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72)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73화
왕이 걸어온 길 (3)
“아, X발.”
캬학, 퉤.
강우는 입 안에 고인 토사물을 뱉었다.
재생의 권능으로 상처는 치료했지만, 몸에 잔향(殘香)처럼 남은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똥 터지게 아프네.”
고통에 익숙한 그라고 해도, 도저히 참기 힘든 격통.
거대한 믹서기에 몸이 갈리는 것과도 끔찍한 통증에 정신이 아득하다.
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래서 하기 싫었는데.’
위험하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아파도 너무 아팠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은 몸이 덜덜 떨렸다.
[수고하셨습니다.]발록이 다가와 물통을 내밀었다.
손을 뻗어 물통을 집으려 했지만, 손이 떨려 제대로 물통을 집을 수 없었다.
발록이 터질 듯한 근육으로 가득한 팔로 강우의 뒷머리를 잡았다.
흉신악살(凶神惡殺) 같은 얼굴로 활짝 미소를 짓는다.
[제가 먹여드리겠습니다.]“꺼져.”
[하하하. 부끄러우신 모양이군요.]“아니, 씨….”
[자! 어서 이 발록의 품 안에서….]“아악! 개, 개자식아! 너 냄새… 우웁.”
“뭐? 이런 씨… 빠, 빨리 닦아!”
강우는 팔다리를 바동거렸다.
발록이 흐뭇하게 웃었다.
[전 괜찮습니다.]“어쩌라고.”
[저희 업계에선 포상이죠.]“뭔 개소리야.”
몸을 비틀어 간신히 발록의 품에서 탈출했다.
제대로 걷지 못해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거리를 벌리자, 머리에 무언가 부딪혔다.
에키드나의 다리다.
“…….”
“아, 에키드나? 나 좀 도와줘. 저 근육돼지 좀 제발 말려 봐.”
강우는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뚝. 뚝뚝.
뺨에 투명한 무언가가 떨어진다.
강우는 굳게 입을 다문 채, 머리를 돌려 에키드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뺨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
“흐윽, 흑… 흐윽.”
에키드나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예상했던 일이다.
최대한 멀쩡하게 있으려 했고, 우스갯소리도 던졌지만.
‘탈태’의 과정을 보고 아무 충격도 받지 않았을 리가 없다.
“강우. 강우. 강우….”
에키드나가 강우의 몸을 끌어안았다.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머리를 비볐다.
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에키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 강우 님. 방금 그, 그건….”
할키온도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바, 방금 그게… 타, 탈태예요?”
“응.”
고개를 끄덕였다.
탈태(奪胎).
만마전을 의도적으로 폭주시켜 강대한 힘을 얻는, ‘개문(開門)’의 아류 기술.
‘기술이라고 하긴 좀 애매한가.’
사실 탈태는 개문의 실패작에 가까웠다.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냥 자해에 가까운 기술.
강우는 탈태를 좀 쓸 만하게 써먹기 위해 노력하던 도중, 새로운 효과를 발견했다.
경각에 달한 목숨.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발버둥 속에서 무아(無我)를 각성하는 것.
무협지로 비교하면, ‘깨달음’을 얻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지만.’
운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명줄이 질겨서인지.
탈태를 꽤나 많이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용케 살아남긴 했다.
‘뒤지게 아프지만.’
도저히 이 통증만큼은 어떻게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강우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게… 수련, 이야?”
에키드나가 눈물을 쏟으며 물었다.
강우는 쓰게 웃었다. 확실히, 일반적인 수련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일반적인 수련은 그에게 의미가 없다.
물론 대공의 권능을 사용하거나, 다른 것과 조합하면서 마기 제어력을 조금씩 올릴 수는 있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그렇게 해서는 벨페고르의 마기를 흡수할 때까지 몇 년은 가볍게 걸릴 것이다.
강해지는 것의 대가가 고작 고통이라면,
몇 번이고 그를 감수할 수 있었다.
“뭐, 아프긴 하지만 이게 또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괜찮….”
“거짓말하지 마!”
“…….”
에키드나가 울부짖었다.
그녀는 발작을 일으키듯 온몸을 비틀던 강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절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던 그의 모습을 기억했다.
‘고작’ 고통이라고?
고통은 모든 것이다.
자신의 피부를 칼로 살짝 긋는 것만으로도 덜덜 떠는 게 인간인데, 온몸이 뒤틀리고 찢겨나가는 고통을 알면서도 ‘탈태’를 사용하기까지 대체 얼마나 큰 결심이 필요했을까.
에키드나는 강우의 몸을 끌어안은 채, 엉엉 울었다.
-흐응! 나도 요즘 수련하고 있어.
의기양양하게 말했던 자신이 너무도 수치스러웠다.
“강우….”
에키드나는 강우의 뺨을 만졌다.
얼마나, 얼마나 아팠을까.
-이것이, 왕이 걸어온 길이다.
발록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에키드나는 강우의 과거에 대해서 그래도 설아보다는 많이 알고 있었다.
인간의 몸으로, 일천(一天)부터 구천(九天)의 지옥까지 올라온 것.
일곱 대공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해, 구천지옥의 모든 역사와 판도를 뒤집어엎은 존재.
“나는, 나는… 몰랐어.”
에키드나의 뺨을 타고 뚝뚝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평소의 강우를 알고 있다. 그가 얼마나 대단하며, 당당하며, 영리한지 알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강우가 이렇게 살았는지는, 상상도, 못 했다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강우라면, 구천지옥의 악마건 대공이건 낄낄 웃으며 가볍게 이겼을 거라 생각했다.
아무런 위기도, 고통도 없이 승리를 취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흐윽, 으아앙!”
패도(覇道)도 왕도(王道)도 아니다.
멋있고, 호쾌하게. 만화 영화의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적과 싸운 것이 아니다.
처참하고,
비참하고,
추잡하게.
안쓰러울 정도로 발버둥 치며, 어떻게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손에 움켜쥔 것을 지키기 위해.
그는 그렇게 살아왔다.
“미안해… 미안, 해.”
뭐가 미안한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참을 수 없는 죄책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그가 괴로워했던, 고통에 몸부림치던 과거를 알지 못한 채 어리광부렸다는 생각에 목소리가 젖어든다.
“하아.”
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발록을 노려보았다.
‘이래서 같이 안 가려고 한 건데.’
처참하게 살아왔던 건 사실이다.
딱히 그것을 강조하고 싶은 생각도, 동정받고 싶은 생각도 없다.
‘왕이 걸어왔던 길은 개뿔.’
괜스레 바람을 넣은 발록이 미워졌다.
괜히 겪어온 고생사를 나열하며 똥폼 잡는 꼰대처럼 보이지 않은가.
“그러게 왜 따라와서….”
강우는 에키드나의 등을 토닥였다.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지어졌다.
솔직히, 나쁜 기분은 아니다. 이렇게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기분 나쁠 리가 없다.
“이제 좀 움직일 만하네.”
강우는 몸을 일으켜 허리를 돌렸다.
잔향처럼 남아 있던 통증이 사라졌다.
‘그럼.’
눈을 감고 몸을 체크했다. 마기를 가볍게 일으켰다.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 효과하나는 죽이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목숨을 그 담보로 건 만큼 그 보상이 나쁘지 않았다.
몸을 도는 마기가 한층 더 온순해진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쯧, 혀를 찼다.
‘아직 부족해.’
한 번으로는 벨페고르의 마기를 흡수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못했다.
‘그래도 좀만 더 하면 되겠네.’
예상했던 것보다 제어력이 높아져 있었다.
집에서 10일간 뒹굴고 있을 때 영문 모르게 늘어났던 마기 제어력 덕분.
‘아, 그때처럼 걍 한숨 자고 일어나면 제어력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이런 눈물의 똥꼬쇼를 벌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발록, 바로 한 번 더 간다.”
[…아직 부족하십니까?”]“좀 더 해야 해.”
적어도 ‘개문(開門)’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는 마기 제어력을 높여둬야 했다.
‘여차하면 개문만한 기술이 또 없으니까.’
개문 또한 생명을 담보로 한 대신, 어마어마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1문만 개방해도 어지간한 적들은 우습게 쓸어버리는 것이 가능하다.
“아, 안 돼요!”
할키온이 다급히 다가와 고개를 저었다.
“또, 또 그걸 하신단 건가요?!”
“한 번으론 부족해.”
적어도 두, 세 번. 많으면 다섯 번까지도 생각해야 했다.
‘아으, 상상만 해도 X같네.’
그 눈물과 지랄의 똥꼬쇼를 다섯 번이나 해야 한다니.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아니, 솔직한 심정으론.
‘존나 무섭네, X발.’
몸이 떨렸다. 애써 괜찮은 척 태연히 있었지만, 괜찮을 리가.
그 미친 고통을, 아득한 통증을 견뎌내는 일은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탈태는 안전하게 강해지는 수련법이 아니었다.
고통은 어찌 견뎌낸다고 해도, 재수 없으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다.
“아, 안 돼요! 제, 제가 더 잘할 게요! 그, 그러니까….”
할키온이 펑펑 눈물을 흘렸다.
에키드나 또한 마찬가지.
강우는 예상했던 일이 펼쳐지자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할키온이 길게 손톱을 뽑았다.
“저, 정 하실 생각이라면 저, 저도 강우 님의 고통을 느낄 거예요!”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이, 이익!”
“이런 씨발!”
자해하려는 할키온을 다급히 말렸다.
할키온의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다리를 깊게 파고들어 있었다.
‘세상에.’
뭐 이런 미친 짓까지 한단 말인가.
강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할키온을 바라보았다.
“히끅! 아, 아프시면… 아, 안 돼요.”
“하아.”
이걸 어쩐다.
강우가 한숨을 내뱉자, 발록이 다가왔다.
“…며칠 있다가 하자고?”
[예. 하시는 걸 막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상황도 아닌데 굳이 급하게 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으음. 그래도….”
[바로 하시다가 집중이 흐트러지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강우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긴, 괜히 무리하다 뒤지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하는 게 낫지.’
만마전의 심연으로 처박은 바울리가 움직일 생각을 보이려는 것도 아니다.
기왕 목숨을 건 수련을 하기로 한 만큼, 최소한 몸 상태라도 만전을 기울이는 것이 옳다.
“그래. 그러면 3일에 한 번 하는 걸로 하자.”
그동안은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탄의 권능이라도 연습하면 됐다.
[후우.]발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강우를 바라보았다.
-너무 많은 것을 잃어왔잖아.
강우가 남긴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입맛이, 아주 쓰다.
‘언젠가는.’
모든 일이 끝나는 날에.
‘꼭 행복해지시기를.’
발록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눈가가 젖어들었다.
* * *
“후우, 후우.”
다섯 번째 탈태.
예정이 좀 길어져 20일이 지난 후에야 다섯 번째 탈태를 마칠 수 있었다.
“됐다.”
강우는 씩 웃었다.
마기 제어력이 몰라볼 정도로 상승한 것이 느껴졌다.
벨페고르의 마기가 응축된 보석을 들었다.
-아득.
씹어 삼켰다.
-띠링.
[나태의 대공, 벨페고르를 포식하였습니다.] [영혼을 거두는 자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대공 학살자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대공 벨페고르가 지닌 ‘정지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고렇지.’
강우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마기 스텟이 154으로 상승하였습니다.]한동안 오를 생각이 없었던 마기 스텟도 올랐다.
‘이제 대공을 먹어도 4밖에 안 오르네.’
그래도 오른 것이 어디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마기 제어력이 올라감에 따라 ‘마기의 지배자’ 특성 등급이 SSS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마기의 성질을 마력만이 아닌, 성력으로도 변환할 수 있습니다.] [원거리에서 마기를 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단, 거리가 멀면 멀수록 그 효율은 급감합니다.]‘크으.’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예상치 못했던 수확.
이젠 영웅신 티리온의 충실한 사도답게 황금빛 성력을 마구마구 내뿜을 수 있다.
원거리에서 마기를 운용하는 것은 어떤가.
‘이게 진짜 대박이지.’
간단하게 생각하면 이제 육체를 기준으로 사용해야 했던 칼날의 권능 같은 권능을 원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인페르노도 원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지.’
대공의 권능과 칼날의 권능을 섞은 강력한 기술조차 원거리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강우는 손을 뻗었다.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암석 틈에 손바닥만 한 도마뱀이 보였다.
도마뱀을 기준으로 마기를 내뿜자, 무시무시한 마기가 도마뱀에게서 흘러나왔다.
마치 도마뱀이 아닌, 수천 년을 산 사악한 마룡(魔龍)처럼 보일 정도.
여기에 마기의 성질을 성력으로 바꾸자 그의 몸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겉으로 보면 사악한 마룡과 그에 대적하는 빛의 용사처럼 보였다.
“이건 써먹을 수 있겠어.”
강우는 짙게 웃었다.
어디에 써먹을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자신은 사기꾼이 아니지만.
언제나 정의와 빛의 길을 걷고 있지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아, 이거 참. 이러면 안 되는데.”
계속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개 좋네, 시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푸헤헤헤헿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