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75
375
제 375화
373.
탐색 범위 밖에 있었는지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탐색 범위 안에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이 보였다.
문제는 하나같이 거대하다는 점이었다.
올라오고 있는 모두가 방금 전 죽인 지렁이만 한 크기였다.
피하라고 말하긴 했지만 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쩌저적! 쩌저적! 쩌저적!
이내 땅을 뚫고 무수히 많은 지렁이가 나타났다.
“이런 미친!”
“말도 안 돼!”
“힐, 힐 좀 주세요!”
지렁이들을 본 리더 길드원들 그리고 제왕 길드원들이 외쳤다.
외침에는 하나같이 당황스러움이 듬뿍 담겨 있었다.
‘1, 2…… 10마리?’
연중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난이도가…….’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도 한 마리를 잡는 데 4분 정도가 걸렸다.
그 정도로 지렁이의 생명력은 강했다.
이번에는 무려 10마리다.
단순 계산으로 40분이지만 말이 40분이지 배 이상 걸릴 것이다.
모두를 다 잡는다는 보장도 없다.
아니, 잡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잡힐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연중 본인을 포함한 유저들이었다.
‘쿠룽은 아직 나온 것 같지도 않은데…….’
거기다 아직 쿠룽은 나타나지 않았다.
스윽
연중은 슬쩍 고개를 내려 땅을 보았다.
아직 쿠룽은 땅에 있다.
‘얼마나 큰 거지?’
지렁이를 잡아 나온 아이템은 ‘쿠룽의 피부 조각’.
지금 나타난 지렁이들 역시 쿠룽의 피부에 기생하는 벌레들일 것이었다.
쿠룽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요?”
사냥왕이 말했다.
“이대로 싸우면 전멸할 것 같은데.”
연중과 마찬가지로 사냥왕 역시 지렁이들을 보고 질린 상태였다.
“후퇴해야 할 것 같아요.”
다행히도 근처에 포탈이 있었다.
아예 피해가 없지는 않겠지만 후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후퇴합니다!”
연중의 말에 사냥왕은 후퇴 명령을 내렸고 리더 길드원들과 제왕 길드원들은 일제히 포탈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퇴하는 이들을 향해 지렁이들의 머리가 작렬했다.
지렁이들의 머리는 단단했다.
쾅! 쾅!
머리가 작렬할 때마다 땅이 뒤집힐 정도였다.
“크윽! 힐 좀 주세요!”
“저는 쿨이에요!”
“저두요!”
“안…….”
이내 지렁이들의 공격에 죽는 유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중은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피해가 컸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나…….’
결국 연중은 방패를 들었다.
다른 이들이 무사히 후퇴를 할 수 있도록 지렁이들의 어그로를 끌어야 할 것 같았다.
“분노의 방패!”
스킬 ‘분노의 방패’를 시전하자 방패에 붉은빛이 서렸다.
이내 붉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빛에 닿은 지렁이들은 일제히 공격을 멈췄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연중을 보았다.
이후 3초가 지나고 지렁이들의 머리가 연중에게로 향했다.
‘다행이네.’
지렁이들의 머리는 거대했다.
동시에 작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연중은 연달아 날아오는 지렁이들의 머리 공격을 막으며 생명력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버틸만해!’
지렁이들의 공격은 랭커들이 죽을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연중의 방어력 역시 랭커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즉, 깎이는 생명력이 많지 않았다.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연중은 포탈을 보았다.
길드원들이 안정적으로 포탈을 통해 후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사냥왕이 대기를 타고 있었다.
“지금입니다!”
이내 마지막 길드원이 포탈을 통해 넘어가고 사냥왕이 외쳤다.
“수호 이동!”
연중은 수호자에게 순간 이동하는 스킬 ‘수호 이동’을 시전했다.
스악!
시전과 동시에 연중이 사라졌다.
쾅!
그리고 그 위로 지렁이의 머리가 작렬했다.
“가시죠!”
사냥왕은 연중이 도착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포탈로 뛰었다.
그리고 연중 역시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렇게 연중을 끝으로 후퇴 작전이 끝났고 연중과 사냥왕은 바로 피해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셋 죽었습니다.”
“저희는 둘이요.”
지렁이들의 공격에 죽은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연중과 사냥왕은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포탈 근처에 살고 있는 녀석은 아니겠죠?”
결국 보지 못한 대지의 쿠룽.
만약 우연히 쿠룽이 지나간 게 아니라 서식지가 포탈 근처라면?
“만약 근처에 살고 있는 녀석이면…….”
연중의 물음에 사냥왕이 말끝을 흐렸다.
랭커들이 무려 다섯이나 죽었다.
그렇다고 쿠룽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다.
11마리 중 1마리를 잡았을 뿐이다.
그것도 혼자 나왔을 때 잡은 것이고 남은 지렁이들이 10마리가 아닐 수 있다.
“뚫기 힘들겠네요…….”
연중 역시 말끝을 흐렸다.
만에 하나 쿠룽의 서식지가 포탈 근처라면 12마계를 탐사하는 데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수혁 님의 도움이 있다면 금방이겠지만요.”
사냥왕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 쿠룽이 포탈 근처에 살고 있다고 해서 뚫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중과 사냥왕에게는 수혁이 있었다.
사냥왕의 말에 연중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지렁이가 강력하다고 해도 수혁에게는 말 그대로 지렁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수혁에겐 지렁이의 수가 몇이든 상관없다.
어차피 광역 마법으로 휩쓸 것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서식지가 맞으면 수혁이한테 말해봐야겠네요.”
“그렇게 하죠.”
“일단 그럼 오늘은 휴식할까요?”
“네, 내일 뵙겠습니다.”
“그럼…….”
인사를 나눈 연중과 사냥왕은 각자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화르륵…….
불꽃이 사라졌다.
“……!”
그리고 파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님의 불도?’
사라진 불꽃이 무랑의 불꽃이었기 때문이었다.
무랑의 불꽃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바람 오니들의 왕 몽츄의 불꽃도 사라졌다.
불꽃이 사라졌다는 것은 무슨 일이 생겼음을 의미했다.
오랜 시간 불꽃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파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망이를 휘둘러 포탈을 만들었다.
포탈이 나타났고 파사는 바로 도깨비 동굴로 이동했다.
“……!”
도깨비 동굴에 도착함과 동시에 파사는 흠칫했다.
‘이 기운은!’
무수히 많은 기운이 느껴졌다.
문제는 그 기운이 자신들에게 이름과 힘을 빼앗긴 ‘진짜 도깨비’들의 기운이라는 점이었다.
파사는 다시 포탈을 통해 자신의 동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포탈을 닫은 뒤 생각했다.
‘……어떻게?’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깨비 동굴에 진짜 도깨비들이 나타났다는 것.
그것은 무랑과 몽츄를 포함한 동족들이 당했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 말은 서약이 파괴되었음을 의미했다.
그런데 도깨비들이 어떻게 서약을 파괴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약을 건드는 것만으로도 도깨비들은 소멸한다.
‘다른 녀석들?’
즉, 서약을 파괴한 것은 도깨비들이 아니다.
‘대장을 잡을 수 있는 녀석이 있을 리 없는데.’
무랑은 도깨비들의 이름을 빼앗아 흡수하여 초귀들 중에서도 매우 강한 편이었다.
그리고 세력 역시 약하지 않았다.
대귀들이 아니라면 무랑을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귀들이 도깨비들을 도왔을 리 없다.
‘어떻게 됐든…….’
파사는 생각을 끝냈다.
어떤 방법으로 도깨비들이 서약을 파괴했는지는 알 수 없다.
‘도깨비들과의 전쟁인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도깨비들과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다가올 것이란 점이었다.
스윽
파사는 소매에서 서약을 꺼냈다.
다행히도 도깨비들이 모든 서약을 파괴한 것은 아니었다.
무랑은 혹시 이런 일이 있을까 서약을 3개로 나누었고, 하나는 자신이 가지고 하나는 파사에게 또 다른 하나는 어둠의 오니들의 왕 ‘천몽’에게 주었다.
‘천몽에게 가봐야겠어.’
파사는 이 상황에 대해 천몽과 이야기를 나누기로 결정을 내리고 다시 한 번 포탈을 만들었다.
* * *
알람이 울렸고 잠에서 깬 수혁은 알람을 끄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연중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수혁은 연중의 문자를 보고 어째서 귓속말이 끊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몬스터들이 엄청 강한가 보네.”
문자에는 간단한 상황 설명과 피해 현황이 쓰여 있었다.
리더 길드에서 셋이 죽었고 제왕 길드에서도 둘이나 죽었다.
죽은 이들이 약한 것도 아니고 다들 랭커들이었다.
수혁은 전화를 하라는 연중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일어났구나?
벨 소리가 몇 번 울리고 연중이 전화를 받았다.
자다가 깬 것인지 연중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어때?”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흠흠, 문자 보면 대충 이해했을 테지만 다시 설명하자면.
연중은 기침을 통해 잠긴 목을 풀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공략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설명은 그리 길지 않았고 이내 설명이 끝나자 수혁이 물었다.
“혹시 도움 필요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중과 사냥왕 그리고 길드원들의 힘으로는 잡기 상당히 힘들 것 같았다.
-아직! 서식지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래, 도움 필요하면 말해. 언제든지 가줄 테니까.”
-고맙다.
“고맙기는. 그럼 들어가서 보자.”
수혁은 연중과의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아침 식사, 운동 등 접속 준비를 시작했다.
‘얼마나 걸리려나.’
접속 준비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수혁은 캡슐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서약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몇 개나 되는지는 모른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수혁이 잡아야 할 초귀의 수는 2마리였다.
동굴 하나를 습격하면 충족이 될 것이었다.
수혁은 남은 서약이 하나이길 바라며 판게아에 접속했다.
“……?”
그리고 접속을 한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접속과 동시에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퀘스트 ‘침입자’가 생성되었습니다.]수혁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어 확인했다.
도깨비 동굴에 침입자가 나타났다.
침입자의 기운을 느낀 온새미로는 바로 확인을 위해 움직였지만 침입자 역시 온새미로의 기운을 느낀 것인지 바로 사라졌다.
누구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온새미로는 오니라 확신하고 있다.
이제 곧 오니들에게 무랑의 죽음이 알려질 것이다.
온새미로는 오니들이 힘을 합치거나 숨기 전에 이름을 되찾은 도깨비들의 힘으로 오니들을 공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온새미로를 도와 오니들을 처단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숨어?’
수혁에게 불길함을 준 단어는 ‘숨기 전에’라는 단어였다.
‘설마…….’
꼭 숨는다는 것은 아니다.
힘을 합칠 수도 있고 숨을 수도 있고.
그저 가정일 뿐이다.
하지만 만약 힘을 합치지 않고 숨어 버린다면?
‘에이, 이건 아니지.’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비밀 공간에서 나와 걸음을 옮기며 온새미로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뒤 수혁은 수많은 도깨비들을 볼 수 있었다.
도깨비들은 수혁을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바로 그때 주름이 자글자글한 도깨비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