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병력들이 사열한 현장.
나는 병력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 전투는 여태껏 전투와 다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베이징까지 뚫고 들어오면서 경험했던 전장과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이곳의 분위기는 한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총력전.
이미 베이징은 도시 전체가 고대신에게 세뇌당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총력을 다해서 우리에 맞설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우리를 해방군으로 맞이해 주었으나, 이제는 다르다.
“저들은 숨이 끊어질 때까지 맞서 싸울 겁니다.”
이미 저들의 머릿속 깊은 곳까지 지배하고 있는 ‘신앙’은 독처럼 작용한다.
주입된 신앙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죄악이다.
악마가 신의 형상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순수한 믿음으로부터 피어오르지 않은 신성력은 마기와 다를게 뭘까?
오히려 더 악랄하다.
마기는 개인의 욕망이 형체화된 기운이지만, 저들의 신성력은…… 그저 누군가 주입한 허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을 꿈에서 깨울 수는 없다.
“중국 정부는 이미 저들에게 완전히 세뇌되었습니다.”
순 리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레귤러나 되는 녀석이었으니, 아마 스스로 저들의 밑으로 기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대가로 엄청난 힘을 부여받았겠지.
“저곳은 우리가 알던 베이징이 아닙니다. 이미 베이징에서 아득히 벗어난, 새로운 차원이라고 생각하세요.”
베이징의 경계를 넘으면 더 이상 지구가 아니다.
차라리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편했다.
게이트 너머.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게 맞겠지.
나는 우리의 병력들을 향해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오늘은 한 가지만 기억하셔야 합니다.”
참혹한 전장에서 기억해 내야 할 단 한 가지 진리.
“죽이지 못하면 죽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의 선택을 존중하겠습니다. 적을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다면, 그리하십시오.”
강제로 세뇌당한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을까?
그때, 본대 쪽에 서있던 진영이 형이 손을 들며 물었다.
“……상대가 어린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린아이들을 이용할 것이라는 건 안 봐도 뻔하다.
고대신들에게 있어서 어린아이들은 그저 어린 인간일 뿐, 보호의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어린아이 대부분이 이번 전투에서 제외될 겁니다.”
어린아이들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거다.
그건 녀석들이 어린아이들을 생각해 주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어린아이들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영혼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힘으로 환산했을 때 가장 효율적인 영혼들이죠. 저들의 의식이 끝나면, 어린아이들을 제물로 바칠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주신좌가 탄생하겠지.
나는 뒷말을 삼켰다.
구태여 우리 병력들의 사기를 떨어트릴 필요가 없었다.
콰우우우우-.
끼에에에에에에엑!
저 멀리서 마수들의 괴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차가운 냉기 숨결과 산성 숨결을 내뿜는 본 드래곤들부터 시작해서, 마수 군단의 대표 비행종이라고 할 수 있는 와이번, 거기에 가고일들까지.
하늘을 검게 물들일 정도로 많은 괴물들이 성역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들의 어마어마한 물량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화자의 병력 역시 우리들을 적대할 겁니다. 따라서 전투 도중에 정화자의 병력과 조우한다면, 반드시 무너뜨리십시오.”
마기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서 천벌 시리즈를 비롯한 신성 계열 무기들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좌표만 찍어 주면 곧바로 화력 지원이 이어질 것이다.
내 말에 지휘관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합니다. 선두는 이번에도 리멘 교단이 맡습니다.”
신성력이 모이는 신전을 처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신전을 모두 무너뜨린다면, 녀석들의 ‘회합’에 큰 문제가 생길 것임이 틀림없었다.
베이징은 큰 도시다.
그 위에 세워진 성역이었으니, 성역의 넓이 역시 엄청날 터.
서쪽에서 밀고 들어오는 정화자와 최대한 충돌을 줄이면서 목표를 달성해야한다.
어렵지 않다.
이곳에는 나의 동료들이 많다.
내가 지구로 돌아온 이후, 자연스레 내 곁에 모여든 동료들.
여태껏 내가 그들을 도와준 걸로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들도 나를 도와주고 있었다.
지금처럼.
나는 성역에서 들려오는 괴성을 들으면서 크게 숨을 몰아 내쉬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이들을 향해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도 리멘의 가호가 여러분들에게 있기를. 여신께서 당신들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서 나와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빌며, 그렇게 나는 진군 명령을 내렸다.
4.
“위대한 빛을 위하여.”
“새로운 질서에 반하는 이단자들을 몰아내라!”
“성역을! 반드시 성역을 지켜 내라!”
우리 측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리멘 교단의 성기사들이 성역에 발을 내디딘 순간, 도시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명교.
고대신들이 이계에서 데려온 괴물들.
거기에 한때 베이징의 시민이었지만, 이제는 이성을 잃은 광신도가 되어 버린 이들.
리멘 교단의 성기사들은 주눅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리멘님을 위하여!”
“교황 성하를 위하여!”
“이번에는 우리가 지킨다!”
신념과 신념이 드세게 충돌한다.
다시 한번 전투마에 올라탄 성기사들이 파죽지세로 적들을 뚫고 들어간다.
콰아아아아앙-!
하늘에서 회색빛의 불꽃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던 천사들이, 붉은 안광을 쏘아 내면서 대지를 향해 불꽃을 쏟아 내는 중이었다.
“라파엘.”
-저에게 맡기세요.
공중은 늘 그렇듯이 라파엘의 영역이다.
라파엘은 슈트를 착용한 채로 빠르게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곧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면서 천사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되었다.
목숨을 걸고 방어하려는 자들과, 목숨을 걸고 뚫어 내려는 자들.
만약 적들이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양쪽에서 공격을 받는 상황에 당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그저 맹목적으로 주인의 뜻에 순종한다.
고대신들이 그들에게 내린 명령은 하나뿐이었다. 그저 목숨을 걸고 이 땅을 지킬 것.
영혼까지 빼앗긴 이들에게 생각이란 사치였다.
“으아아아아아!”
“죽어어어!”
신앙심으로 무장했다고 해서 전투력이 순식간에 증식하는 건 아니다.
한때 이곳의 시민이었을 자들이 전투를 경험했으면 얼마나 경험했을까?
리멘 교단의 성기사들은 이를 악문 채로 달려드는 적들을 베어 넘기거나, 부숴 버린다.
순식간에 피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오로지 신앙심으로만 무장한 자들 사이에서 위협적인 공격이 뻗어 나온다.
치지지지지지직-!
전격의 창이 뻗어 나와 성기사들을 직격했다.
창에 맞은 성기사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재가 되어 버린다.
나는 빠르게 뛰어올라서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하아.”
내가 내려앉은 자리에는 백명교의 사제가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녀석의 손에서 스파크가 튄다.
“죽어라, 이단자-.”
“빌어먹을 새끼들.”
콰지지직.
버둥거리는 그놈의 대가리를 발로 으깼다. 그리고 곧장 뒤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에이든! 자현아! 센 놈들부터 죽여!”
이 녀석들은 지금 힘없는 광신도들을 고기 방패로 던져 대면서 우리의 병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을 셈이다.
교환비가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이 상태로 시간이 끌리면 불리한 건 우리 쪽이다.
병력의 차이가 막심하다.
지금 이 순간조차 안쪽에서 더욱 많은 병력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끌리면 안 된다.
적들의 증원을 잠시 막아야 지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루나를 향해 소리쳤다.
“성기사들을 둘로 나뉘어서 건물을 무너뜨려. 시간을 조금이라도-!”
그때였다.
-이세민입니다. 합류합니다.
부우우우욱.
뒤쪽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다가오더니 곧 앞에 있던 빌딩을 베어 버렸다.
문자 그대로 양단했다.
반으로 쪼개진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내 뒤쪽에서 트레이닝 복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와 잠시 등을 맞대면서 말했다.
“좀 늦었습니다. 저희가 합류하면 시작하실 줄 알았는데요.”
“상해 쪽 병력은?”
“합류하기까지 30분은 걸립니다. 전투가 시작된 듯하여 제가 먼저 왔습니다.”
이로써 이레귤러는 다섯.
옵션이 더 많아졌다.
나는 나를 향해 날아드는 천사의 몸을 붙잡아 반으로 찢어 버리면서 답했다.
“정화자 쪽에서 먼저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시선이 분산된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야 합니다.”
“무명, 그 자도 성격이 급한 것 같습니다.”
“그놈이 봤을 땐 지금이 적기라는 거죠. 3일. 3일 내에 정리해야 합니다.”
“……3일이나 잠 안 자고 싸울 수 있습니까?”
“정화자 놈들은 가능하겠죠. 그놈들은 시체가 절반 이상이잖아요.”
지독한 장기전으로 흘러가면 필패다.
고대신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신전을 무너뜨리는 게 급선무다.
우리의 목적은 딱 하나다.
잔칫상을 엎어 버리는 것.
이 빌어먹을 잔치를 끝내면, 그 이후는 리멘과 테라에게 맡기면 된다.
“라파엘.”
-예, 교황님.
“슈트에 내장된 지도 기능을 통해서 신전 위치를 전송했습니다. 각 지휘관들에게 공유해 주세요.”
성역 내부로 들어오고 나니 신성력의 흐름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신전은 총 일곱 곳.
그중 세 곳은 서쪽, 세 곳은 동쪽.
나머지 한 곳은 도시 중앙이다.
중앙의 신전은 거대한 신성 결계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다.
아마 외곽의 신전을 모두 무너뜨려야 결계가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상해 병력이 도착하면 대한민국 본대 쪽으로 붙이세요.”
“저는 뭘 하면 됩니까?”
“잘하시는 거 있잖아요? 그냥 보이는 족족 잡아 죽이세요. 그거만 해 주면 됩니다. 강한 놈들부터 죽여 주면 더 좋고.”
그러자 이세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곧 오른쪽 위를 턱짓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음, 그럼 저놈은?”
이세민이 가리킨 곳에는 두 장의 날개를 펼친 채로 날아다니는 놈이 한 명 있었다.
익숙한 얼굴.
아주 보고 싶었던 놈이다.
나는 그놈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그 녀석의 정체는 순 리였다.
아주 예전, 대한민국에 방문했을 때의 순 리와는 너무나도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녀석의 몸에서는 고대신의 힘이 강력하게 느껴졌다.
신성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놈이 이제는 신성력을 사용하면서 전장을 어지럽히는 중이었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인 게 틀림없었다.
이세민이 과연 저 상태의 순 리를 이길 수 있을까?
“아무래도 중국 놈이니까, 중국 놈의 손에 죽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이세민은 활짝 웃으면서 나를 뒤돌아보았다.
“원래도 제 발끝조차 건드리지 못했던 놈입니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 봤자 돼지인 건 변함없죠. 원래 힘이란 게 그렇습니다. 고생 없이 얻게 된 힘은, 그저 본인을 좀먹을 뿐입니다.”
아직까지 나는 이세민의 전심전력을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중국 최고의 이레귤러라고 불렸던 남자.
지구에 돌아온 이후, 가장 강한 상태의 루시퍼를 한 번 죽였던 사람인데 말이지.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이세민 역시 웃으면서 말했다.
“저딴 날파리 같은 놈에게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하-하! 거기! 거기에 있었구나? 나를 지독히도 괴롭혔던 두 놈이 같이 있었어! 너희들을 단번에 죽여 주마. 위대한 이들께서 내게 내려 주신 이 힘으로-!】
부우욱.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이세민의 손에서 폭발적으로 뻗어 나간 에너지가 파리처럼 날아다니던 순 리의 목을 베었다.
그것은 ‘검’이었다.
고도로 응축된 에너지가 담겨 있던 형태 없는 검.
어찌나 방대한 에너지가 담겨 있었는지, 기술을 사용한 이세민의 몸이 살짝 비틀거렸다.
“교황님께서는 늘 그러하셨듯이 나아가십시오.”
이세민은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순 리의 머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인민의 배신자는 반드시 제가 처리할 테니, 교황님께서는 교황님의 일을 하시면 됩니다.”
순 리는 죽지 않았다.
목이 잘렸으나, 떨어지는 순간에도 괴물같이 재생한다.
그야말로 저주받을 신성력.
그러나 이세민은 활짝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이따 뵙겠습니다.”
그 말에 얼마나 많은 뜻이 담겨 있는지 나도 잘 안다.
그렇기에 나는.
“이따가 다시 봅시다.”
그저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것을 끝으로 내 길을 향해 나아갔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