철썩-! … 철썩-!
“…”
웜-업 과정에서 틈틈이 시야에 들어오는 모습.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슈팅이 꽤 괜찮았다.
‘신인…이겠지? 아마?’
지금 이 무렵 연습장이나 AT&T 센터에서 낯선 얼굴이 보인다면, 그건 거의 해당년 도 드래프티일 확률이 높았다. 난 이미 한 차례 신인들의 워크아웃 현장에 참여를 했었고, 며칠 전에도 올리버가 따로 워크아웃을 더 진행했었다고 들었다.
그러니 오늘이 아마 팀의 세 번째 워크아웃일 가능성이 높았고, 저 녀석은 시간을 잘못 맞추었거나 해서 구단 측에 요청해 몸을 풀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헌데, 잠깐.
설마 혼자인가?
물론 혼자서 워크아웃에 참여하는 경우 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동반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 일정과 스케줄
을 도울 에이전트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 이며, 특히나 요즘은 1라운드에 지명 될 녀석들은 거의 전부 동반객들을 달고 다녔다.
저기 저 녀석이 특이한 경우일 수도 있었지만, 나는 이제야 이곳에 짐을 놓아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라커룸은 외부관계자에게 개방하지 않으니, 그곳에 짐을 두었을 가능성은 없다.
“…”
호기심이 일어버린 나.
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켜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 슈팅이야.”
“?? 뭐라고 하셨죠?”
“좋은 슈팅이라고. 이름이 뭐지?”
“오-! 네. 카메론 존슨. 그냥 캠이라고 불 러주세요.”
“좋아, 캠. Wassup?”
“하하하.”
나의 인사가 조금 의외였는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인 캠이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내가 아는 캠은 상위권 지명이 확실시 되는 캠 레디쉬가 전부다. 그도 본래의 이름은 카메론 대신 애칭을 주로 시용했고, 여기 이 녀석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잠깐 고민하던 캠이 다가와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난 그것을 맞잡으면서 이곳에 혼 자 온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카메론 존
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사실은 어제 도착했죠.”
“어제라고? 왜 그렇게 일찍 온 건데?”
“NBA 파이널을 보려고요. 별로 좋은 자 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꿈이 거든요. NBA 파이널. 선수로써 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멋졌어요.”
“그거 다행이네. 망신을 안 당할 수 있었잖아?”
“망신이라고요? 그 반대죠. 당신은 정말 멋졌어요.”
어제의 기억이 나서인지, 카메론 존슨은 제법 순수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 러면서 그는 사실은 날 예전에 만났었다며,
UNC의 졸업반인 자신은 레드셔츠를 포함 대학에서 5년을 있었다고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 이 많았었고, 내가 NBA에 진출한 2016-17 시즌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제가 대학에 남기로 한 이유가 당신 덕 분인 거 아세요?”
“뭐? 설마—”
“진짜에요. 사실 소포모어 시즌 뒤에 NBA에 진출할 기회가 있었죠.”
“…”
소포모어 시즌을 일종의 브레이크아웃시즌(Breakout Season)으로 가져간 카메론 존슨은, 꽤나 좋은 인상을 NBA 스카우트에게 남겼다고 한다. UNC 소속으로 11.9 득점과 41.5%의 3점 성공률을 기록했고, 2 라운드 초반부쯤에 거론된 것이다
하지만 카메론 존슨은 주저 없이 대학에 계속 남는 선택을 했고, 이는 다소 부진했던 주니어시즌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대학을 졸업하겠다고 다짐했으니까요. 3학년 시즌은 좀 나빴지만, 조바심은 없었죠. 어차피 4학년 시즌이 중요하리 란 걸 알았으니까요.”
“좋은 생각이야.”
“네. 작년은 정말 당신을 많이 따라하려고 노력했어요.”
카메론 존슨은 졸업반 시즌 NCAA 최고의 슈터로 손꼽히게 되었다. 평균 16.9득점 과 45.7%의 3점 슈팅을 앞세워서 말이다. 아까 누워서 보기는 했지만, 이 친구는 꽤 빠른 릴리즈와 비교적 일정한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었다.
오프-더-볼이라든가 캐치&슛 상황에서 어떨지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슈팅에 관해서만큼은 재능이 보인다고 보더라도 무방했다.
물론 그것을 판단하여 실제 지명과 연관 시키는 건, 프런트의 일이기는 하다. 그저 만약 내게 또 의견을 물어올 상황이 생긴다면 솔직하게 답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끼이이-
“응?”
대화도중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올리버가 모습을 드러냈다. 면도를 하지 않은 순간부터 팀에 좋은 일이 생겨났다는 이유로 인해, 그가 기른 수염은 이제 얼굴 절반을 덖고 있었다.
스퍼스의 Fear the Beard 랄까?
중요한 건,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라리 맨얼굴일 때가 훨씬 더 나았다.
“응? 뭐야? 두 사람 벌써 친해진 거야?”
대화에 한창인 우리를 보며 다가온 올리 버가 카메론 존슨에게 말해 에이전트는 어 디에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캠은 오전에 그를 만나기로 했다면서, 곧 있으면 자신의 에이전트가 도착하여 일정에 관한 정보를 전해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슬슬 몸이 식어간다고 생각해 다시 웜-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할 때쯤, 다시 문 이 열리면서 또 다른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긴 했다.
“데이비드??”
카메론 존슨이 말한 에이전트.
그게 데이비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내 우수한 고객이 두 명이나 있군!!”
아아아…
저런 소리도 할 줄 알고.
데이비드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는 오전이다.
* * *
샌안토니오, 텍사스. 24152 웨스트 인터 스테이트 10, 루디네 바비큐(San Antonio, TX. 24152 W Interstate 10, Rudy’s Barbeque).
데이비드와 카메론을 다시 만난 것은, 나의 오전 연습과 마찬가지로 오전에 진행이 된 개별워크아웃이 끝난 점심시간쯤이었다. 난 샤워를 하고 나와 데이비드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내비게이션을 찍어 그가 보내준 주소로 이동했다.
루디네 바비큐라는 이름의 스테이크 하 우스는 주유소의 바로 옆에 있었고, 나는 소박해보이는 외관에 끌려 흐뭇한 표정으로 안에 들어섰다.
“오- 이런 세상에나….”
“음, 그러니까. 안 쪽에 일행이…”
“루디이이이 이-!!!!!!”
웨이트리스로 보인 붉은 머리의 여인이 안쪽을 향해 크게 소리친 순간, 식당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에 내게로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나는 휴대폰을 꺼내드는 사람들을 확인하게 되었고, 저 멀리 구
석진 자리에서 손을 흔드는 이도 보았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웨이트리 스에게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묻자, 그녀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어쨌든 허락을 했으니, 걸음을 옮긴 차례다.
“헤이. 뭘 시켰어요?”
“추천 바비큐와 소시지, 매쉬드포테이토, 그레이비소스, 빵. 또…”
“됐어요. 메뉴가 괜찮네요. 혹시 저를 위해 샐러드 하나만..”
“이미 주문해뒀지. 꽤 괜찮은 분위기야.”
“그러게요. 소박하고 또 사우스웨스턴스럽죠.”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알게 된 것이, 데이비드는 몹시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낄 낄거리다가 카메론 존슨에게 처음에는 어 땠는지 아느냐며 물었고, 마찬가지로 표정 이 괜찮았던 캠은 기꺼이 듣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호락호락하게 데이비드가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까발리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래서 난 화제를 얼른 바꾸고자 워 크아웃에 대해 물었다.
다행히도, 데이비드는 날 억지로 놀리려 고 들지 않았다.
“완전히 멋졌지!! 지금 이 표정들 안보 여?”
“네. 그 표정 보고 물었던 거예요. 넌 어 땠어?”
“좋았어요. 아침에 조금 몸을 풀어둔 게 효과가 있었죠.”
“내가 이 녀석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보나마나 일찍 일어나는 새 이야기 아니 에요?”
“바로 맞았어!!! 그거거든!!”
나직이 한숨을 내쉰 나는, 데이비드가 언 젠가부터 자신의 신인고객들에게 설명하는 ‘ 일찍 일어나는 새 ’에 관한 생각을 했다. 그는 항상 연습에 관한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나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끄집어내고는 했다.
알다시피 NCAA는 주당연습시간을 제 한시켜두었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팀 연습으로 쓰이기 때문에 개인의 시간을 쪼개어 훈련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습관화하는 편이다.
특히나 나 같은 경우에는 초반에는 미국의 교육과정과 영어수업을 별도로 진행하 느라, 남들보다 더 시간이 부족했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개인연습을 준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었던 거다. 팀 연습 후에 별도로 남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의외로 그리 많지 않은 숫자가 나처럼 연습에 대학생활을 투자하는 편이고, 의외로
많은 숫자가 재능에 의존해 팀 연습만으로 NBA 진출까지 성과를 이뤄내곤 한다.
“봤지? 넌 얘가 어떻게 밑바닥부터 올라 갔는지를 알아야만 해.”
“됐어요, 데이비드. 그 이야긴 지루하다니까요?”
“지루해? 하-! 천만에! 네가 지금 어떤지를 좀 보라니까?”
오늘의 데이비드는 약간 하이텐션이었다.
카메론 존슨의 워크아웃이 잘 되어서인 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기분이 좋으니 나도 덩달아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우린 여전히 좋은 에이전트-선수였고, 그보다 더 좋은 형제였으니까.
“좋아, 그럼. 어디에서부터 시작할까?”
카메론의 비행기 시간까지 허락된 시간 은약두 시간여.
그동안 이야기를 다 꺼내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