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368)
〈 1368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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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품에 안긴 엘리제가 잠들었다.
“지금 내가.”
순간적으로 든 판단.
“잠든 엘리제를 광명성십자회에 데려다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무슨 오해를 받게 되지?”
아마도 좋지 않은 오해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잠든 엘리제를… 들고 오는 천사. 이거는 뭐 종교적인 이미지를 초월한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날밤을 까게 하고 보내는 건… 아니. 괜찮다.
마침 축제지 않은가.
축제는 원래 새벽에도 지속된다. 뭐 밤새도록 축제를 즐기다 올 수도 있는 법이지. 중간에 잠든 채 업혀 오면 그게 더 이상하다.
ㅡ새근새근.
엘리제는 완전히 마음을 놓아버린 것인지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면서 자고 있었다.
“이런.”
뭐 밤도 한 번 샌 상태인데 온갖 광인들에게 시달렸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 하루 종일 소리만 질러대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런 피곤한 상태에서 넘쳐나는 나의 신성력 같은 힘에 휩싸이면 성직자인 엘리제로서는 마음이 놓여, 잠에 들 수밖에 없을 터였다.
“엘리제. 자니?”
“…”
불러보았으나 반응이 없다.
“흠.”
그것보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잠든 엘리제의 모습을 보는 건 또 처음이로군. 지금 엘리제는 그 어떤 긴장도 하지 않는다는 듯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자 앞에서 이렇게 무방비하게…!”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요!
이 나의 앞에서 무방비한 것은 괜찮지만, 이 세상 사람들은 그다지 상냥하지 않다. 엘리제는 조금 더 경계를 해야만 했다…!
깨어나면 이것으로 꾸짖어 줘야겠군.
아무튼 이 추운 곳에서 달랑 원피스만 입고 있는 엘리제를 재울 수는 없지. 피곤한 상태인데 추우면 쓰겠나.
ㅡ스윽.
나는 내 품에 안겨든 엘리제를 공주님 안기로 고쳐 안았다.
방금 생각했듯이 잠든 엘리제를 교회에 데려다주는 것은 무슨 오해를 살지 절대로 알 수 없고… 그냥 적당한 여관에 데려다줘야겠군. 어차피 축제니까 외박 까고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좋아.”
안락한 잠자리를 보장해 줘야지.
나는 괜한 소란과 섬광으로 엘리제를 깨우지 않기 위해, 나의 힘으로 엘리제를 감싼 채 땅을 박차 하늘을 질주했다. 도시에 잠입한 다음에 적당한 곳으로 들어가면 되겠지.
* * *
도착한 곳은 크라스하임에서 제일 좋은 호텔이었다. 지금의 나는 돈이 아주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주저 없이 값을 치르고 2인실로 들어갔다.
어차피 내일 아침에 상황설명도 해줘야 하고, 마땅히 갈 곳도 없으며, 버려두고 가는 것도 조금 그래서 그냥 2인실 잡아서 같이 자기로 했다.
ㅡ스윽.
나는 왼쪽에 있는 침대에 엘리제를 눕힌 뒤에 이불을 덮어줬다. 당연히 신발은 벗겨둔 상태였다.
“굿.”
엘리제는 일체의 움직임 없이 부드러운 상태였다. 진짜 자다가 누가 업어가도 모를 것 같은 느낌으로 자고 있다. 이불까지 덮어줬음에도 그저 호흡만 하고 있을 뿐이다.
ㅡ새근새근.
진짜 잘 자는구만.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럴까. 아무래도 내가 너무 많이 놀린 모양이었다. 너무 반갑긴 했지. 아무튼 나는 간단하게 짐을 정리한 다음에 방에 딸려 있는 샤워실로 들어가 가볍게 씻고 내 힘을 전개해서 몸을 말렸다.
ㅡ풀썩.
그리고 옷을 입은 채로 오른쪽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침대는 붙어있지 않았다. 중앙이 비어있는 상태다. 이 정도 여건이면 엘리제도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겠지.
같이 일할 땐 붙어서 잔 적도 있지만 호텔이면 느낌이 또 다르니까.
ㅡ…
아무튼 나도 눈을 감았다. 잘 필요는 없지만 자고 일어나면 기분은 좋은 법이니까. 아침까지 자고 일어나면 딱이겠군.
잘 자라, 엘리제.
내일은 나도 할 게 많을 것 같구나.
그렇게 의식이 어둠에 잠기고.
“허억…!”
엘리제의 목소리와 함께 나는 깨어났다.
느낌상 한 세 시간 정도 잔 모양이었다.
예민한 감각은 시간의 흐름마저 정확하게 포착한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아직 방 안은 어두웠다.
“이, 이, 이럴 수가…!”
굉장히 놀란듯한 엘리제가 그런 소리를 내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실눈을 뜬 채 엘리제를 바라보았다.
엘리제는 지금 침대 위에 무릎 꿇은 채 어쩔 줄을 몰라하는 중이었다. 부산스럽게 좌우를 둘러보면서 옆 침대에 있는 나를 바라본다. 의복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이 자신의 몸도 더듬어댔다.
나는 들키지 않도록 눈을 감았다.
지금 여기서 자고 있는 상황에 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을 텐데, 구태여 더 부끄럽게 만들 필요는 없다. 피곤해서 잠들었던 애한테는 장난을 자제해야 한다. 그냥 자는 척만 하자.
“으, 으으…”
대충 무슨 생각하는지는 다 보인다. 아무튼 그리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엘리제가 곧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서, 성도님?”
나를 불렀다.
“주무십니까…?”
아니요.
깨어있어요.
하지만 자는 척을 하는 중이지.
“…주무시고 계시군요.”
“…”
“하아… 이런.”
ㅡ스윽.
그때 엘리제가 움직였다.
침대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내려온 엘리제가, 잠시 거기에 선 채 정지했다… 뭐냐?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엘리제가 무슨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
하지만 엘리제의 심장박동이 상당히 빨리 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아 씨.
이럴 줄 알았으면 교회로 데려다줄 걸 그랬나? 상상 이상으로 부끄러워하는 중인 것 같았다. 심장 소리가 무슨 북소리처럼 들려온다.
그런 시간이 흘러갔고.
곧.
ㅡ저벅저벅.
엘리제가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보니까 샤워실로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였다. 물소리가 들려온다. 엘리제가 씻고 있었다.
뭐 몸을 청결히 하고 자야 하는 건가?
아무튼 나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다 씻은 것인지 물소리가 멎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엘리제가 나왔다.
“…”
나온 엘리제는 조심스럽게 발을 놀리면서 자신의 침대로 돌아갔고. 누웠다. 여전히도 엘리제의 심장은 쿵쾅거리고 있었다. 그래… 뭐. 아무리 나라지만 외간남자와 호텔에 와서 잔다는 건 좀 그런 일이겠지.
편하게 생각하자, 편하게.
나는 다시 정신을 놓았다.
* * *
“성도님. 기상 시간입니다. 일어나주십시오.”
“…어.”
눈을 뜨니 수녀복으로 환복을 완료한 엘리제가 내 팔을 잡고 흔들고 있었다. 시간은 아직 새벽이었다. 해가 뜨려면 시간이 좀 남은 새벽.
“일찍 일어났구나. 엘리제.”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기상 시간은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성도님. 어, 어제는 그러니까…”
부끄러워하던 엘리제가 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만 너무 피곤해서 잠들어버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한 일은 아니고. 뭐가 죄송해. 그럴 수도 있는 건데. 그런데 많이 피곤해 보이긴 하더라. 그래서 여기로 옮겨 줬어.”
“아아…”
많이 피곤해 보이긴 했지.
“그… 그런데. 교회로 옮겨주시지 않고 이런 곳으로… 옮겨주신 이유는…”
ㅡ스윽.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꺄앗!”
그러자 엘리제가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엘리제?”
“예? 예?”
“뭐여?”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뭐 아무튼 열로 옮겨준 이유는 그거다. 약간 잠든 너를 안아 든 채로 교회로 데려다주는 게 조금 이상한 오해를 살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그냥 축제 새벽까지 즐긴 셈 치고 여기로 왔다.”
“…”
내 설명에 엘리제가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해 말입니까.”
“그래.”
그 조금 큰 오해를 살 수 있다. 자고 있는 엘리제를 데려가면 마치 내가 아직 어린 수녀인 엘리제랑 뭔가를 한 것 같지 않은가. 나의 귀여운 여동생 같은 엘리제를 대상으로 그딴 오해를 살 수는 없었다.
“괜히 잠든 엘리제 안고 교회로 가면 좀 그렇잖아. 근데 마침 축제니까. 축제 즐기다가 외박하고 들어갔다고 설명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지?”
“…그렇군요.”
엘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흐흐흐, 감사까지야. 그럼 밥이나 먹고 갈까? 이런 곳이면 조식은 챙겨 준다.”
“그런 것입니까?”
“그래. 내려가자.”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바로 내 몸을 한번 나의 불꽃으로 지졌다. 그러자 모든 종류의 노폐물이 불에 타 없어진다. 입고 있던 옷이 다려지는 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그렇게 단장을 마친 나는 엘리제와 식당층으로 내려가서 뷔페식으로 진열된 밥을 먹었다.
“성도님. 저는 식사만 하고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데려가 줄게.”
“아… 마음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성도님은 오늘 할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런데. 괜찮을까? 가다가 엘리제 너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면 어쩌려고.”
“그 무도한 존재들은…! 하아. 괜찮습니다.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으니.”
“그래. 그럼 뭐 그렇게 하자. 그럼 언제냐. 다음에 돌아가기 전에 찾아갈 테니까. 어디 멀리 가지 말고 있어라.”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엘리제랑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건 그렇고… 성도님 덕분에 이런 곳에도 다 와보는군요. 호텔이라… 저랑은 인연이 거의 없는 곳이었습니다.”
“멀리 왔을 때나 들어가는 곳이니까. 여관은 몇 번 써봤지?”
“예. 아, 그런데 이곳은 요금이…”
“괜찮아. 뭐 얼마나 한다고. 나한테 받은 셈 쳐라. 어제 엘리제 원피스 입은 모습도 봤고. 그 정도면 대가로서는 충분하지. 잘 어울렸다.”
“…예.”
ㅡ푸욱.
엘리제의 얼굴이 다시금 푸욱 익어버렸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엘리제가 깨작깨작 밥을 먹었다. 그리 식사가 끝나고 나서야 우리는 바깥으로 나왔다.
“며칠 뒤에 보자. 엘리제.”
“예… 아, 성도님.”
“음?”
“이렇게 다시 헤어지려고 하니… 정말로 아쉽습니다. 마음이… 마치 조여드는 것 같군요.”
“나도 그래…! 난 쪼그라들 것 같아!”
그리 말하면서 엘리제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
엘리제는 잠시 조용히 있더니 말했다.
“…이번의 만남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여러 개 얻었습니다. 예. 이것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포석이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무슨 포석?”
그리 묻자 엘리제가 빙그레 웃었다.
“비밀입니다. 그럼 성도님. 좋은 하루 되십시오.”
“그래. 엘리제도.”
“돌아가시기 전에 반드시 찾아오셔야 합니다.”
“그날만 기다리고 있으마.”
그 길로 엘리제와 헤어졌다.
“그럼.”
못 봤던 사람들 인사나 해볼까.
* *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본 영애는 몹시 반가워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흐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스반트 영애와 대화를 하고 있으니 텐션이 끝없이 올라간다…! 별다른 예정이 없었던 영애를 만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뭐 겸사겸사 크라스하임의 영주도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이미 그는 혼절한 채 실려 간 지 오래였다. 영애의 목소리를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야만의 전사가 세상을 구하다니! 그야말로 이것은 대서사시! 마치 전설적인 영웅담!!!! 하지만 본 영애가 봤을 때 그런 것으로도 바바리안 전사의 위업을 담아내거나 표현하지는 못할 것 같군요!!! 그런데 심지어 반신적인 힘을 얻어 천사로 승천하다니…! 이거 너무 사기 아닙니까!!! 오~호호호호호호호홋!!”
나를 앞에 둔 영애는 극도로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는 이번 일에 대한 것을 그녀와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하면서 차를 마셨다.
“아아, 아무튼. 결국 왕국 중부지방의 패자가 된 셈 아닙니까. 그것은 몹시 훌륭하다 못해 위대한 일입니다. 카르가 대왕조차도 땅을 내어줘야 한다고 느낀 셈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나라의 형태는 무엇입니까? 백국? 공국? 아니면…!!! 설마 왕국!!!!!!! 왕국!!!! 예! 이게 정담이겠군요, 바바리안 전사!!! 왕국 맞습니까앗!!!!”
눈을 크게 뜬 영애가 고함치면서 목소리를 터트렸다.
“흐흐흐, 그렇습니다. 새로운 왕국을 하나 세워볼까 합니다.”
“그렇다면!!!!!!! 중부지방이니까!!!!! 교역!!!!! 좋은 교역상대가 되겠군요!!!!!!”
“그렇지요!!”
“잘 부탁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바리안 킹!!!!”
이젠 킹이냐.
“예. 잘 부탁 받도록 하겠습니다, 영애님. 뭐니뭐니해도 우리는 전우가 아닙니까.”
“데스웜을 잡았을 때가 눈에 선하군요!!! 그 미친 괴물!!! 아, 그러고 보니 하일렌 남작가를 기억하시는지요?”
“그걸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그 무례하고 멍청한 씹새끼들을 잊을 수는 없을 테지요. 그래서 하는 이야기인데 이번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마족의 폭격으로 그 하일렌 십새끼들이 쫄딱 망해버렸다고 합니다!!! 만세!!!!”
이스반트 영애는 굉장히 순수하다 못해 진심 어린 표정으로 미소 지은 채 만세를 불렀다.
“솔직히 존나 만세입니다!!! 내심 우리만 망한 게 아닐까 하고 극도로 분노하고 있었는데 사이좋게 망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