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4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45화
93. 내가 먹어야 하거든
사람이 포박당해 끌려가는 장면은 육체미 동아리가 학생회에 끌려갈 때 이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물론 분위기는 그때와 차원이 달랐다.
시퍼런 서슬의 병사들 여럿이 에워싼 채였고, 자살 및 도주를 막기 위해 팔다리가 꽁꽁 묶인 채 재갈까지 물려 있었다.
“읍! 으으으읍!”
아시에르, 그러니까 막사 안에서 나에게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가 기절하고 마비까지 당한 그 녀석이다.
참고로 저 녀석은 나와 에드워드가 찾아갈 때까지도 기절해 있었다.
그래서 포박하고 재갈을 물린 건 무척 손쉬웠던 일.
“그대의 공이로다, 데인 소그레스.”
에드워드는 그런 녀석이 끌려가는 걸 보고 날 치하했다.
“그대의 올바른 추측 덕분에 주동자를 잡을 수 있었어. 그대가 아니었다면 토벌대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겠지.”
난 적당히 겸양을 표했다.
“저하께서 무리한 작전을 승인해 주신 덕분입니다. 결단력도 때로는 승리의 원동력이지요.”
“음. 그럴 수도 있겠군.”
이 황자 보게.
“하하. 농담이다, 데인. 물론 지휘관의 역할도 중요하지. 하지만 그 결단에 따른 지시를 수행할 자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법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황족치고는 그래도 주변 사람을 쓸 줄 안다는 것.
“감읍할 따름입니다.”
“어허. 방금 내 농담의 복수인가?”
“송구하옵니다.”
“거,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그대에게 들으면 왜 이렇게 거북한지 모르겠군.”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화제를 돌렸다.
“참, 저 녀석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겁니까?”
“황실 지하 감옥이겠지. 나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곳인데, 인외마경이라더군. 매일같이 비명이 울려 퍼진다고 해.”
인외마경이라.
아무튼 멀쩡히 살아서 나가긴 힘들겠군.
어차피 저 녀석에게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으니, 이제 볼 일은 없다.
아. 그리고 마침 보인다.
“음. 저 녀석의 소지품 같군.”
막사에서 막 나온 병사들이 안에 있던 것들을 죄다 갈무리한 게 보였다.
거기엔 지팡이도 있었다.
물론 내가 숨겨 둔 그 지팡이는 아니고, 미리 준비했다가 막사 안에 들어와서 슬쩍 던져둔 거다.
에드워드에게 미안하지만 황실 쪽에 그 지팡이를 그대로 넘겨주긴 아깝지.
내가 먹어야 하거든.
“저 안에서 무슨 정보가 있으면 좋으련만. 뭐, 그 부분은 황실의 고문 기술자들이 알아서 하겠지.”
“신뢰감이 느껴집니다.”
“음. 듣기로는 벙어리도 하루면 말문이 트이게 만든다더군.”
실로 살벌한 말이다.
살면서 구경할 일이야 없겠지만.
“아무튼 조금 후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식으로 치하하지. 나는 잠시 오네트 경을 만나고 오겠다.”
“그러십시오.”
나는 자리를 뜨는 에드워드를 바라보다 주변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토벌은 끝났다.
“거기, 조심해서 들어! 그거 터지면 사방이 초토화야!”
“비켜! 보호진부터 쳐야 하니까!”
전장은 정리 중이고, 마물들의 시체를 태우기 위해 한데 모으고 있었다.
물론 전멸까진 아니었다.
유적 전체를 틀어막은 게 아닌 만큼, 몇몇 마물들은 본능에 따라 도망쳤던 것.
하지만 승리라 부르기엔 부족함이 없다.
“쟤들이 걔들이야? 황자 저하 직속대?”
“부럽다…… 공적도 엄청 쌓았겠지?”
“보니까 야습 때부터 계산된다던데, 그럼 데인이 1등 아니야?”
그리고 우리는 그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황자 저하 직속대.
“야, 근데 쟤들이 무조건 공적 1위겠지? 어떻게 계산하는 거야? 직속대 소속이면 따로 집계하려나?”
“그럴지도?”
“그런데 그게 의미가 있냐? 데인 혼자서 마물 몇 마리를 잡았는데.”
동아리 회원들 전원이 그 소속으로 이동했고, 이번 전투에서 큰 공들을 세운 것.
특히 나는 말할 것도 없었으며…….
유적 중앙으로 향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어니스트, 직속대에서 기사들과 함께 싸운 레일라.
거기에 직속대 전속 치유술사로 활약한 프리실라까지.
“또 탐험이구만.”
나는 전투가 끝난 직후부터 유적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탐험’ 중인 어니스트를 발견하고 피식거렸다.
뭐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만, 성격상 하나쯤은 뭐 물어 올 것 같기도 하고.
한편 레일라는 황실 제4 기사단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대단하십니다, 영애. 오늘 엄청난 검술을 식견했군요.”
“전장에서 공작님의 검술을 식견하고 한동안 밤잠을 못 이뤘는데,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황실 기사단 쪽으로 지원을…….”
아카데미에서야 신입생 중 하나라지만, 테르미온 공작가의 위상을 고려해 볼 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그리고 프리실라는…….
“머리 부상이 심합니다. 잘못 움직이면 깨집니다.”
“서, 성직자님. 깨진다뇨?”
“대가리가요.”
“…….”
여전한 단어 선택으로 다친 병사와 기사들을 잘 치료해 주고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이번 토벌을 통해 꽤 많은 것들을 얻었다.
개개인의 실전 경험이 첫 번째.
마물들과의 싸움은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두 번째로는 각종 정보들이다.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데.”
세상을 뒤집고, 혼란을 일으키는 것.
아직 명확한 목적은 모르지만, 수백 마리 단위의 마물들을 움직이고 사울 행스턴의 비전을 노리는 놈들.
상당한 스케일이다.
아직 나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파고들 여지는 충분하다.
“돌아가는 대로 드나보 교수 동향을 살펴야겠는걸.”
아시에르 저 녀석이 위에 보고하든 보고하지 못하든, 드나보 교수의 동향은 살필 가치가 충분하다.
‘아카데미 지부장’이라고 했으니, 만약 드나보 교수를 옭아매게 된다면 큰 수확이 되겠지.
나에게든, 황자에게든.
그리고 세 번째로는…….
“일단 분리 작업이 먼저겠군.”
지팡이.
지금쯤 우리 동아리의 전리품 상자에 고이 모셔져 있을 그것.
일단 돌아가는 대로 불바크를 찾아가야겠다. 어차피 검의 제작 상황도 확인해야 하니까.
가서 지팡이와 고대 마력 집약체를 분리 가능한지 알아보고, 가능하다면 두 개 모두 분석해 볼 생각이다.
특히 고대 마력 집약체만큼은 아니더라도 저 지팡이가 꽤나 궁금하다.
고대 마력 집약체를 달고도 멀쩡하게 버티는 지팡이라면, 분명 보통 물건은 아니겠지.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많겠네, 그치? 카르나스.”
“끼륵?”
고개를 내미는 대신 품 안에서 소리만 내는 카르나스.
녀석도 이번 토벌에서 나름 공을 세웠다.
사람들 눈에 안 띄는 순간순간, 불덩이를 쏘아내며 상당한 수의 마물들 잡아낸 것.
모르긴 몰라도 어지간한 학생들의 공적은 그냥 넘어서지 않았을까?
아무튼, 마지막으로.
얻은 것 중 가장 큰 건…….
“데인 소그레스. 지금 저하께서 찾으신다.”
바로 이거 아닐까 싶다.
나는 오네트 경을 따라 간 곳에서 임시로 설치된 연단, 그리고 위에 선 에드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연단 앞엔 언제 모였는지, 이번 토벌대 인원들이 잠시 작업을 멈춘 채 서 있었다.
“데인 소그레스, 이쪽으로.”
에드워드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로 날 부르고 있었다.
이거 참.
쑥스럽지만, 올라가야겠지?
나는 연단 위로 올라섰고, 에드워드와 마주했다.
“그다지 격식 넘치는 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장 한가운데이니만큼 이해해 주길 바란다.”
에드워드는 그러면서 슬쩍 덧붙였다.
“돌아가는 대로, 토벌대 포상은 물론 내 직접 황제 폐하께 그대와 그대 친구들에 대한 추가적인 포상을 건의할 예정이다.”
“감읍할 따름입니다, 저하.”
“음. 당연한 일이지.”
에드워드는 거기까지 말한 뒤, ‘황자’의 표정을 지으며 연단 앞에 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들으라! 여기, 이번 토벌 임무에서 그 누구보다 커다란 공을 세운 이가 있다!”
이미 집중된 시선 속에서 선망, 질투, 부러움을 비롯한 온갖 감정들이 전해졌다.
“마물들의 야습을 선두에서 막아내며 완벽한 승리를 이끌었고, 이번 토벌전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중앙까지 침투하여 적의 동향과 약점을 파악하였으며, 마침내 시작된 마물들과의 전면전에서는 직속대 소속으로 선두에 서서…….”
바로 옆에서 내 공적들이 나열되니 은근 몸 둘 바를 모르겠다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다.
“……그리하여 나, 3황자 에드워드 당테르는 이 자리를 빌려 이번 토벌전의 영웅 데인 소그레스를 작게나마 치하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무려 황족의 치하거든.
“데인 소그레스, 그대의 영웅적인 공적과 몸을 불사르는 전투는 온 제국의 귀감이 되었다.”
에드워드는 무척이나 결연한 표정으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앞으로도 위대한 제국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나의 친구로서 곁에 남아 주길 바란다.”
이 양반 보게.
“친구? 방금 친구라 그랬어?”
“황자 저하 친구? 이런 미친.”
“데인 쟤는 인생 활짝 피었네…….”
난데없이 사람을 찜해?
보기보다 욕심이 많다.
“어떤가? 데인 소그레스.”
소곤거리며 묻는 모습에 나는 그만 옅은 웃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뭐, 나쁘지 않다.
황자 저하를 뒷배로 두는 거 말이다.
물론, 이 경우는…….
뒷배가 아니라 정말 ‘친구’겠지.
아무튼.
그렇게 모두의 앞에서 진행된 황자 저하의 극적 공치사가 마무리되었고-
“……이제 우리 동아리 인기 폭발하겠다?”
“황실 백을 가진 동아리…… 어디 가서 무시당할 일은 없겠는데?”
“나, 나는 아직도 안 믿겨…….”
에드워드가 터뜨린 폭탄 선언에 친구들은 저마다 멍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게 말이다.”
소문은 당연히 빠르게 퍼질 것이다.
나, 그리고 내 친구들이 황자 저하와 막역한 사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럼 건드리는 사람이 좀 더 줄어드는 셈인가?
내가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황족을 친구로 둔 사람을 누가 함부로 건드리겠어.
“데인 소그레스.”
마침 다가온 힐데론 경.
며칠 보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친근하게 느껴지는 얼굴이다.
“힐데론 경.”
그는 무척이나 아쉬운 얼굴이었다.
“이것으로 헤어지게 되었군.”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래. 그때는 자네와 한번 검을 섞어보고 싶군.”
난 씩 웃었다.
바라던 바다.
그리고, 이 사람이 꽤 마음에 든다.
자신의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고 바로잡으려 애쓴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그럼 나는 이만 가지. 아, 친구들. 자네들도 고생했네.”
힐데론 경은 내 친구들의 칭찬까지 남긴 뒤 멋지게 돌아섰다.
“멋있는 분이시다.”
“그러게. 데인 말 안 들을 때는 그냥 기사들은 다 저런가 싶었는데.”
뭐, 이런 기사도 있고 저런 기사도 있는 법.
다만 힐데론 경은 적어도 기사도를 아는 사람 같았다.
“아카데미 일보에서 나왔습니다! 직속대의 영웅분들!”
그리고 우리를 찾는 사람은 힐데론 경만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플래시가 펑! 하고 터졌다.
아카데미 일보 기자들이었다.
아까 전장에서 한바탕 붙을 때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걸 보긴 했는데.
“아, 예. 안녕하세요.”
“데인 소그레스! 이번 토벌전의 영웅! 듣기로는 유적 중앙에 직접 침투해서 혁혁한 공을 세우셨다는데, 저희 인터뷰 좀 가능할까요!”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저희 친구들도 같이 해도 되죠?”
“아유, 그래 주시면 너무너무 감사하죠! 안 그래도 저희가 이번 토벌전을 특집 기사로 이미 내보내고 있습니다!”
아하.
일종의 종군기자라 보면 되는 건가?
우리는 그렇게 즉석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저, 그, 음…….”
“저, 저는 그저 길을 뚫고…….”
레일라의 딱딱하게 굳은 모습과 어니스트의 덜덜 떠는 모습이 볼만했다.
“좋습니다! 네네, 포즈 잡아 주시고. 하나, 둘…… 아주 잘 나왔습니다! 1면 사진으로는 제격이네요!”
그리고 인터뷰가 끝난 후 기념 촬영까지.
“우리 더 유명해지겠는데.”
“나중에 제국 일보 1면에도 실리려나?”
긴장한 녀석들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피식거리다, 에드워드와의 약속 시각이 다 됐음을 떠올리고 말했다.
“나는 에드워드 좀 만나고 올게.”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에, 에드워…… 흐읍!”
나는 식겁한 녀석들을 뒤로하고 에드워드의 막사로 향했다.
에드워드는 기다렸다는 듯 날 맞았다.
“내 친구, 데인 소그레스.”
“너무 폭탄선언이셨습니다.”
“그런가? 하하. 나는 기분만 좋다. 음, 생각해 보니 그대들이 조금 곤란해졌을 수도 있겠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상관없습니다. 곤란해질 것도 없고요.”
오히려 우리를 건드릴 녀석들이 곤란해지겠지.
“음. 그럼 다행이고. 참, 앉지. 할 이야기가 많다.”
에드워드는 맞은편 자리를 권했다.
나도 이쯤 되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따위의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에드워드가 원하지 않을 테니.
“일단…… 다시 한번 고맙다. 그대 덕분에 이번 토벌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어. 돌아가면 나는 처음으로 인정을 받는 게 되는 거지.”
에드워드의 표정은 무척 좋아 보였다.
하기야.
첫 실전이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한 거니.
“그러니 부탁이 있으면 뭐든 말하라. 내 힘닿는 데까지 들어 주겠다. 아, 물론…….”
황자는 이어서 지난 일도 언급했다.
“내 손을 치료해 준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래도 계산은 확실한걸.
나는 마침 떠오르는 부탁이 있어 대답했다.
“마침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말하라. 말했듯, 힘닿는 데까지 내 들어 주겠다.”
나는 그간 알아낸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국과 저하의 적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