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96
496
제 496화
494.
코단의 말에 아이고비니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침묵하며 코단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물론 입만 다물었을 뿐 생각마저 안 하는 것은 아니었다.
‘흑월을 이렇게 몰아친 존재인데 당연히…….’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생각이었다.
수혁이 누구던가?
흑월의 큰 계획들을 홀로 박살 낸 존재였다.
솔직히 말해 적이지만 그 힘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
코단은 말없이 부들부들 떨었다.
인상은 더 이상 구겨질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진 상태였다.
“후…….”
코단은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생각했다.
‘분신까지 죽일 수 있을까?’
여섯 번째 관문은 대마도사 라피드의 분신과의 전투였다.
다섯 번째 관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관문!
어떻게 됐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여섯 번째 관문이 중계가 되지 않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이럴 때가 아니야.’
코단은 아이고비니스에게 말했다.
“나가봐.”
혹여나 불똥이 튈까 걱정하던 아이고비니스는 코단의 말에 재빨리 방에서 나갔다.
아이고비니스가 나가고 코단은 왼손을 보았다.
왼손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어서 그 경지에 올라야 해.’
검게 물든 이유는 바로 크라스에게 받은 기운 때문이었다.
아직 제대로 기운을 흡수하지 못했다.
기존 몸에 떠돌던 마나와 충돌하고 있었다.
그러나 크라스가 알려준 방법으로 흡수를 마친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물론 강해진다고 수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코단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운을 완벽히 흡수해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에리멘.
그 에리멘도 수혁에게 패하고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즉, 기운을 완벽히 흡수한다고 해서 수혁을 일대일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꼭 일대일로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합공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었다.
여태껏 수혁이 망친 계획을 생각하면 조만간 수혁을 죽이기 위해 크라스가 직접 나서거나 합공 명령이 내려올 것이라 코단은 예상하고 있었다.
이대로 수혁을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나 많은 계획이 어그러졌고 어그러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빛의 마탑을 잃고 흑월 내 입지가 대폭 줄어든 코단이었다.
기운을 완벽히 흡수하고 수혁을 처리하는 데 참여해 줄어든 입지를 다시 키워야 한다.
코단은 왼손에 모아 놓은 기운을 움직였다.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고통이 느껴졌다.
코단은 인상을 구긴 채 천천히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후욱…….”
한동안 기운을 흡수하던 코단은 깊게 숨을 내뱉으며 흡수를 멈췄다.
코단은 왼손을 보았다.
왼손은 여전히 검게 물들어 있었지만 전보다 확실히 옅어져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흡수해야 해!’
잠시 휴식을 취한 코단은 다시 흡수를 시작했다.
* * *
보상의 방에 도착한 수혁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보상 상자를 선택해주십시오.] [획득 가능한 상자 : 1]메시지를 본 수혁은 앞을 보았다.
앞에는 3개의 상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상자의 크기는 제각기 달랐다.
하나는 30cm, 하나는 50cm, 또 다른 하나는 1m 정도로 다른 상자들과 비교해 매우 컸다.
크기만 다른 것은 아니었다.
상자 앞에는 제각기 다른 단어가 쓰여 있었다.
가장 작은 상자 앞에는 ‘공격’이라는 단어가.
중간 상자 앞에는 ‘방어’라는 단어가.
가장 큰 상자 앞에는 ‘지속’이라는 단어가.
보상과 관련이 있는 단어가 분명했다.
그러나 수혁은 공격, 방어, 지속 중 그 어느 것도 부족함이 없었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상관없는 것이다.
수혁은 걸음을 옮겨 가장 작은 상자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상자로 손을 뻗었다.
손이 닿은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확인을 눌렀다.
[빛의 수정 – 공격을 획득합니다.]확인을 누르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바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보상으로 나온 ‘빛의 수정 – 공격’을 확인했다.
[교환불가]
사용 시 빛 속성 공격을 강화시킨다.
‘아.’
어떤 아이템인지 알게 된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바로 수정을 사용했다.
[빛의 수정 – 공격을 사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빛 속성 공격 데미지가 10% 증가합니다.]‘10퍼였구나.’
얼마나 강화시켜주는지 궁금했던 수혁이었다.
호기심을 해결한 수혁은 이어 빛의 수정 옆자리에 있는 빛의 증표를 보았다.
[교환불가]
중앙 마탑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증표 중 하나.
증표의 정보는 간단했다.
모든 증표를 모으면 중앙 마탑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이제 9개 남았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모든 창을 닫았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으로 향했다.
[대회장으로 워프합니다.]마법진 위로 올라가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곧 빛과 함께 대회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혁 님입니다!
도착함과 동시에 수혁은 사회자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
“대바악!!!”
“개좋아! 사랑합니다!”
사회자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수혁은 함성 소리에 부끄러운 표정으로 재빨리 대회장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수혁은 바로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에 도착한 수혁은 살짝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도 없었다.
대기실은 텅 비어 있었다.
‘세 번째 관문까지만 통과하면 되는데?’
적어도 한둘은 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혁이었다.
수혁은 중계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는 네 번째 관문 끝자락에 도착한 오렉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에 화면에 나타난 이는 브리니스였다.
브리니스 역시 네 번째 관문 중간을 넘어 오렉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이후 짤막짤막하게 화면 전환이 되며 몇몇 마법사들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오렉과 브리니스 말고는 4관문에 도착한 마법사가 없었다.
1, 2, 3 관문에 골고루 퍼져있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중계 화면을 보던 수혁은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기대되네.’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일주일 뒤 시작될 3차 본선을 떠올렸다.
3차 본선은 1대1 대결이었다.
그리고 1대1 대결의 최종 승자가 빛의 마탑장이 된다.
이제 곧 끝이 나는 것이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페이델리아로 워프했다.
앞서 그랬듯 수혁은 3차 본선이 시작될 때까지 황궁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페이델리아에 도착한 수혁은 황궁으로 향했다.
* * *
네 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다섯 번째 관문 ‘파멸의 빛’으로 넘어온 오렉은 이를 악물었다.
“크으으윽!”
그리고 재빨리 안전지대로 물러섰다.
안전지대로 돌아온 오렉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했다.
‘역시 불가능해.’
몇 번이나 도전했다.
그러나 도저히 출구로 갈 수가 없었다.
압박이 너무나 심했다.
무리해서 출구로 가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죽을 것이 분명했다.
‘브리니스는 포기한 건가?’
바짝 뒤를 추격해오던 브리니스.
이미 오고도 남았어야 할 시간인데 오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브리니스는 네 번째 관문까지만 통과하고 끝낸 것 같았다.
네 번째 관문에서 멈춘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2차 본선은 세 번째 관문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녀석도 포기했겠지.’
오렉은 수혁을 떠올렸다.
엄청난 속도로 관문을 넘어갔던 수혁.
수혁이라고 해도 다섯 번째 관문은 불가능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보여준 것 같고.’
첫 도전에서 불가능을 알게 된 오렉이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도전을 한 것은 고통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끝내자.’
오렉은 다섯 번째 관문을 포기했다.
워프 마법진을 통해 대회장으로 돌아온 오렉은 수많은 관중의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손을 흔들며 오렉은 관중의 함성에 답했다.
그리고 대기실로 돌아온 오렉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인사도 없이 간 건가?’
당연히 수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기실에는 수혁이 보이지 않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그 엄청난 곳에서!”
대기실에 있던 몇몇 마법사들이 다가와 말했다.
오렉은 자신을 치켜세워주는 마법사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수혁도 다섯 번째에서 포기했나?”
대화를 나누던 중 오렉이 물었다.
“…….”
“…….”
마법사들은 오렉의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난감한 표정으로 오렉을 바라볼 뿐이었다.
오렉은 마법사들의 반응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오렉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파멸의 빛을 통과한 건가?”
오렉이 재차 물었다.
“……예.”
한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음에 답했다.
“모든 관문을 통과하셨습니다. 빛의 증표도 획득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오렉은 마법사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믿기지가 않았다.
당연히 수혁도 파멸의 빛에서 포기했을 줄 알았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고?’
그런데 파멸의 빛을 통과한 것도 모자라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를 했다?
‘대마도사의 분신을?’
오렉은 환상의 마탑장이다.
빛의 길과 마찬가지로 환상의 마탑에서는 ‘환상의 길’을 관리한다.
환상의 길의 관문은 빛의 길과 마찬가지로 여섯 개였다.
물론 모든 관문이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은 같았다.
마지막 관문은 라피드의 분신과의 전투였다.
수혁이 대마도사 라피드의 분신을 이겼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편법을 써 환상의 길 마지막 관문에 있는 분신과 전투를 해본 오렉이었다.
분신이 얼마나 강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빛의 길 분신은 약한 건가?’
환상의 길 라피드의 분신은 환상 마법에 특화되어 있었다.
빛의 길 라피드의 분신은 빛 마법에 특화되어 있을 것이었다.
즉, 분신마다 힘이 다르다.
거기다 환상 속성을 잘 다뤘던 것으로 알려진 라피드였다.
아마도 빛의 길 분신은 오렉이 상대했던 환상의 길 분신보다 약할 것이었다.
오렉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 * *
-빛의 마탑은 힘들 것 같아요.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브리니스였다.
“……알겠다.”
아소멜은 브리니스의 말에 답했다.
-포기할게요.
“그래, 고생했어.”
아소멜의 답을 끝으로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후.”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지고 아소멜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빛의 마탑도 날아갔군.’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막상 마주하게 되니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보고를 드려야겠지.’
이변이 없는 한 빛의 마탑장은 수혁이 될 것이다.
이 상황을 크라스에게 보고해야 했다.
‘보고할 게 너무 많군.’
아소멜은 책상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서류들을 보았다.
서류에 담긴 내용은 전부 크라스에게 보고해야 할 것들이었다.
수혁이 나타나기 전에는 보고해야 할 것이 이리 많지 않았다.
그 당시가 그리워지는 아소멜이었다.
아소멜은 회상을 끝내고 서류를 보며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내 보고서 작성을 마친 아소멜은 흑월의 본부로 워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