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344
2016년 3월 26일. 시카고, 일리노이. 웨스트 시카고 애비뉴. 럭스 온 시카고(Chicago, IL. W Chicago Ave. Luxe On Chicago).
얼음주머니를 얼굴에 가져다댄 올리버 루카스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붉은 머리의 여성을 쳐다봤다. 첫 만남에서 자신의 어깨에 멋진 펀치를 날린 이 후, 그녀는 늘 자신이 얼빠진 행동을 하는 순간이면 같은 행동을 하고는 했다.
차이점이라면, 이번에는 그 작고 앙증맞은(?)손이 자신의 얼굴로 향했다는 것이었다.
“어제 경기는 봤어?”
“……아니. 곧장 경기장을 나왔지. 대신, 이야기는 나눴어.”
“넌 정말로 머저리야. 그거 알지?”
“…….”
의 베테랑 기자이자, 전미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NBA/NCAA 블로그의 운영자이기도 한 조이 랭은 올리버의 가장 좋은 오랜 친구였다.
그녀와 함께하며 묘한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둘은 각자의 결혼 뒤에도 여전히 같은 관계를 유지 중이다. 심지어 올리버의 부인인 엠마 루카스는 조이의 대학 시절 단짝이기까지 했다.
늘 평범하고 상냥한 남편을 바래왔던 조이 랭에게 있어서, 올리버 루카스는 단 한 번도 이성으로 보였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물론 진실은 그녀만이 아는 것이지만 말이다.
“엠마는 뭐라고 해?”
“좋은 펀치였다고.”
“그야 당연하지. 그녀와 난 베스트프렌드니까. 잊었어? 아무튼.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냐. 대체 어쩔 생각이야?”
“그게.”
올리버는 Sweet 16이 펼쳐졌던 전 날, 다시 유나이티드센터를 방문해 정식적인 사표를 제출했다. 제리 레인스도프와 가 포먼은 바쁘다는 이유로 올리버를 만나려 하지 않았고, 시카고 불스의 치프 스카우트는 비서도 아닌 인턴에게 사표를 전달해야만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옹졸한 모습을 보인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올리버는 다시 한 번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
“일단은 해외로 갈까 생각 중이야. 엠마는 늘 여행을 그리워했거든. 나야 많은 곳을 다니지만, 그녀는 늘 시카고에 머물러야만 했으니까.”
“나도 알아.”
“안다고?”
“방금 전에 킴과 이야기를 하고 왔거든.”
“뭐?!”
“내 복장을 봐, 올리버.”
늘 출근을 할 때면 수트를 고집했던 데다가, 만나기가 무섭게 펀치를 얻어맞아 조이의 옷 차람을 신경 쓰지 못했던 올리버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현재 멋지게 어울리는 투피스 정장을 차려입은 상태였다.
심지어 에 면접을 가던 때에도, 조이 랭은 편안한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었던 사람이었다. 그제야 궁금증이 생긴 올리버가 질문을 던져온다.
“대체 무슨 일이야?”
“제리가 내게 새로운 직장을 제안했어. 믿겨져?”
“…….”
조이 랭과의 관계는 제리 레인스도프도 잘 아는 것이었다.
사표를 제출하고 겨우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카고 불스의 단장은 전(前) 치프 스카우트와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하나에게, 친구의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으라고 말한 셈이었다. 사람이 얼마나 치졸해질 수 있는 것일까?
이제 올리버 루카스는 짐작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시카고를 떠나는 건 찬성이야, 올리버. 여긴 멍청이들만 모아놓은 집단이니까. 평생 네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을 거야. 내가 열 받는 건, 네가 시카고를 관뒀기 때문이 아냐. 두 가지 때문이지.”
“펀치 두 방이 더 남아있는 거야?”
“안심해. 다음은 엠마에게 넘겼으니까.”
올리버는 생각했다.
과연 그녀는 지금의 이야기를 자신이 더 무서워 할 거라는 걸, 아는 것일까?
‘아마도 그렇겠지.’
조이 랭은 그만큼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우선 첫 째, 왜 다른 대안을 진즉에 만들어 두지 않은 거지? 네가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난 곧장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어.”
“사람들이라고?”
“뭐, 내겐 정보원들이 많으니까.”
“우- 네 외모에 푹 빠진 멍청이들? 윽-!”
괜히 쓸데없는 말을 보태는 바람에, 정강이를 걷어차인 올리버가 인상을 다시 찌푸린다. 얼굴이 일그러지자, 주먹에 맞은 부위가 다시 욱신거려 그는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아내야만 했다.
매를 벌었다는 엠마의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오고, 올리버는 이 두 여자에게 밉보였다가는 절대로 제명에 죽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도 널 모르더라. 아니. 이름은 알지만, 네가 불스에서 뭘 했는지를 모른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지.”
“……하하. 시카고 출신 중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던가?”
“넌 제리와 포먼이 모든 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했어. 그리고 존 팩슨도.”
“Three Idiots 말이로군.”
존 팩슨(John Paxon)은 시카고의 단장으로 재직하다, 2009년에 가 포먼에게 단장직을 물려주며 시카고의 사장직으로 승진을 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는 현(現) 시카고의 단장과 마찬가지로, 올리버의 공을 가로채가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덕분에 올리버 루카스는 다른 팀으로부터, 그냥 허수아비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심지어 조이는 [ “누구? 아, 그 시카고의 걸어다니는 시체 말이로군.” ] 이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해왔다.
자조적인 미소를 피워 올리는 올리버를 보며, 조이 랭은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는 정말로 유능한 남자였다.
그리고 조이 랭이 자신의 입으로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은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둘 째, 왜 도망치려는 거야?”
“……도망이라고?”
“그게 아니면 대체 뭔데? 엠마의 꿈을 위해서라고? 집어치워, 올리버! 그녀의 꿈은 너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거 정답이네, 조이.”
“…….”
어느새 주방의 입구에 기대어 선 여성이 자신의 남편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를 쳐다봤다. 9.11 테러의 현장에서 머지않은 곳에 엠마와 조이는 함께 있었고, 패닉에 빠진 엠마를 일으켜 세웠던 것이 바로 조이였다.
그리고 얼마 뒤, 엠마가 주저앉아있던 곳에 커다란 의자 하나가 떨어졌다. 그녀는 늘, 만약 조이가 아니었더라면 자신은 지금까지 살아있지 못했을 거라 말하곤 했다.
그래서 다소 지나친 지금의 발언을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젠 내가 할게. 알겠지?”
“……그래, 엠마. 미안해. 올리버? 넌 절대로 그냥 도망쳐서는 안 돼.”
가방을 챙긴 조이 랭이 아파트의 문을 열고나서고, 기대어 선 자세 그대로 있던 엠마 루카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올리버의 곁으로 다가왔다.
작고 앙증맞은 조이 랭과는 전혀 다른 유형인 엠마 루카스는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머리에 눈에 띄는 볼륨감을 지닌 여성이었다. 올리버 루카스는 단 한 번도 그녀의 몸매에 반했다거나 하는 말 따위를 하지 않았었다.
올리버가 엠마를 사랑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녀가 놀랍도록 강인한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훨씬 더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아주 가끔, 자신이 과분한 여성들에게 둘러싸였다 여겼다.
정작 사람들은 마치 모델처럼 보이는 이 부부를 부러워했지만 말이다.
“그거 알아, 엠마?”
“난 듣고 있어.”
“당신은 정말로 화끈한 여자야.”
“…….”
뜬금없는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엠마는 당황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녀는 올리버가 앉아있는 의자의 방향을 돌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특별한 대화 없이 시작 된 부부의 뜨거운 섹스가 끝난 뒤에, 엠마는 올리버를 품에 안고 말했다.
“시카고를 떠나자, 올리. 그리고 자기의 고향으로 가는 거야.”
“고향이라고?”
“응.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우리의 아이를 낳고 싶거든.”
“뭐?! 잠깐만, 지금 그 말은?”
화들짝 놀란 올리버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엠마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며칠 전에 병원에 다녀 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니, 지금 확실하게 즐겨둬. 조금만 더 지나면 난 완전히 마녀가 될 거니까.”
“…….”
사람들은 이들 부부가 아이를 가지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을 노력 해 왔다는 걸 알지 못한다. 심지어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은 조이 랭 조차도 말이다. 두 사람은 병원을 꾸준히 방문해 온갖 방법을 시도해왔지만, 2세를 가지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각자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 판단하곤,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한 부분을 온전히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뜻밖의 선물이 도착한 것이다.
“자기가 내게 구워준 스테이크를 기억해? 난 그게 다시 먹고 싶어졌어.”
“얼마든지, 하지만 지금은 아냐.”
“꺄악-!”
엠마를 안아 올린 올리버는 침실로 걸어가 그녀를 침대 위로 던져 버렸다.
“확실하게 즐길 준비가 됐어?”
“물론이지, 올리. 난 언제나 그랬어.”
지금 올리버에게는 시카고를 떠나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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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7일. 샌안토니오, 텍사스. 400 이스트 조세핀 스트리트. 조세핀 스트리트.
딸랑, 딸랑-
“죄송하지만 마감했……응? 이런 세상에나!!”
“미안하군, 너무 늦은 건가?”
“아뇨. 그게, 그러니까. 마칠 때는 됐지만, 어서 들어와요.”
조세핀 스트리트의 는 인근 지역의 주민들과 스퍼스를 광적으로 사랑하는 팬들에겐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현재 가게를 운영하는 당찬 여성인 마리아 던컨은 아버지인 토비 던컨의 뒤를 이어 2대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에 결혼할 남자친구와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 아이에게 또 이 가게를 물려 줄 생각이었다.
제법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고민했었던 그녀였지만, 다행히도 예비 남편은 던컨 가문의 새롭게 시작 될 전통을 인정해 주었다.
오히려 결혼 뒤에는 회사를 관두고 퇴직금으로 가게를 확충해 직접 뛰어들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마리아는 늘, 그런 남편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마감시간이 넘은 지금, 이곳의 가장 오래 된 단골 손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처럼. 그렇죠?”
“고맙네, 마리아.”
탁.
“응?”
“그리고 이건 선물일세.”
마리아는 바 테이블 위에 오른 물건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것은 스퍼스의 2014년 우승 반지였고, 개수는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
깜짝 놀라 질문을 던지는 그녀의 질문에, 모자를 벗은 희끗한 머리의 노인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늦은 결혼선물이라며, 이것을 가게에 장식해두거나 아니면 나중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남겨줘도 좋을 거라면서 말이다.
감동적이라는 표정을 지어보인 마리아가 노인을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깊은 감사를 표현한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No. 1 팬임을 자처하는 그녀는 늘 챔피언 반지를 가져보는 것이 꿈이었다.
특별한 스테이크를 구워 주겠다며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서고, 바테이블에 홀로 남겨진 노인은 몸을 돌려 늘 보아왔던 사진을 쳐다봤다.
“곧 있으면, 토비의 기일이 아니던가?”
“맞아요! 당신도 함께 갈래요?”
주방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목소리를 들으며, 노인도 조금 목청을 높였다.
“그러지! 그나저나, 사진을 오늘 새로 닦은 것 같은데? 전에 없이 매끈하군!”
“하하! 그렇죠?”
스테이크를 오븐에 집어넣고 돌아온 마리아가 며칠 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올 거라고 말해주었다. 사진 속에 있는 베일러 루카스의 아들이었는데, 그녀는 그가 시카고 불스에서 스카우트로 일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과거형인 그녀의 말에, 노인. 아니 윌리 팔라치오가 질문을 던졌다.
“였다고?”
“네, 관뒀다고 하지 뭐에요. 자세한 이야기는 오는 대로 하기로 했어요. 우-! 잠깐만요. 스테이크를 좀 살펴보고 와야 할 것 같아요.”
“…….”
힘겹게 기억을 끄집어낸 윌리는 올리버 루카스라는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얼굴을 본 적은 없었는데, 소문으로는 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윌리는 시카고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느냐고 자문했다. 제리의 꼭두각시 1호인 존 팩슨과 2호인 가 포먼이 버티는 불스는 윌리가 생각하기에, 스퍼스를 정확히 반대로 뒤집어 놓은 프랜차이즈였다.
아무리 충성심이라는 부분이 간과되는 요즘의 NBA이지만, 시카고는 마치 사전에서 충성심이나 그와 비슷한 단어들을 삭제한 것처럼 굴고 있었다.
그리고 윌리의 이러한 생각은 유나이티드센터로 곧장 이어졌다.
“대체 당신은 언제 돌아 온 거예요?”
“응? 얼마 안 됐네.”
“그럼 이번엔, 멋진 녀석은 찾은 건가요?”
테이블 위로 흰색 접시에 담긴 적당한 사이즈의 고기가 올라왔다. 사실 이것은 1/3인분 정도밖에는 안 되는 양이었는데, 윌리 팔라치오에겐 충분한 양이었다. 특별한 가니쉬 없이 소금과 홀그레인 머스타드만으로 고기를 먹는 게, 윌리의 방식이다.
고기가 저절로 썰려버린다는 표현이 정확할 만큼 부드러운 육질을 보며, 윌리는 자신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곤 한 입을 입에 머금으며, 풍부한 맛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느꼈다.
“음-! 언제 먹어도 끝내주는 맛이로군.”
“하하. 올리버가 오면 한 번 더 찾아와요, 윌리. 그가 저보다 고기를 더 잘 굽는다면 믿겠어요?”
“잠깐. 혹시 올리버라는 게, 예전의 그 꼬마인가?”
“응? 기억해요? 뭐, 당신이 이곳에 온 것이 벌써 25년도 넘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주방에서 고기를 구우며 노래를 불러대던 꼬마가 바로 올리버죠.”
“하-! 맞는 것 같군.”
세상이 참 좁다는 말 따위를 보탠 윌리는 다음에 꼭 한 번 더 찾겠다며 마리아에게 약속했다. 이제 다시 정리를 시작하는 마리아를 돌려보내고, 스테이크와 와인을 앞에다가 둔 그는 최근에 자신을 집안에 가둔 이를 떠올렸다.
오늘도 그는 버지니아를 상대로 또 한 번의 업셋을 보여주었다. 비록 1차적인 숫자나 겉으로 드러나는 활약은 전보단 덜했지만, 윌리는 내내 그의 플레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누군가는 이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윌리 팔라치온는 이번 버지니아와의 Elite 8이야 말로 김민혁의 장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40분 내내, 이 동양인 포워드는 코트 위에서 끊임없는 영감을 동료에게 전달했다.
Makes his teammates better.
NBA 역사를 통틀어 이런 평가를 받아왔던 선수는 매우 드물었다. 물론 이러한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다.
현재 밀워키 벅스의 감독인 제이슨 키드를 비롯해, 2000년대 NBA 최고의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 그리고 역대 NBA 최고의 빅맨인 팀 던컨 정도만이 이러한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마이클 조던은 이런 부분에서는 뛰어나지 못했다.
대신에 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동선수는 스스로의 힘만으로 단순한 승리가 아닌, 트로피를 안겨다 줄 수 있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이런 선수는 절대로 다시 태어나지 못할 것이다.
‘벗어나려고 하고 있군. 이번에도.’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속상했지만, 윌리는 자꾸만 피어오르는 미소를 억누를 수 없었다. 기껏 디트로이트의 18번째 픽을 획득해 잔뜩 앞서나갔다고 믿었건만, 이 꼬마는 이번에도 그것을 가뿐하게 뛰어넘으려 하고 있었다.
전미의 모든 관심이 WSU에 집중 된 지금, 그가 정확히 어디쯤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열기가 식고나면, 좀 더 제대로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정확히 자신이 있는 위치에 멈춰 설 수도 있겠지만, 윌리 팔라치오는 절대로 그렇지는 않을 거라 믿었다.
분명히 이 꼬마는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결코 위대하지 않아. 하지만 동시에 위대하지.’
윌리 팔라치오는 도무지 정의할 수 없었던 김민혁이라는 사람에 대해 한 가지 확신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이것은 그의 재능에 관한 부분이 아니라, 곁에서 보며 느낄 수 있는 삶의 의지에 관한 것이었다.
김민혁은 평범함을 위대하게 보이게끔 하는 힘이 있었다. 오늘 WSU의 선수들은 마치 메이저 컨퍼런스에서 뛰어 온 남자들처럼 보였다.
커다란 퍼즐조각 하나가 멋대로 모양을 바꿔가며, 주변에 흩뿌려진 작은 퍼즐들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맞춰 끼웠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정도로 재미있는 재능이라니까.’
“클클클클.”
고개를 푹 숙인채로 웃음을 터뜨리는 윌리 팔라치오의 얼굴에는 과거에 엿보였던 불안감 따위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다. 자신은 정말로 최선을 다했으니까. 이제 기댈 수 있는 것은 작은 기적과 그보다 조금 더 큰 행운이었다.
그것이 과연 자신에게 찾아올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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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5일. 오클라호마 씨티, 오클라호마. 100 웨스트 리노 애비뉴.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Oklahoma City, OK. 100 West Reno Ave. Chesapeake Energy Arena).
“그가 뭐라고 해요?”
“휴우-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라고.”
“……실망스럽지만 이해해야 해요, 샘. 왜냐하면 그가 옳으니까요.”
“하-! 지금까지의 케빈은 어땠지?”
“…….”
샘 프레스티의 지적에, 오클라호마의 어시스턴트 GM인 트로이 위버(Troy Weaver)와 마이클 윙어(Michael Winger)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그의 이야기가 옳았기 때문이다.
슈퍼스타와의 재계약을 앞둔 팀들은 일반적으로 1년 정도 전부터, 어느 정도의 정서적 교감을 이어가기 마련이었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기류를 느끼고, 팀이 가진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나간다.
허나, 계약 만료까지 약 80일이 남은 오클라호마 씨티 썬더의 에이스인 케빈 듀란트는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어쩌면, 우린 정말로 케빈 듀란트가 없는 썬더를 구상해야 할 것 같군.”
“…….”
모두가 속으로 한 번쯤은 생각했던 것이지만, 지금의 말을 샘 프레스티에게서 직접 듣는 것은 분명히 다른 종류의 충격이었다. 그 누구보다 이 프랜차이즈에 대한 확신을 가진 남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높은 확률로, 케빈 듀란트는 팀을 떠나게 될 것이다. 유일하게 그를 눌러 앉힐 방법은 우승이겠지만,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라는 거함을 넘어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은 이야기만 조금 해보자고. 만약 케빈이 팀을 떠났어. 어디로든 간다고 치지. 그렇다면 우린 뭘 해야 할까?”
“…….”
“Come On, Guys. 자네들은 내가 가장 신뢰하는 남자들이야. 그러니 뭔가 멋진 이야기를 좀 해보라고.”
“하아- 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러스의 잔류겠죠.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자산의 판매에요. KD 없이는 지금과 같을 순 없으니, 완전히 팀을 재편성해야죠.”
“리빌딩 말인가?”
“아뇨. 그냥 팀을 완전히 바꾸는 거예요.”
트로이 위버는 그 시작으로, 서지 이바카를 보내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을 했다. 여전히 그는 엘리트 샷 블라커이자 뛰어난 롤러(Roller)로 평가받지만, 그 기량은 확연히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데뷔 시절에 문제가 되었던 나이에 관한 이슈가 사실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 젊은 나이에 급격히 기량이 추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팀의 장기적인 플랜에 들어있지 않다면, 값어치가 가장 최고치를 찍을 때 판매하는 것이 옳았다.
“서지의 자리를 이번 베테랑을 대체하고, 백업을 드래프트로 구할 수 있을 거예요. 마퀴스 크리스나 우리가 눈여겨보는 도만타스 사보니스라면 좋겠죠.”
“흐음- 김민혁을 지명하고 그에게 케빈의 자리를 맡기는 건 어떻지?”
“그건 아니에요, 샘. 그 누구도 케빈을 대신 할 수는 없다고요.”
“…….”
샘 프레스티는 정말로 많이 김민혁에게 끌리고 있었다.
만약 케빈 듀란트가 팀에 남는다면, 김민혁은 오클라호마에게 부족한 벤치 득점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볼을 그렇게 많이 손에 쥘 필요가 없는 타입으로 변화를 택했기에, 러셀 웨스트브룩과의 공존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냉정해야 할 때였다. 케빈 듀란트가 오클라호마에 남지 않는다면, 그들은 역대 최고의 위기에 봉착을 하는 셈이 된다.
“트레이드를 먼저 구상해보지. 적당한 팀을 찾아봐야겠어. 로터리 내에서 서지 이바카에게 관심이 있으며, 동시에 우리에게 내어 줄 젊은 자산이 있는 팀 중에서 말이야.”
오클라호마의 드래프트 플랜은 케빈 듀란트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인해, 급격하게 요동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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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라큐스 업셋은 292-294화에 있습니다.
& 버지니아 업셋은 295-299화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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