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17)
217_[외전] 우당탕탕 통일 대작전(2)
영국에서 도량형 개편이 시작되었다.
여왕은 황동으로 만든 척자를 전국에 나누어주었고,
전국적인 행정 개편을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즉시.
여왕은 쏟아지는 서류의 산에 파묻혀버렸다.
“하아, 혼란을 최소화하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여왕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 여왕은 기존의 단위와 유사한 단위를 사용했다.
복잡한 12진법이나 16진법도 치우고, 10진법으로 단순화.
사용하는 단위의 개수도 최소화했다.
그런데도 이만큼이나 행정적인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크게는 도량형의 반포와 관련된 어려움.
시민들이 새로운 도량형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문제.
구 도량형과 신 도량형을 섞어 쓰며 발생하는 혼란들.
작게는 도량형의 혼용으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까지.
이번 개혁으로 일어난 혼란은 그야말로 끝이 없었다.
‘알면서 건드렸지만, 그래도 정말 끝이 없군.’
해리에게 막중한 업무량을 준 업보라도 되는 것일까.
온 나라의 행정력을 총동원해도, 일은 줄어들지 않았다.
“일단, 새로운 단위를 사용하지 않고 세금을 내거나, 상거래 중 구 단위를 사용할 경우 추가 세금을 물리도록 하지.”
여왕은 먼저 도량형 변경의 반발을 그렇게 정리했다.
새로 물리는 추가 세금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서민도 충분히 감당할 정도의 액수였다.
‘하지만, 단 500원이라도 남들보다 더 내긴 싫은 게 사람이지.’
새로운 단위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조금 익숙해지면 기존보다 훨씬 편한 감도 있었다.
여왕은 이렇게 민간의 혼란을 일단 잠재웠다.
하지만 그렇게 잠재울 수 없는 혼란도 있었다.
“폐하, 모든 군용 무기는 인치 단위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제철소의 주인, 랄프 호게는 펑펑 눈물을 쏟으며 읍소했다.
“폐하께서 제정한 새로운 단위로 설계도를 바꾸면 소수점 단위로 계산을 새로 해야 해, 무척이나 복잡합니다. 정밀한 무기 제조 중, 사고라도 벌어질까 걱정됩니다.”
“으음···.”
요컨대, 랄프의 이야기는 이런 거였다.
기존에 만들던 대포의 구경은 17인치면 17인치, 20인치면 20인치라는 식으로 딱 떨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도량형을 적용한다면 15.293센티 야드처럼 복잡한 값이 나오고,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정밀한 제조가 필요한 무기 분야에서만이라도, 구 도량형의 사용을 허하지 않겠습니까?”
랄프의 하소연에, 여왕은 결국 한숨을 쉬며 타협했다.
“···어쩔 수 없군. 종래엔 모든 기준을 신 도량형으로 바꿀 것이며, 이후의 무기 설계 역시 신 도량형으로 이루어져야겠지만, 기존 제품의 생산은 하던 대로 하게.”
“감사합니다, 폐하!”
랄프의 민원을 접수한 것만으로도 여왕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여왕의 업무는 끝나지 않았다
여왕은 잠깐 의자에 몸을 기대고, 현실 도피적인 중얼거림을 내뱉었다.
“하아···, 여행이나 가고 싶군.”
페르디난트와 단둘이 여행을 가고 싶다.
저 멀리, 어디로든 떠나서 푹 쉬는 것이다.
그래, 전에 말했던 대로 조선도 좋겠지.
여왕이 이처럼 한탄을 내뱉을 때.
저편에 허리를 공손히 숙인 채, 그러나 귀는 쫑긋 세우고 그 한탄을 엿듣는 자가 있었다.
‘폐하께서···, 여행을?’
안타깝게도, 여왕은 그를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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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한 저택에서 벌어진 작은 사교모임.
사교회에 모인 자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정치적 화두에 대해, 그중에서도 최근 여왕이 내세운 새로운 도량형 개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란도란하고 우아한 사교의 장.
그러나 그 분위기는, 갑작스레 일변했다.
-덜컹!
거친 소리로 문을 연, 새붉은 얼굴의 청년 탓이었다.
“여러분, 큰일입니다!”
나이 있는 의원들 그 얼굴을 확인하고 인상을 구겼다.
반면 다소 젊은 의원 몇몇은 그를 보고 호의적으로 웃었다.
“뭐야, 케일. 자네인가.”
좌중의 반응이 확연히 갈라지는 청년.
그는 바로, ‘광신도 케일’이라 불리는 청년 의원이었다.
그는 아주 정열적이며 열정적인, 여왕의 추종자였다.
“허억,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케일은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용건을 재빨리 주워 삼켰다.
“폐하께서, 폐하께서···!”
“폐하께서, 무엇인가?”
나이 든 의원 하나가 무심코 물어봤다.
말을 다 내뱉지 않으니, 궁금함을 참지 못한 것이다.
케일은 그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연극적으로 말했다.
“글쎄, 떠나고 싶더군요. 여행이라도 가고 싶답니다!”
“···그게 다인가?”
회장의 공기는 풍선을 터뜨린 듯 맥이 탁 풀려버렸다.
가뜩이나 케일을 싫어하던 이들은, 당장 자리를 뜨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다.
“아니, 그게 뭐 대수라고 그리 숨을 헐떡이며 들어오는 건가? 오랜만에 순행이라도 가실 생각일지도 모르지.”
케일을 추종하는 청년들까지 의아한 기색을 띠었다.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닐세! 폐하는 고작 순행 따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야. 나는 알 수 있어. 그건 틀림없이, 바다로 나갈 계획을 짜는 것이네!”
“바다로?”
“그래, 먼바다로 말이야!”
생뚱맞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케일은 완전히 확신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 폐하께서 동방 대륙에 대해 페르디난트 공과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더군요.”
“그거야, 본래부터 동방 무역에 관심이 많으시니···.”
“아니, 그게 아니야! 다른 증거가 또 있어!”
케일은 다시 한번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믿어달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폐하께선 이 나라의 도량형을 전부 해상 마일로 바꾸고 계십니다. 그게 무얼 뜻하는지 정녕 모르시겠습니까?”
여전히 광인의 헛소리 같은 이야기였으나, 그건 몇몇 귀족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교 모임에 온 이들도 저마다 여왕의 도량형 개혁이 무얼 의미하는가 궁금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확실히 이상하긴 하지.’
이곳의 귀족들은, 도량형 개혁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나라의 도량형을 통일하려는 시도는 전부터 있었다.
헨리 8세도 그토록 열중하던 사업이 도량형 통일.
그들이 의문을 가지는 것은, 왜 하필 여왕이 ‘해상 마일’이란 생소한 단위를 토대로 도량형 개혁을 하기로 마음먹었느냐는 것이었다.
‘왜 하필 해상 마일일까.’
애초에, 해상 마일이란 개념 자체가 낯설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단위 개념이었다.
여왕은 해상 마일이 현존하는 가장 정밀한 단위이며, 측정치가 수십 년 뒤에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오랜 세월 야드나 피트 따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지금의 단위도 크게 불편하진 않다.
야드와 피트는 벌써 몇백 년 간 쓰인 단위였다.
그런데 어째서 굳이 단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그토록 생소한 해상 마일이라는 것으로?
이 의문에 대해, 케일은 이렇게 부르짖었다.
“폐하께서 해상 마일을 도입한 건, 이 육지를 해상처럼 다루기 위함이 틀림없습니다! 해상을 기준으로 질서를 개편하려 하시는 것이지요!”
“해상을 토대로 질서를 재편한다고?’
해본 적도 없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일리는 있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이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지 않았나.
‘폐하께선 육군을 전부 없애고, 군의 기본을 해군으로 바꾸었다. 실질적인 육군의 일을 해군육전대가 도맡게 되었지.’
육지의 단위들을 없애버리고 해상의 단위를 가져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말인가?
“확실히, 폐하께서 해상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시긴 했지.”
케일을 추종하던 청년 하나가 말했다.
“즉위 이후부터의 행보를 바라보면, 폐하께서 이루신 업적 중 태반 이상이 해상을 통해 이룬 것이었어.”
신대륙 진출, 해상 교역의 확대, 한자 동맹 대신 네덜란드와 함께 해상 교역을 늘린 일, 에스파냐와의 해상 전투.
굵직한 업적 중 대부분은 바다와 관련되어 있다.
‘바다를 좋아하시는 건 알았다만, 설마 이번 도량형 개편도 해상에 관한 관심 때문에 해상 마일을 기준으로 했다고? 만약 그렇다면···, 이건 좀 비정상적인 관심 아니던가.’
언제는 여왕이 정상적이었나 싶지마는,
그래도 이런 방향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웅성거리는 이들의 앞에서, 광신도 케일은 다시금 부르짖었다.
“우리 폐하께서 바다로 떠나시면 어쩌지요? 브리튼을 구원한 메시아께서, 이제 우리를 떠나 다른 민족을 인도하러 가면 어떻게 합니까?”
추종자를 넘어, 사이비 신도에 가까워 보이는 케일의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는, 그의 말을 기억 속 어딘가에 저장해두었다.
그리고 그 이후 몇 달 뒤.
도량형 개편의 파장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어느 날.
의원들은 케일이 부르짖던 그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그날의 시작은, 바로 이렇게 시작했다.
“남방대륙을 조사해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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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리곤 조심스레, 여왕에게 물었다.
“남방대륙에 대한 조사 말씀이십니까?”
의원들의 말에, 여왕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도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미지의 남방대륙, 일명, 테라 아우스트랄리스에 대하여.”
테라 아우스트랄리스(Terra Australis).
영어로는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호주)라고 불리는 곳.
그곳은 누구도 가본 적 없으나, 많은 이들이 믿는 땅이었다.
이 땅에 관한 생각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구는 크고 둥글다. 그러나 지구의 크기에 비해 우리가 사는 대륙은 너무나 작다. 틀림없이 우리가 사는 땅의 반대편에도 이 유럽과 같은 대륙이 있을 것이다.”
북반구에 이토록 많은 땅이 모여있는 데 비해,
남반구는 완전히 미지의 영역.
사람들은 이곳에 거대한 대륙이 존재하리라 생각했다.
유럽과 아시아만큼이나 거대한 대륙이 말이다.
그 믿음은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믿음이었고,
특히나 신대륙 항해가 활발한 16세기에는 더욱 그랬다.
세계 지도에도 으레 남방 미지의 대륙이 그려져 있을 정도였다.
다만,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는 땅 아닌가.
냉소적인 사람들은 남방대륙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런 추측 자체를 우습게 여겼다.
때문에 의원들은 여왕의 말에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프랜시스 드레이크를 보내 남방대륙을 조사하려 하네.”
의원들이 생각하는 여왕은 낭만 따윈 없는 사람이었다.
더없이 현실적이던 여왕이 남방대륙을 찾아 헤매다니.
다소 당황스러웠으나, 대부분은 군말 없이 수긍했다.
어쨌건 남방의 탐사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었다.
육지를 찾지 못하더라도, 과학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될 터.
또 실제로 그 땅을 찾기라도 한다면 대박 아닌가.
하지만, 여왕의 계획은 그 이상이었다.
“탐사를 위해 이 정도 물자를 동원할 생각이라네. 내 예상이 맞는다면, 항해가 꽤 길어질 것 같거든.”
여왕은 이 불확실한 계획에 막대한 물자를 지원했다.
지금껏 생각하던 남방대륙의 규모라면 그만한 물자 없이도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텐데,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게다가 여왕의 명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항로는 이쪽으로 잡는 게 좋겠어.”
직접 항로에 개입해 구체적인 길을 안내하는가 하면.
“설령 남방대륙을 발견하더라도, 바로 돌아와서는 안 되네. 물자가 허용하는 선까지 해안선을 돌며 그 모습을 확인해주기를 바라네.”
마치 무언가를 염두에 둔 듯한 알 수 없는 명령까지 내렸다.
의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존재도 불확실한 미지의 대륙을 저리 열정적으로···.”
“폐하께선 정말 항해에 열정이 깊으신 것 같군.”
여왕이 ‘미래’를 아는 걸 알았으면 또 모른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의원들이 보기에, 여왕의 모습은 케일의 헛소리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혹시 정말로 본인이 바다로 나갈 생각이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전례가 없으면 모를까,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한 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에스파냐의 카를 5세는 직접 아메리카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그때는 신대륙의 험난함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을 때고,
이후 그런 위험한 항해에 다시 도전하는 군주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여왕은 일반적인 군주는 아니지 않았던가.
진짜로 바다에 나가기라도 하면 어쩌지?
몇몇 의원들은 걱정 끝에 움직였다.
해리 왕자에게 은근히 그들의 우려를 털어놓은 것이다.
에든버러에서 의원들의 편지를 받은 해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아무리 어머니가 독특하셔도 그렇지. 의원들의 걱정이 과하군.”
해리가 생각하기에, 이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어머니가 해상을 중시하는 건 알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섬나라인 영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정책이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바다로 나갈까 걱정하다니.
터무니없다.
해리는 펜을 들어, 이렇게 답장을 적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해리는 적었다.
그러나 얼마 뒤.
해리는 자신이 어머니를 아직도 모른다는 걸 확인해야만 했다.
런던의 어머니에게서 믿기지 않는 편지를 받은 것이다.
[해리, 나는 동방 항해에 따라나설 거란다.]“···어?”
정신이 어질해지는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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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남방대륙, 호주-
본문에서도 설명되었지만, 남방대륙은 이 시대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던 주제였습니다. 이처럼 넓은 지구 남반구가 비어 있을 리도 없으니, 분명 대륙이 있긴 할 거라고 믿는 이들이 많았습니다만 막상 발견된 적은 없는 곳이었지요.
이는 실제 사람들의 상상하던 남방대륙과 달리, 남반구 대부분은 거대한 태평양으로 차 있었기에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호주와 남극이 존재하긴 했으나,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작았지요.
21세기에 비유하자면, 남방대륙의 존재는 외계인의 존재와 비슷했습니다. 이 광활한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까 싶지만, 실제로 발견된 적은 없으니 믿지 않는 사람은 믿지 않지요.
영국에서는 실제로 이 시기, 프랜시스 드레이크를 보내 미지의 남방대륙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주어 보냅니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남방대륙의 존재를 믿지 않는 쪽이었지요. 아니면 믿더라도 찾을 생각이 없었던가요. 드레이크는 명령대로 바다에 나온 뒤, ‘확인해보았지만, 바다뿐이었다.’라는 성의 없는 보고를 올리고 그대로 기수를 돌려 해적질에 열중합니다.
이번에 여왕이 한 일은, 현대로 따지면 외계인 탐사를 하겠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우주선을 보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외계인을 찾을 수 있을지, 외계인을 찾으면 어떻게 할지 전부 지령을 내린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