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48)
〈 148화 〉무협(無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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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혹(迷惑)을 베어라.
“말릴 수 없는 충동 데쟈아아앗ㅡ!!!”
이튿날, 나는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기키 위해 검사길드를 찾았다. 심란했지만, 돈을 지불하고 받는 교육이니 무조건 해야 했다. 어제는 못 가지 않았는가. 결국 오밤중에 일어나서 또 잤다. 그러니 아침이더라.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많이 하긴 했다.
어쨌든 미혹이다.
미혹을 베어야 한다.
나는 기합을 터트렸다.
“어제 안 나오더니, 뭔가 날카로워졌는데? 무슨 일 있었나 봐?”
ㅡ채앵!
거듭 계량된 실장검법을 펼쳐 카린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내 영혼의 충동 그 자체를 담아낸 궁극의 검격이었으나, 채 4합조차 가지 못하고 파쇄를 당했다. 튕겨져나간 내 칼이 하늘을 날았다.
“으억!”
근처에서 구경을 하던 셰이트가 대경실색을 하며 날아든 칼을 피했다.
“하아… 하아…”
“날카롭긴 한데, 집중력은 없네. 무슨일 있었니?”
숨이 터져나왔다.
다가온 카린이 목검으로 내 어깨를 두들기면서 물었다.
“…여자 문제 때문에 많이 심란하네요.”
“내가 씨팔, 지금 뭘 들은거야.”
“두 여자가 저 보고 좋다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됩니까.”
클라우디에게 용서, 아니. 용서도 아니지. 위니아를 안고, 클라우디의 생각을 재확인했다. 아무런 문제는 없었지만, 내 마음 속에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남았다.
나 김캇트는 그것을 베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한테 죽여달라고 돌려 말하는건가?”
“저 진지합니다.”
“…”
반응을 보니 역시 노처녀(추정->확신)인 카린이었다. 어쩐지 날카로워진 목검의 칼날이 내 어깨를 파고 들었다.
“…니 애인이라면 저번 한번 구경왔던 그?”
“예.”
“말고도 또 있단 말이야?”
“어쩌다보니요… 아니, 있다고 하긴 좀 애매한데.”
“진짜 존나 신기하네.”
오크통을 끌고 온 카린이 걸터 앉았다.
나는 그 사이에 칼을 회수해왔다.
카린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턱을 괸채로 나를 노려보았다.
“흐음… 딱히 여자한테 인기 끌게 생긴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아니면 미르케샤 남성이 이곳 여자들한테 먹히는건가? 그것보다 늘상 생각하는건데, 머리 자를 생각은 없니? 내가 봤을땐 그것만 쳐내면 좀 볼만 할 것 같은데.”
“예? 머리요? 저의 부족의 가르침상, 머리를 자른다는 행위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만.”
“그럴수가.”
신체발부 수지부모.
라기보단 그냥 어느 순간부터 머리 관리를 잘 안한다.
“뭐, 생긴거야 어찌됐든. 결과가 그렇게 됐으니까요. 그래서 그 심란한 마음을 베려고 했습니다.”
“어쩐지 날카롭긴 한데 집중력이 없더라. 칼질중에 여자로 고민하다니, 이건 중죄지. 실전이었으면 진작에 목이 날아갔을거야.”
“그저 이 미혹을 베고 싶습니다.”
“미혹이라.”
동방의 전설에 따르면 백루검이라고 불리는 검이 인간의 미혹을 벨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 전설에서 착안해, 나는 내 칼로서 미혹을 절단하려 했으나,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검술로는 어림도 없었다.
“칼질 가르쳐 주다가 상담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카린은 잠시 앉아서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왜 시늉이라고 표현을 했느냐면, 채 3초도 지나지 않아서 오크통 위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칼질을 해야 돼. 사실 말로 하는 상담 따위는 아무래도 소용이 없는 것이지. 말로 다 된다면 누가 고생을 하겠어? 결국은 몸을 움직여야 되는거야.”
내려온 그녀가 굉장히 그럴듯한 얼굴로 그럴듯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칼이나 들어. 칼질을 하다 보면 괜찮아 지겠지. 설령 괜찮아지지 않더라도 실력은 늘거 아냐? 그럼 그걸로 된거야.”
“뭔가 좋은 말이네요. 길드장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훗. 아니면 일단 밖으로 나가서 뭔갈 죽여보는건 어때? 빈민가에 가서 강도를 죽인다거나. 세상에 죽일 건 차고 넘친다고. 그러면 기분이 풀릴지도 몰라.”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씨팔. 내 감동 돌려내.”
다시 격검.
ㅡ채앵!
이번엔 카린이 조금 살살 해줬는지, 공방이 칠 회까지 이어졌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번씩 봐주는 것이 그녀 나름대로의 상담법일까, 일곱번이나 이어진 연격에 조금은 감을 잡았다.
그래도 연장자에게 이런 심정을 털어 놓으니 기분이 제법 풀리는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카운슬링 효과인가? 그런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전문적인 의학 용어로 비슷한 것이 있을 것 같았다.
열덟 번째의 공격을 박아 넣으려는 그때, 카린의 칼끝이 내 인중을 노렸다. 잠시 피드백을 듣고 조금 떨어진 다음, 다시 공방을 시작했다.
ㅡ채앵!
ㅡ채앵!
칼을 내지르며, 다시 상념에 빠졌다.
이세계에 정 따위는 없다.
그냥 좆같고, 개 씹좆같을 뿐이었다.
고통 밖에 없었으니까.
“또 잡생각하니?”
“…”
하지만 정을 붙이게 된 클라우디와 위니아는 다르다. 이세계에 온 뒤로 사람의 온기를 느꼈던 것은 클라우디가 처음이며, 그 다음이 위니아였다. 고통뿐인 세상에서 온기를 느꼈다.
ㅡ채앵!
그래서 두 여자에 대한것 만큼은 진지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을 붙이게 된 여성들을 상대로 진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고독을 씹으며 지내야 했던 고통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인 클라우디와, 내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줬지만, 동시에 나를 좋다고 해주는 위니아다.
이 둘에 대해서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 하는가. 일부일처제의 세상에서 나고자란 나는 두명의 여성을 동시에 품는다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 것인가?
고민은 생각할수록 깊어졌다.
“잡생각하고 있네.”
“크헉!”
ㅡ뻐억!
어느샌가 가까워진 카린이 당수로 내 정수리를 찍었다. 순간 머리가 띵ㅡ 해지는 충격과 함께 온 세상이 하얘지며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칼질에 집중해라. 이제 안 봐줘.”
“…알겠습니다.”
그리 땀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훈련을 이어 나갔다. 확실히 몸이 힘드니, 다른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역시 무인(武人)이라는 것인가. 미혹을 떨쳐내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있는 카린이었다.
“그런데 길드장님.”
“으음?”
그러던 중, 항상 궁금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혹시 마나에 대해서 좀 아십니까?”
“존나 잘 알지.”
일어서서 흙먼지를 털면서 물었다.
그렇다. 마나다.
인간에게 초인적인 힘을 부여해 주는 마나.
이것이 항상 궁금했다.
“그게 마나라는게 뭐, 막 갑자기 생긴다거나 그런건 없습니까?”
“마나 가지고 싶어?”
“뭐, 누구든 안 가지고 싶겠습니까. 아무튼 그 질문이 있는데 저희 같은 검사들이나 근접전을 펼치는 사람들이랑, 마법사랑은 그 느낌 자체가 다르지 않습니까?”
“무인은 신체에 마나를 쌓고, 마법사들은 심장에 고리를 만드니까.”
“신체에 마나를 쌓는다라…”
나는 카린에게 어떻게 해야 마나를 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게 말로 해서 전해질리도 없고, 쉽게 말해줄 만큼 호락호락한 정보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마나가 뭔지에 대해서 알고 싶을 뿐이다.
“음… 나는 가문에서 배운 비전으로 신체에 마나를 쌓는 수련을 한거라서. 아, 이거 알려 달라고 하면 안돼. 비전이거든.”
“안심하십쇼.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그런거에 대해서 전혀 몰라서, 그냥 한번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 뿐입니다.”
“뭐어. 말해주는건 어렵지 않지. 너처럼 물어본 새끼들이 한두명이었던 것도 아니고.”
카린이 말을 이었다.
“신체를 마나에 쌓는 수련. 이런걸 마나연공법(Mana練功法)이라고 하거든? 대부분의 귀족 가문마다 있을 건데, 전쟁질을 하면서 선대부터 쌓인 노하우와 방법들을 개량하고 거듭해서 체계화를 시킨 물건이지.”
“호오, 마나연공법이라.”
그래서 앵간한 귀족들이 다 존나게 쎈거였군.
가문 내에서 저런 것들을 어릴때부터 전문적으로 수련하니 존나 쎌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카린도 일단은 귀족 출신이라고 하니까.
“뭐, 그런데 연공법으로만 마나를 쌓을 수 있다면, 애초에 마나를 쌓는다는 것이 불가능하잖아? 당연히 연공법을 수련하지 않아도 자연상태에서도 발현하는 경우도 있어.”
“그건 존나 흥미롭네요. 대체 그건 무슨 경웁니까?”
나는 과장되게 리액션을 취하면서 카린의 설명을 유도했다.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인데, 추임새를 잘 넣을수록 입을 열기가 더 쉬워진다.
“가끔 전장에서 용병들이 마나를 깨우치는 경우가 있거든. 몇명 본 적이 있지. 아마 전투중에 취하는 동작이나 격해진 호흡 사이사이에 그 태초에 진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연공법도 비슷한 종류의 물건이니까. 쌈박질만 하다 보니 더 잘 싸울려고 우연찮게 생겨난 것이겠지.”
“그, 그럴수가!”
아예 머리를 쥐어 뜯어면서 몸을 비틀었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그만큼이나 놀라운 이야기였다. 전쟁질만 하던 평범한 용병이 마나를 깨우치다니!
“지랄떨지 말고 그냥 닥치고 들어.”
“네.”
한대 맞을뻔했다.
아무튼 카린은 말을 이었다.
“그냥 내가 알기로 그런거고. 뭐, 마나에 관심이 있다면 너도 열심히 살인을 해 보도록 해봐. 경험상 마나를 깨우친 용병들은 전부가 날고기는 살인마들이었으니까. 말했듯이 너는 재능이 있어.”
“진짜 기승전살인 말고는 답이 없는겁니까? 길드장님 말만 들어보면 이 세상이 마치 지옥 비슷한 것처럼 느껴지는군요.”
“몰랐니?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됐어. 이 세상은 지옥이야. 살아가는 사람들도 전부 악귀 비슷한 것들이지. 그러니까 전부 죽여야 해.”
역시 제정신이 아니지.
“미쳤네.”
“농담이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하고 종료다. 체력 단련은 못 봐주니까, 그건 아무나 한명 붙잡고 같이 하도록 해. 이번엔 방어만 할테니까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자.”
“네.”
이번만큼은 모든 생각을 떨쳐버렸다.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한 나는 예리한 주삿바늘처럼 파고들며 칼을 내질렀다. 카린은 방금의 말대로 방어만 했다. 한번, 두번. 그리고 세번. 한 발자국씩 전진하며 배운대로 공세를 퍼부었다.
살짝 불안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녀는 반격을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여덟번의 연격을 꽂아 넣다가 손이 꼬이고 말았다.
“흐음,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준수해. 더 분발하도록.”
“예. 다음에 뵙겠습니다. 길드장님.”
“그래.”
그렇게 아침의 검술 훈련이 끝났다.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생각에 대한 정리도 그렇고, 전문적인 칼질에 대한 실마리도 조금은 잡은 것 같다. 그럼 이제 체력단련을 하고 돌아가 보도록 할까.
“캇트. 같이 하자.”
“셰이트냐.”
근처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셰이트가 다가왔다.
적당히 인사를 하고 같이 옷을 벗어 던지고 연병장을 달렸다.
“계속 지켜봤는데, 검격이 정말 매섭더라. 그런데 고민이 있는것 같건데 무슨 일이야?”
옆에서 달리던 셰이트가 넉살좋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상당히 잘생긴 것이, 여자 열 명 정도는 울려본 듯한 포스가 느껴졌다.
“두 여자가 동시에 내게 매달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달리며, 정면을 보고 흘리듯 말했다.
“두 여자?”
“그래.”
“흔한 일이네. 몇 가지 경우가 있는데, 일단 여자 둘의 사이가 좋아, 나빠?”
“글쎄… 별로? 서로 신경 안 쓰는 정도?”
클라우디는 위니아를 별로 개의치 않지만, 위니아는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다. 그래도 둘이 있다고 해서 유혈사태가 일어나진 않으니, 신경을 안 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흐음, 두 여자가 너한테 동시에 구애를 하는 상황인가? 그런데 정작 그 두 여자는 서로에게 심드렁한 상태고?”
“조금 다른데, 아마 비슷해.”
셰이트는 내 설명을 토대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적당히 각색을 해서 생각을 한 듯했다.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기에 그냥 그렇다고 답했다.
“조금 특이한 케이스네. 보통은 서로 싸우려 드는데 말이지.”
그러게 말이다.
“그렇다면 그냥 두명의 마음을 전부 받아주는게 현명하겠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그래. 좋은 말 고맙다. 너랑은 친구가 될 수 있을것 같아.”
“헤헤.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뭐 하나 해결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신경을 써서 답변을 해 줬으니 나도 예의를 차리기로 했다. 이것이 가치관의 차이일까.
클라우디도 괜찮다고 하고, 위니아도 상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클라우디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바람이나 피운 씹새끼고, 위니아는 책임을 논한다. 공인된 양다리의 상황.
머리 터지겄네, 씨펄 진짜.
아무튼 셰이트와 근육 트레이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