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78
478
제 478화
476.
그뿐만이 아니었다.
잔잔했던 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내 해수면을 뚫고 거대한 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오…….”
모아쿠이는 감탄했다.
섬에는 수많은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바다에 잠겨 있었건만…….’
오랜 기간 바닷속에 잠들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건물이 전부 말짱했다.
부식되거나 쓰러진 건물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내 섬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모아쿠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멈춰?’
섬은 완전히 떠오르지 않았다.
절반 정도가 여전히 바닷속에 잠겨 있었다.
‘제대로 풀지 못한 건가?’
혹시나 결계를 풀다가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었다.
모아쿠이는 고개를 돌려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암당의 배를 보았다.
‘물어보면 알겠지.’
결계를 푼 이들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물으면 답이 나올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모아쿠이 공작님.”
모아쿠이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로 돌아섰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쿠레 백작이었다.
“무슨 일인가?”
“마탑의 마법사들이 카셉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
모아쿠이는 쿠레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배는?”
“이미 구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바로 출항을 준비 중이라고…….”
“끙…….”
모아쿠이는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사이 암당의 배가 도착했고 암당에서 온 이들이 넘어왔다.
“마탑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모아쿠이는 암당의 대표로 온 하이도롬에게 말했다.
“……마탑에서요?”
하이도롬 역시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반문했다.
“예, 아마 3시간 내로 도착할 겁니다. 시간을 끈다고 해도…….”
말끝을 흐리며 모아쿠이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마친 모아쿠이가 입을 열었다.
“5시간이 한계일 겁니다.”
이곳에서는 방해할 수 없지만 영해에서는 걸고넘어지는 것이 가능했다.
“5시간이라…….”
하이도롬은 말끝을 흐리며 생각했다.
‘찾을 수 있을까?’
키룬에는 고대 주술사들의 유산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중 찾아야 할 유산이 있었다.
바로 심해의 정이라는 아티팩트였다.
심해의 정은 해양 생물의 능력을 대폭 키워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육체 능력은 물론이고 지능까지 키워준다.
보통 늘려주는 게 아니다.
키룬을 지키고 있던 괴물들은 다 심해의 정으로 만들어진 괴물들이었다.
즉, 심해의 정만 얻게 된다면?
모든 바다를 지배할 수 있다.
거기다 지금은 바이루트가 없다.
바이루트가 있을 때도 필요했지만 괴멸된 지금은 더욱더 필요했다.
‘만약…….’
하이도롬은 고민했다.
‘녀석들과 마주치면…….’
심해의 정을 찾기 전 마탑의 마법사들과 마주친다면?
하이도롬은 수혁을 떠올렸다.
이미 수혁은 키룬에 대해 알고 있다.
조사대에 수혁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헛짓은 못 하겠지.’
그러나 로쿤 왕국의 병력들과 함께였다.
만에 하나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공격을 한다는 등의 헛짓은 못 할 것이다.
아니, 헛짓을 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다.
심해의 정은 매우 중요했다.
‘오기 전에 찾으면 된다.’
거기다 오기 전에 심해의 정을 찾고 떠나면 된다.
“시간 끌까요?”
모아쿠이가 물었다.
“예,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쿠레 백작.”
“네, 연락하겠습니다.”
쿠레 백작이 선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모아쿠이는 하이도롬을 보며 말했다.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
하이도롬이 의아한 표정으로 모아쿠이를 보았고.
스윽
모아쿠이는 섬, 고대 도시 키룬을 가리켰다.
“절반 정도가 아직 잠겨 있는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말을 마친 모아쿠이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하이도롬이 답했다.
“외부 결계는 전부 풀었습니다.”
실수는 없었다.
완벽하게 결계를 해제했다.
“아마 내부에 또 다른 결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도시 안에 결계가 더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반이 잠긴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모아쿠이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출발하죠.”
하이도롬은 모아쿠이의 말에 다시 암당의 배로 넘어갔다.
이내 배가 섬에 도착했고 하이도롬은 바로 암당의 당원들을 데리고 키룬으로 진입했다.
“찾아서 가져와. 가져오지 못하는 것들은 나한테 말하고.”
하이도롬이 말했다.
“예.”
“네.”
암당 당원들은 하이도롬의 명령에 답하며 주변 건물로 흩어졌다.
“빠르군요.”
뒤이어 모아쿠이가 도착했다.
“오기 전에 최대한 찾아야 하니까요. 그럼…….”
하이도롬은 모아쿠이의 말에 답한 뒤 걸음을 옮겨 주변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품에서 수정구를 하나 꺼냈다.
‘먼저 찾아야 해.’
마탑 조사대만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로쿤 왕국과 함께하고 있긴 하지만 로쿤 왕국 역시 경쟁 상대였다.
먼저 심해의 정을 찾아야 했다.
하이도롬이 수정구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수정구에서 은은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며 건물 내부로 퍼져나갔다.
얼마 뒤 하이도롬은 미소를 지었다.
수정구에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좋군.’
첫 건물에서부터 소득이 있었다.
하이도롬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수정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 뒤 하이도롬은 걸음을 멈췄다.
책상 위에 두 개의 물건이 있었다.
하나는 반지였고 또 다른 하나는 설명을 할 수 없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봉인돼 있군.’
하이도롬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두 개의 물건은 사용이 불가능하게 봉인되어 있었다.
‘근데 왜 봉인이 서로 다른 거지?’
하이도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건의 봉인 수준이 각기 달랐다.
반지보다 처음 보는 물건의 봉인이 더 체계적이었다.
한집, 같은 곳에 있는 걸 보면 한 사람의 물건이 분명한데 왜 봉인의 수준을 다르게 한 것일까?
하이도롬은 일단 품에서 자루를 꺼내 물건들을 넣었다.
봉인을 풀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아티팩트를 더 찾아야 한다.
하이도롬은 건물에서 나와 다른 건물로 향했다.
“하이도롬 님!”
그러나 다음 건물에 들어가기 직전 하이도롬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암당의 당원이었다.
당원의 표정에는 다급함과 당황함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지?”
하이도롬이 물었다.
“리자드맨이 나타났습니다!”
당원은 하이도롬의 물음에 답했다.
“리자드맨이?”
하이도롬은 반문함과 동시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근데 고작 리자드맨이었다.
리자드맨 때문에 이렇게 다급해하고 당황해한다?
“예, 리자드 킹과 퀸도 함께! 평범한 리자드맨들이 아닙니다! 아라본 늪지대 리자드맨보다 족히 두 배는 더 큽니다.”
“……!”
그러나 이어진 당원의 답에 하이도롬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자드맨이라고 다 같은 리자드맨이 아니다.
서식하는 곳에 따라 크기와 능력 등이 다르다.
즉, 강함이 달랐다.
그리고 아라본 늪지대에 서식하고 있는 리자드맨들은 다른 리자드맨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강한 편이었다.
그런데 그 아라본 늪지대의 리자드맨보다 두 배 이상 크다?
크기가 강함의 척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했다.
‘이러면…….’
하이도롬은 미간을 찌푸렸다.
예상치 못한 시간 소모가 있을 것 같았다.
* * *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마탑으로 워프했다.
드디어 출발의 날이었다.
수혁은 곧장 독의 마탑으로 향했다.
“무슨 일일까?”
“조사하러 떠난다더라.”
“어딜?”
“그건 나도 모르지. 이번에 조사대에 들어간 유저가 수혁 하나뿐이라는 소리가 있던데?”
“공개 안 하나?”
“에이, 하겠냐? 거기다 하더라도 연중의 마당을 통해서 공개하겠지.”
걸음을 옮기던 중 귓가에 들려오는 유저들의 목소리에 수혁은 조사대에 대한 정보가 퍼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키룬이란 걸 알면 더 몰리겠네.’
유저들은 키룬의 위치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바이루트라는 단서가 있었다.
바이루트라는 단서 때문에 유저들은 현재 로쿤 왕국의 해안 도시로 몰려가는 중이었다.
특히 바이루트가 자주 출몰한다고 알려진 도시 ‘카셉’에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유저들이 몰렸다.
지금 상황에 조사대가 떠난 이유가 키룬 때문이고 카셉으로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엄청난 수의 유저들이 카셉으로 몰릴 것이다.
거기다 배를 타고 이동한다.
즉, 키룬의 위치가 유저들에게 알려지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독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는 독의 마탑 마법사들을 볼 수 있었다.
“수혁 님을 뵙습니다.”
“수혁 님을 뵙습니다!”
마법사들이 수혁을 발견하고 인사했다.
수혁은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인사에 답하며 파비앙의 방으로 향했다.
“왔구나.”
파비앙은 미소를 지으며 수혁을 반겼다.
“바로 출발인가요?”
“그래.”
수혁의 물음에 파비앙은 고개를 끄덕였고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파비앙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긴 수혁은 곧 지하 2층에 도착했다.
지하 2층 공동에는 수많은 마법사가 와 있었다.
마법사들은 파비앙이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바로 출발들 하자고.”
파비앙은 인사를 받은 뒤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바닥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고 곧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빛과 함께 수혁은 도시 ‘카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셨습니까.”
도착함과 동시에 입구에 있던 사내가 다가와 인사했다.
수혁 역시 안면이 있는 사내로 항구 관리소 5층에서 만났던 NPC였다.
“배는 준비됐나?”
“예, 바로 출항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습니다.”
“환상의 마탑은?”
“탑승 중입니다.”
“그렇군.”
“안내해드리겠습니다.”
NPC가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수혁과 파비앙을 포함한 독의 마탑 조사대는 거대한 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고맙네.”
파비앙은 품에서 골드가 담긴 주머니를 꺼내 NPC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바라곤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NPC는 주머니를 받은 뒤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항구 관리소로 돌아갔다.
“다들 승선하자고.”
파비앙은 먼저 갑판 위로 걸음을 옮겼다.
수혁은 파비앙의 뒤를 따라 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판 위에 도착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 ‘심해, 고대 도시 키룬’의 네 번째 챕터 ‘떠오른 키룬 그리고 봉인’이 시작됩니다.]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떠오른 키룬?’
네 번째 챕터가 시작됐다.
‘벌써 도착한 건가?’
챕터가 시작된 것은 암당 때문임이 분명했다.
‘늦지는 않겠지.’
고대 도시 키룬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있다.
거기다 이미 떠올랐다.
즉, 근처에만 도착하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근처까지 가는 데에는 3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키룬이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없지만 3시간 안에 전부 수색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수혁이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모든 이들이 탑승했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