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345
2016년 5월 11일. 시카고, 일리노이. 11 이스트 월튼 스트리트. 월도프 아스토리아 시카고(Chicago, IL. 11 E Walton St. Waldorf Astoria Chicago).
독일 출신의 프랑스 의사,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는 이렇게 말했다.
[ “성공의 커다란 비결은 결코 지치지 않는 인간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에는 쉼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쳐버려 스스로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일은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불과 십여 분 전, 시카고의 시내 한복판에서 방황하는 영혼을 만나고 돌아 온 윌리 팔라치오는 회의실에 앉아있는 이들에게 따끈한 프레첼을 전달했다.
“오-! 이거 좋은데요?”
“늦은 것에 대한 사과일세. 아무튼,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는?”
“그게, 그러니까.”
고문의 역할로 스스로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스퍼스 내부적으로는 이번 2016 NBA 드래프트의 진행을 윌리 팔라치오가 맡는 것으로 동의한 상황이다. 이들에게 몇 달 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많은 일이 있었던 이 끝나고 난 뒤, NBA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 된 팀들과 그렇지 않은 팀으로 나뉘어 각자의 숨고르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스퍼스는 플레이오프에 올라 현재 오클라호마와 2라운드를 치르는 중이었고, 2승 3패로 몰린 상황에서 내일 일리미네이션 게임을 치를 예정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을 갖췄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는 스퍼스의 분위기는 썩 밝지만은 않았다.
“피닉스가 손을 뗐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어차피 그들은 빅맨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까요. 리온의 사례도 있으니, 저렴한 금액으로 장기적으로 묶어 둘 자원이 필요하단 걸 느꼈겠죠.”
“올랜도는 유보라는 분위기에요. 샬럿은 킴에게 긍정적이지만, 딱히 견제의 대상은 아니죠. 다만 걱정은 밀워키에요.”
“밀워키?”
“네.”
외투를 정리하고 자리에 앉은 윌리를 보며, 1년 계약으로 시즌 전에 합류한 자크 본(Jacque Vaughn)이 목소리를 꺼내든다.
지난 시즌까지 올랜도 매직의 감독직을 역임했던 그는 그렉 포포비치와 윌리의 부름에, 기꺼이 샌안토니오로 향해 스카우트의 직책을 받아들였다. 많은 경험을 쌓은 자크 본의 존재는 윌리가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 스퍼스에 큰 힘이 되는 중이다.
“소문에 의하면 저스틴 재닉이 밀워키의 어시스턴트 GM으로 임명이 됐다고 해요. 시즌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고, 사실상 이번 드래프트는 그가 주도할 거라고요.”
“……존 해먼드가 드래프트에서 손을 뗀다고”
“믿기 어렵겠지만, 들리는 이야기가 그래요.”
“…….”
드래프트 컴바인 첫 번째 날의 결과는 김민혁 개인에게는 고무적이었지만, 18번째에서 그의 지명을 바라는 스퍼스의 입장에서는 매우 나쁜 것이었다. 모든 부분에서 NBA 팀들에게 좋은 점수만을 받을 숫자를 찍어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토너먼트를 통해 주가를 상승시킨 그이기에, 이번 컴바인에서 예상대로. 혹은 예상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민혁에게 큰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드러난 저스틴 재닉이 밀워키로 향하게 된 것이다.
만약 WSU가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는 밀워키가 10번째 픽으로 김민혁을 지명한다고 해서 결코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깜짝 놀라기는 하겠지만, 전혀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린 진지하게 PLAN B를 고려해야 해요, 윌리.”
“…….”
여전히 침묵 중인 윌리 팔라치오는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은 PLAN B가 가까이 왔음을 느끼고 있었다. 등을 돌린 채 억지로 외면하고 있는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제는 그만 포기하라고 하는 존재가 자꾸만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며, 윌리는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자는 이야기를 했다. 다만, 사람들의 사기를 위해 절대로 내뱉고 싶지 않았던 문장을 꺼내들었다.
“우선, PLAN B에 관한 리포트를 받도록 하지.”
어쩌면 김민혁을 지명할 수 없다고도 생각을 해왔었기는 하지만, 인정을 해버리는 것은 정말로 괴로운 일이었다. 이런 행동들이 모여, 희망이라는 단어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거대한 군단으로 성장해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윌리 팔라치오는 자신이 무엇보다 사랑하는 스퍼스를 위해, 현실을 똑바로 바라봐야 할 때라는 걸 잊지 않았다.
어쨌든 그에게는, 팀 스퍼스가 언제나 최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
Always Family First.
사랑하는 부인이 없는 지금 윌리 팔라치오에겐, 그의 조카가 근무하고 있는 스퍼스만이 유일한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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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2일. 솔트레이크 시티, 유타. 301 사우스 템플. 비빈트 스마트홈 아레나.
유타 재즈의 단장인 데니스 린지의 심기는 최근 매우 불편했다.
자신이 그리는 팀의 미래와 스태프가 그리는 팀의 미래가 자꾸만 엇갈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디에서부터 이런 부분이 시작 되었는지를 추적했고, 자신의 오른팔이라고 믿었던 저스틴 재닉과 팀 내 에이스인 고든 헤이워드가 그 원인이라는 걸 깨달았다.
“불만이 있다면 말을 하게, 저스틴. 우린 그동안 많은 것을 공유해 왔지 않나.”
“그게, 데니스. 전 지쳤어요.”
“지쳤다고?”
“네. 당신과 게일 모두에게요.”
“…….”
저스틴 재닉이 말한 게일 밀러(Gail Miller)는 자산 규모가 약 2천억 달러에 달하는 LHM 그룹의 CEO이자, 유타 재즈의 구단주인 여성을 말했다.
“우린 좀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 데니스. 제가 늘 말해 왔던 것처럼 말이에요.”
“하아- 저스틴. 난 정말로 똑같은 다툼을 반복하긴 싫네.”
“봤죠? 이게 당신과 이 그룹의 문제에요! 이건 다툼이 아니에요! 건설적인 대화이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당신은 귀를 닫고 거부하고 있죠. 겉으로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척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제 생각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요?”
“난 언제나 직원들의 의견을…….”
“God’s Sake, 데니스! 직원들이 아니라고요!”
스스로 호인(好人)인 척 굴지만, 절대로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늘 벽을 향해 말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한바탕 감정소모를 하고 나면 본인만 바보가 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저스틴 재닉이 생각하고 있는 데니스 린지는 그런 종류의 남자였다.
“바로 저라고요! 제 의견이라고요! 당신이 입 아프게 절 팀에 중요한 존재라고 말했다면, 단 한 번이라도 제 의견이 팀의 결정에 보탬이 됐어야 하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까?”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데니스 린지를 보며, 저스틴 재닉은 몸서리를 쳤다.
“저는 늘 말했어요. 우리가 원하는 게 단순한 리빌딩의 완성이라면, 우승은 평생 할 수 없을 거라고요. 워리어스를 좀 봐요. 클리블랜드를 또 보라고요. 우린 좀 더 많은 재능들이 필요해요. 어설프게 이를 터뜨리다가는 이도저도 아니게 될 겁니다.”
“우린 고든과 한 단계 더 도약해야만 해, 저스틴.”
“대체 누가요?”
“뭐라고?”
“대체 누가 그걸 원한다고 했죠? 고든?”
“…….”
“글쎄요. 제 생각에는 지금까지 고든이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손짓을 하며 그를 쫓아 보낸 당신이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눈에 띠게 불쾌함을 표시하는 데니스 린지는 간신히 그것을 참고 있는 듯 보였다. 평소라면 적당히 좋은 이야기로 그를 달랬을 수도 있겠지만, 저스틴 재닉은 이번에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미 밀워키 벅스에게서 새로운 직장을 제안 받았고, 그것을 곧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지금 데니스 린지의 호출에 응한 것도,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한지 겨우 5분 만에, 저스틴 재닉은 이것을 시간낭비라 판단했다.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게일 밀러와 데니스 린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예언을 하죠, 데니스.”
“지껄여 보게.”
“고든은 절대로 당신과 일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제가 잘 알죠.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 바로 저니까요.”
“나가게! 그리고 다시는…….”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잠깐의 기쁨을 맛볼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곧 깨달을 겁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저스틴 재닉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데니스 린지는 문을 나서는 순간에 들려온 목소리에 반응해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집어 던졌다.
벽에 부딪친 플라스틱 통이 부서지고, 그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씩씩거리며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데니스 린지의 귓가에, 저스틴 재닉이 떠나면서 내뱉은 마지막 문장이 생생하게 들려왔다.
[ “당신이 패배자라는 것을 말이에요.” ]패배자.
“빌어먹을 녀석 같으니!”
2007년부터 5년간, 스퍼스의 어시스턴트 GM으로 근무해 왔던 데니스 린지에게는 결코 익숙지 않은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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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5일. 시카고, 일리노이. 웨스트 해리슨 스트리트. 퀘스트 멀티 스포트.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인 그렉 포포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팀의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녀석에게 매료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은 팀 던컨의 드래프트 이 후 단 한 차례밖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이제는 그 숫자가 두 개로 바뀌었고, 그렉 포포비치와 스퍼스의 스태프들은 주인공이 떠난 뒤의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자격이 있는 팀과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고? 하-!”
“그 꼬마가 그렇게 말하기는 했죠.”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 앞에서 저토록 당당한 꼬마를 본 적이 없네, 티미.”
그렉 포포비치는 신인들에게 많은 출전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팀 던컨이나 마누 지노빌리, 토니 파커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 카와이 레너드도 첫 시즌에는 D리그를 몇 번이나 오가곤 했었다.
스퍼스의 전술이나 포포비치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신인들은 본인들 스스로가 이 검은색 유니폼에 어울리는 남자인지를 증명해야만 한다.
지극히 제한 된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늘,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문제는 NBA의 고된 스케줄이 이를 크게 방해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포포비치는 늘, 이 정도 시련을 이겨내는 남자만이 뛰어난 NBA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말이다.
“이보게, 빌.”
“네?”
비스듬히 의자에 앉아, 턱을 만지작대던 포포비치가 빌 에반스를 불렀다.
“자네가 잘하는 숫자로 대답을 해보게나. 녀석을 우리가 데려 올 확률은 얼마나 되지?”
“……비관적인 이야기는 하기 싫지만요, 그렉.”
“Come On, 괜찮네.”
“하아- 10%요. 아무리 후하게 봐도 그렇죠.”
“…….”
시즌이 끝나고 난 뒤, 포포비치는 R.C 뷰포드로부터 팀이 오래전에 한 가지 트레이드에 합의를 했음을 알려 주었다. 밀루티노프와 2라운드 픽을 피스톤즈에 넘기고, 이번 시즌 18번째 픽을 받아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포포비치는 이것이 윌리의 작품이라는 걸 대번에 눈치 챘고, 그 이유가 바로 김민혁 때문이라는 것도 알아챘다.
지난 12일 오클라호마 씨티 썬더에 패하며 시즌을 허무하게 끝낸 상처는 여전히 쓰라렸지만, 지금 빌 에반스에게 들은 회의적인 목소리도 못지않게 아팠다.
왜냐하면 자신도 이제는 김민혁이 팀 스퍼스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카와이는 좋은 농구선수이자 모범적인 리더였지만, 던컨이 가진 보컬 리더로써의 역량은 갖추지 못했다.
이것은 성격과 관련 된 부분으로, 카와이가 모자라다고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지금은 비록 마누 지노빌리가 남아있지만, 길어야 3년이었다.
또 다른 스퍼스의 전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말이다.
“우리가 조금 더 높은 픽을 획득 할 방법은 없나?”
“…….”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을 보며, 포포비치는 조금 낙심하게 되었다. 그는 마찬가지로 우울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팀 던컨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가 먹고 있던 감자튀김을 하나 입으로 가져왔다.
“빌어먹을 꼬맹이 같으니. 기왕 농구를 잘 할 거면, 1년만 더 늦게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 안 그런가, 티미?”
“오, 지금 가서 그 이야기를 전달하고 올까요?”
“뭐?! 그게 무슨! 아니, 됐어. 관두게나.”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던지는 팀 던컨을 보며, 포포비치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피식하며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갑자기 만담을 시작하는 두 남자를 지켜보던 빌 에반스는 생각했다.
‘지금 이 사람들 실성한 거야?’
대체 얼마만큼 굵은 신경을 가졌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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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0일. 샌안토니오, 텍사스. 400 이스트 조세핀 스트리트. 조세핀 스트리트.
지금으로부터 약 50일 전, 고향으로 돌아온 올리버 루카스는 임신한 부인과 함께 한가로운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집을 구하려고도 생각을 했었던 그였지만, 우선은 아버지가 살던 집을 보수해 머물기로 결정을 내렸다.
오랫동안 빈집으로 남아있던 곳을 공사하기 시작했을 때, 주위 꼬마들이 모조리 달려와 깜짝 놀라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 “봐봐, 지미! 유령의 집에 사람이 왔어!” ] [ “저 사람도 유령 아냐? 헤이, 콥! 가서 말을 좀 걸어봐!” ] [ “내가 왜?!” ]저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다 들린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일을 방해하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쥐어주기 위해 올리버는 망치를 든 채로 발걸음을 옮겼었다.
올리버는 잠시 뒤, 깜짝 놀란 얼굴로 찾아 온 아이들의 부모님에게 한참을 해명해야만 했다. 그래도 덕분에, 인근에 아직 남아있던 오랜 이웃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게 되었다. 아버지인 베일러 루카스를 기억하는 이들이 힘을 보탠 것이다.
덕분에 보름으로 예상했던 예전의 집 보수는 일주일도 안 되어 끝이 날 수 있었다.
그리고 호텔에서 짐을 가지고 돌아 온 부인과 함께, 그는 그 날 밤 를 찾았다. 자신을 도운 이웃들과 함께 이곳으로 와, 스퍼스의 경기를 보며 음식과 술을 즐겼던 것이다.
“이봐, 올리버! 내년 우리 스퍼스는 어떻게 될 것 같나?”
“하하. 그야 모르죠!”
“Come On!! 자네는 불스에서 근무를 했지 않나? 신문이나 TV만 보는 나 같은 나부랭이보다야 더 잘 알겠지!”
탁-!
“…….”
최근 올리버는 친 누나처럼 따랐던 마리아를 도와 의 주방에 서기 시작했다. 기존에 근무를 하던 멕시코인 주방장이 불법체류자로 연행되어 추방을 당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까를로스 델 리오(Carlos Del Lio)라는 가짜 이름을 사용하는 좋은 남자였었는데, 다행히도 그의 공백을 느낄 틈도 없이 올리버가 나타난 것이다.
그의 잘생긴 외모에 이끌린 젊은 여성 고객이 늘어났다는 점도 마리아에겐 좋은 부분이었다. 다만, 올리버의 반지를 보곤 실망해 곧 발길을 끊어버렸지만 말이다.
테이블에 앉은 노인에게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내민 올리버 루카스가 앞지마에 손을 닦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티미와 마누가 팀에 남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하-! 티미는 절대로 여길 떠나지 않을 거야! 반지를 하나는 더 끼워야지!”
“하하. 제 말이요. 마리아! 주문은 이제 더 없는 거야?”
팀 던컨의 은퇴를 아는 것은 현재는 스퍼스의 관계자들뿐이다.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을 거라는 마리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올리버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고기 두 덩어리를 팬에 올렸다. 녹인 버터에 다진 마늘을 아주 살짝 첨가하고, 타임과 로즈마리, 소금, 후추로 시즈닝을 한 고개를 얹는다.
센 불에 겉을 바삭하게 익히고 나면, 그 뒤에는 180도로 예열이 된 오븐에 넣어 15분을 더 익히면 된다. 중간마다 오븐을 열어 버터와 육즙이 섞인 소스를 끼얹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딸랑- 딸랑-
“오늘은 마쳤……응? 이런! 올리버?!”
“왜?!”
“미안한데, 스테이크 하나만 더 구워줄 수 있겠어?”
“…….”
“아니야. 두 개야!”
“그러지 뭐!!”
마칠 시간이 되었음에도 손님을 받는다는 것은 단골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 곳 는 지역의 가장 오래되고 멋진 스테이크 식당으로써, 단골들에게 늘 상냥한 장소로 남아있었다.
자신도 이런 문화를 잘 알고 있었기에, 올리버는 기꺼이 좀 더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집에 혼자서 있을 엠마가 걱정되긴 했지만, 20분 정도 늦는 것쯤은 이해를 해 줄 것이라 믿었다. 우선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조금 늦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는다.
“가니쉬는 하나는 소금과 머스타드면 돼.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걸로.”
“예압-!”
깨끗한 접시를 따뜻한 물에 담가두며, 올리버는 냉장고의 앞으로 걸어가 아스파라거스와 가지를 꺼내들었다. 매쉬드 포테이토는 모두 동이 난 상황이었기에, 가니쉬는 매우 간소한 것이 될 예정이었다.
마감 시간이 식당으로 찾아온 만큼, 이러한 부분은 손님도 이해를 해야만 한다. 대신 올리버는 방울토마토를 1/4로 잘라 오일로 달아오른 팬에 집어넣었다.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와 냄새가 감각을 자극할 무렵, 주방 밖에서 낯선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내년 스퍼스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응? 이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제가 그 질문만 열 번도 넘게 받았다는 걸 아세요?”
“하하. 운명이라 생각하게. 자네가 이곳에 있는 한 그 질문은 멈추지 않겠지.”
“그럼 전 늘 하던 대답을 해야 할 것 같네요! 팀 던컨과 마누 지노빌리가 어떠냐에 따라 다를 거라고요!”
팬을 달구던 불을 내리고, 오븐을 연 올리버가 고기가 담긴 트레이를 꺼내 위로 올린다. 그리고는 따뜻한 물에 담겨있던 접시를 꺼내어 깨끗한 타올로 닦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자, 그럼 조금 질문을 바꾸지. 만약 티미가 스퍼스를 떠난다고 생각해 보게. 그리고 마누는 계속해서 뛴다고 말이야.”
“하하. 그거 재미있네요. 지금까지 사람들은 반대로 이야기를 하곤 했거든요.”
“훗. 마누가 들으면 서운해 하겠어.”
“그렇죠? 아무튼. 정말 재미있네요.”
고기를 접시에 올린 올리버는 마리아가 알려준 지시에 따라, 접시 하나에는 소금과 홀그레인 머스타드로만 가니쉬를 올렸다. 그리고 다른 하나에는 구운 야채를 올리고, 남은 기름에 육즙과 밀가루, 레드와인을 섞어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플랑베를 한 팬에 불길이 타오르고, 계속해서 프라이팬을 앞뒤로 흔들어대던 올리버는 생각 끝에 나온 이야기를 꺼내어 들었다.
“미쳤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라면 트레이드를 할 것 같아요!”
“트레이드? 어떤 것 말인가?”
“흐음- 덴버나 유타가 좋을 것 같은데요? 보스턴도 어쩌면요.”
올리버는 이 트레이드가 선수가 아닌 드래프트 픽을 가져오는 것이라며, 만약에 자신이라면 그 드래프트 픽으로 어떠한 선수를 지명할 거라고 대답했다.
“어떤 선수 말인가?!”
“하하. 그건 말하지 않을래요. 왜냐하면, 미친 사람처럼 보이긴 싫거든요. 이제 나갑니다!”
서빙을 할 직원이 퇴근을 한 관계로, 올리버는 이번에도 직접 접시를 운반해 테이블의 앞으로 가져왔다. 혹시나 쏟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시선을 아래로 둔 채 이동하던 그는 손님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반갑군, 올리버. 잠간 이야기를 좀 할까?”
“당신은 그러니까……음.”
그리고 그 옆에는,
드르르륵-
“잡아먹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게.”
발을 이용해 의자를 테이블 밖으로 내민 남성을 보며, 올리버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맹수가 무려, 두 마리나 있는 곳에서 말이다.
‘대체 이건 또 무슨 일이야?’
올리버 루카스는 늦은 시각에 찾아 온 손님이라는 것이, 스퍼스의 감독인 그렉 포포비치와 전설적인 스카우트인 윌리 팔라치오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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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바인과 관련 된 부분은 303-312화에 있습니다.
& 컴바인 내용 중에서 리포트와 관련 된 부분입니다.
-> A = 피닉스 / B = 올랜도 / C = 샬럿 / D = 밀워키 / E=인디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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