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5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58화
105. 그럴 거면 나 주라
숲지기의 역할은 문자 그대로 놓고 보면 간단하다. 숲을 가꾸고, 관리하고, 침입자를 막는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할 일이 만만찮았다.
매일 숲을 한 바퀴씩 돌며 숲의 생태계에 이상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만 해도 한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침입자를 막는 것도 같이 겸한다.
숲을 돌며 경보장치들을 매일같이 점검하기 때문.
관리하는 건 또 어떤가.
문제가 생기면 즉각 조치해야 한다.
그게 바로 숲지기의 역할.
특히,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생태계’를 보존하며 마물과 동식물이 살아가는 이곳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어디서 왔는지 모를 ‘죽음의 나무’가 하룻밤 새에 거대하게 자라났던 것이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
숲지기 캇사르는 순찰을 돌다 이를 발견하고 미친 듯이 도끼질을 했던 것.
하필 통신 수정구도 이날 따라 까먹고 두고 온 상황.
그래서 이대로 숲지기 인생도 끝나고 본인 인생도 끝나는 줄로만 알았는데…….
“살았다, 데인 소그레스. 네 덕분이야.”
캇사르는 그야말로 구사일생했다.
정말 타이밍 좋게 나타난 데인 덕분에 죽음의 나무를 베어낼 수 있었던 것.
“운이 좋았죠.”
“그래. 내가 운이 좋았지. 너는 그게 실력이고!”
솔직히 데인도 그게 될 거란 생각 자체는 안 했다.
그냥 해본 것뿐.
정 안 되면 카르나스를 불러내 아예 불태울 생각이었으니까.
아마 그것도 통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여하튼 새로운 검을 아주 잘 써먹은 셈이다.
물론 불바크가 알면 어처구니없어할 것이다.
첫 ‘실전’에서 ‘고작’ 나무나 베었으니까.
“넌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냐? 너희들, 숲 앞쪽 공터에서 수련하는 건 내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긴 했다만 이런 녀석들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캇사르는 사실 공터에 웬 학생 녀석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와르르 몰려와 수련하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숲 안쪽을 침범한 적이 거의 없어 제지하지 않았을 뿐.
가끔 어떤 녀석이 들어와서 토끼 같은 사냥감을 종종 잡아갔던 게 전부였으니까.
“여기는 데인 소그레스. 아카데미 유일의 자율전공학부 학생이고…….”
이쯤 되자 레일라가 나서 하나둘 차례로 소개했다.
캇사르는 멍하니 그 소개를 듣고 있다가 문득 데인이 말했던 제안을 다시 꺼냈다.
“아무튼 너희들이 누군지는 잘 알겠고, 그래서, 이 숲에서 뭘 어쩌겠다고?”
“놀기 좋게 생겼다는 거죠.”
“놀기 좋게 생겨?”
이 녀석들이 보니아의 숲을 뭘로 보고.
“여기가 무슨 정원인 줄 알아? 여긴 마물도 있고 위험한 독초도 수두룩하다고!”
그리고 거기까지 말한 캇사르는 스스로 침묵에 빠져 버렸다.
생각해 보니 저 거대한 죽음의 나무를 단칼에 베어 버린 녀석과 그 친구들이다.
“……죽으면 내 책임이야.”
“그럴 일은 없을걸요.”
“맘대로 해라.”
캇사르는 그냥 허락해 버리고 말았다.
생각해 보면, 이 녀석들 덕분에 숲이 날아가고 숲 주변이 초토화되는 걸 막지 않았는가.
그 정도 빚이 있는데 못 해줄 것도 없는 이야기.
숲에서 수련하게 해 달라는 부탁 자체가 좀 이상하긴 하다만, 뭐 어떤가.
“근데 뭘 하려는 거냐? 수련이라면 공터에서 해도 충분할 텐데.”
“암살…… 아니, 함정이랑 연금술이요.”
방금 뭔가 들은 것 같은데.
잘못 들었겠지.
아카데미와는 전혀 안 어울리는 단어였으니까.
“구경해도 되는 거냐?”
안 그래도 심심하긴 했었다.
숲지기 생활이 워낙 지루하니까.
잘 따르는 동물들이나 그럭저럭 면식이 있는 마물들 덕에 아주 심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디 사람에 비하겠는가.
“그럼요. 아, 혹시 마물 처리가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수련의 일환이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그래? 안 그래도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한 녀석들이 있었는데. 어디 보자…… ‘데니카루’ 처리, 가능하냐? 숲 북서쪽에 서식하는 녀석들인데, 요새 개체 수가 좀 심하게 늘어서 말이야.”
데니카루.
작은 몸집의 하이에나를 닮은 마물.
그리 높은 위험도의 마물은 아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저학년들이 상대할 수준은 아니다.
캇사르가 알기론 그랬다.
“데니카루면 우리가 토벌에서 상대했던 녀석들보다는 쉬운데?”
“그러게. 데인. 나랑 도리안이 한번 가 볼까?”
“선생님. 맡겨만 주시면 해 내보이겠습니다.”
“데인. 나도, 나도. 나 활 연습하는 김에 해보고 싶어.”
그런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서는 녀석들.
심지어 데인이란 녀석은 망설이는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난 그럼 뒤에 빠져 있는다?”
“좋아! 참, 너도 갈 거지? 알투르?”
“무, 물론이지.”
이걸로 순식간에 다섯 명의 간이 토벌대가 결성되었다.
데인까지 여섯이지만, 데인은 이번에 안 나서기로 했으니까.
덕분에 캇사르는 그저 어이가 없었다.
‘당최 뭐 하는 놈들이야?’
뭐 하는 녀석들인지는 곧 알 수 있었다.
* * *
곧 방학이 되면 우리는 고행을 가든 하바로스크 산맥을 가든 적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런 의미에서 실전은 많을수록 좋다.
백날 공터에서 수련하는 것보다 한 번의 실전이 더 효과적으로 먹힐 때가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개체 수 조절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간이 마물 토벌은 훌륭한 기회다.
나야 뭐 전생의 경험이 충분하지만 얘들은 아니다.
그런고로, 레일라와 도리안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프리실라가 받치며 알투르와 어니스트가 지원 사격을 날리는 진형은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레일라 선생님, 왼쪽입니다!”
“봤어! 오른쪽 조심해!”
“아이 씨, 이 마물 새끼가!”
“마법 날아간다, 수그려!”
“오, 또 맞췄다! 오늘따라 시위가 잘 당겨지는데?”
녀석들은 마물 데니카루를 만나는 족족 아주 작살을 내놓고 있었다.
데니카루는 무리를 이루는 마물.
그런고로 개별 전투력은 약해도 뭉쳤을 때의 위험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데니카루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이게 뒤질라고!”
부상자가 없는 건 프리실라 덕이 아니다.
정확히는, 프리실라가 신성력으로 누군가를 치유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니다.
“살살해, 프리실라.”
“후. 내가 진짜 토벌에서 몸이 얼마나 근질근질했던지…….”
프리실라는 신성력을 두른 주먹으로 데니카루를 쥐어패고 있었으니까.
“이걸로 끝.”
“몇 마리 잡은 거지?”
“한 30마리? 더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데니카루 서식지 정리는 순식간에 끝났다.
덕분에 캇사르는 멍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혹시 저 녀석들도 너처럼 강한 거냐?”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강한 녀석들이죠.”
“합이 아주 좋던데. 서로 다른 학부 녀석 같은데 신기하구나.”
“그러게요.”
나도 좀 신기하긴 하다.
토벌을 기점으로 다들 실력들이 확 올라간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일선에서 데니카루들을 사정없이 베어 넘긴 레일라가 그랬다.
저러다 세 번째 코어도 금방 달성하겠는데.
검술과 근성은 받쳐 주니, 저 녀석도 손에 꼽히는 검사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이제 여기 수련 장소로 써도 되는 거죠?”
“……적어도 위험하진 않겠구나.”
캇사르는 결국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그렇게 앞마당에 이어 보니아의 숲까지 놀이터로 사용하게 되었다.
“데인, 근데 여기서 무슨 수련을 한다는 거야?”
한바탕 시원하게 검을 휘두르고 온 레일라가 묻자 나는 아공간에서 함정들을 꺼내 들었다.
“함정 대비 훈련.”
“함정 대비?”
“나나 어니스트야 어느 정도는 알지만, 너희들은 모르니까.”
함정에 대한 지식은 책을 봐서 느는 게 아니다.
직접 설치해 보고, 해체도 해보면서, 실제로 겪어도 봐야 한다.
물론 얘들이 다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경험’은 있어야 위험한 상황에는 안 빠지겠지.
“그거 괜찮다.”
여기에 다수의 마물들도 있는 만큼,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할 때마다 상대해 주면 경험도 오를 테고.
“우리 실력 쭉쭉 오르겠는데?”
기대된다는 듯이 말하는 녀석들을 보며 난 피식거렸다.
과연 얘들이 함정 훈련 시작하고도 저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어니스트, 함정 관련해서는 네가 수련 담당 좀 해줄래?”
“좋아!”
그럼 함정 쪽은 됐고.
“끼륵!”
이런 가운데 카르나스가 뿅! 하고 튀어나와 숲 사이를 날기 시작했다.
“여기 마음에 들어?”
“끼-륵!”
그러더니 녀석은 멀리 있지 않던 마물 한 녀석 앞에 사뿐히 내려앉더니, 고개를 치켜드는 것이 아닌가.
마치 자기가 왕이라도 된 양.
“쟤 뭐 하니?”
“음, 서열 정리?”
“신기하다. 드래곤이니까 마물들이 알아서 복종하는 건가?”
신기하게도 덩치가 열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카르나스 앞에서 마물이 벌벌 떨고 있었다.
“끼르윽!”
카르나스는 –본인이 생각하기에-위엄 가득한 표정으로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웃긴 녀석이라니까.
복종하는 저 현상, 연구해 볼 만하겠는데.
“드, 드, 드, 드래곤?”
이런 와중 뒤에서 들려오는 경악하는 소리.
보나 마나 알투르였다.
나를 비롯한 다른 녀석들은 그게 뭐 대수냐는 표정이었고, 알투르는 입을 쩍 벌린 채다.
“노, 농담하는 거지? 나 놀리는 거지……? 에이, 누가 봐도 새끼 와이번인데…… 가, 가만. 소환한 흔적이 없는데?”
알투르는 제멋대로 혼란스러워하며 멍한 채였다.
뭐, 나중에 알아서 깨닫겠지.
난 내친김에 레일라에게 물었다.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고 말해 뒀지?”
“그럼. 그리고 어디 가서 말할 녀석도 아니잖아? 너 덕분에 니륵시온 마탑 취업하게 됐다면서?”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가서 말할 상황은 안 된다.
저기 있는 숲지기도 마찬가지.
“허, 허허허…… 너희 같은 학생들은 처음 본다…….”
카르나스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뭐 어때.
어차피 알 사람들은 나중에 다 알게 될 텐데.
다만 카르나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괜찮을 때만 이렇게 존재를 공개하는 것뿐.
언젠가 누가 알게 되더라도 건드릴 수 없을 만큼 더 강해지면 그만이다.
“드래곤은…… 전설 속의 생물 아니었어……? 와이번으로 농담하는 거지? 그치……?”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가 중얼거리는 알투르를 내버려 두며 마침 신이 난 어니스트를 발견했다.
새로운 장소라면 남의 집 화장실이래도 흥분할 녀석.
“데인, 데인!”
“그래. 탐험하고 와. 대신 알투르랑 도리안 데려가. 혼자 가면 안 돼.”
하지만 위험을 감수시킬 필요는 없다.
“좋았어!”
나는 어니스트가 신이 나서 뛰어가는 걸 바라보며 피식하다 레일라에게 물었다.
“레일라.”
“응?”
“이 나무 말이야.”
나는 지금 ‘죽음의 나무’ 앞에 서 있었다.
“이걸 통째로 아공간에 넣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지?”
“말이라고 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내가 자른 죽음의 나무다.
얼마나 큰지 이걸 통째로 넣을 방법이 아예 안 떠오른다.
고대의 마력이라면 염력을 활용해 옮길 수야 있겠지만, 이 거대한 걸 둥둥 띄워 가는 것도 웃긴 일.
“그럼 일단 조금 쪼개야겠네.”
나는 내 아르카니움제 검과 죽음의 나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검으로?”
“응.”
“쪼갠다고?”
“응. 써먹거나 팔려면 약간은 잘라 가야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불바크에겐 비밀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검을 장작 패는 데 쓴 걸 알면 아주 난리가 날걸.
그런데 또 이만한 검도 없다.
마력만 충분하다면야 뭐든 죄다 싹둑싹둑 자르니까.
“……그럴 거면 나 주라.”
이 쓰임새 많은 검을 아깝게 왜 주냐.
가만.
카르나스의 불길이 아니면 변형이 아예 없을 정도니, 고기를 꽂아 불에 구워도 될 것 같다.
전생에서 부러진 창대에 고기 꽂아서 구워 먹으면 그렇게 천국이었는데.
나중에 한번 해 봐야지.
“근데 이걸 어디에 쓰려고?”
“쓰임새가 많다고 했으니, 가지고 있으면 어디에든 쓰이지 않을까?”
뭐든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법.
어디 보관하느라 창고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안 쓰는 아공간에 대충 넣어 두면 될 것이다.
스릉.
나는 검을 뽑았다.
나무를 쪼개기 위해.
“아무리 봐도 데인 넌 진짜…….”
레일라의 한탄 속.
제국 최고의 야장이 보면 통탄할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