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173)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174화
그녀를 찾아서 (1)
“가, 강우 씨?”
“하아. 하아.”
거친 숨이 토해졌다. 핏발이 선 눈을 이토 신지에게 향했다.
그의 표정은 강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대한 공포에 질려 있었다.
“왜, 왜 그러시는 겁니까? 대체 편지 내용에 무슨 말이….”
“CCTV.”
“예?”
“쿠로사키 유리에가 사라졌을 때 이 주변 CCTV 영상 전부 보여주십쇼.”
“영상들은 이미 저희가 전부 조사….”
“보여, 주십쇼.”
쿠구구궁.
건물 전체가 진동했다. 핏발 선 강우의 눈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뻗어 나왔다.
“큿!”
몸 전체를 짓누르는 중압감에 이토 신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감히 항거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 그를 짓눌렀다.
“아, 으.”
손이 떨렸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이토 신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우를 올려다보았다.
‘저것이….’
영웅신 티리온의 힘을 받은 용사.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신’의 힘을 마주하게 되니 온몸이 덜덜 떨리는 감각이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이토 신지는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강우는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이토 신지가 안내해 준 방에는 수십 개의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아마 쿠로사키 유리에와 일왕의 거처를 모니터링하는 관리실이리라.
이토 신지는 한쪽을 가리켰다.
“여기 보이는 영상들이 쿠로사키 유리에 님이 실종되셨을 당시 영상입니다.”
“예.”
강우는 자리에 앉았다. 한 달 전 영상에는 쿠로사키 유리에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다행히 이때까지는 인간의 모습이었구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그리 쉽게 될 리도 없으니 아직 희망은 남아 있었다.
‘단서를 찾는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강우는 영상을 살폈다.
야심한 밤. 남들 몰래 쿠로사키 유리에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가볍게 성벽을 넘어 밖으로 빠져나간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났다.
“잠깐 정지.”
화면을 정지시킨 강우는 그녀가 만난 남자를 살폈다.
‘얼굴이 안 찍혀 있어.’
무슨 마법을 사용했는지는 몰라도 얼굴 부분만이 흐릿하게 가려져 있었다.
영상을 아무리 확대해도 가려진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저 남자의 신원에 대해서는 저희 쪽에서도 조사해 봤지만… 보시다시피 얼굴이 완전히 가려져 있어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뒤의 영상에서도 똑같습니까?”
“그건….”
이토 신지가 말끝을 흐렸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영상을 재생했다.
“일단 끝까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정체불명의 남자와 만난 쿠로사키 유리에.
남자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이후.
“아.”
순식간에 쿠로사키 유리에와 남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은 모습.
“이 뒤로 쿠로사키 유리에 님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길.”
짧은 욕설이 흘러나왔다.
강우는 두 손으로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찾아야 해.’
단순히 리리스가 본래의 흉측한 외모로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아니, 그것도 막고 싶기는 한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편지의 적힌 글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왕님의 이름을 악마교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X바아아아알.’
가장 문제되는 것은 바로 그것.
자신의 존재를 악마교 내부에 퍼트린다는 내용.
‘진짜 망할 수도 있어.’
발록이 자신을 찬양하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둘러댔다.
하지만 여기서 악마교까지 자신을 마왕이라고 찬양한다면?
‘그때는 진짜 끝이야.’
악마교들을 이끄는 사악한 수장, 사탄의 이름을 팔아먹을 수도 없었다.
강우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가능성 자체는 낮을 거야.’
악마교를 이끄는 존재, 악의 위상이라고 불리는 자가 누구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들 또한 오랜 시간,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악마교의 세력을 키워왔을 것이다.
애지중지 키워온 세력을 리리스의 말 한 마디로 확실하지도 않는 마왕에게 통째로 넘겨줄 리가 없었다.
‘문제는….’
리리스의 수완이 상상이상으로 뛰어나다는 것.
과거 지옥에 있던 시절 일곱 대공의 공적이 된 강우에게 탄탄한 세력을 만들어준 것이 바로 그녀이니 방심할 수는 없었다.
사람을 다루고, 조종하는 것에는 그녀는 특출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강우는 리리스와 정체불명의 남자의 몸이 사라지는 장면을 몇 번 되돌려보며 물었다.
“저 남자에 대해서는 알아낸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까?”
“키는 대략적으로 170~175센티. 몸무게는 60kg 정도로 추정됩니다. 보시다시피 손바닥 위에 주름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40대 이상은 아닙니다.”
“…….”
가늘게 눈을 떴다.
그냥 보고도 알 수 있는 일이니 사실상 알아낸 정보가 하나도 없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제기랄.’
170~175센티에 60키로, 2~30대의 남성.
사실 일본의 거의 대부분 젊은 남성의 신체조건이었다.
‘이것만으로는 특정할 수 없다.’
일본의 인구수가 격변의 날 이후로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쿠로사키 유리에와 만난 남자를 특정할 수는 없었다.
‘일단 편지 내용을 봐서는.’
저 남자가 아마도 리리스가 접촉한 악마교이리라.
이토 신지의 말이 이어졌다.
“남자를 특정할 수 있는 한 가지 단서가 있기는 합니다.”
“뭐죠?”
“여기 이 장면을 보십쇼.”
이토 신지가 영상을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했다.
건물 위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가볍게 옥상에서 점프해 내려오는 장면.
플레이어들의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생각하면 굳이 신기할 것도 아닌 일이었다.
“여기입니다.”
이토 신지는 떨어지는 남자의 배를 손으로 가리켰다.
펄럭이는 옷 사이로 순간적이지만 남자의 배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상처, 군요.”
“예. 복부에 검에 꿰뚫린 듯한 상처자국이 나있습니다.”
“…….”
“그래서 과거 병원 진료 기록을 모두 뒤져 확인했지만… 아직 저 남자의 신원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토 신지의 말이 끝났다.
강우는 남자의 복부에 난 상처자국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잠깐만….’
악마교. 복부에 난 큰 상처. 쿠로사키 유리에에게 접근할 만한 남자.
세 가지 사실이 머릿속에서 얽혔다.
강우의 눈이 빛났다.
‘아키야마.’
과거 리리스를 소환한 장본인.
골 때리는 이유로 그녀를 소환하며, 악마교도들에게 광기에 가까운 찬양을 받고 있던 남자.
그리고.
‘변태새끼.’
남자의 로망이라는 이유로 리리스를 소환하려 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강우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리리스가 접촉한 악마교도는 아키야마였어.’
그 말고 위의 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다른 존재는 생각나지 않았다.
“…이토 씨.”
“예.”
“이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면 소재를 파악할 수 있습니까?”
“예? 그, 그야 가능하지만 어떻게 얼굴을….”
“이 남자의 얼굴입니다.”
강우는 오른손 중지에 낀 마해의 열쇠에 힘을 더했다.
마해의 열쇠는 단순히 무기의 형태로만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로의 변환이 가능한 것.
그것이 바로 초월등급 무기 마해의 열쇠였다.
-꾸르륵.
검은 점액질로 변한 마해의 열쇠가 허공에서 형태를 이뤘다.
마해의 열쇠가 만들어낸 것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키야마의 얼굴.
“이건….”
“저 남자에 대해 짐작 가는 것이 있습니다. 이 남자의 얼굴로 수사를 시작해 주세요.”
“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토 신지는 마해의 열쇠로 만들어낸 아키야마의 얼굴을 카메라로 촬영하더니 어딘가로 달려갔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우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단서는 찾았다.’
아키야마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통해 어느 정도 단서는 찾아냈다.
이제는 이토 신지가 정보를 물어오길 기다리는 일만 남은 상황.
‘제발.’
초조한 표정으로 다리를 떨었다.
간절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늦지 않았기를.’
* * *
어두운 동공.
파괴된 건물의 잔해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과거 악마교가 리리스를 소환하려고 했던 장소. 강우와 후지모토의 난입으로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 삿포로 역 아래였다.
수북한 잔해가 쌓인 동공을 한 여인이 걷고 있었다.
“드디어 준비가 끝난 모양이군요.”
그녀의 나지막한 말에 주근깨가 가득한 남자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후훗. 수고 많으셨어요, 아키야마 추기경.”
“아, 아닙니다! 리리스 님이 진정한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아키야마는 헤벌쭉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확한 방법이 어떻게 된다고 하셨죠?”
“구천지옥으로 통하는 거대한 균열을 만들 겁니다. 그곳의 마기를 한 번에 끌어와 리리스 님의 영혼에 새겨진 정보를 바탕으로 육체를 재구성할 생각입니다.”
“흐응. 그런 방법도 가능했나요?”
“후후. 위상님들이 남겨주신 위대한 지식 덕분입니다.”
아키야마는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 가이아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약해지게 되면서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죠.”
“그 위상이라는 분들 중에 사탄이 있습니까?”
“음. 죄송합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위상님들에 대한 정보는 악마교 내부에서도 최중요 기밀이라….”
“그렇군요.”
“하, 하지만 리리스 님이 본 모습을 되찾으신다면 머지않아 위상님들과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아키야마는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리리스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마어마한 색기가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아키야마의 입이 헤, 하고 벌어졌다.
“다행이네요. 그들이 누구인지 꼭 한 번 만나고 싶었거든요. 아, 그리고 전에 말씀 드린 일은 다 끝났나요?”
“아, 그 일이라면 진행 중입니다.”
아키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리스의 부탁. 진정한 ‘마왕’의 존재는 퍼트리는 것.
아키야마는 그녀가 직접 만든 ‘지옥의 서’라는 책을 악마교 내부에 비밀리에 유통했다.
“하지만 근데 진짜 마왕의 존재가 있긴 합니까? 교단에서 듣기로는 구천지옥에는 일곱 대공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들었는데….”
“후훗. 조만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리리스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준비가 끝났으면 바로 시작하죠.”
“흐, 흐흐. 리리스 님이 드디어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순간이군요.”
“호호. 그 보상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리리스는 아키야마의 턱을 쓰다듬으며, 색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키야마에게서 몸을 돌린 리리스는 마치 더러운 것을 만졌다는 듯 손수건을 꺼내어 손을 닦았다.
“헤, 헤헤.”
그 장면을 보지 못한 아키야마는 바보 같은 웃음을 흘리며 리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그는 떨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왔던 서큐버스의 여왕을 영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만 해도 이렇게 예쁜데….’
과연 본 모습을 되찾으면 얼마나 아름다워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키야마는 들뜬 가슴으로 마법진 위에 손을 올렸다.
그를 도와 수십 명의 악마교도가 주문을 외웠다.
“애들아! 이제 드디어 우리의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아키야마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 한 줄기를 흘렸다.
“히토미 켜라, 애들아!!”
검은 균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