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57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57화
바이오하자드 (3)
“KuRuAAAAAAAAaaaaAAAAAAAA!!!”
특수 개체가 끔찍한 괴성을 내지르며 포효했다.
5미터에 달하는 살덩어리가 터트린 끔찍한 포효에 괴물들이 반응했다.
천여 마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괴물들이 사탄을 향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으, 으으….]음속을 뛰어넘는 속도로 바닥에 처박히게 된 충격에서 헤어나온 사탄이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육체의 충격보다, 분노의 대공인 자신이 이런 모욕을 당했다는 정신적인 충격이 더욱 컸다.
하지만 이 미칠 듯한 분노를 마왕에겐 향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소환한 장본인이자, 심연의 진정한 주인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눈앞의 괴물들에게 분노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감히, 감히 이 분노의 대공에게 이빨을 드러낸단 말이냐아아아아!!!]엉뚱한 화풀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죽어라, 이 하찮은 벌레들아!!]사탄은 전신의 힘을 끌어올리며 미친 듯이 괴물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괴물들의 숫자는 많았지만, 전혀 문제 되는 일은 없었다.
마왕에게 아무리 모욕을 당하고 능멸을 당했다 한들,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대공’이었다.
일반적인 괴물 따위가 그의 상대가 될 리가 없다.
-콰드드드드득!!
검은 마기가 넓게 퍼져 나간다.
마기에 닿은 괴물들의 몸이 짓이겨지고 박살나며, 뭉개진다.
하지만 끔찍할 정도로 질긴 생명력을 지닌 괴물들은 그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KaaarrrrRRRRRRR!!”
전신이 너덜너덜해진 와중에도 괴물들은 사탄을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어딜!]단순한 마기 방출만으로는 괴물들을 죽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전투로 익히 알고 있던 사실.
사탄은 양손을 넓게 펼치며 권능을 발현했다.
쩌저저저저적!!
절멸의 권능에 닿은 괴물들의 몸이 마치 유리가 깨진 듯 잘게 조각나 흩어졌다.
[흐아아아아아아아!!]난폭한 포효를 내지르며 사탄이 날뛰었다.
사방에 피보라가 휘몰아치며 괴물들의 몸이 갈려나갔다.
-탁.
“잘하고 있구만.”
강우는 씩 웃으며 사탄의 옆에 착지했다.
언제까지고 손 빨며 구경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괴물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직접 움직여야 했다.
[크윽….]그런 끔찍한 모욕을 줬으면서도 태연하기 짝이 없는 강우의 태도에 사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굴 펴 인마. 예전 일은 제쳐두고 지금 너랑 난 파트너니까.”
[파, 파트너?]마왕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단어에 사탄은 쩍 입을 벌렸다.
“그러엄! 포켓몬과 트레이너 사이는 어디까지나 친구니까!”
[…포켓몬? 그건 무슨 말이냐?]“가자! 사탄몬! 이 좆같이 생긴 새끼들을 다 쓸어버리는 거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는 사탄을 내버려 둔 채 강우는 괴물 무리의 중심에 있는 특수 개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새끼를 잡으면 숙주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이거지.’
그렇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다.
쿠웅!
거칠게 발을 구르며 특수 개체가 있는 방향으로 존나게 달린다.
탄환이 쏘아지듯 어마어마한 속도로 쏘아진 강우는 손에 쥔 분노를 높게 들어 올렸다.
“KaaaaAAAAA!!!”
주변을 둘러싼 괴물들이 특수 개체를 보호하듯 앞으로 가로막았다.
“꺼져, 새끼들아!”
강우는 한 손에 분노를 움켜쥔 채, 왼팔을 축 늘어트렸다.
쩌적.
손바닥이 갈라지며 점성을 띤 검은 액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암극(暗戟).”
쫘자자자자자자작!!
그를 중심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검은 마기의 창이 원형으로 솟구쳤다.
달려들던 괴물들이 순식간에 창에 꿰여 꼬치처럼 변해 버렸다.
물론, 더럽게 질긴 생명력을 괴물들은 이 정도 공격으로는 죽지 않겠지만─
“잡았다, 이 쌉새끼.”
그 사이 생긴 틈으로 특수 개체에 접근하는 것은 가능했다.
5미터에 달하는 끔찍한 살덩어리에 접근한 강우는 분노를 움켜쥐고 드넓은 배때기에 쑤셔 박았다.
닿는 모든 생물을 산산조각 찢어버리는 절멸의 권능이 무기를 통해 발현됐다.
“이것이 나의 분노. 그리고….”
촤악!
특수 개체의 배를 넓게 가르고 지나간 검을 빼냈다.
증오에 찬 눈으로 특수 개체를 노려보았다.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수영복들을 위한 ‘진혼(鎭魂)’이다.”
“KiiiiiiaaaaaaaaaaAAAAAA!!!”
푸슈우우우욱!!
넓게 갈라진 배에서 핏물이 솟구쳤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핏물을 피했다.
쩌저적!
유리에 금이 가는 것처럼, 붉은 핏줄기가 괴물의 전신에 퍼진다.
‘분노’에 직격으로 몸을 베인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
“KaaaRRRRRRrrrrRRR!!!”
“씨발?”
뻐억!
어마어마한 속도로 휘둘러진 살덩어리의 팔이 강우를 후려쳤다.
“커헉!”
특수 개체의 공격은 강우의 ‘신격의 보호’을 뚫어내며 몸에 틀어박혔다.
아찔한 충격이 전신을 뒤흔든다!
살덩어리 끝에 날카롭게 돋아난 붉은 가시가 옆구리의 살점을 갈랐다!
“크윽!”
강우는 길게 찢어진 옆구리를 억누르며 다급히 거리를 벌렸다.
“…뭐야, 이 새끼?”
눈빛이 흔들린다.
다급하게 거리를 벌린 강우의 표정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사실 신격의 보호가 뚫린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이미 저 괴물들이 자신이 감지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신격의 보호가 뚫릴 수도 있단 가능성은 생각해 뒀으니까.
그가 경악한 것은─
“왜… 재생이, 안 되는 거야?”
상처가,
옆구리에 그어진 기다란 상처가,
‘재생되지 않는’다.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의 신체는 피륙이 아닌 ‘마해(魔海)’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에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듯, 그의 육체에도 죽음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순식간에 마해에 담긴 무한한 마기가 그 상처를 덮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를 진정으로 죽일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하지 ‘않아야’ 했다.
“하, 하하. 씨이발.”
강우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날카로운 붉은 가시에 찢겨나간 옆구리.
그 옆구리에서 피처럼 줄줄 검은 점액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재생되지 않는다.
치유되지 않는다.
복구되지 않는다.
끔찍한 통증만이 잔향처럼 남는다.
아프다.
찢어진 상처가, 벌어진 살점이, 흘러내리는 핏물이, 섬뜩하게 등골을 자극한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너무도 오랜만에 느끼는,
“하아.”
‘죽음’의 공포다.
“지랄 났네, 씨발.”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상황.
바알과의 전투에서조차 깨진 적 없던 그의 ‘불사(不死)’가,
지금 이곳에서 허망하게 그 의미를 잃었다.
“KAAAAAAAAAAARRRRRRRRRRRR!!!!!”
배가 넓게 갈라진 괴물이 끔찍한 괴성을 토해냈다.
콰득! 콰드득!
흉측하게 벌어진 괴물의 뱃속에서 무언가 빠져나온다.
“…지네?”
괴물의 뱃속에서 빠져나온 것은 셀 수 없는 숫자의 다리를 지닌 기다란 절지류의 생물.
지네와 흡사하게 생긴 벌레였다.
“아니, 지네가 저렇게 좆같이 클 리가 없지.”
생긴 것은 지네와 흡사하지만 진짜 지네는 아니다.
지네는 저렇게 크지도 않을뿐더러, 시체를 파먹고 그 안에 기생해 조종하지도 않으니까.
저건,
“마, 마왕님!!!”
뒤쪽에서 리리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슬쩍 내려다보니 아까 전과 같이 녹색 촉수 하나가 그림자에서 빠져나와 있었다.
“숙주의 위치를 찾았어요!!”
뚝뚝.
떨어지는 핏물.
아련하게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친다.
“지금 마왕님이 싸우고 있는 상대…! 특수 개체가 아니에요!!”
“그래.”
강우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았어.”
씨익.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외계(外界)에서 건너온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지금 이 바이오하자드를 만든 원흉.
고작 10cm에 불과했던 그 외계의 존재는 인간의 피륙을 양분으로 삼아,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콰득! 콰드드득!!
괴물의 배에서 빠져나온 지네가 몸을 비틀었다.
주변의 괴물들이 지네에게 달라붙어 흉측한 살덩어리를 이뤘다.
강우의 몸에 재생되지 않는 상처를 남겼던 붉은 가시가 살덩어리 전체에 솟구쳤다.
“네가 숙주였단 말이지.”
검을 움켜쥐며 자세를 낮췄다.
두근두근.
거칠게 심장이 뛰었다.
뒷목이 뜨거워지며 식은땀이 흘렀다.
잊고 있던 감각.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죽음의 공포에, 등골을 타고 짜릿한 전율이 퍼졌다.
“하, 하하. 씨이발. 존나 재밌네 진짜.”
자연스럽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입가가 올라가는 것이 멈추지 않았다.
저 괴물에게 자신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 해도 딱히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참을 수 없이 짜릿했다.
“KAAAAAAAAAAARRRRRRRRRRRR!!!!!”
끔찍한 괴성.
주변의 괴물들을 흡수한 지네가 거대한 살덩어리가 되어 몸을 비틀었다.
붉은 가시가 돋친 팔이 무서운 기세로 휘둘러졌다.
맹렬하게 휘둘러지는 팔을 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타올라라.”
화르르륵!
검은색과 황금색이 뒤섞인 불꽃이 몸을 태운다.
탐식의 불을 몸에 두른 강우는 미끄러지듯 옆으로 움직였다.
-쿠구구구궁!!
무수한 인간의 피륙으로 이루어진 살덩어리가 바닥을 후려쳤다.
푸슈슈슉!
날카로운 붉은 가시가 크레모아를 터트린 것처럼 사방으로 비산했다.
어깨와 볼에 가시가 스쳤다.
핏물이 흐른다.
“그래! 씨발 싸움이 이래야지!!”
이번에도 재생되지 않는 상처를 내려다보며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공격을 ‘피해’야 한다니, 너무도 당연한 그 말이 어쩐지 생소하게까지 느껴졌다.
이제까지 그는 공격을 피할 필요가 없었다. 막을 이유조차 없었다.
어차피 죽지 않기에 어떠한 공격도 그 의미를 잃었다.
전투는 언제나 지루했고, 따분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하하하하! 더 날뛰어 봐, 새끼야!”
미친 듯이 분비된 엔돌핀이 뇌를 자극한다.
쏟아지는 붉은 가시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곡예를 하듯 몸을 움직여 괴물에게 접근했다.
촤악!
아래에서 위로, 검을 길게 올려쳤다.
쩌저저적! 유리가 깨진 것처럼 살덩어리가 갈라지며 핏물이 솟구쳤다.
옆으로 몸을 굴러 핏물을 피했다.
“흡!”
탐식의 불이 타오르는 왼팔을 들어, 벌어진 살점에 욱여넣는다.
화르르르륵!
거대한 불길이 살덩어리를 집어삼켰다.
“Kiiiiiiiiiiiiiiiii!!”
살덩어리의 중심에 자리 잡은 지네가 거칠게 몸을 비틀었다.
탐식의 불에 타들어가는 살점을 스스로 잘라냈다.
잘려진 단면에서 수십, 수백 개의 장기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어, 잠깐 저거.”
호텔 복도의 기억이 떠올랐다.
반으로 갈라진 괴물.
그 안에 들어 있던 장기에서 쏘아진 핏물 탄환에 차연주가 당할 뻔했던 기억.
“설마….”
-푸슈슈슈슈슈슈슉!!!
“아니 왜 프로토스에서 히드라가 나와 씨발!!”
다크 아칸이 최면 앱을 켰다!
“으아아아아아아!!”
개틀링 건을 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쏘아지는 핏물 탄환을 피해 존나게 뛰었다.
상처가 재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지금 저 핏물 세례에 당하면 답이 없다!
“제길!”
강우는 다급히 몸을 굴렀다.
하지만 쏟아지는 핏물 탄환은 끊어질 기세를 보이지 않고 그를 쫓아오며 계속해서 쏘아지고 있었다.
더 이상 피할 공간이 없다!
“그렇다면…!”
거칠게 발을 굴렀다.
혼자의 힘으로 안 된다면,
여기서는 ‘친구’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사탄모오오오오온!!!!”
[음?]한창 괴물들을 상대하고 있던 사탄을 향해 질주한다.
[무, 무슨 짓을…?!]거칠게 사탄의 목덜미를 붙잡으며, 앞으로 내밀었다.
“프랜드 실드으으으으!!”
투두두두두두두두!!!
어마어마한 기세로 쏟아진 핏물 탄환이 사탄의 몸에 틀어박혔다!
“허억!”
강우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 아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사탄몬이 씹창 나버렸어!”
그날 그는,
소중한 ‘파트너’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