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316
2016년 6월 1일. 덴버, 콜로라도. 웨스트 10 애비뉴. 캠퍼스 레크리에이션-오레리아(Denver, CO. W 10th Ave. Campus Recreation-Auraria).
□ 2016 NBA DRAFT D-22
오늘을 시작으로 나는 6월 19일까지 이어질 총 7차례의 워크아웃을 위해 도시에서 도시로 떠나는 기나 긴 여정을 시작했다. 그 출발은 내게도 익숙한 콜로라도의 덴버였고, 짧은 비행 뒤에 택시에 올라타 약속 된 장소로 움직였다.
공항에서 내렸을 때의 덴버는 회색빛 하늘 아래로 빗방울을 계속해서 흘려보내는 중이었다. 바람도 제법 불었다보니, 탈렙은 이 날씨가 마치 나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영국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했다.
[ “하지만 분명 그런 날씨에도 매력은 있어.” ]언젠가 스테이시와 함께 영국 여행을 계획해보기도 했었지만, 우리는 원하는 여행을 하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에 금세 생각을 접기로 결정했었다.
아무튼, 펩시 센터 바로 남쪽에 자리한 콜로라도 덴버 대학교의 연습용 체육관이 너기츠와의 워크아웃이 펼쳐질 장소였다. 택시에서 내렸을 때에는 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적한 분위기였는데, 이건 솔직히 약간 의외였다.
비공개로 치러질 예정인 워크아웃이지만, 의 사람들이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부분도 신기했다.
[ “네가 실망을 할까봐 이야기를 안했지만, 사실 이게 진짜 워크아웃이야.” ] [ “진짜 워크아웃이요?” ]5월 31일부터 시작해, 드래프트 3일 전인 6월 20일까지 NBA의 모든 구단은 하루에 한 번씩 계속해서 워크아웃을 치를 수 있다. 픽을 보유한 개수에 따라 달라지기는 해도, 일반적으론 약 10회에서 15회에 달하는 워크아웃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란다.
헌데, 재즈가 NBA 사무국에 제출한 워크아웃은 계획은 8번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2라운드에 지명이 될 법한 남자들이 참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유타 재즈가 최근 이번 드래프트 픽의 활용을 가지고 내부적인 진통을 겪어왔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존재해 왔다는 게 데이브의 말이었다.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재능을 더 모으길 바라는 이들과 이젠 때가 되었으니 미래를 희생에 현재를 위한 투자를 하자는 이들이 치열하게 대립을 했다. 컴바인이 한창 진행이 될 무렵, 유타 재즈가 1라운드 픽을 트레이드 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고 한다.
데이비드는 나름대로 내가 재즈에 지명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판단을 내렸는데, 속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굳이 재즈의 워크아웃 제안에 응한 이유였다.
충분한 연습이 되었다는 나의 말은 진짜가 되어버렸다.
“기분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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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nver Nugget’s Private Work-Out
* Guest List
x. Group A
SF : Jaylen Brown(6-7/Top 7)
SG/PG : Jamal Murray(6-5/Top 10)
SG : Buddy Hield(6-4/Top 10)
SG/PG : Denzel Valentine(6-6/10 to 15)
SF/PF : Min-Hyuk Kim(6-9/10 to 20)
& Nugget’s Draft Pick : 7/15/19/53/56
& Team Concept : Rebuilding & Play-Off
& Team Needs : Depth of Wing, Shooting and Stretch
& Media Prediction : 3 Point Shooter, Big and Small Wing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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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 10 : 16
Nugget’s Pre-Draft Workout Schedule x. 1 : Meetings
데이비드가 말한 진짜 워크아웃의 의미를 조금 알 것도 같다.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부터 시작해, 워크아웃을 위해 투입된 스태프의 숫자. 너기츠 관계자들의 적극성과 참여도 역시 재즈와는 차원이 달랐다.
가볍게 몸을 풀고 곧장 드릴에 접어들었던 것과는 달리, 너기츠가 우리에게 알려준 워크아웃의 첫 번째 일정은 앞으로의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이었다.
“좋습니다. 비행 거리가 짧았거든요.”
“하하. 매년 그렇지. 일정은 어떻게 잘 짰나?”
“그런 것 같아요. 데이비드를 믿는 거죠. 그는 이전에도 경험이 있으니까요.”
“흐음-”
코트의 한쪽에 마련 된 의자에 앉아, 우리는 버디 힐드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인근에서 다른 차량의 사고가 나는 바람에 도로 한복판에서 꼼짝도 못하게 된 그는 에이전트가 부른 메신저의 픽시에 올라타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막 알린 참이다.
왜, 조셉 고든 래빗(Joseph Gordon Rabbit)이 프리미엄 러쉬(Premium Rush)라는 영화에서 맡은 배역 있지 않은가?
난 그것이 실제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팀은 서울에는 그러한 것이 없느냐고 물었고, 난 퀵-서비스라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줘야만 했다.
팀 코넬리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는 나를 다른 선수들이 조금 의아하게 쳐다보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나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만 덴젤은 흥미가 돋는다는 표정으로 우리의 대화에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난 비어있는 의자 두 개 중 하나를 치우라 말하는 팀 코넬리를 보았고, 그것에 관해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휘이- 진짜 가차 없는데?’
재즈와의 워크아웃을 퍼칸 코르크마즈가 완전히 망쳤다는 소문은 날개가 돋치기라도 한 것처럼,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 뉴스는 바로 어젯밤, 너기츠가 코르크마즈의 에이전트에게 워크아웃 초대를 취소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도록 만들었다.
듣기로는 어제오후에 이미 덴버에 도착해 쉬고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가 느낄 좌절과 실망이 얼마나 클는지는 상상조차 잘 되지 않는다.
“거기 두 남자는 언제까지 계속해서 휴대폰만 만져댈 생각인가? 이 대화에 끼기 싫은 건가?”
“…….”
“크흠, 죄송합니다.”
팀 코넬리에게 지적을 받은 제일런 브라운과 자말 머레이는 머쓱한 표정이 되어 휴대폰을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여전히 미소를 짓고는 있지만, 난 그의 눈이 전혀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내게 있어서는 저 두 남자가 덴버의 워크아웃을 받아들인 것이 조금은 의외였다. 어쩌면 7번째 픽을 본인들이 정해놓은 마지노선쯤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선수들은 에이전트와 상의해 계획한 드래프트 플랜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1번 픽이 확실시 되는 벤 시몬스와 같은 경우에는 필라델피아를 제외한 모든 NBA 팀들과의 워크아웃을 거부했다. 브랜든 잉그램 역시 필라델피아, 레이커스하고만 워크아웃을 치른다.
어차피 1번 아니면 2번으로 지명이 될 게 분명하니, 딱히 아래 순번의 팀들과 워크아웃을 해 힘을 낭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일 것이다.
‘아니면, 급했다거나.’
컴바인 후, 이 두 남자에겐 줄곧 나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Top 3로 평가받던 제일런 브라운은 태도(Attitude)에 관한 부분을 지적받았고, Top 7진입이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자말 머레이 또한 워크에씩(Work-Ethic/작자 주 : 운동에의 성실함)이 좋지 않다는 소문에 휘말려 있다.
이는 분명 두 남자가 컴바인이 진행되던 5일 동안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 때문일 것이다.
데이비드는 NBA의 남자들이 이런 유형을 다루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고 말을 했었다.
드래프트 상위 순번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상징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첫 루키 스케일(Rookie-Scale)기간 동안에 받는 연봉에도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1번 픽으로 뽑히게 될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최대 연봉은 대략 3,100만 달러(약 350억 원)에 달한다. 그리고 4번 픽일 경우에는 대략 2,200만 달러(약 248억 원), 7번 픽은 1,700만 달러(약 192억 원), 10번 픽은 1,400만 달러(약 158억 원)정도가 된다.
본인이 예상한 순번에서 밀려난다는 것은 단순히 자존심만 상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NBA에서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루키 스케일이 가지는 의미란 상당히 각별하다는 게, NBA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NBA에 지명되는 것이 목표인 이들과는 또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가 사는 세상 속에 좀 더 가까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최소한 우린 순서와 연봉을 신경 쓰며 살아가니까 말이다.
조엘이나 재비어, 듀렐은 어떻게든 드래프트 끝자락에 지명이 되거나 혹은 서머리그를 통해 로스터의 마지막에 진입하기를 바라며 지내고 있었다. 3일 간격으로 치르는 워크아웃을 고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에 비하면 난 새 발의 피다.
재비어는 오늘부터 시작해 4일 동안 연속으로 전미를 횡단하며 워크아웃을 치른다. 이틀을 쉬고 나면 다시 5일 연속으로 워크아웃을 가진다.
초대를 받았다고는 하나,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에이전트가 워크아웃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단 측에 허락을 구했다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더 지났을 때, 비로소 버디 힐드가 헐레벌떡 코트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그는 땀으로 잔뜩 젖은 티셔츠로 얼굴을 닦아내며, 팀 코넬리에게 상의를 벗어도 괜찮으냐고 양해를 구했다.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네. 어차피 운동복은 우리가 제공을 해 줄 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누가 여기에 있는 버디에게 마실 것을 좀 가져다주지 않겠나?!”
“…….”
팀 코넬리가 스태프이 지시하기 무섭게, 예쁘게 포개진 운동복 한 벌과 다섯 종류의 음료수가 담긴 바구니가 우리의 의자 앞에 놓여졌다. 이러한 것 또한 유타와의 워크아웃에서는 제공받지 못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팀 코넬리는 지루한 미팅이 될 테니, 덴버의 명물을 맛보며 이야기를 들으라고 말하기 까지 했다.
그러자 우리의 손에 그 유명한 의 애플초코파이가 쥐어지게 되었다. 햇사과에 막대를 꽂아 달콤한 초콜릿을 입히고, 그 위에 다양한 종류의 토핑을 얹은 명물 중의 명물이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설탕물을 입힌 사과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워-우. 이건 스테시에게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아.’
미국인들은 덴버를 두고 흔히 마일-하이 시티(Mile-High City)라 표현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달콤하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도심을 조금만 걷다보면, 여기저기에서 풍겨오는 디저트를 만드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나 역시도, 너기츠의 달콤한 환대를 받으며 워크아웃을 시작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일정에 대해 말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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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 02 : 26
Nugget’s Pre-Draft Workout Schedule x. 3 : Total Drills
벌써 세 번째로 만나는 스티브 헤스와 함께하는 워크아웃 드릴은 지금까지 내가 겪어왔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혹독한 것이었다. 그나마 잘 버텨오던 제일런 브라운도 결국, 백기를 들어 올리며 잠깐 휴식을 요청했다.
미팅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 된 드릴은 그럭저럭 할만 했는데, 식사 후에 이어진 이 Total Drill은 그야 말로 악몽 그 자체였다.
우리는 코트 곳곳에 배치된 기물과 사람을 이용해 덴버의 관계자들이 요구하는 플레이를 코트 양쪽에서 반복했다.
하프라인에서 시작해 수비수를 따돌려 드리블을 하고, 패스를 한쪽으로 보낸 뒤에는 가만히 서있던 남자에게서 농구공을 건네받아 곧장 2 : 2를 펼친다. 픽&팝을 통해 외곽으로 빠진 이를 향해 기물을 피해가는 정확한 패스를 던지고 나면, 또 하나의 패스를 받는다.
팅-!
“후우우-”
그러면 수비수 없이 몇 번의 드리블 후, 스텝백을 해 NBA 기준의 3점 라인 정면에서 슈팅을 하나 던져야만 했다.
난 빗나간 농구공을 보며, 잘 움직여지지 않는 걸음을 뗐다.
향할 곳은 코너 3점 위치다. 물론 이번에도 그냥 움직이지 않는다. 난 또 다른 덴버의 스태프들과 함께 2 : 2를 다시 한 번 했는데, 지금은 내가 스크리너가 되어 핸들러를 윙으로 보내며 테이프로 둘러진 원 안으로 정확히 자리를 잡아야만 했다.
철썩-!
“후우우-”
이번엔 다행히도 슈팅이 들어갔고, 난 다시 재빨리 움직였다.
3/4 코트 스프린트를 하듯 하프라인까지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 나가면, 임의의 장소로 향하게 될 농구공이 머리 위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난 이것을 잡아 외곽과 골밑에서 각각 저지를 시도하는 수비수를 따돌리고 마무리를 해야만 했다.
투웅, 철썩-
그럼 끝이냐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좋아. Go, Go, Go, Go.”
“……이익-”
절로 잇소리가 나오는 바람에,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또 다른 스태프의 앞으로 걸어갔다. 키가 작았던 그는 빠른 속력으로 크로스오버를 해가며 반대편 코트를 향해 달렸는데, 난 정면에 서서 그를 향해 계속 손을 뻗어가며 저지를 해야만 했다.
마지막에 레이업을 올려놓는 것까지 막아서고 나면, 비로소 하나의 과정이 끝난다.
“하악- 하악- 하악-”
“벌써 지친 건가? 다시 움직여! Go!”
다시 첫 번째 장소로 돌아가 농구공을 받으며,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길 벌써…….
‘까먹었어.’
분명 10번째까지는 세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약골들 같으니. 우리 팀의 녀석들은 이걸 30번은 우습게 해내단 말이다!”
“하아- 하아- 그거 거짓말이죠?”
“뭐?!”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버디 힐드는 간신히 스스로를 붙잡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스티브 헤스를 향해 거짓말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던 그는 덴버의 트레이너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곧 똥 씹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또 다른 패스를 하나 넘겨받았다. 왜냐하면 지금 그가 바라본 곳에 있는 남자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기 때문이다.
덴버의 미래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평을 듣는 개리 해리스(Gary Harri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리에게 먼저 시범을 보인 것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그는 처음과 거의 표정의 변화가 없다.
대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좋아! 약골인 너희들을 위해, 남은 숫자를 세 번으로 줄여주지!”
“……그거 정말 눈물 나게 고맙네요.”
“그럼 빌어먹을 고마워해야지.”
“……하하.”
윙크를 찡긋 보내는 스티브 헤스를 보며 내가 터뜨린 웃음은 결코 그가 귀엽다거나 해서가 아니었다. 분명히 몇 시간 전까진 사람으로 보였던 그가, 이제는 정확히 게임에서 나오는 디아블로(Diablo)의 모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고된 드릴 뒤에 또 다시 100여개의 슈팅을 던져야만 한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코트 곳곳에서 우리를 격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은 구단의 관계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신경 쓰이지 않았고, 그걸 생각해 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지금의 이 드릴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낼 뿐이다.
쿵-!
“응?”
내가 다시 한 바퀴를 돌았을 때, 결국 코트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버린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자말 머레이다.
“이봐!”
한계가 온 것처럼 보이는 그의 곁으로 덴버의 스태프들이 다가서지만, 머레이는 괜찮다는 말을 하며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다시 농구공을 건네받아 다음 동작을 이어갔다. 결국 시선이 오가고, 스티브 헤스가 워크아웃을 중단한다.
이곳에 있는 남자들 모두가 다 잠재적인 자산이었으니 만큼, 무리를 해가며 진행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그럼 대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은 뭔데?”
“…….”
마음 같아서는 덴젤의 말에 동의를 보내고 싶었지만, 사실은 나도 당장에 바닥에 드러누워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런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은 경쟁심이었고, 이는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였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가는 제일런 브라운의 걸음걸이는 마치, 뒤뚱거리는 오리와도 같았다. 반면 버디 힐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등을 대고 연신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우리도 가야지.”
“……그러면서 넌 왜 가만히 있는 건데?”
“그게 있잖아, 사실은.”
결국에 쿵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은 덴젤 발렌타인이 한계였다며 바닥에 드러누워 버린다. 그래서 나 역시도 다리에 힘을 풀고 스르르 주저앉아 버렸다.
이런 우리에게 다가온 덴버의 스태프들이 음료를 가져다주고 가벼운 마사지를 하는 동안, 한 구석에 모인 덴버의 관계자들은 무언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스티브 헤스도 어느새 저 무리에 포함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 때, 개리 해리스가 농구공을 퉁기며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다.
“정말 힘들었지, Huh?”
“Damn, 개리. 거의 날 죽이는 줄 알았다니까?”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나는 개리 해리스 역시도 미시건 주립을 졸업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내게 고갯짓으로 슬쩍 인사를 한 개리 해리스는 자신도 처음에 그랬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스티브 헤스와의 워크아웃은 신인들 사이에서 늘 악명이 높았고, 작년에는 그가 고관절 부상으로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올 해 신인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멀쩡할 수 있느냐는 덴젤의 말에, 개리 해리스는 언제나 최고의 남자들을 곁에다 두고 열심히 훈련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결국 어떤 방법이든 선택을 하게 될 거야. 안 그러면 버틸 수 없는 세계니까.”
“…….”
나는 지금의 말에서 뭔가 모를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슈팅 드릴이 있을 거니까 제대로 쉬어 두라고. 난 이제 돌아갈 거야.”
“돌아가? 어디로?”
“내일도 워크아웃이 있으니까! 내가 오늘 할 몫은 이걸로 끝났어. 마치고 연락하라고, Buddy. 알겠지?”
개리 해리스가 코트를 떠나고 난 뒤, 똑같은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백인 남성 하나가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곧 사람들과 친근하게 인사를 나눴고, 팀 코넬리와 마이크 말론 등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다.
기르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은 콧수염에, 커리어 통산 1582개의 3점 슛을 40%의 확률로 적중시킨 그는 16년차 베테랑인 마이크 밀러(Mike Miller)였다.
“좋아, 꼬마들! 그럼 어디, 다시 한 번 굴러볼까?”
“Oh, Please.”
절로 치를 떨게 되는 스티브 헤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덴젤 발렌타인은 괴롭다는 듯 외마디를 내뱉으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100개가량의 슈팅은 평소라면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개수이겠지만,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농구공을 원하는 장소를 향해 밀어 올린다는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익숙한 동작들이,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것으로 바뀐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고, 이내 덴젤에게 걸어가 손을 뻗었다. 하마터면 다시 주저앉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다.
“하아- 넌 다음은 어디야?”
“스퍼스, 멤피스, 올랜도, 보스턴, 디트로이트, 밀워키.”
“그렇군. 난 다음은 시카고야.”
“겨우? 난 6개를 전부 말했는데, 넌 하나만 말할 거야?”
“농담을 할 기운이 있는 것을 보니, 아직은 살만한가봐?”
“…….”
내가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서자,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렸던 덴젤 발렌타인은 먼저 가있겠다며 다른 선수들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난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언제 어떠한 순간이고, 농담을 할 기운은 남아있어야지. 안 그래?”
어쩐지 포포비치가 내게 말했던 의미를 조금은 알 것도 같은 순간이었다. 덴젤이 방금 내게 했던 말처럼, 농담을 할 기운이 있는 것을 보니 내겐 여전히 에너지가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더 호흡을 정리해 마이크 밀러와 다른 워크아웃 파트너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이크 밀러에게 인사를 건넸을 때, 난 그가 날 곧바로 외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답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개를 돌리는 그를 보았던 것이다.
내가 약간 늦은 것이 잘못된 것일까?
“응?”
곧바로 이어진 다음 순간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 코트를 빠져나가는 팀 코넬리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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