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304)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305화
김치찌개 만들어야지 (1)
유리엘♥ [잘 들어갔어?]
유리엘♥ [언제 다시 발작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조심히 있어.]
유리엘♥ [그리고 서울에 살 테니까 집 좀 알아봐줘.]
나 [돈은요.]
유리엘♥ [이씨, 어차피 너 돈 많잖아! 여기 있는 마도구라도 몇 개 가져가던지.]
나 [ㅋㅋㅋ농담입니다.]
유리엘♥ [지금 상황에 농담이 나와?]
유리엘♥ [여하튼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마력으로는 마기 중화 잘 안 되는 거 알지? 성력이 훨씬 더 마기 중화에 좋으니까 꼭꼭 나한테 연락해!]
나 [예.]
“새끼, 좀 귀엽네.”
강우는 손에 든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우리엘의 성력으로 인해 마기 중화가 끝난 후, 더 이상의 조사는 중단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엘이 따라가겠다고 끝까지 바득바득 거리는 것을 간신히 설득하고 집에 도착한 강우는 침대에 누웠다.
‘아직 타락의 씨앗이 커지고 있다는 메시지 창은 안 떠올랐지만.’
지금 우리엘의 상태를 봐서는 어차피 시간문제이리라.
‘이대로 열심히 집착을 키워놔야지.’
자신이 우리엘과 더욱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의 집착은 점차 커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집착이 광기의 영역에 닿으면.’
우리엘은 타천한다.
“음….”
강우는 팔짱을 낀 채 고민에 잠겼다.
‘타천하는 그 순간에는 막을 수 있다고 있던가.’
그렇다면 가능하면 타천을 막는 것이 이득이다.
어차피 퀘스트 성공 조건도 영구적인 타천이 아닌 일시적인 타천이니까.
‘꼬맹이에겐 좀 미안하지만.’
우리엘과 만나면서 정이 쌓인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
버려진 새끼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는데 정이 쌓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손발이 찌그러드는 대사긴 하지만 자신을 지켜주겠다며 소리치는 우리엘의 모습에 가슴이 살짝 찡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좀만 버텨라, 꼬맹아. 이번 일만 끝나면 형이 진짜 잘해줄게.’
어차피 천사와의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우리엘의 영구적인 타천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까똑.
강우는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생각을 멈췄다.
유리엘♥ [근데 이거 정말 비밀로 숨겨야 하는 거야? 그냥 김시훈이랑 그… 네 애인 있다며. 한설아라고 했던가? 여하튼 전부 다 얘기해 두는 게 좋지 않아?]
“이 꼬맹이가 큰일 날 소리를.”
지금 얘기가 알려지면 얼마나 끔찍한 혼란이 일어날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강우는 바로 답장을 보내 절대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도 우리엘이 몇 번이나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때마다 강우는 가차 없이 거절했다.
나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신다면 우리엘 님과 만나는 것도 그만두겠습니다.]
유리엘♥ […….]
결국 강경하게 나서서야 우리엘은 억지로 수긍했다.
강우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침음을 흘렸다.
“이거 계획을 좀 빡빡하게 진행해야겠네.”
우리엘의 반응을 보아선 결국 다른 사람에게 말할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그 전에, 계획을 끝내야 한다는 것.
‘시간이 없겠구만.’
점점 마물이 되어가는 친구와, 그를 지키려 발버둥치는 주인공.
이 두 사람이 주연으로 있는 드라마를 완벽하게 짜둬야 했다.
‘중간중간에 애드리브로 넘어간다고 해도 큰 틀은 짜둬야 하니까.’
강우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그때였다.
-똑똑.
“저… 강우 씨?”
잠옷차림의 한설아가 들어왔다.
“하, 하시는 일들은 잘되셨나요?”
“아, 응. 잘되고 있어.”
한설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는 뺨을 밝게 물들이며 강우의 손을 잡았다.
“그러면 오늘 밤은….”
“미안해. 아침에 말했던 것처럼 며칠간은 같이 잘 수 없을 것 같아.”
단순히 우리엘을 타천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엘을 타천까지 몰아넣고, 그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 놔야 한다.
한설아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지금은 이쪽 일에 집중하는 게 옳다.
“…그, 그런가요.”
한설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강우와 함께 잠들기 시작한지 한 달하고 몇 주 정도.
그 사이 그녀는 꽤나 강우와 같이 자는 것에 맛들린 것 같았다.
‘나도 같이 있고 싶어, 임자.’
강우는 차오르는 유혹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응, 미안해. 아… 기왕 이렇게 된 거 간만에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가는 건 어때?”
한설아의 어머니, 김미정은 이쪽 생활이 안정된 이후 반쯤 폐인이 된 한설아의 오빠를 간병하고 있었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아들이었다고 해도, 자신의 혈육이었으니 가만히 두지 못한 것.
강우 또한 공포의 권능으로 건 강제적인 명령을 거둬들였지만, 아직 깊숙이 새겨진 트라우마 때문에 한태현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건….”
한설아는 말끝을 흐리며 표정을 굳혔다.
어머니와 달리, 그녀는 아직 오빠를 용서하지 못한 모양.
‘뭐, 당연하지.’
여동생을 자신의 길드에 가져다가 바치려고 했던 정신 나간 인간이니 저런 반응이 오히려 당연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한설아의 어머니에게도 가디언즈에서 호위까지 붙여줬으니까.
“미안해. 그렇게 신경 쓰지 마.”
“아니에요. 강우 씨 덕분에 이런 사치스러운 고민이라도 해볼 수 있는걸요.”
한설아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럼 저는 가볼게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강우 씨.”
“응.”
강우는 손을 저으며 방문을 닫았다.
“자, 그럼.”
책상에 앉아 우리엘과 나눴던 카톡을 다시 한 번 쭉 확인했다.
‘시작해 볼까.’
* * *
그 뒤로 정신없는 나날이 흘러갔다.
강우는 우리엘과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그의 옆에 붙어 함께 활동했다.
물론,
“크윽…! 쿠, 쿨럭!”
“가, 강우!”
중간중간에 한 번씩 피를 토해내며 마기 발작 연기에 조미료를 친 것은 당연지사.
그때마다 눈물을 뿌리며 필사적으로 성력을 강우에게 흘려 넣는 우리엘의 모습은 처절하게까지 느껴졌다.
“우리엘 님, 만약 제가 마물이….”
“닥쳐!”
“…….”
“넌 내가 지켜. 그러니까 개소리하지 마. 알았어?”
우리엘은 강우에게서 마기를 완전히 몰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에르노어 대륙에 있는 산탄젤로에까지 연락해서 알아본 결과, 해결책은 두 가지.
하나는 라키엘을 찾아 없애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우가 마기의 기운을 남김없이 태울 정도로 각성하는 것.
“제길, 제길!”
그 사실을 들은 우리엘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왔다.
두 가지 모두 실현 가능성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그도 잘 알고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우리엘은 강우의 도움을 받아 강우와 차연주가 사는 아파트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강우의 집에서 같이 살겠다고 박박 우기는 것을 강우가 필사적으로 말려 3층 아래에 사는 것으로 타협 봤다.
유리엘♥ [야, 지금 뭐 해.]
유리엘♥ [빨리 내려 와.]
사이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강우의 마기 발작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엘의 집착은 심해졌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
하지만 그 때문에 강우는 거의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우리엘과 함께 생활하며 하루 종일 마기 발작을 없애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도 슬슬 끝나가고 있어.’
강우는 우리엘의 카톡을 보고 방문을 열었다.
슬슬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시스템 메시지 덕분.
-띠링.
[타락의 씨앗이 성장 중입니다.] [선행 퀘스트의 완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드디어.’
강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퀘스트를 위해 마기 발작 연기를 한 지 2주.
슬슬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드라마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달칵.
문을 열고 나가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한설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2주 사이 몰라볼 정도로 초췌해져 있었다.
강우의 가슴에 쓰라린 통증이 달렸다.
‘미안해, 임자.’
그는 지난 2주 동안 그녀와 나눴던 대화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저… 강우 씨. 오늘 저녁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아, 미안. 나 오늘 우리엘이랑 같이 먹으려고.”
“아… 예.”
“강우 씨… 그, 오늘은 몇 시에….”
“미안, 임자. 오늘도 우리엘 집에서 잘 것 같아.”
“…예.”
“오늘도… 오늘도 안 들어오시나요?”
“응, 그렇게 될 것 같아.”
“…….”
“하아.”
2주 동안 그녀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 정도로 임자의 상태가 안 좋아질 줄이야.’
연인이 된 이후, 한설아가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몹시 행복해 한다는 것은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강우 자신도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나, 이번에는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같이 있을 수가 없었다.
강우는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강우 씨?”
“요즘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해, 임자.”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앉은 한설아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면 오늘은….”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이제 거의 다 끝나가니까.”
“아….”
밝아졌던 그녀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강우는 한설아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몸을 돌렸다.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스마트폰이 우리엘의 연락으로 계속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 가볼 게. 저녁은 먼저 먹어. 오늘 아마 늦게까지 우리엘이랑 있을 테니까.”
“…예.”
한설아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는 씁쓸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오늘 안에 승부를 봐야겠어.’
더 이상 시간을 끌기에는 일단 강우 자신이 견디기 힘들었다.
어차피 피날레를 장식할 에피소드는 생각해 둔 상태.
퀘스트의 완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도 떴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건 무조건 먹힐 거야.’
그가 준비한 피날레는 이렇다.
인적이 없는 한적한 야산으로 간 다음, 우리엘에게 전화한다.
그 후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목소리로 구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바로 튀어 오겠지.’
우리엘이 도착하면 리리스에게 받은 녹색 촉수를 오른쪽 팔에 붙인 뒤 점점 마물이 되어가는 척을 한다.
‘마무리 대사는.’
부탁해. 내가 괴물이 되기 전에… 날, 죽여줘.
‘크으! 바로 이거지!’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막히는 대사.
안 그래도 강우를 향한 집착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우리엘이라면 바로 넘어올 것이 분명했다.
‘클라이맥스는… 우리엘의 힘을 받은 내가 티리온의 힘을 각성해서 마기를 몰아내는 걸로 할까.’
위기의 순간에 각성하는 주인공.
전형적이지만 진짜 마물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니 가장 적절한 클라이맥스였다.
‘좋아, 이걸로 간다.’
강우는 씩 웃으며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할 장소를 찾았다.
* * *
-탕.
“…….”
굳게 닫힌 현관문을, 그녀는 가만히 응시했다.
얼굴은 2주 사이 몰라볼 정도로 야위어 있었고, 눈두덩에는 짙은 다크써클이 내려와 있었다.
“아… 맞아.”
한설아가 몸을 일으켰다.
“오늘 강우 씨 드실 김치찌개 만들어야지.”
저벅, 저벅.
그녀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냄비를 올리고, 김치와 삼겹살을 꺼냈다.
“요즘 바쁘셔서 피곤하실 테니까, 많이 만드시면 좋아하실 거야.”
낮은 웃음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날카로운 식칼을 들어 김치 포기를 자른다.
탕,
탕,
탕!
장작을 패듯 내려 찍히는 식칼. 도마에 깊은 칼자국이 생기며 붉은 액체가 사방으로 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한설아의 눈가가 젖어 들기 시작했다.
“흐윽. 흑.”
투명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때였다.
-띵동.
“어…?”
초인종이 울렸다.
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 강우 씨?”
강우라면 초인종을 누를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달칵!
문을 열었다.
“아….”
“뭐야, 강우는 어딨어?”
문을 연 곳에는 청발의 소년, 우리엘이 삐딱한 자세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