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523
523
제 523화
521.
아소멜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표정을 보면 보통 함정이 아닐 것이다.
수혁은 분명 죽을 것이다.
하지만 유저는 NPC와 달리 죽는다고 끝이 아니다.
부활이라는 것이 있다.
물론 NPC들의 기억에서는 잊힌다.
새로운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억에서 잊힌다고 해서 수혁의 강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흑월대를 이길 정도로 강한 수혁이다.
그런 수혁이 계속해서 흑월과 부딪히려 한다면?
흑월의 전력은 날이 갈수록 약해질 것이다.
이제 곧 흑월의 주인이 될 해피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이걸 말해줘도 이해 못 할 테고.’
아소멜은 NPC였다.
부활에 대한 개념이 없다.
말을 해준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니.
‘미치겠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머릿속이 깜깜했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나?’
수혁이 끊임없이 부활하는 것처럼 해피 역시 끊임없이 부활할 수 있다.
즉, 수혁을 이길 정도의 강자가 되면 상황은 모두 해결된다.
‘그래, 수련이다.’
해피는 결심했다.
어차피 함정에 빠질 때까지 대학살 퀘스트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사이에 레벨을 올리고 스킬 숙련도를 올리는 등 강해져야 했다.
수혁 역시 유저.
해피라고 수혁만큼 강해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해피는 수혁보다 더 강해질 자신이 있었다.
직업 자체가 메인 에피소드와 함께 하는 직업이었다.
수많은 특수 직업 중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는 직업인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수련을 할까 하는데 혼자 다녀와도 될까요?”
생각을 끝낸 해피가 아소멜에게 물었다.
“수련이요?”
“네.”
“……알겠습니다.”
아소멜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어디로 가실 생각이신지…….”
그리고 이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바라탈렌 초원으로 갈 생각이에요.”
해피는 아소멜의 물음에 답했다.
이미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600레벨부터 650레벨까지 다양한 레벨 대의 레드 오크들이 살고 있는 바라탈렌 초원이었다.
바라탈렌 초원을 선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몬스터의 수가 무수히 많다는 것.
두 번째로 경험치가 쏠쏠하다는 것.
세 번째로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암당 본부 근처에 있다는 것.
이 4가지 이유 때문에 바라탈렌 초원을 선택했다.
“아, 그곳으로 가시는군요.”
혹시나 멀리 가는 것이면 어쩌나 걱정했던 아소멜은 해피의 답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크 녀석들이 요즘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정리를 한번 하려 했는데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바라탈렌 초원의 오크들은 최근 번식을 통해 그 수가 대폭 늘어난 상황이다.
오크들은 초원을 넘어 영역을 확장 중이다.
영역 확장 중인 오크들을 저지하라!
[오크 : 0 / 1000]퀘스트 보상 : 암당 창고 열쇠
아소멜의 말이 끝나고 퀘스트가 나타났다.
‘창고 열쇠를?’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잡으려 했던 해피는 퀘스트 보상을 보고 조금 놀랐다.
암당 창고 열쇠는 말 그대로 암당의 창고를 이용할 수 있는 열쇠였다.
그리고 암당의 창고에는 전설 등급의 장비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무조건 그 단검 가져와야겠다.’
열쇠 한 번에 획득 가능한 아이템은 한 개.
당시 가져오지 못한 전설 등급의 단검을 가져오기로 결정을 내린 해피는 입을 열었다.
“네! 녀석들 확실하게 줄여놓겠습니다.”
[퀘스트 ‘바라탈렌의 오크들’을 수락하셨습니다.]“그럼.”
퀘스트를 수락한 해피는 아소멜에게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본부 밖으로 나와 바라탈렌 초원으로 걸음을 옮기며 스킬 창을 열어 두 개의 스킬을 확인했다.
숙련도 : 중급 3단계(54%)
특수 효과 : 공격 대상의 모든 방어력을 35% 무시한다.
숙련도 : 중급 5단계(35%)
특수 효과 : 1. 1분 동안 모든 공격력 150% 증가
2. 1분 동안 모든 속도 150% 증가
3. 적 처치 시 쿨타임 2초 감소
마나 : 1000
쿨타임 : 5분
아직 전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크라스를 만나고 해피는 ‘검은 달의 지배자’의 직업 스킬 ‘검은 광기’와 ‘죽음의 무도’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이것들부터 마스터해야겠지.’
두 스킬은 ‘사기’라는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리는 엄청난 스킬들이었다.
우선 ‘검은 광기’의 경우 상대방의 방어력을 무시하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중급 3단계밖에 되지 않는데 무시하는 방어력이 무려 35%!
만약 숙련도가 상급으로 넘어간다면?
적어도 50%가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두 번째로 죽음의 무도.
해피는 검은 광기보다 죽음의 무도를 더 높게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은 광기는 대상에 따라 효율이 정해진다.
만약 대상의 방어력이 형편없다면?
효과를 거의 못 보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무도는 아니다.
대상에 상관없이 극강의 효율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죽음의 무도였다.
공격력과 이동 속도, 공격 속도가 150%나 증가한다.
지속 시간은 1분이며 쿨타임은 5분으로 가동 시간이 적어 보이지만 적을 처치 시 쿨타임이 2초 감소한다.
즉, 몬스터의 수가 많으면 무한히 유지할 수 있는 스킬이 바로 죽음의 무도였다.
거기다 죽음의 무도 역시 검은 광기처럼 숙련도가 중급이었다.
상급으로 넘어간다면?
1단계당 10%가 올랐으니 상급 10단계에서는 300%가 될 것이다.
‘몇 마리나 잡아야 하려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두 스킬 모두 유저나 NPC, 혹은 몬스터를 잡아야 했다.
이번 오크 사냥 때 숙련도가 어디까지 오를지 기대됐다.
[죽음과 어둠의 늪지대에 입장하셨습니다.] [붉은 대지의 평야에 입장하셨습니다.]해피는 바라탈렌 초원을 향해 쭉쭉 이동했다.
그리고 붉은 대지의 평야에서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기 직전.
저벅!
해피는 걸음을 멈췄다.
-취익? 인간이다!
-어떻게 인간이? 취익.
오크 두 마리가 나타났다.
‘벌써 여기까지 진출한 건가.’
바라탈렌 초원과 붉은 대지의 평야 사이에는 2개 지역이 더 있었다.
그런데 이곳까지 진출한 것을 보면 이미 2개 지역은 녀석들의 영역이 된 것 같았다.
“죽음의 무도.”
[1분 동안 모든 공격력이 150% 증가합니다.] [1분 동안 모든 속도가 150% 증가합니다.]해피는 오크들을 향해 뛰쳐나가며 죽음의 무도를 시전했다.
-취익! 건방진 인간!
-겁이 없구나! 취익!
오크들은 도망을 치지 않고 달려오는 해피에 흥분하며 몽둥이와 도끼를 쥔 채 마주 달려갔다.
이내 해피와 오크들의 사이가 좁혀졌다.
먼저 공격을 한 것은 오크들이었다.
오크들은 몽둥이와 도끼를 휘둘렀다.
자주 합을 맞춰봤는지 몽둥이를 피하자니 도끼가, 도끼를 피하자니 몽둥이가 걸렸다.
물론 피할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역습.”
해피는 씨익 웃으며 스킬 ‘역습’을 시전했다.
시전함과 동시에 해피가 자리에서 사라졌고 몽둥이와 도끼는 허공을 갈랐다.
-취익?
-취익?
약속이라도 한 듯 오크들은 동시에 콧소리를 내뿜었다.
그리고 오크들의 등 뒤에서 해피가 등장했다.
해피는 몽둥이를 들고 있던 오크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죽음의 무도를 통해 공격력과 속도가 대폭 증가한 해피의 단검은 엄청난 속도로 오크의 등을 베어 나갔다.
-취익…….
순식간에 단검이 여섯 번 움직였고 오크가 앞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해피는 이어 도끼를 들고 있던 오크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반응조차 하지 못한 몽둥이 오크와 달리 도끼 오크는 해피를 보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미 도끼 오크가 해피를 본 순간에는 해피의 단검이 오크의 몸을 베어가고 있었다.
-취익…….
도끼 오크는 몽둥이 오크와 마찬가지로 콧소리와 함께 쓰러지기 시작했다.
오크가 쓰러지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해피는 흐뭇한 미소로 캐릭터 창을 열었다.
그리고 보너스 스텟을 전부 힘에 투자한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기다려라 수혁!’
* * *
-연중 : 오는 중이야?
-수혁 : 응, 가고 있어.
연중과 사냥왕이 7천계 퀘스트를 끝냈다.
그리고 6마계의 입구를 찾아냈다.
현재 수혁은 6마계의 마왕을 잡아주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수혁은 세계 지도 창을 보고 이어 말했다.
-수혁 : 곧 도착할 거야. 5분 정도?
-연중 : 알았어! 기다릴게!
연중의 말을 끝으로 귓속말은 끝났다.
그리고 정확히 5분 뒤.
“풍아, 저기 내려줄래?”
수혁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풍은 빠르게 하강했고 이내 지상으로 내려온 수혁은 풍을 역소환시켰다.
그리고 수혁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걸음을 옮겼다.
저벅!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의 끝에 도착한 수혁은 포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혁은 바로 포탈을 통해 6마계로 넘어갔다.
[6마계로 워프하시겠습니까?] [6마계에 입장하셨습니다.] [모험 스텟이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악몽의 정’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악몽의 마왕 자라바라켄’이 생성되었습니다.]“오셨습니까.”
도착함과 동시에 수혁은 사냥왕의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안녕하셨어요.”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에 답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마탑의 길요!”
“……아, 감사합니다!”
사냥왕의 축하에 순간 의아해하던 수혁은 마탑의 길 통과 축하라는 것을 깨닫고 감사를 표했다.
“남은 마탑들은 언제 도전하실 생각이세요?”
“3일 뒤에 도전할 예정이에요.”
“이번에는 어떤 곳들에 도전하십니까?”
“전기, 어둠, 대지요!”
수혁은 사냥왕과 대화를 나누며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호오, 그러면 치유랑 불 두 개가 남게 되는 거군요!”
“네, 치유의 마탑은 5일 뒤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파비앙에게 전기의 길 준비가 끝나는 대로 치유의 길 준비를 부탁했다.
“그럼 불의 마탑은……?”
“아직 미정이예요.”
하디락이 어둠의 길 준비가 끝나는 대로 불의 길을 준비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수혁은 거절했다.
불의 길 만큼은 직접 가서 준비할 생각이었다.
마지막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제 더 미룰 수는 없지.’
브리니스와 대화를 나눠야 할 때였다.
“그렇군요. 중앙 마탑장이 되신 거 미리 축하드립니다. 하하.”
사냥왕은 수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축하했다.
“감사합니다.”
수혁 역시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고 곧 연중과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 중앙 마탑장! 퀘스트는 확인했어?”
연중이 수혁을 향해 손을 흔들며 물었다.
“아직.”
“한번 봐봐. 7, 8, 9 마계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아.”
“……?”
수혁은 연중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악몽의 마왕 자라바라켄’을 확인했다.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