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of-standard grade analyst RAW novel - Chapter 357
356화
-소원랑(2)
소원랑은 사람의 몸에 3개의 단전 즉,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을 나누어 수련하는 내단법을 창안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온 백성들에게 널리 퍼뜨렸다.
선골이 있는 천연 도사들은 상단전을, 선골이 없지만 영기를 다루는 데 재능이 있는 사람은 중단전으로 수련했다.
재능이라곤 쥐뿔도 없는 일반 백성들도 하단전을 이용한 내공 수련은 가능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내공을 쌓는 데는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민초가 내공을 어느 정도 쌓기도 전에 가난과 질병을 이기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단순히 내공의 수련만으로는 안 된다. 육체의 단련도 필요해.”
전쟁이 넘치는 세상.
내공이 없어도 무기를 휘두르고 몸을 단련하는 외공(外功)은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있었다.
소원랑은 직접 군과 무력 집단을 찾아다니며 육체 단련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외공을 어떤 사찰의 고승에게 전했다.
“누구라도 찾아오는 이가 있으면, 이 무공들을 전수해주고 건강을 단련할 수 있게 도와주시오.”
고된 수행으로 오랜 시간 심신이 상해 있던 고승은 소원랑에게 내단법과 외공을 전수받아 건강을 되찾았기에 소원랑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아미타불! 우리 소림(小林)에서는 종교와 빈부를 떠나서 악하지만 않다면 누구에게나 이 72가지 공부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소림이라 이름 붙여진 사찰에서 전해진 외공과 내단법은 세상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이른바 무림(武林)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었다.
* * *
“하지만 나는 살짝 후회하고 있네.”
소현 진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원한 건 선택받은 자들만이 심산유곡에 들어가 도를 닦던 신선으로의 길이 누구에게나 열리는 것이었지. 모두가 등선하여 고통에서 해방되길 원했어.”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현의 질문에 소현 진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행한 바는 내가 의도한 것과는 달랐네. 하단전으로 내공을 쌓고 그 내공으로 외공을 더 강하게 하는 이른바 무공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지.”
그는 선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모두가 신선이 되려고 노력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선이 되기보다는 새로 얻은 힘을 다른 곳에 쓰길 좋아했다.
“민초들은 남들보다 강해지길 원하고, 남들을 무력으로 핍박하거나 수탈하기 시작했지.”
그건 빈부 고하를 떠나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일이었다.
“한 명을 죽일 칼이 수십 명을 죽이는 칼이 되었다네. 전쟁은 더 심해졌고 사람들은 더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지.”
“…….”
이현은 소현 진인의 얼굴에 떠오르는 절망에 뭐라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다.
소현 진인 아니, 누구나가 등선하는 세상을 꿈꿨던 도사 소원랑이었던 자는 떨리는 손으로 수염을 쓸어내렸다.
“하단전의 수련법이 널리 퍼지며 그나마 있던 선골을 지닌 이들도 신선을 포기하고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네.”
그 수가 극히 적었지만, 꾸준히 이어지던 신선의 탄생은 그 이후로 맥이 끊겼다.
“내 뒤로는 더는 신선이 나오지 않았어. 사람들은 현생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즉, 내가 선계의 맥을 끊은 게야.”
소현 진인은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 역시 등선을 포기하고 생을 마감하려 했네.”
이미 진즉에 등선 해야 했던 소현 진인은 죄책감으로 자신의 등선을 포기하고 삶을 끝내려 했다.
“그때 나타난 분이 총관님이시지.”
몸에 착 달라붙는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 비늘 옷을 입고 나타난 총관은 좌절한 도사 소원랑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의 숭고한 목적은 실패했지만, 내공이라는 너의 업적은 놀라울 정도야. 그건 열 번이 넘는 우주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최초의 업적이다.’
서왕모보다도, 구천현녀보다도 아름다운 얼굴로 총관이 미소 지었다.
‘나와 함께 가지 않겠어? 이 작은 행성 밖에도 너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아.’
도사 소원랑은 잠시 고민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실패를 경험으로 더 많은 이들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사 소원랑은 그 자리에서 등선해 신선이 되어 총관을 따라나섰다.
그가 소현 진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이게 내가 십이선이 된 사연이네.”
회상을 끝낸 소현 진인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가 내공을 창안한 이후, 우주가 멸망하고 새로 태어나도 우주의 법칙에 의해 어딘가에서 내공이 생겨났다.
그렇게 우주 곳곳에 내공이라는 새로운 힘이 퍼져 나갔고 그 일부가 이현에게까지 전해졌다.
“진인께서 바로 내공과 무공의 창시자셨군요.”
“부끄럽군. 내 실패의 흔적이라네.”
본인은 실패라고 말하지만, 그 내공과 무공으로 자신이 몇 번이나 목숨을 건졌던가.
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현 진인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아닙니다. 진인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습니다.”
“허허, 부끄럽구먼. 부끄러워.”
싫지는 않은지 늙은 소현 진인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말이 길어졌네만, 내 업적만큼 소형제의 업적도 크다네. 자네는 충분히 우리의 동료로 들어올 수 있을 걸세.”
소현 진인의 그윽한 눈빛이 이현을 향했다.
“나도 드디어 막내를 벗어나는구먼.”
“……네?”
“아무것도 아닐세. 허허허.”
크게 웃으면서 주의를 환기시킨 소현 진인이 이현의 아랫배를 다시 가리켰다.
“소형제, 소현공을 익히고 있지?”
“네. 그렇습니다만…….”
“소현공은 내가 최초로 만든 내공 심법이네.”
“아.”
이현이 저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리며 소리를 내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부터가…….’
도사 소원랑이 등선한 이후 얻은 이름, 소현 진인(蘇玄眞人), 그리고 소현공(蘇玄功).
누가 보아도 소현공은 소현 진인이 만든 이름이었다.
“까마득한 사부? 아니, 사조라고 불러야 하나요?”
이현이 다시 일어서서 포권이라도 취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자, 소현 진인이 손을 내저었다.
“그런 소리 말게. 내가 직접 가르친 것도 아니고, 반쪽짜리 소현공을 배운 소형제를 제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니.”
“반쪽짜리……인 겁니까?”
이현이 놀라서 눈을 껌뻑대자 소현 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이현을 향해 손짓했다.
“일어나보게.”
이현이 그의 말에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현 진인이 다가와 이현의 아랫배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윽!”
“하단전의 수련은 잘되어 있네. 소현공의 장점이지. 조금 거칠긴 해도 누구나 내공을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점.”
“그, 그렇군요.”
소현 진인은 이번엔 이현의 명치께를 쿡 찔렀다.
“억!”
“엄살은.”
숨이 막혀 소리를 내는 이현을 보면서 소현 진인이 혀를 찼다.
“소형제는 대사형이 ‘규격 외의 힘’이라고 부른 그 힘을 중단전에 모으고 있는 걸로 보이네만. 맞나?”
“맞습니다.”
“왜 중단전에 모았지?”
“그게…… 저절로 그리되었습니다.”
이현이 멋쩍은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소현공으로 내공을 쌓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규격 외의 힘이 중단전에 안착했기 때문에 그도 이유를 몰랐다.
“그게 반쪽짜리 소현공을 익힌 탓이네. 대체 어디서 소현공을 배웠기에, 쯧쯧.”
이현은 혀를 차는 소현 진인에게 차마 지식 상회에서 산 스킬북으로 배웠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이현이 할 말을 찾지 못해 눈만 데굴데굴 굴리는 동안 소현 진인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소현공의 핵심은 차례로 단전을 단련시켜 하단전에서 상단전까지 순차적으로 선기를 쌓는 것이네.”
소현 진인은 손가락에서 내공의 힘으로 만들어 낸 빛의 선을 뽑아내 허공에 육체의 해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하단전을 수련하면 선기가 오장육부를 거쳐 오액(五液)으로 화해 하단전에 쌓인다네. 하단전이 차오르면 오액이 오기(五氣)로 변해 중단전으로 향하고, 오기가 중단전에 쌓이면 상단전까지 열리게 되지.”
해부도에서 하복부와 심장, 그리고 뇌에 위치한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 세 단전이 가득 차 양(陽)이 생겨나는 걸 삼양(三陽)이라고 하지. 삼양은 일정 지경에 도달하면 상단전에 모인다네. 이걸 삼화취정(三華聚頂)이라고도 하지.”
소현 진인이 그린 해부도에서 정수리 부분이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 삼양이 백회혈에 있는 천궁을 통해 몸을 벗어나 하늘로 닿는 것을 조원이라고 하네. 오기조원(五氣朝元)이라고도 부르지. 조원의 경지에 이르면 등선이 시작되는 걸세.”
갑자기 시작된 내단법 강의에 이현은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소현 진인의 가르침을 머리에 새겼다.
“온전한 소현공의 끝은 바로 이 오기조원의 경지를 목표로 하는 걸세. 그런데 소형제가 익힌 반쪽짜리는 삼화취정은커녕, 중단전도 단련하지 못하고 있어.”
미간을 찌푸리는 소현 진인의 말에 이현은 짐작이 가는 바가 있어 입을 열었다.
“규격 외의 힘 때문입니까?”
“아닐세.”
소현 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소형제의 그 힘은 내가 만든 내공 따위는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상격(上格)의 힘이야. 그 힘이 왜 자네에게 해가 되겠는가.”
“그렇다면 왜…….”
“반쪽짜리 소현공으로는 중단전을 단련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일세. 만약 중단전을 제대로 단련한다면…….”
소현 진인이 이번엔 이현의 머리를 가리켰다.
“상중하 단전이 모두 타통되어 내공이 세 단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걸세. 거기에 규격 외의 힘도 자네의 몸 전체에 퍼져 더 큰 힘을 가지게 되겠지.”
“규격 외의 힘도 말입니까?”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어보는 이현에게 소현 진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네의 몸은 그 위대한 힘을 얽매는 족쇄나 다름없네. 큰 칼이 아무리 예리하면 무얼 하나? 휘두를 공간이 없으면 단순한 쇳덩어리에 불과하지.”
소현 진인은 거기까지 말한 뒤 진지한 표정이 되어 이현을 바라보았다.
“만약 소형제가 원한다면 내가 직접 온전한 소현공을 자네에게 전수하고 싶네. 괜찮겠나?”
“만약 족쇄가 풀린다면…….”
“더 큰 힘을 무한히 휘두를 수 있게 되겠지.”
이현이 자신의 몸과 규격 외의 힘이 모여 있는 가슴께를 내려다보았다.
‘사도를 잡기 위해선 더 큰 힘이 필요해.’
샤이 규라흐는 각성을 마치기 전이었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누다르는 각성을 모두 완료한 뒤였기에 리코스와 사우레노르 부대의 희생이 너무 컸었다.
‘만약 진인께서 말하는 대로 내가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앞으로 잡아야 하는 사도들, 그리고 지구에서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 사도를 더 수월하고 안전하게 잡을 수 있게 된다.
이현은 더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소현 진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하게 해주십시오.”
“알겠네. 이제야 진짜 제자라고 부를 수 있겠군.”
“네, 사부님. 제자가 인사드리겠습니다.”
이현은 아주가 그랬던 것처럼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구배지례 중 스승에게 올리는 계수배를 올렸다.
“허허, 지금은 내게 배우겠지만 곧 소형제도 우리의 동료가 될 테니 임시로 내가 스승이 되겠네.”
소현 진인이 이현이 절을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회담장의 문이 벌컥 열리며 티타니아가 돌아왔다.
“이것들이 나 없다고 아주 빠져가지고 말야.”
이현은 절을 한 자세 그대로 고개를 돌려 티타니아를 맞이했다.
“티타니아, 왔어?”
“네. 봉인이 풀렸다니깐 사색이 되는 그 얼굴들을 주인님이 봐야 했…….”
손을 탁탁 털며 회담장으로 들어온 티타니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흐뭇하게 웃고 있는 소현 진인과 그 앞에 절을 하고 있는 이현의 모습.
티타니아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너 이 새끼, 지금 내 주인님한테 뭘 시키고 있는 거야?”
“자, 잠깐만! 티타니아 공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상황이 아니오!”
“오냐, 너도 오늘 우주에서 소리 날 때까지 한번 맞아보자. 너는 나한테 맞아본 적 없지?”
“으, 으어어!”
미처 이현이 말릴 새도 없이 달려든 티타니아에 의해 소현 진인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우주 속으로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