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of-standard grade analyst RAW novel - Chapter 449
448화
-신격의 완성(2)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조정하기 위해 시간 조절 장치 타이미와이미를 작동하던 날.
“아빠! 가치 가!”
이아코스와 리코스만이 들어가기로 되어 있던 타이미와이미 안으로 어린 페르세우스가 뛰어들었다.
“페르세우스!”
아이의 어머니인 디르케가 비명을 지르며 따라 들어가는 순간, 타이미와이미의 문이 닫혔다.
그렇게 타이미와이미에 들어가서 시간을 끌어줄 인원이 원래 예상했던 2명이 아닌 4명이 되어 버렸다.
“아빠! 아빠!”
“이거 일이 곤란하게 되었군.”
리코스가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며 드라콘의 거대한 발가락에 매달리는 아들의 뒤통수를 멍하니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난감한 건 디르케 역시 마찬가지였다.
“온 가족이 함께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아빠에게 매달려 있는 아들을 보며 그녀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 속에 있을 때 리코스와 떨어지게 된 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페르세우스는 리코스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디르케는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아들을 보다 이아코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괜찮을까? 식량은 조금 넉넉하게 가져오긴 했는데…….”
하지만 그래 봤자 이아코스가 먹을 100년 치 식량이 전부였다.
죽은 몸인 리코스는 식사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구울이나 좀비 로드일 때는 간혹 썩은 고기를 먹기도 했지만, 드라콘, 그중에서도 사룡(死龍)으로 각성한 이후에는 먹을 필요가 전혀 없어진 그였다.
결국, 이아코스의 식량으로 디르케, 아기 페르세우스가 함께 100년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식량의 양이 절대적으로 모자란 상황이었다.
“문제는 역시 페르세우스네.”
엄마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리코스의 발가락에 얼굴을 콕 박고 있던 페르세우스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마치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아는 듯 흰자를 보이며 눈동자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그 모습에 디르케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아이는 이제 성장기야. 많이 먹지 못하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거야.”
“잘못해떠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눈치를 보던 페르세우스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아이는 잘못이 없어요.”
“정말?”
이아코스는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리는 아기 페르세우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가족은 같이 있을 때 제일 좋은 거야.”
그 말을 꺼내는 이아코스의 표정에 씁쓸함이 어렸다.
이아코스는 그의 부모나 마찬가지였던 실레노스를 떠올리고 있었다.
슬픔과 그리움을 털어낸 이아코스가 다시 밝은 표정으로 외쳤다.
“그리고 아이는 많이 먹어야 하는 법이죠. 우리가 좀 굶으면 돼요.”
난처한 표정의 디르케를 보며 이아코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좀 안 먹어도 괜찮을 거예요. 이래 봬도 명색이 신이니까요.”
아직 인간이었지만, 이아코스의 안에는 완성된 신격이 있었다.
이아코스는 혀를 쏙 내밀며 웃었다.
“신이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거든요.”
“나도 어느 정도는 괜찮을 거야.”
자신 역시 괜찮다며 디르케가 턱 뿔을 쓰다듬었다.
“드라콘으로 변신하면 배고픈 줄을 모르겠더라.”
아직 디르케는 드라콘으로 승격하진 못했지만, 한 발자국만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100년 동안 온전한 드라콘으로 승격할 수 있다면 배고픔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그때, 울먹이던 페르세우스를 코끝으로 쓰다듬으며 다독이던 리코스가 입을 열었다.
“식량 문제는 오히려 쉽게 해결될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리코스?”
타이미와이미를 작동시킬 준비를 하는 동안, 이현이 리코스에게 말해 주었던 사실이 있었다.
“페르세우스가 사실은 이미 드라콘이래.”
“뭐?”
입을 쩍 벌리며 놀라는 디르케에게 리코스가 이현이 말해 준 사실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알에 있는 동안 위대한 신들을 뵙고 그 기운에 영향을 받았나 봐. 거기에 던전의 사념 에너지? 그 힘의 영향도 많이 받은 모양이야.”
분위기가 조금 풀리자 바로 아빠의 턱 뿔을 잡고 매달리며 해맑게 놀고 있는 저 아이가 이미 드라콘이라니.
디르케는 자신보다 더 상격의 존재로 태어난 아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언젠간 자식이 자신보다 더 격 높은 존재가 되는 게 모든 어머니의 꿈이라지만, 이건 너무 빠른데?”
디르케의 표정은 마치 눈 깜짝할 새 장성한 아이가 처음 색싯감을 집에 데려왔을 때 보이는 어머니의 표정 같았다.
리코스는 웃으며 그런 아내의 허리를 꼬리 끝으로 감아 위로해주었다.
이아코스는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많이 먹어야 한다는 건 마찬가지 아니에요? 아기잖아요.”
“정확히는 드라콘의 아기지.”
리코스는 조심스럽게 거대한 손으로 아기 페르세우스를 안아 들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드라콘은 많이 먹을 필요가 없어. 아, 넥타르가 많으면 좋긴 하겠네.”
“그건 제 담당이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100년 동안 격리되는 동안 격을 올리기 위해선 고품질의 넥타르와 암브로시아가 필요했다.
때문에, 넥타르를 만들 재료는 식량보다도 많았다.
“넥타르를 만들수록 제 신격도 성장할 테니 일석이조네요.”
이현에게 배운 사자성어를 말하며 이아코스가 방긋 웃더니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오히려 예상보다 100년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 * *
이현의 던전에서 6시간이 흘렀을 무렵, 타이미와이미 안에서는 90일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리고 리코스 일행은 빠르게 타이미와이미 안에서의 생활에 적응했다.
각종 편의 시설과 재배 시설, 그리고 수련 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던 덕분이었다.
모두가 타이미와이미 안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자, 디르케가 모두를 소집했다.
“90일 동안 생활해본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데 모두 동의하지?”
“그래.”
“네. 넥타르 재료랑 같이 곡물도 재배할 수 있어서 오히려 여유가 있네요.”
타이미와이미의 재배 시설은 넓었고 이아코스는 식량으로 들여왔던 곡물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 걱정했던 식량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된 뒤였다.
이아코스의 말에 리코스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둘 다 이제는 온전히 수련에 집중해도 될 것 같아.”
원래는 수련을 통해 이아코스가 신격을 되찾고 리코스가 격을 상승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디르케와 페르세우스가 합류한 이후에는 목표가 조금 달라졌다.
“당신이 얼른 드라콘으로 승격해야지. 100년 뒤에 홀아비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리코스의 농담 섞인 말처럼 디르케는 승격하지 않으면 수명이 아슬아슬할 터였다.
“그래. 당신한테는 미안하지만, 수련이 급한 건 바로 나니까.”
디르케가 수련하는 동안 페르세우스는 리코스가 돌볼 예정이었다.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우리가 오랜 시간 함께하려면 당신이 드라콘으로 승격해야 하는 건데.”
리코스는 애정을 담은 목소리와 눈빛으로 디르케를 바라보았다.
이아코스가 잠시 고개를 돌려 구역질하는 시늉을 했지만, 결혼한 지 한참이 되었어도 여전히 신혼 느낌이 나는 부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남편의 사랑스러운 애정을 충분히 만끽한 디르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희생할 필요가 있을까?”
“그게 무슨 소리야?”
리코스가 의아해하자 디르케가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타이미와이미의 여러 기능을 다루는 컨트롤룸이 있었다.
“생각해 봐. 우리는 제일 문제가 되는 식량 문제를 해결했어. 그렇지?”
디르케의 물음에 이아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100년은 물론이고 그 배도 버틸 수 있을 정도예요.”
“그래. 그리고 우리 가족은 모두 여기에 모여 있어. 아주 오랜 시간 돌아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슬프지 않아.”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거야?”
리코스의 물음에 디르케가 히죽 웃어 보였다.
“만약 우리가 여기서 버티는 시간을 10배로 늘리면 어때?”
“천 년을 버텨보자는 거야?”
이아코스와 리코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모습에 디르케가 바로 그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과 이아코스가 처음 이곳에 들어온 목적을 생각해 봐. 더 강해져서 보스의 도움이 되고 싶은 거였잖아.”
“맞아요.”
이아코스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은 날로 강해지는데, 이현을 제외하곤 사도를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자신은 신격을 갖춘 신임에도 불구하고 이현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아코스를 타이미와이미에 들어오게 했다.
디르케는 분해하는 이아코스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만약 천 년의 시간 동안 수련을 해서 더 강한 힘을 지닌 채 돌아가면 보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보스가 우릴 오래 기다리면 어쩌려고?”
타이미와이미 안에서 100년은 던전에서 100일이었다.
그 열 배를 수련한다면 이현은 그들을 1,000일이나 기다려야 했다.
안 그래도 던전에서 가장 강한 리코스와 디르케가 빠진 상황에서 그렇게 오래 이현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당신, 페르세우스랑 놀아주느라고 머리까지 아이처럼 된 건 아니지?”
디르케는 리코스를 딱하다는 눈빛으로 보고는 이아코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아코스, 할 수 있지?”
“네. 있어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티타니아가 타이미와이미의 조작법을 이아코스에게 가르쳐주었다.
이아코스는 컨트롤룸으로 가더니 레버와 버튼 몇 개를 만지고는 환한 얼굴로 말했다.
“될 것 같아요.”
“어쩔래?”
이아코스의 대답에 디르케도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리코스를 바라보았다.
그런 디르케의 모습을 보며 리코스는 처녀 시절의 그녀를 떠올렸다.
‘그때도 처음 내게 이기고는 딱 이런 표정을 지었었지.’
그리고 그 모습에 반했던 리코스는 그 표정에 이길 수가 없었다.
“내 가주께서 원하는 대로.”
그렇게 천 년의 수행이 결정되었다.
* * *
“자, 나진 아가씨, 이것 좀 마셔봐.”
나진은 이아코스가 건네는 넥타르를 마셨다.
언제 마셔도 향긋하고 달콤한 신들의 음료가 나진의 목을 타고 몸으로 스며들었다.
“어?”
놀랍게도 나진은 순식간에 몸에 활력이 도는 것을 느꼈다.
이븐 자토스의 인간형 분체에게 당했던 신체의 상처도 말끔하게 나은 상태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천 년이나 갈고 닦은 회복용 넥타르야. 효과 괜찮지?”
자신의 수련 결과를 자랑하며 싱긋 웃는 이아코스의 미소가 눈부셨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이아코스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나진의 표정이 멍해졌다.
“너…… 정말 신이 됐구나?”
“응. 이제 나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이아코스는 알통을 만들어 보이며 방긋 웃었다.
가녀린 미소년이었다가 이제는 조각 같은 미청년이 된 이아코스의 팔근육이 멋지게 도드라졌다.
그때였다.
[네놈, 신격을 가지고 있구나.]이븐 자토스의 인간형 분체는 이아코스의 화살에 단번에 소멸했지만, 거대한 용을 닮은 진짜 분체는 여전히 건재했다.
이븐 자토스의 분체는 아주 작다고는 하나 자신의 일부를 소멸시킨 이아코스를 향해 짙은 사기를 뿜어냈다.
무 행성에도 한때 신이 존재하긴 했다.
이븐 자토스의 명을 받은 충충도인이 점령하기 전의 진짜 ‘마교’의 신, 천자마(天子魔).
그리고 불교와 도교의 여러 신이 무 행성에도 엄연히 존재했었다.
하지만 이미 이븐 자토스에게 모두 먹혀 버린 지 오래였다.
그렇게 신을 잃어버린 이 행성에 신격을 지닌 존재가 나타나다니.
이븐 자토스의 무한한 지혜도 이를 예지하지는 못했었다.
[말해라! 너는 누구냐!]자신이 예지하지 못한 상황에 분노한 이븐 자토스의 고함에도 이아코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방긋 웃었다.
“지금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 위를 봐.”
[뭐?]이아코스의 지적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든 이븐 자토스의 머리 위로 거대한 용 하나가 덤벼들었다.
“나진 누나 건들지 마!”
온몸에서 신성한 격을 뿜어내며 이븐 자토스의 분체를 공격하는 새로운 용.
천 년 동안 신격을 갖춘 건 이아코스뿐만이 아니었다.
“누, 누나라니?”
천 년을 수련해 신룡(神龍)이 된 아기 페르세우스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