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47)
147_Man Of War(7)
“가진 모든 걸 털어라! 놈들의 금화는 모조리 우리의 것이다!”
바다 위에서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호킨스.
금화를 가득 움켜쥐고 웃는 호킨스는 누가 봐도 영락없는 해적 두목이었다.
“임무를 위해 하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재밌군.”
존 호킨스, 방년 25세.
그는 미처 몰랐던 자신의 천직을 찾았다.
드넓은 바다를 약탈하는 건, 무척이나 재밌었다.
“천직을 찾은 건 이 녀석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지.”
호킨스는 갑판을 발로 툭툭 두드렸다.
지금 그가 서 있는 이 배, 맨 오브 워에서 호킨스는 뜻밖의 잠재력을 발견했다.
‘어떤 면에선 여왕의 망치 호보다 낫단 말이야.’
그건 정말 놀랄만한 평가였다.
비운의 배, 맨 오브 워가 어떤 배인지 생각한다면 말이다.
맨 오브 워는 카락선.
10년이나 전에 건조된 구닥다리 배였다.
낡았고, 위험성도 높았으며, 오랫동안 방치된 배.
정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포 발사 시 충분히 주의하지 않으면 침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호킨스는 이 배가 여왕의 망치 호보다 낫다고 말했다.
해적선으로서의 가치를 따졌을 때, 이 배는 그 모든 단점을 지울 만큼 강력한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배는 내가 타본 그 어떤 배보다도 빨라.”
100여 개의 대포가 실린 배에, 선원도 많았다.
그러나 배는 조금의 부침도 없이 빠르게 물살을 갈랐다.
스코틀랜드 전역을 떠돌며 치고 빠지는 해적질을 하려면, 빠른 속도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이 배는 그런 점에서 더없이 제 역할을 잘하고 있었다.
‘안정성이 문제긴 하지만, 이번에 에스파냐에서 가져온 설계도와 네덜란드 장인들을 이용하면···.’
약탈 중에도 호킨스의 머릿속은 쉬지 않았다.
입으론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 외치면서도, 머릿속은 성실한 해군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선폭을 줄일 수 없다면, 선미를 늘리면 되지 않을까?’
그의 머릿속에선 함선 설계가 진행되고 있었다.
카락선의 속력을 유지한 채, 안정성까지 높인 완벽한 군함의 설계가 말이다.
며칠씩이나 이어지던 호킨스의 상념을 가로막은 것은, 그의 부하가 전한 한 통의 서신이었다.
월싱엄을 통해 전해진, 여왕의 서신.
호킨스는 신중히 봉인을 뜯고 서신을 몇 번이나 읽었다.
곧,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내가 해적 토벌의 총지휘관이라고?”
이보다 우스울 수가 없었다.
듣고 있던 육전대의 병사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토벌은 간단하겠군요! 제가 여태껏 해군 육전대에 근무하며 받았던 임무 중에 가장 쉽습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호킨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우리는 먼바다에서 무도한 해적과 맞서 싸우고, 배를 나포해 개선할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서 배를 바꿔타기만 하면 됐다.
그러니, 토벌은 그리 신경 쓸 것도 없었다.
중요한 건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고작 그걸로 끝내긴 아쉽지 않나?”
그 말에 병사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해군 대장이 해적의 우두머리인 상황이었다.
할 수 있는 무궁무진했고, 그들은 스코틀랜드의 영주들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저번 의회에서의 빚은 갚아줘야지.’
호킨스는 속 좁은 남자였고, 원한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의회에서 영주들이 그를 물고 늘어진 것을 똑똑히 기억했다.
‘저번 의회? ···아, 그러고 보니.’
의회에서의 일을 생각하던 호킨스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스코틀랜드 영주들이 우리 군대의 보급품을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호킨스는 비웃음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험난한 전투에 앞서, 보급을 확충해야겠군.”
호킨스의 말에, 다음 진로가 결정되었다.
지금부터 영국군은 영국군의 보급을 약탈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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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해군 육전대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곧장 구원병을 보낸다는 서신인가?”
“예, 그런데···. 단서 조항이 있습니다.”
영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보좌관이 들고 있던 서신을 채갔다.
“이게 뭐야. 2주 뒤, 크레이그니쉬로 보급품을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스코틀랜드 영주가 짜증스레 중얼거렸다.
해군 육전대에 현지 보급이 필수적인 건 알았다.
해적처럼 약탈할 게 아니면 보급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막상 그 보급을 댈 처지가 되니, 영 못마땅한 기분이 들기는 했다.
“어쩌겠습니까. 의회에서 내뱉은 말이 있으니 감당할 수밖에요. 그나마 우리 영지에서 전량을 감당하는 것은 아니니, 어떻게든 가능할 겁니다.”
그건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영주는 눈치 없는 보좌관을 노려보다 한숨을 쉬었다.
“그래, 저들이 바라는 만큼 식량을 차출하라 명해라.”
지난 몇 달간, 여왕이 명령해 심은 순무가 쑥쑥 자랐다.
순무밭에는 울타리가 쳐진 상태였다.
영주의 부하들이 이곳의 순무를 가져가려 하는데, 양치기들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먼저 제값을 주셔야지요!”
“처음 심을 때 그리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곧 이 반발이 영주에게 전해졌고, 영주는 이를 갈아야만 했다.
‘끄응, 생돈이 나가게 생겼군.’
처음 계획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본래 영주는 그들에게 돈을 줄 생각이 없었다.
여왕의 명령으로 군을 지원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식량을 차출한다는 핑계를 쓸 계획이었다.
여왕에게 원망을 돌리고, 웃기지도 않은 울타리를 치워버릴 좋은 기회였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클랜의 힘으로 위기를 처리하지 못해, 여왕에게 손을 벌린 구차한 상황이다.’
이건 클랜의 자존심을 무척이나 더럽히는 상황.
영주를 향한 민심은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이때, 출동한 해군을 위해 식량을 강제 차출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영주가 해적을 막아내지 못해 그들의 재산을 빼앗긴다고 생각하게 될 것 아닌가.
저들은 잉글랜드의 순박한 농민이 아니었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자들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한 명의 전사란 말이다.
‘틀림없이 반란이 일어나겠지. 나약한 자를 쓰러뜨리고, 자신이 클랜을 이끌겠다고 나설 거야.’
나약한 자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거친 세상.
그게 바로 스코틀랜드의 무림, 아니 클랜이었다.
결국, 영주는 욕지거리를 주워 삼키며 말했다.
“놈들에게 제값을 주고 곡물을 구매하게.”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영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영주들은 저마다 피 같은 재산을 털어서 할당량을 모았고, 정해진 시간, 정해진 항구를 향해 식량이 가득 실린 보급선을 출발시켰다.
“보안에 특히 신경을 기울여라!”
현명한 영주 몇은 보급선의 보안에 신경을 썼으나, 안타깝게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별다른 무장 병력 없는 대규모 식량 보급선이 지나간다는 소식은, 영주들은 상상도 못 할 경로를 통해 해적 두목에게 전해졌다.
그야, 그걸 지시한 게 바로 그 해적 두목이었으니까.
“지금이다! 놈들을 습격한다!”
보급선은 약속 장소로 향하던 와중, 중간에 나타난 해적들에 의해 기습받았다.
“이, 이런···! 해적 놈들이 이곳을 어찌 알고!”
그러나 이제 와 비명을 질러봐야 소용없었다.
영주는 눈을 부릅뜬 채, 해적들이 유유히 보급선을 약탈해 떠나는 걸 지켜보아야만 했다.
게다가, 영주들의 악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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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호킨스 경에게 전해져야 할 보급이 해적들에게 털렸다고!”
여왕의 노호성이 의회를 가득 울렸다.
여왕은 혈압이 오른다는 듯, 손등으로 이마를 짚었다.
“호킨스 경은 지금 제대로 된 보급도 받지 못한 채, 굶주린 상태로 저 사나운 해적에게 맞서고 있단 말인가?”
여왕의 말에, 스코틀랜드 의원들이 고개를 숙였다.
무어라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세상에, 가여운 호킨스 경. 에스파냐와의 험난한 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여왕이 수척해졌을 호킨스 경을 걱정하듯 말했다.
뒤이어 클랜에서 예상했던 질책이 떨어졌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예측했다네. 영주들이 제대로 보급을 맡지 못하는 상황 말이야. 그래서 처음부터 국가가 보급을 맡겠다고 이야기했지. 그때 그대들이 내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는가?”
무언의 압박 속에, 창백히 질린 한 의원이 앞으로 나섰다.
정확히 몇 달 전의 의회에서, 내게 오만한 눈으로 지껄인 그자였다.
그자가 그때와 같은 말을, 그러나 저번과는 전혀 다른 어조로 이야기했다.
“저희에게 도움 따윈 필요하지 않다고··· 그리 이야기했습니다.”
“지금도 그리 생각하는가?”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무릎을 굽혔다.
“제가···, 저희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폐하.”
그간 스코틀랜드 영주들은 사과 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았다.
그들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태연한 얼굴로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에 비해,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라는 말은 가볍기 그지없는 이야기.
그러나 그 말을 하는 영주는 치욕스럽다는 듯 덜덜 떨며 말을 주저했다.
‘그 안에 담긴 진심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이것은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었다.
스코틀랜드 영주들이 저항할 의지를 잃었단 선언.
여왕이 내심 비웃음을 지으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급보가 전해졌다.
“폐하! 호킨스 경이 개선했습니다!”
“뭐라고?”
여왕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경이 돌아왔단 말인가?”
시종은 그뿐만이 아니라는 듯 환히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경은 해적들이 약탈했던 보물이 실린 해적선을 통으로 나포해 돌아왔습니다!”
장례식 같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축제로 변했다.
여왕은 버선발로 달려가 호킨스를 맞이했다.
“어서 오게 호킨스! 정말 고생했어!”
호킨스는 별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물론, 중간에 식량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저희는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해적들을 성공적으로 물리치고 돌아왔습니다.”
호킨스의 뒤에 선 군인들은 저마다 힘들었다는 듯 울상을 지어 보였으나, 그 얼굴에선 미처 감출 수 없는 윤기가 돌았다.
“살아서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네. 그대들은 영웅이야, 호킨스.”
호들갑스럽게 그들을 치하한 여왕은, 호킨스와 병사들이 제대로 된 개선식을 하지 못하게 그들을 끌고 데려갔다.
마치, 누구도 그들의 이상을 알아채지 못하길 바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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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두운 방.
주변을 물린 나는 머리를 짚으며 물었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지?”
호킨스가 당당히 대답했다.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모든 일을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말씀하신 사파가 되어서 말입니다.”
그 한마디에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호킨스가 벌인 짓이었다니.’
이상을 눈치챈 것은 불과 몇 주 전이었다.
월싱엄을 통해서 화약이 지속해서 반출된 것.
그리고 신형 함선 개발 현장에 호킨스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상한 점을 파헤치니, 진상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설마 무협지 이야기 좀 했다고 이렇게 대형 참사가 벌어지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허탈한 웃음을 흘리는데, 호킨스가 내 눈치를 보았다.
“그··· 제 일 처리에 문제라도 있었습니까?”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가 전부 문제였지.
이걸 호킨스에게 이야기해줘야 하나?
“잠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좀 주게.”
나는 의자에 기대어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예상한 일은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다 잘 되긴 했다.
이번 일로 얻은 이득도 컸고,
반항적인 영주들을 혼내준 것도 좋았지.
하지만 성군이라면, 이 일을 그냥 넘어가선 안 됐다.
“···호킨스 경. 내일 의회에선-.”
내가 마침내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해적들을 다 잡지는 못했다고 말하게.”
“예?”
“미처 못 잡은 해적들은 북스코틀랜드 방향으로 도망갔지만, 그들도 상당한 전력 손실이 있었으니 쉽사리 다시 내려오진 못하리라고 증언하게나.”
호킨스는 그게 문제였냐는 듯, 환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렇게 해야 나중에 다시 에스파냐 패잔병들을 활용할 수 있겠군요.”
“덤으로 스코틀랜드 영주들에게 국군의 필요성을 똑똑히 알려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리 중얼거리며, 나는 가볍게 웃었다.
내가 성군이라면 아마 이리 말하지 않았겠지.
그런데 내가 대체 언제부터 성군이었다고?
잊지 말자. 나는 사이코 여왕이고, 무협지에 나오는 악당 황제다.
“오늘의 안배가 언젠가 또 필요할 일이 있지 않겠나?”
나와 호킨스는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다.
어둠 속에서, 무협지에 빠질 수 없는 흑막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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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에스파냐의 궁전에선.
“아니, 그 전장에서 탈출한 해군이 있었다고?”
“예. 그런데 잉글랜드 해군의 공격에 타고 있던 카락선을 나포당하고, 본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아니, 그런데 우리가 그 전쟁에 카락선을 동원했던가?”
“글쎄요, 저는 잘···.”
그들도 모르던 그들 해군의 생존 소식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우리 해안에 영국에 큰 피해 입힌 스코틀랜드 해적이 들어왔다고 한다! 늦기 전에 놈들을 찾아 화근을 제거해야 한다!”
북스코틀랜드는 공포에 질려 해군 경계를 강화했다.
여왕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영문 모를 나비효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