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46)
146_Man Of War(6)
호킨스가 창고에서 찾은 비운의 함선, Man Of War.
이 화려한 함선은 대체 어째서 바다에 나서지못한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는가?
그것을 알아보려면, 시간을 꽤나 오래 전으로 거슬러 가야 했다.
“나는 이 영국을 군사 강국으로 만들겠다!”
메리 여왕이 아직 태어나기도 이전.
젊은 왕, 헨리 8세에게는 야심이 있었다.
영국을 에스파냐나 프랑스 같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
그걸 위해서, 그는 곧장 신형 함선의 건조에 착수한다.
곧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몇 척의 함선이 만들어졌다.
“훌륭하군! 이 배들은 그 자체로 군대(Man Of War)나 다름없어!”
헨리 8세의 감탄은 곧 배의 이름이 되었다.
흔히 여성적 이름을 붙이곤 하는 배에, 무척이나 파격적인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 정도로 헨리 8세가 신형 함선에 대해 갖는 기대는 대단했다.
그러나,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건 오래지 않았다.
“뭐? 내 함선이··· 바다에 가라앉아? 제대로 전투조차 해보지 못하고 말이냐?”
그것은 영국 해군사에서 다시는 없을 치욕.
헨리 8세의 야심이 담긴 함선이 눈앞에서 가라앉고 만 것이다.
그것도 적의 공격 탓이 아니라, 고작 대포 한번 발사한 반동으로 말이다.
어설픈 기술로 지나치게 많은 대포를 적재한 결과였다.
그것이 바로, 메리 로즈 호의 침몰.
“이런 망할, 신형 배 개발은 의미없는 자원 낭비일 뿐이다. 더 이상 이딴 쓰래기에 돈을 낭비하진 않겠다.”
헨리 8세는 늘 자금이 쪼들리는 왕이었다.
없는 돈을 어떻게든 끌어모아 건조했던 함선.
그런데 그 함선이 이리 어처구니 없이 침몰하다니.
그는 더 이상 함선에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헨리 8세는 신형 함선 개발에 대한 지원을 끊었으며, 아직 파괴되지 않은 Man of war 함선 역시 홀대했다.
전쟁을 위해 개발된 함선은 전쟁에 나가지 못한 채, 과시용으로나 조금 쓰이다가 그대로 창고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여년 가까이가 흐른 지금.
존 호킨스는 잠긴 창고의 문을 열었다.
“겁낼 건 없다. 그분께서 붙여주신 장인들과 함께 지난 몇 달 간 총력을 기울여 배를 정비했으니.”
어두컴컴하고 외진 선착장.
그곳에서, 호킨스가 부하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분은 이미 모든 걸 계산하시고, 신형 함선의 개발을 명목으로 내게 장인을 빌려주셨다. 그들의 솜씨는 훌륭하니, 이 배의 모양으로 우리의 정체가 알려지는 일도 없다. 물론 대포를 쏜다고 함선이 가라앉는 일도 없을 것이다.”
호킨스의 말에 부하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있었다.
“이 함선이 가라앉는 경우는 오직 하나. 우리의 정체가 발각날 위기에 처했을 때 뿐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이 배와 함께 가라앉는다.”
죽음을 암시하는 말에도, 동요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호킨스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확인하도록 하지.”
호킨스가 부하들을 살피며 엄중히 물었다.
“우리는 누구인가?”
훈련받은 대로, 그들은 한 목소리로 답했다.
“”해적입니다.””
“우리는 누구의 명을 받는가?”
“”우리는 해적이니, 누구의 명도 받지 않습니다.””
“훌륭하군.”
호킨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제군들. 그대들은 해군 육전대 내에서도 가장 충성심이 강한 이들. 내가 특별히 선발한 자들이다. 지금부터 그대들은 나와 함께, 목숨을 버리러 간다!”
호킨스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외치진 못했으나, 모두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구호가 일렁이고 있었다.
‘폐하를 위하여!’
그렇게, 여왕도 모르는 여왕의 비밀 결사가 밤바다를 가르며 스코틀랜드를 향해 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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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보입니다! 해안선에 적이 나타났습니다!”
호킨스의 군대는 파죽지세로 전진했다.
“뭐? 해안선에 적이?”
곧, 스코틀랜드의 영주들은 이 정체불명의 적군과 조우하게 되었다.
영주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처음 적이 나타났단 것을 들은 그들은,
우선 적을 파악하려 애쓴다.
“또다시 북 스코틀랜드의 해적인가?”
“아니면 헤브리디스 섬 쪽 클랜에서 우리 클랜에게 도전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이내, 그들은 호전적으로 몸을 일으킨다.
“누가 되었든, 내 클랜에 발을 들이밀 수는 없다.”
하지만 다음 소식을 들으면, 그 어떤 영주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아니, 뭐라고? 나타난 배가 거대한 에스파냐식 대함선이란 말이냐?”
스코틀랜드는 해전에 능숙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익숙한 전투는 서로에게 총 칼을 겨누고, 뛰어난 전사가 상대 전사의 뼈를 끊어내는 땅 위의 전투.
대함선에 맞서 해전을 벌일 능력은 없었다.
“이, 일단 우리가 가진 대포를 해안선에 배치해서 놈들을 경계하도록 하지.”
급히 방법을 짜냈으나, 신통치 않았다.
대함선은 영주들을 비웃듯 유유히 사정거리 밖에서 그들의 대포를 쏴댔다.
그들의 사정거리는 영주의 대포 이상이었다.
일방적인 난타전이 이어졌다.
“이런 망할! 우리가 저 배에 접근할 방법은 없나?”
하지만 전함을 가진 영주는 드물었다.
전함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물건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한 두 척이나 만들만한 물건.
영주들 중심의 스코틀랜드에서 전함을 구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민간상선에 대포를 실어 활용하는 일은 종종 있었으나, 그런 함선으론 저 포격을 피할 수 없어 보였다.
결국, 영주들은 비참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으득! 놈들이 무슨 목적이든 간에, 계속해서 포격을 유지할 수는 없다! 화약을 전부 사용한 그때가 놈들의 마지막이다!”
하지만 이조차 영주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함선은 멍청하게 바다 한가운데 서서 포격을 이어가는 짓 따윈 하지 않았다.
대신 함선은 방향을 돌려, 각 영지의 주요 항구를 습격하고,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나포했다.
스코틀래드 영주들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저 정체불명의 함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어딜 약탈해야 하는지, 어딜 공격해야 아무 피해 없이 적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마치 스코틀랜드 해안선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해군 육전대나 가능할 법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결국, 영주들은 자존심을 굽히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당장 근처에 주둔한 잉글랜드의 해군 육전대에 지원을 요청하라! 저 오만한 해적 떼를 몰아내달라고 해!”
그들 입장에선 무척 자존심 상하는 부탁.
그러나, 이 부탁에 대한 답마저 부정적이었다.
“해군 육전대는 움직이길 거부했습니다.”
“뭐라고?”
“그, 그게. 그들의 대장인 호킨스 경이 여왕 폐하의 명령 없이는 결코 움직이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고 떠났답니다! 어차피 스코틀랜드 영주들은 그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으니 걱정할 건 없다고 말하고요.”
“이런 개자식이!”
상황이 어찌 이렇게 교묘하게 돌아간단 말인가!
영주들은 분을 참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이대로 저 해적 놈들의 약탈을 두고 볼 수도 없었다.
“···수도에 보고를 올리지. 지금 상황을 여왕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결국, 그들은 소심한 구원 요청을 수도에 전했다.
내뱉은 바가 있으니 차마 대놓고 구원 요청은 못하고, 지금 상황을 여왕에게 알린다는 초라한 명분을 내세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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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들의 구원 요청이 수도에 전해진 것은, 한참 의회에서 회의가 진행되던 때였다.
“난데없이 등장한 해적선이 스코틀랜드 전역을 약탈하고 있단 말인가?”
여왕이 놀란 목소리로 방금 들어온 소식을 정리했다.
의회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번 의회의 일을 의식해, 예의상 회의에 참석한 몇몇 스코틀랜드 영주들의 얼굴은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아니, 이게 난데없이 무슨···!”
“대체 어떤 해적들이길래 스코틀랜드 전체가 일개 해적에게 농락당한단 말입니까?”
“스코틀랜드 전역이 약탈당한다니, 대체 어디까지입니까? 서, 설마 제 영지 역시 약탈당하는 것은···!”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여왕이 의사봉을 두드렸다.
“조용, 조용! 놀란 것은 알겠으나, 다들 침착하게!”
여왕이 장내를 진정시켰으나, 그런 여왕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스코틀랜드에 난데없이 해적이라니? 무슨 일이지?’
해적이 나타난 거야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스코틀랜드 전체를 위협할만한 해적의 등장이라니.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어디서 그런 세력이 튀어나온 거지?’
여왕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저 아래의 바르바리 해적들인가?
하지만 그들이 징조도 없이 여기에 당도했다고?
그들이 아니면, 달리 어떤 해적이 그럴 수 있지?
의회의 모두가 해적의 정체를 두고 쑥덕이는 가운데, 한 의원이 무언가 떠오른 듯이 외쳤다.
“서, 설마! 그 소문이 사실이었던 것은 아닙니까?”
모든 사람들이 시선이 발언한 의원에게 집중되었다.
여왕의 가장 먼저 그를 다그쳤다.
“소문이라니! 무얼 말하는 것인가?”
“에스파냐의 패잔병이 스코틀랜드에 숨어들었다는 소문 말입니다!”
이내 여왕도 그 소문을 기억해냈다.
그 소문이 바로 스코틀랜드 클랜과 마차르이 시발점이었으니까.
‘하지만 호킨스는 분명, 실제로 패잔병이 숨어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리라 장담했었는데?’
여왕은 자신도 모르게 호킨스의 의석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아, 오늘은 네덜란드와의 함선 개발 협력 문제로 의회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아쉬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호킨스 대신 와이어트가 입을 열었다.
“함선의 모습은 어땠다고 적혀있습니까?”
전령이 함선의 모습을 묘사했다.
선폭이 좁고 선미가 높으며, 황금으로 장식된 함선.
큰 돛이 세 개 걸려 있었고, 무척이나 많은 대포가 빽빽히 실려있었다.
“틀림없이 에스파냐의 카락선이군요.”
와이어트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폐하. 제가 틀렸던 것 같습니다.”
“틀렸다니?”
“해로 상, 에스파냐 해군이 스코틀랜드에 정박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 착륙했나 보군요. 그리고 그 패잔병들이 스코틀랜드 해안선을 약탈하고 있나 봅니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아암, 나는 그럴 줄 알았지.”
“소문이 그리 크게 났잖아!”
이미 의원들 중 상당수가 그 소문을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쉽사리 수용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여왕 역시 와이어트의 말을 신용했다.
“너무 자책하진 말게, 경. 세상엔 때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 않나? 이걸 예측하지 못한 게 경의 잘못은 아니라네.”
의원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게다가 소문은 스코틀랜드인이 에스파냐 해군을 숨겨주고 있단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에스파냐 해군이 스코틀랜드를 약탈하고 있지 않습니까?”
“역시 에스파냐 놈들은 상종도 못할 음흉한 놈들이지요. 그런 놈들이니, 알아채지 못한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에스파냐에 대한 성토로 넘어갔다.
스코틀랜드에 대한 분노는 어느새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에스파냐와 협력한다고 오해해 스코틀랜드를 욕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에스파냐에 약탈당한다니, 되려 가여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이 소식을 들은 민간인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거, 뜻하지 않게 에스파냐의 패잔병들이 도움이 되었는걸?’
여왕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당황했으나, 생각해보니 그 패잔병들 덕에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클랜들은 여왕에게 매달릴 것이고, 두번 다시 그들에겐 여왕의 군대가 필요없다는 건방진 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분열도 완화되지 않겠는가.
‘신이 나를 돕는 것도 아니고, 패잔병들이 내 입맛대로 움직여준 덕에 일이 쉬워졌어.’
여왕은 얼굴 모르는 에스파냐 해적들에게 행운을 빌어준 뒤, 곧장 명령을 내렸다.
“어쨌든 상황이 급하니 빠르게 움직여야겠군. 즉시 해군 육전대를 보내 해적을 토벌하고 스코틀랜드를 구원하겠다.”
여왕이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이번 작전의 지휘는 존 호킨스 경에게 맡기도록 하지.”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소식을 들은 고양이는, 이게 주인이 자신에게 차려준 만찬이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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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냐 패잔병과 스코틀랜드-
작중에 퍼졌던 에스파냐 패잔병이 스코틀랜드에 숨어들었단 소문은 실제로 칼레 해전 이후, 잉글랜드에서 크게 유행했던 소문입니다. 이 소문은 무려 몇백년간 정설처럼 믿어졌으며, 잉글랜드인들은 스코틀랜드인의 피에 에스파냐 패잔병의 피가 섞였다고 믿었습니다. 바로 그 에스파냐의 피 때문에 스코틀랜드인은 천성적으로 더럽고, 게으르며, 악랄하다고 생각했지요. 전근대적인 우생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