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566)
〈 566화 〉만나면 좋은 친구
https://t.me/LinkMoa
목까지 내려오는 붉은 단발과 푸른색 계통의 수녀복 위에 걸쳐진 경장은 엘리제의 아이덴티티였다.
거기에 머리에 쓰고 있는 수녀 특유의 모자 역시 그 개성을 더했으며, 허리에 찬 벨트에 둘러진 살인적인 철퇴와 두꺼운 경전은 그녀가 광명성십자회의 전투 수녀라는 것을 증명했다.
ㅡ엘리제.
“엘!!!!”
마침 엘리제도 모험가 길드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일까, 나는 엘리제와 길드 건물 앞에서 딱 마주치고 말았다.
“리!!!!”
그 모습을 인식한 즉시 가슴 속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반가운 마음이 터져 나왔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보는 것이냐…!
“제!!!!”
말릴 수 없는 충동, 내부에서 용솟음치는 감각이 나의 정신을 사로잡는다. 당장이라도 이 마음을 터트려야 함이 옳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약속의 구호를 외치려 했다.
“디이이이이이이바ㅡ!!!!”
“성도님.”
ㅡ?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엘리제는 평소 같은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기쁜듯한 모습과 당황하는 모습. 그것이 바로 엘리제가 보여야 할 타당한 반응이었다.
“…어, 어? 엘리제?”
하지만 그녀는 지극히도 무표정했다.
아니.
무표정한 것을 넘어서ㅡ
“그 갑옷은.”
ㅡ완전히 동태눈이 되어버린 엘리제가 내 눈을 응시하면서 차갑게 말했다.
“대체 무엇입니까.”
나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
크게 떠진 눈에 비해서 자그맣게 축소된 동공. 그 동공에는 빛이 없었으며, 어딘지 모를 스산함과 사나움이 응축되어 있는 듯했다.
“놋쇠성천사회의 문양이 들어간 갑옷이로군요.”
엘리제는 그런 살벌한 시선으로 내 눈을 응시한 채, 낮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브는 기존에 사용하던 구세천국회의 것과 동일하지만, 다른 모든 장비가 놋쇠성천사회의 제식 장비로 바뀌어 있습니다.”
“아.”
엘리제의 이런 모습은 결단코 처음 봤다.
“성도님. 설마 놋쇠성천사회로 개종을 하신 것입니까. 제가 포교를 할 때는 민족신앙을 저버릴 수 없다며 거절을 하셨으면서…”
공포심이 들 정도로 차가운 시선과 말투에 나는 그만 쫄아버리고 말았다.
“성도님께서 개종을 하시는 것은 자유지만, 이번 일은 디바인 프렌드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것 때문이었냐…!
순간 혼란 상태에 빠졌던 정신이 돌아왔다. 이건 오해였다. 엘리제는 지금 치명적인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아니! 엘리제! 오해야! 오해라고!”
나는 즉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변명했다.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나 개종 안 했어!”
“…?”
그리 부르짖듯 외치자, 엘리제의 동공에 서서히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디바인 프렌드인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종교로 런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개종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내가 믿는 종교는 오직 퓨전유교뿐이며, 숭배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무력과 굳건한 정신이다.
“개종을 안 하신… 그, 그렇다면 그 갑옷은 대체 무엇입니까? 어느 종교든, 교회의 제식 장비는 외부로 반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도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게 말이다, 엘리제. 일단 이것부터 봐라.”
나는 즉시 품에서 준사제 자격증을 꺼내 엘리제의 손에 쥐여줬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손까지 축축해진 것 같다.
방금의 엘리제는 앰창 구라 안치고 존나게 무서웠다.
엘리제의 그런 눈빛을 보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이교도와 악마들을 쳐 죽일 때도 전투적인 흥분을 해 흉성을 터트리는 것이지, 방금 전처럼 고요할 정도로 죽은 눈과 수축된 동공으로 노려보지는 않았었다.
“이건… 준사제 자격증?”
자격증을 천천히 살펴본 엘리제가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다행히 평소 같은 얼굴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래, 엘리제. 도시에서 이런저런 일 하다 보니까 놋쇠성천사회에서 포상을 해주겠다면서 준사제 직위를 내려줬어. 이 갑옷은 그 상품이고. 명예직이라 개종은 필요 없다더라.”
“…”
그 상태로 사실 그대로를 전하자, 어째서인지 엘리제의 얼굴이 천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그…”
뭐지?
“…제가 오해를 했군요.”
엘리제가 고개를 푹 숙였다. 다행히도 오해가 풀린 모양이다. 얼굴이 붉어진 것은, 착각을 해서 부끄러워졌기 때문이었다.
“흐흐흐, 그래, 오해를 했지. 아이고 엘리제. 내가 설마 디바인 프렌드인 너를 저버리고 놋쇠성천사회로 가버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냐?”
“으, 으으…”
당연한 말이지만 엘리제가 나한테 그런 사나운 눈빛을 보낼 리가 없다.
내가 뭘 잘못 본 것이 분명하다.
“부끄럽게도 순간 그런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성도님. 성도님이 그러실 분이 아니시라는 것을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 오해를 해버렸습니다.”
엘리제는 평소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서는 내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 얼굴은 이미 상당히 달아오른 상태였다.
이건 용서할 수 없다…!
“엘리제. 이거 용서 안 되는 거 알지?”
“그, 그런?! 용서해 주십시오, 성도님!”
실실 웃으면서 농담조로 말하자 엘리제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아니, 이건 대가를 치러야만 해…! 갈!!!!!! 감히 디바인 프렌드를 의심하다니!!!”
“대가라니! 무슨 대가입니까!”
엘리제가 눈을 크게 뜨면서 항변했다. 물론 장난이다. 나는 그런 대가 따위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원하는 것이 있을 뿐.
“크게 외쳐라.”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린 뒤에, 엘리제를 가리키면서 선언한다.
“네?”
“디바인, 이라고.”
이것이 바로 디바인 프렌드를 의심한 대가이다.
“온 세상을 깨뜨릴 정도로 크게 외쳐.”
“그, 그런…! 성도님 너무 가혹합니다! 제게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디바인이라고 크게 외칠 것을 요구하자, 엘리제가 있을 수 없는 처벌을 받은 죄인처럼 양쪽 주먹을 꽉 쥐고는 항의했다.
“그렇다면.”
“…!”
“나는 이 자리에서.”
나는 근엄함을 유지하면서 조목조목 하게 말을 이었다.
“삐져야겠군.”
“무, 무슨!”
“무릎을 꿇고. 절규하면서.”
당연히 나는 그런 짓을 태연하게 할 수 있는 남자다.
“엘리제에게 오해를 받았다고 울어버릴 거야.”
그 뜻을 내비치자, 엘리제가 완전히 혼란스럽다는 얼굴이 되면서 경악했다.
“성도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러니 내 말대로 해라.”
“이, 이럴 수가…! 그럼 적어도 조용한 곳으로 가게 해주십시오!”
“아니.”
그래서야 대가가 되지 않는다.
“이곳이다.”
나는 단호하게 바닥을 가리켰다.
“이곳, 이 자리에서 해라.”
“이, 이런 일이 대체…! 성도님! 제가 죄송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아니면 적어도 성량을 낮춰주시기를 간청합니다!”
ㅡ쿠웅.
엘리제가 애원을 했고, 나는 즉시 경고의 의미로 무릎을 꿇었다.
“엘리제.”
“이, 이럴 수가앗…! 성도님 제발! 제발 중단하십시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진짜 절규를 하려고 하니, 엘리제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나는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엘리제는 붉어진 얼굴로 주변을 둘러 보더니 헛기침을 했다.
“흠, 흐흠… 디, 디바인…!”
목소리가 작다!
“엘리제! 우리의 우정은 겨우 그 정도였나!”
“그, 그런게 아니라… 디바인!!!”
“아니야 모자라!”
“디, 디바이힌…!!!!”
“크아아아악!!!”
부끄러워 미쳐버리려 하는 엘리제의 앞에서 나는 끝없이 소리쳤다.
결국 임계점에 달한 엘리제가 목소리를 터트렸다.
ㅡ디바인!!!!!!!!!!!!!!!!!!!!!!!
그러자 처마에서 고드름과 눈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실로 엄청난 목소리였으나, 나는 그제서야 엘리제와 재회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ㅡ프렌드!!!!!!!!!!!!!!!!!!!!!!!
나 역시 환희에 휩싸여 성량을 터트렸다. 그리하여 완성된 십자가. 한바탕 지랄을 떨고 나니 엘리제의 얼굴은 그 머리색 만큼이나 붉어져 있었다.
“하아… 하아… 서, 성도님… 적어도 당장 이 자리를 떠나게 해주십시오.”
“물론이다.”
나는 바로 엘리제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무튼 아침도 안 먹은 상태였고, 엘리제 역시 그랬을 것이 분명했다. 즉시 엘리제의 손목을 잡아끌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뭐, 평소처럼 이것저것 주문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근황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준사제라니…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당연한 일이겠지요. 성도님의 성품과 능력이라면 분명히 교회에서도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일단 마음을 가다듬은 엘리제가 내게 솔직한 축하 인사를 해줬다.
“흐흐흐, 너무 칭찬하는 거 아니냐? 고맙다.”
“당연한 일일 뿐입니다.”
“아, 근데 엘리제.”
“무슨?”
“내가 준사제긴 한데, 이제 곧 팔라딘도 겸하게 될 것 같아.”
“!!!!!!!!!!!!!!!!!!!!!!!!!!!!!!!!!!!!!!!!!!!!!!!!!!!!!!”
2차로 놀란 엘리제가 완전히 흥분해서는 내게 설명을 요구했다. 나는 카디아 성녀에 대한 것을 언급하면서 역시나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했다.
준사제 직위를 받고 악마와 이교도들에 대한 의뢰를 수행하다 보니 성녀의 눈에 들어 팔라딘으로 스카웃이 되었다는 것. 물론 개종을 하지 않았다.
“후우… 그런 일이 있었다니… 그래도 전부 들으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습니다. 역시 성도님께서는 변하지 않으셨습니다.”
엘리제는 지속적으로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래도 아쉬운 일입니다. 성도님이시라면 분명 저희 광명성십자회에서도…”
그것이 못내 아쉬운 것일까.
“흐흐흐, 아서라. 그쪽 생활은 많이 힘들 것 같아.”
ㅡ고행 성전사.
광명성십자회의 성전사들은 신과 함께 개인의 고행까지 숭배한다. 인간의 힘으로 낙원을 이룩한다는 것은 몹시나 험난하고 혹독한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은 기괴할 정도로 고행을 자처한다.
그러한 사상이 기저에 깔려 있을 정도로, 광명성십자회는 실로 팍팍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그들은 진정으로 이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최전선의 수호자들이었으니까.
말 그대로 극단을 달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삶은 견딜 수가 없다.
군대가 그냥 커피라면, 그 미친 곳은 탑이라고 할 수 있다. 뒤졌다 깨어나도 광명성십자회에 가입할 일은 없다.
“내가 팔라딘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전부 개종을 요구하지 않아서야. 솔직히 개종하라고 했으면 안 했을 걸.”
개종을 하게 되는 순간, 교회는 나의 모든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진짜 교리대로만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베르데 신을 숭배하며, 교회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이 부분은 절대로 타협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카디아 성녀도 반쯤 꼼수를 써서 나를 스카웃 한 것이니까.
“후훗, 합리적인 선택이시군요. 이해했습니다. 광성십자회에는 그러한 제도가 없지요. 반드시 개종을 해야 했을 겁니다.”
그제서야 미소를 지은 엘리제가 웃었다.
“그렇지? 개종을 하는 것은 종교적인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그리고 할 수 있어도 광명성십자회는 많이 힘들 것 같다. 난 힘들게는 못살아.”
“그런 겸손을… 역시 성도님이십니다.”
겸손 아니야…!
“흐흐흐, 그건 그렇고 아까 진짜 존나 무서웠다. 나 죽는 줄 알았어.”
“그, 그건 잊어주십시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성도님도 제게 그런 짓을 시키시지 않았습니까. 이제 그 화제는 금지입니다.”
“그건 장난이었다니까. 근데, 엘리제.”
슬슬 본론이다.
“이번엔 무슨 일로 온 거냐?”
엘리제가 왔다는 것은, 뭔가 일이 생겼다는 소리다.
“아니, 그전에 악마 관련 일들은? 여기도 악마랑 이교도들로 상당히 시끌벅적 했거든. 그래서 너가 한 번 정도는 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어차피 악마가 이 지역 전체에 퍼진 거라 그쪽도 바빴을 거잖아. 그건 다 끝난 건가?”
이 근방 전체가 데몬 게이트로 피해를 입었다. 모르긴 몰라도 크라스하임쪽 종교인들도 밤낮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맞습니다. 그동안 지속적인 악마 토벌 작전을 펼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지냈지요. 실로 꿈 같은 나날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즐거웠던 거냐.
“분명 아이저마르트 님께서도 기뻐할 만한 위명이었습니다만, 결국 눈이 내려서 어쩔 수 없이 작전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럼 눈 오기 전까지 계속 사냥을 했던 건가?”
“그렇습니다.”
눈 오면 이쪽이고 저쪽이고 다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래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바, 봄이 찾아와 다시 사악한 존재들이 준동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일이 있어서 교회에 요청하여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뭔데?”
“성도님께서 저번에 안개평원의 이교도들에 대한 증거품을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어, 설마?
“그랬었지?”
“그동안은 작전 때문에 병력을 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유가 생긴 지금, 그것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