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5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56화
103. 일상 복귀(2)
이거 기쁜 일이다.
“조언을 해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 결국 그 조언을 받아들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적절한 조언을 건네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맞는 말이라 난 주억거렸다.
“그럼 내가 도움을 준 걸로 하지. 나중에 신세 갚으라고.”
“하하. 물론입니다.”
농담인데 진짜로 그러네.
뭐, 정 갚겠다면야 거절할 것까진 없다만.
“그때 주셨던 걸음의 방법과 검에 대한 조언을 잘 써먹었죠. 물론 이제야 간신히 서열 꼴찌지만 말입니다.”
그 어렵다는 대련을 통과하다니.
충분히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지. 모두가 선망하는 테르미온 공작가의 정식 기사단원 아닌가?”
“도련님께서는 그런 기사단원을 이기셨죠.”
이거 원, 금칠도 참.
“참고로 그때 패배한 도리안 선배는 지금 거의 이 악물고 수련 중입니다. 악귀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아주 이를 갈고 있습니다.”
다음에 만난다면야 얼마든지.
“그나저나 신기한 일이긴 합니다. 어떻게 아카데미 신입생이 정식 기사단원을 상대로 그렇게…….”
그야 뭐 이제는 말하기도 입 아프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꼭 붙어 보고 싶습니다.”
“지금도 괜찮은데.”
“하, 하하. 그것도 좋지만…… 오늘은 안내 역할에 충실하고, 나중에 확신이 생겼을 때 한번 청해 보겠습니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
그 말에 콴타스는 머쓱하게 웃었다.
“한 번이라도 검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 말입니다.”
겸손하군.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전사를 만난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콴타스를 따라 테르미온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저는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오래 걸릴 수도 있는데.”
“하루 종일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오늘 제 임무니까요.”
“그래. 다녀오지.”
전생에 내 휘하에 있었으면 꽤 아꼈을 타입인데, 아쉽다.
끼이익.
여하튼 다시 열리는 대장간 문.
언제 봐도 웅장한 규모다.
안으로 들어서니 멀찍이서 불바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맹이, 왔냐? 안으로 들어와라.”
냄새 덕인가.
얼굴도 안 보이는데 귀신같이 안다.
“냄새도 냄샌데 꼬맹이 네 녀석의 기척은 뭐라고 해야 하나…… 좀 독특하다고 해야 할까?”
생각이라도 읽은 것처럼 말하는 불바크를 마주한 나는 피식거렸다.
“난쟁이들은 아저씨처럼 다 신기한 능력이 있어요?”
“아저씨라니! 난쟁이 기준으로 난 아직 젊다고!”
거세게 항변한 불바크가 헛기침했다.
“큼. 물론 난 돌연변이라 그런 거다만, 독특한 능력을 지닌 난쟁이들은 얼마든지 있지. 전쟁 탓에 요새는 보기도 힘들다만.”
아.
기억난다.
전쟁 때문에 몇몇 종족들은 숨어서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난쟁이족도 그중 하나다.
정확히는 알테온 제국령 안에 사는 난쟁이들이 그렇다.
“망할 놈들이지. 난쟁이족을 부리려고 드레니크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씌웠으니까.”
음. 사람마다 해석은 조금씩 다르다만…… 저게 맞는 말이긴 하다.
여기가 알테온 제국 안이라 어디 가서 함부로 못 하는 말이라 그렇지.
“아무튼 나중에 누구라도 난쟁이 하나 만나면 잘 좀 대해줘라. 드레니크는 몰라도 알테온 안에 사는 난쟁이들은 죄다 눈칫밥 먹고 살아가니까.”
“아저씨 이름 말하면 알려나요?”
“그야 당연하지! 물론 내가 어디서도 환영 못 받는 존재긴 하지만, 그렇다고 뭐 실력까지 폄하 당하는 건 아니거든. 가만, 근데 아저씨 아니라니까?”
나는 낄낄거리며 본론으로 넘어갔다.
“알겠어요. 만나면 잘 대할게요. 그나저나, 검은요?”
“다 됐지. 그러니까 꼬맹이 너랑 이렇게 태평하게 농담이나 주고받지. 따라와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이번에 불바크가 안내한 곳은 작업공간이 아닌 전시실이었다.
“오.”
나는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며 짧은 탄성을 흘렸다.
안에는 온갖 종류의 무구들이 오와 열을 맟줘 종류별로 멋들어지게 전시되어 있다.
무기, 방어구, 아티팩트…….
이거 다 팔면 성 하나는 거뜬히 사겠는데.
“하나만 팔아도 일반적인 남작가 몇 년 치 재정은 거뜬한 것들이지.”
“그 정도예요?”
“그럼. 누가 만든 건데. 물론 여기 있는 게 모두 누구 줄 생각으로 만든 건 아니지.”
불바크는 그러면서 날 바라봤다.
“뭐, 네 거는 딱 보니…… 5년 치 정도 되겠군.”
“생각보단 별로네요.”
“무슨 소리냐? 남작가가 아니라 황실 5년 치 예산은 거뜬하지.”
무슨 검 하나가 그따위로 비싸?
어이가 없다.
그럼 난 지금 황실 5년 치 예산에 해당하는 검을 허리에 차고 다니는 건가?
허리 휘겠네.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건 그만큼 특별한 거다. 이건 진짜 막 굴리면 안 된다!”
불바크의 신신당부다.
무기가 무슨 후 불면 날아가는 깃털도 아니고.
“날도 잘 안 상한다면서요?”
“……설득하려 한 내가 바보지. 후, 그래. 막 굴려도 티도 안 나겠다만, 그래도 최소한의 관리는 해 줘라.”
“그 정도는 해야죠.”
뭔가를 베고 묻은 피와 지방 정도는 나도 닦는다. 그 상태 그대로 검집에 넣으면 진짜 처치 곤란이거든. 나중에 냄새도 심하고.
“아무튼 잘 봐라.”
불바크는 그렇게 말하며 드디어 내 검을 보여주었다.
정확히는 검집에 담긴 내 검이었다.
“딱 봐도 화려한 건 싫어할 것 같아서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담아 보았다.”
불바크의 말처럼 검집엔 부담스러운 장식이나 무늬가 없었다.
대신, 우리 가문의 상징인 사자와 뱀을 멋들어지게 음각하여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아르카니움의 예기와 마력을 견뎌야 하는 만큼 걸맞은 목재를 사용했지. ‘영원의 나무’라고 들어 봤냐?”
불바크는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말을 이었다.
“어쩌다 딱 한 번, 모험가들이 암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목재지. 마력을 받아들이고 예기를 감당하는 검집의 소재로는 그만한 물건도 없어. 그뿐이냐? 가죽은…….”
장인정신과 자부심이 가득한 말들이 이어졌고, 나는 검을 받아들었다.
과장은 전혀 없었다.
가죽 촉감도 훌륭했고, 검집의 만듦새도 완벽했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본 그 어떤 검보다 더 낫다.
물론 중요한 건 알맹이다.
스릉.
한 뼘 정도 검을 뽑는 순간 강렬한 예기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녹색 빛.
“진짜 밤에는 못 쓰겠네.”
검을 본 내 첫 반응에 불바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검에서 전해지는 예기와 힘은 엄청난 수준이다.
검을 쥐는 순간 느껴지는 자신감.
이거면 뭐든 다 벨 수 있을 것 같다. 저번에 ‘올디어스’를 심으로 박아 넣은 지팡이를 벤 것처럼.
“훌륭하네요.”
그제야 반색하는 불바크.
“정말이냐?”
나는 마저 검을 뽑은 다음에 허공에 세우며 말했다.
“네. 좋은데요. 무게중심도 완벽하고, 뽑을 때의 검명도 그리 시끄럽지 않고.”
“역시, 넌 알아볼 줄 알았…….”
불바크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만, 내가 왜 기뻐하는 거지?”
내가 너무 시큰둥했나.
“이 꼬맹아, 너는 지금 제국 최고의 야장이 만든 최고의 검을 마침내 얻은 거라고!”
“알죠. 왜 모르겠어요.”
“……말을 말자.”
세 번째 서클로 인해 얻은 ‘침착함’ 덕은 아닌 것 같고, 내 감상은 딱 여기까지다.
탁.
나는 다시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밤 말고, 낮에.
“이제 다 된 거죠?”
“그래, 검 만들기는 끝났다. 아,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라.”
불바크가 잠시 사라진 뒤 가져온 것은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창이었다.
“날은 잘 갈아 두었고, 살짝 ‘보강’했다.”
“보강이요?”
“그래. 예기와 단단함을 한동안 유지시키는 야금술을 좀 펼쳐 봤지.”
불바크는 그러면서 시선을 슬쩍 피하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찌르거나 베는 감각이 떨어지면 다시 오거라. 아, 물론 검도 마찬가지다.”
“이제 만들 것도 없는데 다시 와도 돼요?”
“원래 야장은 한번 만든 건 끝까지 책임지는 거다. 애프터 서비스, 모르냐?”
이 양반, 검 다 만들어서 이제 볼 일 없을 줄 알고 아쉬워하는 건가.
“검에 문제 생기면 꼭 와라. 알겠냐? 절대 너처럼 시큰둥한 꼬맹이를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고.”
맞네, 아쉬워하는 거.
“그럴게요.”
이런 가운데 내 품에서 카르나스가 쏙, 고개를 내밀었다.
“끼륵!”
불바크는 잠시 놀랐다가 씩 웃으며 카르나스에게 고마워했다.
“아, 그래. 요 녀석도 있었지. 뭔지 모를 녀석아, 네 덕분에 이 꼬맹이 검을 완성했다. 고맙다.”
“끼-륵!”
카르나스는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들다 문득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불을 가두는 아티팩트를 향해 앞발을 내밀었다.
“끼륵! 끼륵!”
불바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아티팩트를 가져 왔다.
“이거 말이냐?”
“끼륵!”
나는 카르나스의 의도를 알아채고 피식거렸다.
“선물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요.”
불바크가 아티팩트를 내려놓자, 카르나스는 내 품에서 뿅 튀어나와 허공에서 날개를 퍼덕였다.
그러더니-
“끼르으으윽!”
화르르륵!
강렬한 화염을 토해내며 아티팩트를 뒤덮었고, 이내 아티팩트 안쪽은 시뻘건 불길로 일렁였다.
“끼-륵!”
불길을 다 뿜어낸 카르나스가 다시 뿌듯한 표정이 되어 내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티팩트 안쪽은 이전에 내 검을 만들기 위해 불길을 채웠을 때처럼 더 강렬하게 타오른다.
“잘 쓰세요.”
“끼륵!”
불바크는 카르나스가 채워 준 아티팩트를 멍하니 들어 올리더니 중얼거렸다.
“……다음에도 와라. 꼭이다.”
나는 멍한 불바크에게 웃어 보였다.
음.
검도 얻었겠다.
이제 그럼 테스트나 한번 해보러 가 볼까?
* * *
켈타스 교수는 아카데미를 발칵 뒤집은 일련의 사건들에 별달리 신경을 안 쓰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자율전공학부가 마법학부와 별다른 접점이 없기도 했지만…….
켈타스 교수 자체가 본인 일이 아니면 신경 자체를 안 쓰는 유유자적한 성격이었기 때문.
거기에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도 있다.
“후후후. 이거 다 마시려면 10년은 걸리겠군.”
바로 이번에 큰돈을 벌어 평소 벼르기만 했던 술 컬렉션들을 구입했던 것.
무려 크라운 금화 1천 개 이상.
토벌대 베팅에서 데인에게 건 결과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학부 부문에도 걸어 보는 건데.”
켈타스 교수는 데인의 실력을 잘 안다.
그런데 설마 학부 부문까지 1위를 할 줄은 몰랐다.
덕분에 여러 곳에서 축하를 받긴 했지만, 입맛이 꽤 썼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기특한 제자 녀석 덕분에 1년 치 봉급을 훌쩍 넘어가는 돈을 단번에 벌었다.
“좋아. 어느 놈부터 마셔 볼까…….”
켈타스 교수가 입맛을 다시고 있던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님, 수업하러 왔습니다.”
“…….”
맞다.
그랬었다.
오늘은 매주 수업이 있는 날이다.
하필 오늘이라니!
“젠장, 날짜를 착각할 줄이야.”
나이를 점점 먹어서 그런가.
요즘 들어 깜빡깜빡하는 일이 잦아진다.
“어쩔 수 없지.”
후다닥 끝내고 마시는 수밖에.
마침 잘됐다.
검을 휘두른 후 마시는 술 한 잔은 그야말로 일품.
“들어오너라.”
하지만 켈타스 교수는 곧 오늘 수업이 그리 일찍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건 또 뭐냐?”
켈타스 교수는 데인의 허리춤에 달린 새로운 검을 단박에 알아보았다.
“아, 새로 만든 검입니다.”
“어마어마한 놈을 만든 것 같은데.”
데인은 씩 웃어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물론, 검 때문만은 아니다.
“그새 또 성장했느냐?”
“못 속이겠네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왔는데.”
“허. 겉으로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다른데.”
켈타스 교수는 혀를 내둘렀다.
이 녀석은 매주 볼 때마다 강해지는 것 같다.
‘이러다 이 녀석 졸업 즈음에는…… 추월당하는 거 아닌가?’
신입 주제에 이렇게나 강한데 졸업할 즈음에는 과연 어떨까.
“안 그래도 더 강해진 것 같아서 오늘 꽤 기대하고 왔습니다.”
“새로운 검도 시험해 볼 겸 말이냐?”
“네. 단단한 걸로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켈타스 교수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네 검이 제아무리 단단하다고 무슨 소용이겠느냐. 내가 든 검은 안 부러진다.”
당연한 자신감의 표출이다.
검의 강도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는 게 바로 검술의 세계.
“그러면 오늘 한 수 배우는 게 되겠네요.”
히죽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싶었다.
조만간 황실로 간다는 건 알고 있는데, 설마 황제 앞에서도 저럴까 걱정이다.
‘그래도 재미는 있겠군.’
황제 앞에서 자신감 넘치는 아카데미 신입생이라.
그 녀석이 자신의 제자라면 그것만큼 즐겁고 흥미로운 일도 없을 테지.
“좋다. 오늘도 진검으로 대련이다. 한 명이 지칠 때까지 한다.”
“좋습니다.”
그리고 대련이 시작된 후-
켈타스 교수는 곧 깨달았다.
텅그렁!
“…….”
“반으로 갈라졌네요. 새로운 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데인의 새로운 검이 생각 이상으로 날카롭고 단단하다는 것.
그리고.
“옷도 갈아입어야겠구나.”
데인의 실력이 더 올라갔다는 것.
켈타스 교수는 찢어져 나풀거리는 자신의 상의를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전에는 연습용 검으로 옷깃을 건드렸다면, 이제는 진짜 검으로 자신의 옷을 찢어 놓고 있었다.
만만히 볼 상황이 아니다.
‘이거, 이제부터는 실력 좀 끌어올려야겠군.’
켈타스 교수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