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906)
06화 〉이계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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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새끼들이 군대를 끌고 왔구만.”
보니까 엘프 새끼들이 중대규모의 병력을 끌고 온 상태였다.
죄다 기동성을 중시한 것으로 판단되는 가죽 계통의 갑옷을 두르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갑옷 겉표면에 연두색과 초록색. 그리고 약간의 갈색이 섞인 전문적인 위장무늬를 칠해 놓아서 살짝 놀라고 말았다.
이 새끼들이 위장복의 개념을 알고 있다고?
심지어 복장이 죄다 통일되어 있어서 숲 속에서 보면 진짜 못 알아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어깨 부근에도 풀과 잎사귀가 달린 나뭇가지 같은 것들을 달아놓은 상태였다. 이 새끼들 이거 어깨선까지 가릴 줄 안다.
백 퍼센트 제정신이 아니다, 이건.
게다가 나무를 깎아서 만든 투구도 쓰고 있었는데, 아직도 나무껍질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 투구의 겉표면에는 작은 풀과 잎사귀 같은 것들이 자라나 있어서 그냥 천연적으로 위장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씨발 레이시스트 새끼들 전투에 대해서는 의외로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과연 숲에서 살아가는 놈들이 조직한 군대답게 위장이 빡세다.
기다란 금발 역시 어떻게 잘 감춰둔 상태였다.
저번에 내가 줘팬 새끼들은 그냥 편해 보이는 갑옷에 머리도 그냥 늘어뜨리고 다녔었는데, 그거는 일종의 활동복이고 저게 진짜배기 전투복인 것 같았다.
“깜둥이 어떡해.”
옆에 선 위니아가 나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왜.”
“깜둥이 잡으러 왔잖아.”
이런.
“친구들을 데려올 줄은 몰랐는걸.”
“그럼 애새끼들을 그렇게 줘패놨는데 친구들 데려오지.”
“괜찮아. 저 새끼들 중에 누가 날 잡을 수 있다고.”
“하긴.”
이 씨발럼들 이거 헛지랄도 작작해야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고작해야 중대 병력을 끌고 왔다고 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여긴 인간의 땅이다.
나는 놋쇠성천사회 팔라딘이고.
엘프가 뭘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무슨… 진짜 나무를 하나 세워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엘프들의 제식 갑옷일까요?”
리즈 누나가 그리 물었으나, 나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었다.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니 카린이 대답했다.
“뭐, 그런 셈이지. 엘프 새끼들은 저런 갑옷 잘 입는다더라. 숲에서 위장하려고 일부러 색을 칠한다는데.”
“아시나요?”
“그냥 들은 이야기. 엘븐 포레스트 근방에서만 입고 다니는 물건일걸.”
카린은 왕국 기사단 출신인지라 이런 군사적인 기초 상식에 대한 것은 아주 해박한 편이었다.
“누나. 근데 이렇게 대놓고 들어와도 돼?”
“대놓고 들어올 일은 없고, 아마 이야기 끝냈으니까 들어온 거겠지.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해도 막 들어올 수는 없어.”
맞는 말이다.
“우리 남편이 그 새끼들 줘팬 것도 며칠 전 이야기잖아? 이미 어디서 기사 새끼들이랑 이야기했겠지.”
“아.”
하긴.
그로부터 며칠이나 지난 상태다.
협정이나 조약에 관한 것은 기사단 주도로 이야기했을 텐데 구태여 나한테 그 이야기를 알려주려고 찾아올 일은 없을 것이고 말이다. 그냥 그 날 이후로 따로 자리 잡고 만나서 이야기를 했겠지.
근데 수도까지는 좀 거리가 있는데, 벌써 윗선에서 명령이 내려온 건가? 아니다. 수도가 아니라 중간 어딘가에 기사단 지부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근데 여기 책임자가 나이트 제너럴, 즉 연대장급이었는데.
마스터 나이트 말고는 이 사람한테 딱히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윗선이 그 마스터 나이트라는 건데.
이것을 대충 카린한테 물어보니까 잘은 모르겠단다.
“뭐… 그래도 누나 생각으로는 아마 지원군 형식으로 이야기를 끝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아닐 수도 있지만.”
“지원군이라…”
명분 자체는 충분히 있으니까.
지원군 형식이라면야, 뭐.
아무튼 우리들은 궁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편에 도열해 있는 엘프들의 정규군들을 구경해보았다. 물론 구경꾼들은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법 신기하긴 한 광경이라서 그런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구경을 나온듯했다.
현재 도열해 있는 엘프 전사들은 부동자세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고, 그 앞에서 지휘관으로 보이는 개체가 왕국기사단 간부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저 새끼들 저거 역량 자체는 상당해 보이는데?”
쭉 관찰하던 카린이 그런 말을 꺼냈다.
“내가 봐도 그래.”
확실히… 강하기는 하다. 뭣보다 내가 때려눕힌 그 새끼들도 상당한 실력자들에 몸도 존나게 튼튼했었다. 단지 내가 존나 강했을 뿐이지.
어찌 됐든 엘프들과의 분쟁은 피하는 편이 좋지만, 저번에는 저 새끼들이 먼저 선을 넘었다. 그거는 어쩔 수 없는 충돌이다. 누가 나에게 무슨 경고를 하든지 간에 그딴 일이 또 발생한다면 토막을 쳐 줄 것이다.
“근데 싸워보니까 좆밥들이더라.”
“캬흐흐, 이 새끼 자신감 좀 봐. 그래, 뭐. 많이 강해졌지.”
“그래서 걱정 안 해. 나보다 약한 새끼들이 처맞을 짓 한 거니까. 그래도 누나. 쟤들이 지랄하면 같이 박살 좀 내주자고.”
카린이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왕국 땅에서 싸우는 거 자체는 크게 문제 될 일이 없는 데 말이다.”
그러고는 입술을 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근데 놈들한테 원한 산 상태로 저놈들 숲에 들어가면 좆되는 거지.”
“엘븐 포레스트에?”
“엘프 새끼들은 개개인이 죄다 숲이나 정글 유격전 전문가들이거든. 아마 놈들 숲에 쳐들어간다면 준비 빡세게 한 왕국 기사단들도 상대가 안 될 거다.”
그러한 사실을 담담히 말하자, 리즈 누나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머, 그 정도인가요?”
“지들 구역인데 당연히 한 수 먹고 들어가지.”
원래 개새끼도 자기 나와바리에서는 반을 먹고 들어간다.
확실히… 저런 울창한 숲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엘프들이다. 군대의 기본전술이 바로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이니, 필연적으로 엘프들은 정글 게릴라의 전문가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개인의 전투력이 상당하니, 아마 베트콩들보다도 더욱 전문화가 되어 있겠지. 비단 마나로 인한 신체 강화가 아니더라도 엘프들의 신체 능력은 좋은 편이다.
“이건 내가 기사단에 있을 때 들었던 이야기인데.”
카린은 리즈 누나의 질문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한다는 것처럼 뒤들 돌아보면서 말했다.
“엘프들은 인간들이랑 뭐라고 해야 되지. 기억하는 뇌 구조? 그게 살짝 달라서 숲 속에서 길을 절대로 안 잃는다더라. 한번 본 숲은 사람이 길 외우는 것처럼 그냥 바로 외워버린다는데.”
오.
“아마 맞는 이야기일 거야.”
클라우디가 말했다.
“클라우디양?”
“다크엘프들도 사막에서는 길을 잃지 않거든. 그러니 엘프들도 숲에서 길을 잃지 않겠지.”
“그건 또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
클라우디는 간단하게 다크엘프들이 사막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물론 자신은 하프엘프라서 딱히 그런 능력은 없고, 그냥 깡으로 외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이야기를 다 들은 카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말했다.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가서. 숲에서 길을 안 잃는다는 게 무슨 뜻이겠니?”
“그냥 숲을 다 기억한다는 거?”
“그렇지. 그리고 저 엘븐 포레스트는 세상에서 제일 빽빽한 숲이지. 인간은 저기서 길을 외울수가 없어. 애초에 엘븐 포레스트에 제대로 들어가 본 인간들도 없잖아?”
여태까지 엘븐 포레스트 안쪽으로 들어간 인간은 없다는 모양이다. 뭐 당연히 엘븐 포레스트의 변방 쪽에 들어가 본 놈은 있겠지. 여기서 뜻하는 것은 최심부다. 아무튼 인간들은 저 안쪽 깊은 곳으로 가본 적이 없으니 길도 지형도 모른다. 사실 몇 번 가봤다고 해도 저 방대한 숲길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할 테고.
“근데 엘프 놈들은 제집 안방이라서 전부 다 기억한다고. 그런 놈들이랑 유격전을 한다? 못 이기지, 그건.”
카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는 지형문제다.
인간 개인의 전투력이 아무리 고강하다고 해도 지형의 영향을 100% 다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엘븐 포레스트의 방대한 숲의 내부에서는 전문 게릴라들이자 훈련된 군인이고, 기사급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엘프들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뭐… 엘프들도 인구는 제법 있을 텐데. 애초에 엘븐 포레스트가 카르가 왕국보다 넓잖아?”
“그렇죠.”
“응… 그렇지.”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 시발 크다는 건 알았는데 그 지랄로 컸나?
“물론 좆정글에 숲이라서 엘프들이 살만한 땅이 그다지 광활하지는 않을 텐데, 애초에 몬스터 가축화 기술이랑 농업기술은 엘프들 쪽이 한 수 위니까 인구 자체는 별로 안 딸리겠지.”
엘프들의 정확한 인구수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없다. 그들은 저 넓은 엘븐 포레스트의 안쪽에서 거의 평생을 살아가니까. 나오는 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안에서 뭘 해 처먹고 사는지는 몰라도 분명 개간 기술과 농업기술은 인간보다 윗줄에 있다. 생산력이 좋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인구수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터였다.
사실 그렇다.
엘프가 이런 세력이 아니었다면 진작 인간과의 전쟁으로 멸망했을 테니까.
“그리고 옛날에 국경지대 근처에서 인간과의 전투를 상정한 군사훈련을 금지한다는 조약을 체결하긴 했는데, 숲 깊은 곳에서 그런 훈련을 할지는 모를 일이고.”
카린의 군사 상식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당연히 놈들도 대가리가 있다면 인간 연합군이랑 싸울 때를 상정한 훈련을 하고 있을 거다. 애초에 엘븐 포레스트 자체가 인간 왕국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안 할 수가 없어. 당장 메르쿠디아 왕국만 넘어가도 약소왕국들이 많이 있는데, 그게 다 다 엘븐 포레스트랑 국경을 대고 있는 중이니까.”
“오…”
“근데 이걸 왕국에서 감찰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냐.”
피부색, 성별, 나이, 출신을 따져서 싸우는 사람답게 엘프들에게 유감을 가진 이들은 굉장히 많다.
아마도 저 숲 게릴라의 전문가들이자, 평생동안 살인기예를 연마해온 엘프들은 비밀스러운 숲의 안쪽에서 조약을 어기고 인간 연합군들과 싸울 훈련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인간과 엘프들은 불가침 조약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솔직히 엘프도 인간한테 전면전을 걸어서 승리를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엘프들과 전쟁을 치르고 싶을 왕국도 없을 테니까.
“음… 근데 엘프들이라면 독에도 강할 것 같아요.”
이야기를 쭉 듣고 있던 아리가 말했다.
“숲에 사는 놈들이니 당연하겠지. 약점이라면 불 정도일까 싶은데… 듣자하니 엘프들은 물의 정령들과도 친하게 지낸다는 소문이 있어.”
“완전 비인간적인 새끼들이네요!!! 인류의 적인 정령들과 친하게 지낸다니!!!”
힐데가 경악했다.
“소문이라서 정확히는 모르는 이야기니까 너무 흥분하지는 말고.”
그래도 만약 불까지 안 통한다면 말 그대로 천연 요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이팜을 후려갈기는 게 아닌 이상에야 대비책이 없다.
“그런데 엘븐 포레스트라…”
“왜. 우리 아리 저거 궁금해서 그래?”
역시 알라우네라서 큰 숲에 대한 관심을 꺼뜨릴 수는 없나 보다.
“아뇨.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는 않아요. 애초에 주인이 있는 숲이니까.”
“숲의 주인은 아리 너잖아.”
“그렇기는 한데요, 저들은 엘프니까요.”
그게 상관이 있나?
알라우네인데.
“저런 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면… 아마도 알라우네에 대한 대비책 정도는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무리 알라우네라고 해도 혼자서 한 종족이 지닌 군대의 전부를 상대할 수는 없을 거고요.”
“아.”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랬다.
지금 아리는 엘븐 포레스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알라우네는 전설적인 몬스터지만 이렇게 존재를 하고 있다. 이걸 엘프들이 모를까? 내 생각에 알고는 있을 것 같다. 기록이 있기는 할 테니까. 그러니 알고 있는 만큼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대비책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근데 카린언니? 이야기 듣다가 궁금한 게 생겼는데, 그럼 그렇게 강한 엘프들이 왜 한낱 노예상인들한테 당하는 거야?”
“한낱 노예상?”
위니아의 물음에 카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한낱 이라고 할 수 있나? 국경지대 불법 엘프 노예상인들은 왕국기사단들도 건드리기가 힘든 놈들인데.”
“예?”
“뭐?”
“진짜?”
카린의 말은 놀라운 것이었으나,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엘프 새끼들이 짜바리 븅신들도 아니고 존나 씹쎈 놈들인데 그 새끼들을 납치해서 파는 놈들이 정상적일 리가 없겠지.
“돈이 되니까. 그만한 강자들이 모여있는 게 당연한 거지.”
무엇보다 엘프 노예 암매매는 `엄청난` 돈이 된다고 한다.
당연히 그 이권을 노리기 위해 살인적인 인재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
“왕국 기사단 못지않은 전쟁 전문가에 엘프들 못지않은 유격전의 달인들이 그런 업종에 뛰어들고는 하지. 왜? 돈이 되니까. 아, 근데 나도 이렇게만 알고만 있는 거라서. 나 용병질할때는 그쪽에서 활동을 안 했거든. 자세히는 몰라.”
카린의 담담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거 잡으려면 병력을 쏟아부어야 할 텐데, 기사 새끼들 자존심상 그렇게는 안 하다가 어떻게 그냥 엘프들에게 위임하는 거로 합의해서 조약 체결했을걸?”
설득력이 있다.
여하튼 우리들은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엘프 군대를 구경했다. 그리 보다가 이야기를 마치고 궁전 쪽으로 들어가려고 발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아, 여기 있으셨군!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오, 팔라딘 나으리!”
웬 기사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 아닌가.
“아, 반갑소. 그런데 실례지만 누구시오?”
“기사 셀터만이라고 하오.”
“그렇군. 그런데 무슨 일로?”
“저기, 이런 부탁을 하기는 죄송스럽지만 잠깐만 동행해주실 수 있겠소이까?”
이 새끼 머여.
“이유를 들어보고 결정하겠소.”
“그게… 엘프들의 군대가 온 것은 아실거요. 근데 그쪽 엘프 지휘관이 팔라딘 나으리를 보고 싶다면서 만남을 요청했소.”
엘프 지휘관이 날 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