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463)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464화
사슬은 무슨 색이 좋을까 (1)
-와자창!! 콰드드득, 쿵!
창문이 박살나고, 방 안의 물건이 허공을 난다.
“야 이 개새끼야아아아아아아!!”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날뛰는 암사자가 포효를 내질렀다.
촤르륵.
붉은 가시가 달린 쇠사슬이 강우를 후려쳤다.
-빠악!
신살(神殺)의 힘이 담긴 쇠사슬이기 때문일까,
신격이 아직 없음에도 차연주의 공격은 강우의 신격의 보호를 뚫고 옷을 찢었다.
강우의 몸이 공깃돌처럼 이리저리 튕기며 벽에 부딪혔다.
“커헉!”
강우는 몸을 후려치는 쇠사슬의 통증에 침음을 흘렸다.
‘괜히 무기를 만들어줬나.’
베히모스의 뿔로 만들어진 쇠사슬은 신격의 보호를 뚫으며 차곡차곡 상처를 늘려가고 있었다.
물론 막으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허어엉!! 이, 이 나쁜 새끼!! 개호로새끼!!!”
펑펑 눈물을 흘리며 쇠사슬을 휘두르는 차연주를 보고 공격을 막기는 어려웠다.
“흐윽! 허어어엉!”
차연주는 이보다 더 서러울 수 없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
강우는 그녀의 쇠사슬에 묶여 이리저리 날아가면서도 침착한 표정으로 그녀를 살폈다.
‘음.’
좆된 것 같은데.
‘너무 심했나?’
가벼운 마음으로 장난을 치려 했던 것이 뭔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장난이라고 넘어가기에 선을 많이 넘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는걸.’
대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했단 말인가.
‘난 아무 잘못 없어.’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자신과 같은 장난을 쳤을 거라 맹세할 수 있었다.
-뻐어억!
“쿨럭! 쿨럭!”
정타로 들어온 쇠사슬이 턱을 후려쳤다.
이번에는 좀 아팠는지 강우는 턱을 부여잡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차연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공격을 멈췄다.
“미안.”
“닥쳐!!”
“내가 잘 못 했다니깐.”
“닥치라고!! 듣기 싫어 이 새끼야!!”
차연주는 새빨갛게 타오르는 얼굴로 울부짖었다.
그녀는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눈가에 눈물을 한 것 머금은 채 사슬을 들어 올렸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
차연주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암사자의 붉은 눈이 자신을 향하자, 강우는 본능적으로 움찔 몸을 떨었다.
-촤르르르륵!
차연주의 쇠사슬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강우의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음.’
강우는 자신의 몸을 결박하는 차연주를 바라보며 잠깐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힘으로 풀어버릴까.’
아직 화신의 의식도 거행하지 않은 차연주는 신격조차 없는 일반 플레이어 불과했다.
쇠사슬을 힘으로 끊어내는 것 정도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아니, 설사 그녀가 자신의 화신이 된다고 해도 그가 이 쇠사슬을 못 끊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우는 쇠사슬에 묶인 채 차연주를 올려다보았다.
“씨익, 씨익. 가,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그녀는 수치심과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거친 숨을 내뿜고 있었다.
쇠사슬로 결박한 강우의 위에 올라탄 그녀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가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막상 올라타기는 올라탔는데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듯한 얼굴.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는 모습이 퍽 귀엽게 느껴졌다.
강우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조금만 더 내버려 둘까.’
뭔가 더 재밌는 장면을 건질 것 같은데.
방금 전 꽤나 즐겼다고 생각했지만 얼굴을 빨갛게 붉힌 채 우물쭈물거리는 차연주의 모습을 보니 사실은 아직 부족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조금만… 진짜 조금만 더….’
욕망은 그 무엇보다 강렬한 마약이었다.
강우는 기대감에 부푼 눈빛으로 가만히 쇠사슬에 결박당한 채 차연주를 올려다보았다.
“가,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차연주는 막상 강우가 순순히 결박당해 버리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말밖에 못 해?”
“이, 이익!”
차연주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았다.
주먹의 힘을 가득 주고 강우의 머리를 한 대 후려치려는 듯 들어 올렸다.
하지만.
“…….”
짧은 침묵이 흘렀다.
“흑, 흐윽.”
뚝뚝. 차연주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강우의 뺨에 떨어졌다.
“이, 나쁜, 놈.”
그녀의 주먹이 투닥투닥 강우의 가슴을 때렸다.
때린다기보다 투정을 부리는 것 같은 주먹질.
가늘게 떨리는 어깨가 뭔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음.’
강우의 표정에 죄책감이 서렸다.
‘너무 심하긴 했네.’
눈물을 흘리는 차연주의 모습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약해졌다.
강우는 그녀의 팔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
진심이 담긴 그의 목소리에 차연주의 주먹이 멈췄다.
그녀는 눈가를 쓱쓱 닦으며 찌릿 그를 노려보았다.
“…진짜 다음에 또 그러면 뜯어버릴 거야.”
뭘요.
“하하. 명심하겠습니다.”
강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은 자중해야겠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차연주의 이런 모습을 보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강우는 고개를 돌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슬슬 풀어주지 않을래?”
“어?”
그제야 차연주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사슬에 속박당한 강우와 그 위에 올라탄 자신.
아무리 좋게 쳐준다고 해도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이, 이 변태자식!”
찰싹.
차연주는 얼굴을 확 붉히며 강우의 뺨을 쳤다.
“아니, 네가 묶은 거잖아.”
“어, 어쨌든!”
차연주는 괜히 부끄러운지 버럭 소리치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때,
-달칵.
방문이 열렸다.
“저… 큰 소리가 들렸는데. 무, 무슨 일 있으세요?”
방문을 열고 한설아가 들어왔다.
“…어?”
방 안의 모습을 본 한설아는 두 눈을 부릅떴다.
쇠사슬의 결박당한 채 누워있는 강우와, 그 위에 올라탄 차연주의 모습을 보았으니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
“임, 자…?”
경악을 한 것은 강우 또한 마찬가지.
지금 자신들의 모습이 어떻게 그녀에게 비칠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야, 잠깐만.’
진짜 좆된 거 아니야?
‘뭐야, 이거 뭐냐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던가.
조금만 더 차연주를 놀려주겠다는 생각이 이런 미친 상황을 만들어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강우, 씨? 이게… 무슨, 일, 이에요?”
한설아의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상냥한 빛으로 빛나던 그녀의 눈이 마치 시체의 눈처럼 어둡게 변했다.
‘어, 어어어어어, 씨바, 잠깐만.’
어떻게 하지?
‘진짜 어떻게 하지?’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켰다.
새하얀 백지가 된 듯 머릿속이 하얗게 불탔다.
“서, 설아야!”
“연주야. 무슨 일인지… 설명을 좀, 해주면, 안, 돼?”
“그, 그게….”
차연주 또한 갑작스럽게 방에 난입한 한설아를 바라보며 어버버한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만약 만화였다면 그녀의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듯한 연출이 있었을 것이다.
고민을 이어가던 차연주가 손가락으로 강우를 가리키며 외쳤다.
“가, 강우가 부탁한 거야!”
“뭐?”
이년이?
“강우가 묶인 채 해보는 것에 흥미가 있다고 해서! 도와주고 있던 것뿐이라고!”
야 이년아 그게 무슨 개소리야.
아무리 당황스럽다고 해도 생각이라는 걸 좀 해봐.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이 통할 리가 없잖아.
“…강우 씨가, 묶인 채 하는 것에 흥미가 있으시다고?”
어?
“그, 그게 정말이니?”
“응, 응! 언젠가 설아 너랑 있을 때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미리 느낌만 알려준 거라고!”
“어, 어머나.”
뭐야.
이게 왜 통하는 거야.
“강우 씨… 그러셨던 거라면 그냥 제게 말해주셨어도….”
한설아는 뺨을 붉히며 몸을 배배 꼬았다.
‘아니, 임자….’
머리라도 다쳤어…?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거야.’
강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한설아를 바라보았다.
히죽히죽 입가를 올리면서 무언가를 상상하는 한설아의 모습에, 어렵지 않게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욕망에 집어 삼켜진 건가.’
흔히 성욕에 불타 판단력을 잃어버리는 남자를 보며 하반신으로 생각한다고 표현하지 않는가.
지금 한설아의 상황은 딱 그 표현대로였다.
차연주와 강우가 의미심장한 자세로 있었다는 사실보다, 속박 플레이에 대한 욕망이 더욱 커져 버린 것.
아니, 어쩌면 강우 위에 올라탄 대상이 차연주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녀의 광적인 집착은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발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광기의 근원은 강우와의 ‘단절’.
다른 존재가 강우를 뺏어가 영영 그와 만나지 못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러한 광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리스나 차연주의 경우 만에 하나 강우와 맺어진다고 해도 그를 자신에게서 영영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니라는 신뢰가 있었다.
즉,
차연주나 리리스까지는 어느 정도 한설아의 허용 범위라는 의미.
‘그렇지? 그런 거 맞지?’
나중에 갑자기 뭐 나누자고 그러는 거 아니지?
강우는 간절한 표정으로 한설아를 바라보았다.
-카앙.
몸을 묶고 있던 쇠사슬을 가볍게 박살내고 일어선 강우는 한설아의 두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오해야, 임자. 지금 이렇게 된 건….”
“아니에요, 강우 씨.”
뭐가 아니야.
“굳이 숨기려 하실 필요 없어요.”
안 숨겼어.
“저는… 강우 씨의 모든 걸 받아줄 수 있는걸요.”
그냥 임자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헤헤.”
한설아가 배시시 웃으며 강우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러면 전 마저 식사 준비하러 가볼게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몸을 빙글 돌리다가,
“아, 참.”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연주야.”
“으, 응?”
차연주를 향해 사뿐사뿐 다가간 설아는 차연주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귓가에 가까이 입을 가져다 대고,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너무… 붙어있는 건 안 돼?”
“…….”
차연주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한설아는 입가를 손으로 가린 채 호호 웃더니 다시금 몸을 돌렸다.
“그럼 두 분 모두 한 30분 정도 있다가 식사하러 나오세요.”
흥얼흥얼 콧노래를 흘리며 방문을 나섰다.
“저기 임….”
“사슬은, 무슨 색이 좋을까.”
-쾅.
한설아의 마지막 중얼거림을 끝으로 문이 닫혔다.
강우는 방문을 향해 손을 뻗은 채 딱딱하게 굳었다.
“…….”
“…….”
두 남녀의 시선이 교차했다.
차연주는 어, 음, 어… 하며 말을 흐리더니,
“그래서, 화신이 되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말을 돌렸다.
“…….”
강우는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고개를 숙였다.
‘…시바.’
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