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71
하찮은 존재 (2)
또한 사이먼의 검술실력이 중급인지 상급 이상인지 판단을 해야 했다. 이런 것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의 실력이 고작 엑스퍼트 중급에 불과했기에 사실상 판단이 쉽지 않았다.
“나도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일단 학장님께 보고를 하고 지침을 받아 조치를 취합시다.”
총관인 헥스톨을 찾아가서 상황을 말하고 조언을 구하자 그도 달리 말을 못하고 로스티아 듀렌 학장에게 보고하자고 했다. 그들보다 스타리안 남작가나 사이먼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 것이기에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 같았다.
로스티아 학장은 모든 보고를 받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헥스톨이 사비올라 행정감찰국 특별감사의 직책에 사이먼이 임용이 된 것까지 보고를 했다. 이미 그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재차 보고를 한 것은 아직까지 그 직책이 거두어지지 않은 것이 무슨 의미인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훈육담당관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처리를 하십시오. 그리고 프리켈라 교사에 대한 부분은 내가 처리를 할 것이니 총관은 당장 오라고 하십시오.”
로스티아 학장은 사이먼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크렌샤에게 사이먼이 왜 특별감사에 임용이 되었는지 물었지만 그에 대해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고 최근에 왕명으로 왕궁도서관이나 궁정마법단의 도서관에 출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참 전에 사이먼이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애와 혼인을 할 수도 있다는 은밀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 소문이 돌고 난 이후에 스타리안 남작가의 낙향이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왕실에서 두 사람의 혼인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물론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기에 흘려듣고 말았는데 그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사이먼에게 조치가 취해졌지 스타리안 남작가를 낙향시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의미였다.
더구나 사이먼이 종종 왕의 안식처에서 사용하는 저택에 드나드는 것도 보고가 되는 상황이니 그곳과 연관이 있을 것이니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었다.
로스티아 학장실을 나온 훈육담당관 제로틀은 우선 의무대를 향해 갔다.
“안데미론 학생이 크게 상처를 입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안데미론 학생의 잘못으로 인해 초래된 일입니다.
또한 안데미론 학생이 행한 말과 행동은 아카데미에서 금한 여러 가지 조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향후 적절한 처분이 내려질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진술한 모든 것이 허위로 판명이 되었으며 이에 대하여도 처분이 결정될 때 같이 고려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사건의 진상을 호도하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그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처벌이 진행될 수가 있으니 앞으로 언행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제로틀은 안데미론을 보면서 심각한 어조로 통보를 했다. 안데미론은 제로틀의 말을 들으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건의 진상이 어떻든 분명 자신의 신분을 고려하여 사이먼에게 불리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자신이 예상한 것과 완전히 다르게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두 가지 의문이 머리를 지배했고 그로 인해 갑자기 두려워졌다.
자신이 성급하게 날아서 발길질을 했지만 자신의 발길질을 피하고 머리를 이용하여 반격을 한 사이먼의 능력이었다. 그것은 최소한 중급 이상의 엑스퍼트가 되어야 가능한 기술이었다. 그의 짐작에 상급 이상의 실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만 들었던 오러 실드라면 상급 이상일 수도 있었다.
다른 하나는 스타리안 남작가의 낙향으로 그의 입지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강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훈육담당관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스타리안 남작가가 그의 배후가 아니라 그저 친분을 나누는 정도에 불과한 관계일 수도 있었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안데미론을 두고 밖으로 나온 제로틀은 훈육담당관실로 향했다. 그러나 상당히 걸음이 느렸고 훈육담당관실 앞까지 갔다가 다시 뒤를 돌아서서 반대 방향으로 걷기도 했다. 그렇게 복도를 몇 번 왕복하다가 마침내 훈육담당관실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결과 사이먼 학생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고 판단이 됩니다. 일단 강의실로 돌아가도 됩니다. 잘못을 범한 안데미론에 대하여는 추후에 적절한 처분이 내려질 것입니다. 향후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가 미흡할 수도 있지만 사건 당사자가 모두 학생인 점을 고려하여 사건 자체보다 학생의 훈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생각하기 바랍니다.”
제로틀은 말을 하면서도 상당히 긴장이 되었다. 어휘를 선택하는데 상당히 고심을 했다. 그러면서 말을 하는 내내 사이먼의 반응을 살폈다.
제로틀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이먼의 표정을 보면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상급 기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그런 처분에 안도하기보다 오히려 뭔가를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자 제로틀은 그런 사이먼의 태도에 내부에서 욱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았다. 사이먼이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가자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로틀이 판단하기에 사이먼은 부당한 권력의 행사를 기대하였는데 그런 행사가 없어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에 관련된 자들을 크게 혼낼 심사로 보였다. 그러니 사이먼이 괘씸하면서도 두려웠다.
사이먼은 훈육담당관실에 있었지만 제로틀의 행적이나 이 사건에 관련이 된 모든 사람의 언행을 다 감지하고 있었다. 초감각을 극도로 운용하여 아카데미 내의 모든 움직임을 감지했다.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서 뭔가 조치가 취해질 것이고 그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그 책임을 물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야 했다.
‘제로틀 훈육담당관은 상당히 노련한 자이군. 그러니 학생들의 사건을 해결하는 자리에 있는 것이겠지. 전직이 범죄를 처리하는 경비대 출신으로 보이는군. 검술도 제나나 예나 정도의 능력을 가진 것을 보면 앞으로 이 정도에서 그칠 인간은 아닐 것 같은데.’
진상조사가 끝나자 헥스톨을 찾아가서 상의를 하고 로스티아 학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 다 듣고 있었다. 그들이나 로스티아 학장이나 자신이 마스터인 것은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단지 로스티아 학장은 뭔가 다른 정보를 더 아는 것 같았지만 무엇을 아는지는 판단이 되지 않았다.
아카데미 학장이라면 뭐가 들은 정보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처분을 결정할 것 같았다. 그가 엉뚱한 조치를 취한다면 아카데미에서 쫓겨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지만 그런 사태가 일어날 경우에는 학장을 가만히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제로틀이 안데미론에게 하는 말도 다 들었고 그 후에 자신에게 말하기 전에 복도를 서성이면서 고심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전에 그렇게 고심한 후에 들어와서 말을 하자 사이먼은 일단 알겠다고 말을 했다.
교사인 프리켈라는 훈육담당관실을 나가서 사건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다른 교사에게 허위사실을 사실인양 말하기 시작했다. 그에 대해 일부 교사는 불신의 태도를 보였고 일부는 동조하여 사이먼을 욕하기도 했다. 누가 좋은 교사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평소 사이먼이 바람직한 교사라 생각한 자들은 프리켈라의 말에 대해 믿지 않았고 반대로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 자들은 프리켈라의 말이 거짓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동조를 하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로스티아 학장이 프리켈라를 호출하였다. 프리켈라는 당당한 얼굴로 학장실로 들어갔지만 로스티아 학장의 얼굴이 굳어있는 것을 보고 자세를 바로 했다.
로스티아 학장은 분위기를 잡더니 프리켈라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하지 않고 혼을 내었다. 그 이유에 대해 상대도 알 것이라는 태도였다.
“교사로서 그런 행동을 보이다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좀 더 상황을 검토하여 조치를 할 것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외부의 입김이 들어올 경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사안임을 명심하십시오. 일단 담당교사의 직책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3클라스의 담당교사를 다른 교사로 교체할 것입니다. 물러가서 자숙하고 있으십시오.”
로스티아는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말하고 학장실 밖으로 쫓아내듯이 돌아가라고 했다. 프리켈라는 학장실을 나오면서 잠시 얼굴이 굳어졌지만 오히려 뒤를 돌아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학장님은 안데미론이 그냥 프릴로스 남작령의 소영주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정도가 아니지. 대영주인 앤티론 백작가의 안주인이 바로 안데미론의 고모이지. 아무리 학장이라고 해도 그 화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장실에서 멀어지자 프리켈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안데미론이 앤티론 백작가의 안주인 조카라? 여기서 다시 잊었던 앤티론 백작가가 거명이 되다니 인연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본가가 나서서 나에게 행패를 부릴까? 그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사이먼은 이미 남남이나 마찬가지인 본가이지만 그곳이 거명되자 기분이 묘했다. 크라인이 고아가 되면서 완전히 연락이 끊어졌고 방계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멀어 이제는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과연 그들이 이번 일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그들이 개입할 경우 로스티아 학장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왕의 안식처의 수장인 오렐리어스 백작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울러 마스터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아일라 2세 폐하께서는 어떤 태도를 보일지 참으로 궁금하구나.’
사이먼은 이번 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최소한의 대응만 하면서 주변의 반응이 어떤지 파악할 생각이었다.
사이먼이 지켜보자는 심정으로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가운데 그 당사자가 된 제로틀 훈육담당관이나 로스티아 학장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만 일을 잘못 처리해도 큰 낭패를 당할 수가 있으니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올바르게 처리해야 했다.
제로틀은 당장 경비대에 근무할 때 상사이던 자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 이런 일은 경험이 많은 자의 조언이 필요했다.
“이 부분에 주의를 하게. 뒤통수로 발을 공격하여 몸을 날려 보내 책상에 부딪치게 만들어서 한쪽 무릎이 반파될 정도로 부상을 입혔다면 최소한 그 수준이 상급에서도 끝자락에 당도해야 가능하지.”
그 상사가 학생들이 작성한 진술서 부분을 가리키면서 그런 말을 했다.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엑스퍼트가 도약하여 내지른 발에 뒤통수를 맞고도 다치지 않았다면 오러 실드가 필요해.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상급 엑스퍼트라도 머리에 손상을 어느 정도 입을 수밖에 없어. 그렇기에 그런 행동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해.”
“그러면 이 진술을 토대로 유추하면 사이먼 학생이 마스터라는 말이군요.”
제로틀은 그런 결론에 도달을 했다. 그러나 그건 추정일 뿐이지 어떤 확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아. 그러니 그냥 정해진 절차에 의거하여 처리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군. 골치 아픈 사건에 휘말린 것 같아. 어쨌든 정해진 절차에 의거하여 올바르게 처리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야.”
로스티아학장도 친분이 있는 크렌샤를 찾아가서 질문을 하자 크렌샤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대답을 피했다. 몇 번 유도심문을 하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오렐리어스 백작을 찾아가서 의논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 일에 관하여는 항상 언행에 조심하라는 말만 했다.
로스티아 학장은 크렌샤의 조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을 하면서 제로틀을 불러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상의했다.
“사이먼 학생이 오러 실드를 사용하는 능력자로 추정이 됩니다. 이번 일을 잘못 처리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제로틀은 사건의 진상마저 왜곡시켜 편의를 봐주라는 자들이 있지만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나도 같은 생각일세. 안데미론 학생의 배후에 앤티론 백작가가 있지만 그들의 압력에 굴복했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가 있네. 마스터인 크렌샤 자작이 정해진 절차에 의거하여 처리하라고 할 때는 이유가 있을 것이네.”
“사이먼 학생의 태도를 보면 우리가 권력에 편승하여 부당한 처분을 내리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런 태도가 거슬리긴 하지만 추측한 것이 사실이라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알았네. 그러면 마지막으로 오렐리어스 백작님을 만나서 조언을 구할 생각이네. 사이먼 학생이 그곳과도 연관이 깊은 것 같으니 말일세.”
제로틀과 이야기를 나눈 로스티아 자작은 오렐리어스 백작에게 면담을 신청했고 신청하자마자 바로 만날 수 있었다. 오렐리어스 백작도 사건이 발생하자 정보원에게 바로 보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처리에 대해 고심하던 참이었는데 로스티아 자작이 면담을 신청한 것이다.
“규정대로 하시오. 그것이 최선입니다. 이일은 나나 폐하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사건의 진상을 검토한 결과 결코 사이먼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 만일에 사이먼이 발끈하여 반격하여 죽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무지막지한 폭력행위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