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36. 폭풍전야?
1.
아슬아슬했던 환영식의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 아침.
신전의 집무실에선 아침 일찍부터 간부급 회의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해서 오늘은 다들 성지에서 대기합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중국 측 각성자들이 시비를 걸 가능성도 있어요. 신입 플레이어들은 오늘 성지 내부의 훈련 시설에서 체력 훈련 및 교리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체력 훈련은 루나가, 교리 교육은 라파르트 대주교와 레오 대주교가 전담하도록 합니다.”
“예, 성하.”
“알겠습니다.”
회의의 참석 인원은 순전히 우리 교단의 인원들이었다.
레오, 루나, 라파르트 대주교, 토비.
나는 그들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조용히 있을 것을 주문했다.
어젯밤에 영빈관에서 빠져나가던 중국 측 각성자들의 눈빛이 워낙에 살벌했기 때문이다.
그런 놈들은 분명히 뭔가 사고를 친다.
약간의 대화만으로도 녀석들이 철저한 중화사상으로 무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런 놈들이 하루 동안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각성자라는 놈들이 비행기 타는 게 얼마나 힘들다고 그 유세를 떠는지 모르겠네. 안 그래요, 성하? 비행기 조금 탔다고 컨디션 떨어질 거면 집에서 그냥 쉴 것이지, 왜 남의 나라 와서 지랄이야, 지랄은.”
“내 집무실에서 지랄이라는 단어는 좀…… 라파르트 대주교. 이따가 교리 교육할 때 루나도 같이 교육시키세요. 성기사단장으로서 지켜야 하는 품위,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충분히 교육하겠습니다.”
“흡.”
역시, 루나에게는 라파르트 대주교만 한 카드가 없다. 라파르트 대주교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루나가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뭐, 사실 루나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중국 측은 오늘 하루 동안 휴식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사유는 최상의 대련 컨디션을 위해서.
시차 적응부터 시작해서, 비행기를 타고 왔기 때문에 피로를 풀어야 한다는 등의 이런저런 희대의 개소리를 늘어놓았다.
녀석들의 비행기가 이륙했던 상해와 이곳 서울의 시차는 고작 1시간.
비행시간 역시 아무리 비행 몬스터들에 의해 항로가 변경되었다고 쳐도, 기껏해야 3시간 30분이다.
비슷한 이동 거리를 지닌 일본 측조차도 가만히 있던 걸 봐서는, 중국 측의 일방적인 억지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인들이면 몰라도 대련전에 나설 각성자쯤 되면 고작 그 정도로 피로를 느낄 리가 없었으니까.
“교류전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을 비롯한 경비 경력이 다시 성지 부근에 배치될 예정입니다. 아, 그리고 토비. 정부 측에 미스릴 제련 기술을 전수하는 건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음, 아주 훌륭합니다. 지구인들이 지닌 기술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다만 마력을 이용한 제련에 약할 뿐이지요. 그 부문만 정확하게 집어서 교육을 진행 중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최근에 교단에 쏟아졌던 문의 중에서 이런 질문이 있었다.
-아크는 완전히 소멸한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아크에 들어간 미스릴 등의 광물들 역시 함께 사라졌다고 봐도 되는가?
답변부터 하자면, ‘No’였다.
아무리 리멘이 나를 위해 연출에 힘을 실어 넣어 줬다지만, 그렇게 막무가내인 여신은 아니다. 리멘은 명색이 자비의 여신.
아크에 투자된 자원들을 무시할 정도로 인간들의 사정에 무지한 존재도 아니었다.
당연히 아크 건축에 사용된 재료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공터에 쌓아 뒀다. 나는 그 재료들을 고스란히 정부 측에 돌려주었고 말이다.
만약 리멘이 그런 식으로 배려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이면 정부에서는 곡소리를 내고 있었을 거다.
“아크에 사용되었던 미스릴을 일부 제공받는 대가로 이루어지는 기술 전수입니다. 최대한 신경 써 주세요.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세계맥주점에 가서 함께 회식도 했는데, 아주 훌륭했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그들에게 성수로 만든 맥주를 대접할 생각입니다.”
참고로 토비는 최근 들어 우리 교단 미튜브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기가 상승하는 인물이었다.
인류 앞에 등장한 최초의 이종족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원래는 최대한 존재를 숨길 생각이었지만, 토비가 어느 날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 술 취한 채로 발견되어 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드워프라는 종족이 낯선 종족이라 사람들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듣자 하니 팬클럽까지 생겼을 정도라고 한다.
팬클럽 이름이 가만 보자…… 토비 아저씨의 철수염>이라던가?
미친놈들로 넘쳐나는 교단에 드워프 하나 추가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긴 하다.
“술 적당히 드시고.”
“끄떡없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족 없이 외롭지는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토비는 아주 성공적으로 지구에 적응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다행이지.
그렇게 얼추 급한 안건이 대부분 정리되었고, 나는 의자에서 슬쩍 일어나면서 말했다.
“레오와 루나도 내일 대련에 나서야 하니까 컨디션 관리 신경 써라. 루나, 너 오늘 저녁에는 술 마시러 나가지 말고. 괜히 술 마시러 나갔다가 시비 붙으면…… 알지? 그냥 바로 라파르트 대주교와 1주일 동안 교리 수업이다.”
“……네에.”
“그럼 이만 회의를…….”
무난하게 회의를 끝내려고 할 때쯤, 레오가 가만히 손을 들었다.
“레오야 왜.”
“중국 측의 태도를 보았을 때, 성하의 가족분들에 대한 경호 인력도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런 걸 보면 우리 레오가 참 세심하단 말이야.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레오를 바라보았다.
“우리 가족들이 그렇게 걱정돼?”
“악의 길을 걷는 자들은 언제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않겠습니까?”
“좋은 의견 고맙다.”
레오가 먼저 나서 준 덕분에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
“라파르트 대주교.”
“예, 성하.”
“레오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중국 애들이 떠나기 전까지는 제가 가족들 옆에 붙어 있어야겠지요?”
경호라고 쓰고, 집에서 쉰다고 읽는다.
가족들의 안전이 달려 있다는데 이걸 차마 거절을 하겠어?
“흐음, 알겠습니다.”
라파르트 대주교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잔소리꾼께서도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명분이었다.
“그럼, 전 가족들의 안전을 지키러 먼저 집에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기분 좋게 일어난 나는 은근슬쩍 레오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걱정할 건 없어, 레오야. 내가 가족들 옆에 누구를 붙여 놨는지 잘 알잖아?”
“에이든 님은…….”
“에이든 말고.”
“아.”
내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레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성하의 뜻을 깨달았습니다.”
당연히 수긍할 수밖에 없지.
내가 시연이와 인욱이에게 붙여 둔 존재는 바로…….
2.
-김시우, 김시우의 가족, 김시우의 지인들까지. 녀석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조사해 와라. 린 타오. 리 지에에 이어서 네놈까지 나를 실망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흡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 오면 내가 너의 뒷배가 되어 주겠다. 내가 너를 이 소국에 데려온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라.
초인부 소속의 첩보원, 린 타오는 새벽에 왕웨이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이렇다 할 전투력은 없던 그가 이번 친선단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오직 정보 수집뿐이었다.
존재감을 지우는 데 특화된 그의 이능은 전투보다는 첩보 활동에 특화되어 있었다.
어지간한 S급 헌터들조차 쉽게 감지해 낼 수 없는 위장 능력. 마력 탐지기에도 쉽게 발각되지 않는, 극소량의 마력을 이용한 은신 능력은 린 타오의 주특기이자 유일한 무기였다.
‘이번 기회에 왕웨이 님의 신임을 얻는다.’
중국의 실세 중 하나인 왕웨이에게 줄을 댄다면 그에게는 황금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왕웨이는 린 타오에게 그런 미래를 선사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
김시우의 가족이 산다는 건물 주위에서 은신한 린 타오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레귤러의 가족들이 머무는 곳답게 한국의 각성자로 보이는 듯한 인력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한국의 탐지 능력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수준이다. 조심할 필요는 있겠지.’
어차피 그의 목적은 김시우의 가족들을 공격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그들 가족의 동선을 기록하고, 특이 사항을 수집하는 것뿐.
그 정보들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오로지 왕웨이에게 달린 일이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아. 리 지에, 그 년이 불길한 소리를 해 대 가지고……’
새벽에 숙소에서 나오기 전, 리 지에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린 타오. 나는 네 능력을 정말 높이 평가한다. 네가 죽는 건 우리 초인부의 큰 손실이 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무리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 상대는 괴물들이야. 절대로 거스르려 들면 안 된다. 내 말 명심해라.
평소에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리 지에였다. 린 타오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잔뜩 겁을 먹은 듯한 눈빛.
그녀는 지난번에 왕웨이가 맡긴 임무를 실패한 이후로 미운털이 박혀 있던 상황이었다.
‘내가 왕웨이님의 신임을 독차지할까 봐 두려운 것일 테지. 독한 것.’
리 지에의 평소 성격을 생각해 봤을 때는 출세길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도 남을 여자였다.
적어도 린 타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린 타오가 얼마 동안이나 기다렸을까?
‘나왔다.’
한 어린 소녀가 건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전날 밤에 미리 숙지해 둔 정보 속에 포함되어 있었던, 김시우의 어린 여동생이었다.
학원에 가는 것인지 소녀의 등에는 연핑크색의 가방이 메여져 있었다.
아침부터 무려 5시간이나 기다리고 나서야 얻게 된 첫 성과였다.
소녀가 나오자마자 주위에 자리 잡고 있던 한국의 경호 병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 듯 보였다.
‘동선 파악은 쉽겠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다.
린 타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다음,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고 했다.
미야아아아아-
‘……고양이?’
흰색 털의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갑작스럽게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에 비해 감각이 예민한 고양이라고 한들, 그의 은신을 감지해 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공교로웠다.
흰색 고양이가 정확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에 놀란 린 타오가 뒤로 물러서고자 했다. 그러나 그때였다.
‘……어?’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발을 떼려고 했지만, 그의 발은 땅에 접착되기라도 한 듯이 도저히 떨어지지를 않았다.
미야아아.
고양이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다리 앞까지 다가온 녀석이 그의 다리를 앞발로 눌렀다.
그러자 린 타오의 눈앞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고양이는 순식간에 몸을 불렸다. 눈을 채 감았다 뜨기도 전에 고양이는 집채만 한 백호가 되어 있었다.
영물.
그 백호를 보고 나서 린 타오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였다.
크르르르.
백호가 린 타오를 내려다보았다. 백호에서 흘러나오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린 타오의 숨통을 죄어 왔다.
“살……려주…….”
린 타오는 감히 대항할 마음조차 먹지 못했다. 저런 괴물을 고작 자신 따위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공포에 잠식된 그의 성대가 마비되어 말조차 제대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린 타오는 아까전에 리 지에가 자신에게 해 줬던 조언을 떠올렸다.
-상대는 괴물들이야.
그는 이제야 리 지에가 느꼈을 공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후회는 늦었다.
콰우우우우우!
백호가 아가리를 벌리면서 그를 향해 달려들었고, 린 타오는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악!”
백호의 큼지막한 이빨이 목에 박히려던 그 순간,
미야아아아-.
“허어어억.”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백호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린 타오는 재빠르게 손으로 목을 더듬었다.
‘……환각?’
미야아아아-.
안도의 한숨을 채 돌리기도 전에, 그는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으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말 환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 말에 린 타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줌을 지리는 바람에 바지가 축축해져 있었지만, 그딴 건 목숨 앞에서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다음은 없어. 참고로 나는 살려 둔 채로 다리부터 잡아먹는 걸 좋아해. 무슨 말인지 알지?」
린 타오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