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464)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465화
뭔가 이상한데? (1)
“…….”
“…저기, 여보세요?”
“…….”
“오강우 씨?”
“…….”
“야, 오강우.”
“…….”
“오강우 이 새끼야!”
따악!
차연주의 손이 강우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아악!”
손바닥에 전해지는 아찔한 반탄력에 차연주는 손을 부여잡고 비명을 터트렸다.
“아이씨, 진짜 이게 무슨 개사기 같은 힘이야.”
신격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힘인지 다시금 느껴졌다.
솔직히, 화신이 되어 신격을 얻는 것이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까.’
평소 수련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김시훈이나 발록과 같은 경지에 도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지만 ‘재능’이라는 벽은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아득했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일이 오다니.’
차연주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1차 각성에서 S랭크 특성을 획득한, 플레이어 사이에서는 따를 자가 없다는 ‘재능충’이었다.
아마 지금 그녀가 김시훈에게 느끼는 아득함처럼 다른 플레이어도 그녀를 보며 차갑기 그지없는 재능의 벽을 느꼈을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지.’
강우와 김시훈과 같은 강자를 보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재능이라는 것이 얼마나 초라한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그 둘이 단순히 재능으로 그 힘을 얻은 건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김시훈은 정신이 나갔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극한의 수련을 매일 반복하고 있고, 강우는 만 년이라는 아득한 세월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런 그들을 단순히 재능이 많기 때문에 강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모욕이나 다름없으리라.
‘그래도 신격을 얻을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면,
지금 이 어깨를 짓누르는 무력감에서 조금 해방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크흠.
차연주는 살짝 헛기침을 하며 강우를 바라보았다.
강우는 아직 방금 전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듯, 머리를 움켜쥔 채 혼란에 빠져 있었다.
실없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그의 모습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화, 화신이라면 뭐… 그 막 영혼이 연결되고 그런 건가.’
레이라를 떠올리며 몸을 배배 꼰다.
그러더니 갑자기 찌릿, 강우를 째려본다.
‘이 씨, 그렇게 말하면 되지 괜히 영혼의 동반자니 뭐니 헛소리를 지껄여서….’
방금 전의 일이 떠올라 순간적으로 열이 뻗쳐올랐다.
‘뭐, 어쨌든.’
그것도 잠시, 차연주의 입가에 해실해실 미소가 지어졌다.
‘화신이 되면… 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다는 거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목덜미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싱글벙글 위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내리기가 어려웠다.
“이, 이 씨발!”
히죽히죽 입가를 올리던 차연주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자신의 입을 가리며 부릅뜬 눈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저런 능구렁이 변태 동정새끼와 가까이 지낼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다니!
‘차연주, 너 그런 여자 아니다. 방금 전에도 그렇게 당했잖아.’
그녀는 어째서인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반응하는 몸을 향해 머릿속으로 혼잣말을 되뇌었다.
“후우, 후우,”
깊게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마음을 다스렸다.
두 팔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으며 살짝 허리를 숙였다.
“…뭐 하냐?”
차연주의 입에서 튀어나온 욕설에 정신을 차렸는지 강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차연주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았다.
“그게 네가 할 소리냐?”
“…….”
강우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방금 전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혼란에 빠진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임자 일은…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사슬의 색을 고민하는 한설아의 모습에 소름이 돋기는 했으나, 지금 가서 아무리 사정을 설명한다고 해서 뭐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다.
‘임자의 욕망이 조금 누그러들길 기다려야지.’
그전에 괜히 손을 쓰다가 사건이 더욱 커질 위험성도 있었다.
“하아. 일단 다시 본론으로 좀 돌아오자.”
강우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차연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화신이라는 건 어떻게 되는 건데.”
차연주는 입술을 삐쭉 내밀며 물었다.
“또 의식이 뭐니 하는 헛소리하면 죽여 버릴 거야.”
“하하하.”
강우는 방금 전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 너는 딱히 할 것 없어. 그냥 내 힘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돼.”
“…그게 끝이야?”
“신체가 화신으로 바뀌면서 의식을 잃을 수도 있지만… 아이리스처럼 한 달 넘게 누워 있고 그렇지는 않을 거야.”
아이리스의 경우 티탄의 율법의 제약이 남아 있던 시절에 화신이 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지금 신들을 억압하는 제약이 사라진 이상 화신을 만드는 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근데 굳이 날 왜 화신으로 선택한 거야? 신격이 없는 애들은 여럿 있잖아.”
차연주가 가늘게 뜬 눈으로 물었다.
강우는 솔직하게 말할까 말까 잠시 고민에 잠겼다.
‘네가 절대 자력으로 신격을 얻지 못하기 때문, 이라고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사실 그 이유만 있는 건 아니다.
자력으로 신격을 얻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비단 그녀만이 아니다.
에키드나도, 할키온도, 발자하크도, 리리스도.
자력으로 신격을 얻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그녀를 화신으로 선택한 이유는.
“널 믿으니까.”
“…뭐?”
“단순히 신격을 주기 위해서만 화신을 만드는 건 아니야.”
“그, 그럼?”
“지금 지구에도 광휘교가 조금씩 퍼지고 있는 건 너도 알지?”
“…응. 들은 적 있어.”
“네가 그들을 통솔해줬으면 좋겠어.”
차연주는 이래 보여도 타고난 리더의 기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높은 등급의 특성을 타고났다고 해도 레드로즈 길드처럼 거대 길드를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차라리 리리스가 더 낫지 않아?”
“아니. 리리스는 굉장히 유능하긴 하지만, 리더는 아니야.”
한 집단의 리더라는 것은, 굳이 충성을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매력에 이끌리게 만들어야 한다.
충성이라는 것은 강요가 되는 순간 가장 추잡해지는 감정이었으니까.
‘이건 타고나야지.’
리더의 매력이라는 것은 무공으로 치면 천골이니 무골이니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타고나지 않으면 얻을 방법이 없다.
“그, 그래? 흐응. 헤헤. 내가 좀 유능하긴 하지.”
차연주는 강우의 칭찬이 기분 좋은지 헤실헤실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도 잠시.
그녀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야, 그러면 나도 아이리스처럼 오멘 어쩌고 하면서 개지랄해야 하는 거야?”
“필요하다면 그래야겠지.”
“싫은데.”
“싫으면 시집가던가.”
“진짜 뒤지고 싶냐.”
“죄송합니다.”
만 년 전쯤에는 먹혔을 개그였는데….
“하아. 내가 왜 너 같은 새낄 찬양해야 하는 거냐고.”
“강요는 안 할게.”
화신이 필요하긴 하지만,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고 화신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
차연주는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짧은 욕지기를 중얼거리더니 이내 의자에 풀썩 앉았다.
“…할게. 하면 되잖아.”
강우는 방긋 웃었다.
“믿고 있었어.”
“…….”
차연주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렸다.
강우는 씩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 위에 올렸다.
올림푸스에서 들었던 화신의 의식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신격(神格)을 걸고 명하노니.”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읊었다.
-우우우웅!!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황금빛이 강우의 몸에서 터질 듯 흘러나왔다.
‘오롯한 신성(神聖)만을 끄집어내야 해.’
신성에 마기가 섞이는 순간 차연주의 육체는 악마로 변할 것이다.
‘악마가 되는 건… 피해야겠지.’
악마의 육체는 끝없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을 참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강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악마에게 욕망을 참으라는 말은,
갈증으로 죽어가는 자에게 눈앞의 물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배고픔으로 쓰러진 자에게 눈앞에 차려진 만찬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끝없는 갈증과 허기 속에, 서서히 정신은 붕괴된다.
악마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도 큰 짐을 짊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받드는 자여.”
몸에서 흘러나오는 황금빛이 차연주의 머리 위에 올린 손에 뭉치기 시작했다.
“나를 대신해 살이 되고, 나를 대신해 피가 되며, 나를 대신해 뼈가 되어라.”
-우우우우웅!!
“읏…!”
차연주의 몸속으로 강렬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하, 으!”
몸 안에서 몰아치는 압도적인 힘의 격류에 차연주는 신음을 흘렸다.
덜덜덜.
몸이 안쪽에서부터 터질 것 같은 공포가 느껴졌다.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거대한 힘에 자연스럽게 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아니야.’
차연주는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거부 반응에 고개를 저었다.
입술을 짓씹으며 굳게 주먹을 쥐었다.
강우는 분명 자신의 힘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이씨, 말이 쉽지.’
차연주는 대수로울 것 없다는 식으로 말했던 강우를 떠올리며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흘러들어오는 힘을 거부하지 말라니.
거대한 주사기로 몸 안에 수액을 주사하면서 힘을 전혀 주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힘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이 반응하며 힘이 들어가지 않던가.
“크윽!”
지금이 딱 그러한 경우였다.
그녀의 몸 안에 자리 잡은 마력이 강우에게서 흘러들어오는 신성의 힘에 저항하기 위해 미친 듯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여기서 강우의 신성이 그녀의 마력을 강제로 찍어눌러 굴복시켜 버리면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사실을 아는지, 강우도 격렬하게 반발하는 그녀의 마력을 강제로 제압하지 않았다.
“후우, 후우.”
차연주의 입에서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믿는, 거야.’
강우를,
어느새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한 남자를,
믿어야 한다.
“…하.”
차연주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막상 그를 믿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어렵지… 않네.’
그녀의 몸은 별다른 저항 없이 그의 신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게 떠올랐지만,
그녀는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저 변태 놈을 처음부터 믿고 있을 리가 없잖아.’
지금 그를 ‘믿는 척’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신격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
‘암암, 그렇고말고.’
차연주는 짐짓 여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의 손을 통해 흘러들어온 황금빛이 그녀의 몸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띠링.
[‘광휘(???)의 신’의 화신(化神)으로 선택되었습니다.] [모든 스탯이 큰 폭으로 증가합니다!] [모든 특성의 등급이 한 단계 격상(格上)합니다!] [‘탐식(貪食)의 신격’의 일부를 획득하였습니다.] [강신(降神)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어?”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며 차연주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야… 뭐, 뭔가 이상한데?”
“뭐가?”
“그… 너 광휘의 신 아니었어? 탐식의 신격을 얻었다고 나오는데?”
“…….”
강우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아.’
씨발 나 탐식의 신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