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1988 RAW novel - Chapter 34
제34화 돈의 맛 (8)
동수가 퇴근하여 거주지로 들어왔더니 어머니와 수정이가 소호 거리에서 쇼핑을 마치고 이미 돌아와 있었다.
“어머니, 쇼핑은 잘 했습니까?”
“그럼.”
“오빠, 정말 좋은 것들이 많았어.”
“돈은 부족하지 않았어?”
“안 그래도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써버려서 은행에 가서 20만 달러 더 뽑았는데 그것도 다 썼어.”
“흐음, 4만 달러로도 부족하여 20만 달러를 더 쓰다니 제법 쓰는데?”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내일 또 은행에 가서 50만 달러 정도 찾은 다음 더 쇼핑할 예정이야.”
“그럴 필요 없다.”
동수가 피식 웃으면서 명품 지갑을 꺼내더니 뱅크 오브 아메리카 은행의 플래티넘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호기심에 수정이가 받더니 앞과 뒷면을 살펴보았다.
“이게 무슨 카드야?”
“뱅크 오브 아메리카 플래티넘 신용카드인데 일일 한도가 1천만 달러니까 마음껏 써도 된다.”
“우와, 1천만 달러나 된다고?”
“그래. 귀찮게 은행까지 가지 말고 그냥 이걸로 어머니와 함께 마음껏 쇼핑을 하면 돼.”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이미 신용카드가 정착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편하게 사용하면 되었다.
“오늘 쇼핑하면서 뭘 샀을지 궁금한데?”
“그럼 보여줄게.”
“지금 말고 저녁식사 후에 보여줘.”
“그럼 그럴까?”
동수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정장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거주지이기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사 도우미들이 저녁상을 푸짐하게 차렸다.
동수와 어머니, 수정이, 경호원들과 함께 모여서 식사했다.
식사 후에 다시 거실에 모여서 수정이와 어머니가 쇼핑하여 구입해왔던 것들을 펼쳐놓고 설명을 해주었다.
가사 도우미들과 경호원들의 선물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가사 도우미들과 경호원들은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동수의 선물도 제법 여러 가지나 되었는데 넥타이를 비롯하여 명품 가죽벨트, 손수건, 남성 향수도 있었다.
동수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어머니와 여동생이 의논하여 구입한 것을 선물 받는 것이기에 돈으로 가치를 둘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사랑과 마음이 담긴 선물은 기분을 좋게 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수정이의 물건들은 한국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으로는 빠르게 수입이 되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품 회사들도 아직은 한국을 소비 시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나마 일본은 인정했다.
어쨌든 루이와 코코를 비롯하여 6가지나 되는 다양한 명품 메이커였다.
안목이 생긴 것인지 대부분 신상품이라서 한국에서는 아직 선보이지 않은 것들이었다.
명품 핸드백과 구두, 주얼리도 있었다.
쇼핑하다가 돈이 부족했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고가의 명품들이니 당연히 돈이 부족했을 거였다.
하지만 내일 쇼핑에는 동수가 준 신용카드가 있었기에 달러가 부족하여 쇼핑을 하지 못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였다.
“오빠, 이번 기회에 엄마랑 나도 신용카드 만들까?”
“좋은 생각이네. 일단은 내 신용카드로 쇼핑을 하고 나중에 은행에 가서 만들어.”
“어, 그럴게.”
“아들, 미국에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하지만 한국은 아직 아닌데 어쩌지?”
“그럼 한국에서는 지갑에 넣어서 보관만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현금을 선호하니 말입니다.”
“그럼 되겠구나.”
어머니와 수정이가 쇼핑한 것들을 살펴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동수의 마음도 흐뭇해졌다.
전생에서는 저런 모습은 보지 못했었다.
돈이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회귀해서 좋은 점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어머니와 수정이에게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했다.
그렇지만 사실대로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믿어줄지 의문이었다.
‘어머니와 수정이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에 굳이 사실대로 말할 필요는 없어. 회귀는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면 되는 거야.’
동수가 더 많은 사업을 성공해서 많은 돈을 벌어 어머니와 수정이가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해줄 거였다.
지금까지 해주었던 것은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도록 말이다.
스윽! 슥슥!
집무 책상에 놓인 각종 서류들을 검토하고 만년필로 승인을 위하여 사인을 했다.
이런 승인한 서류들은 대각선으로 왼쪽에 놓고 보류시킨 서류들은 대각선으로 오른쪽에 두었다.
“흐음, 다했다.”
매일 검토해야 하는 서류들이지만 생각보다는 많지는 않았다.
분류한 서류들을 서류철에 각각 잘 정리하여 넣었다.
이렇게 해놓으면 여비서 캐서린이 가지고 간다.
기지개를 켜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비록 창문은 열 수가 없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만큼은 아주 좋았다.
뉴욕의 마천루를 보자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흐음, 갤럭시 투자회사에서 55층짜리 다우 빌딩을 매입했는데 나도 개인자금을 이용해서 빌딩을 하나 매입해 볼까.”
여유자금이 있는 갤럭시 투자회사이기에 과감하게 55층짜리 다우 빌딩을 2억5천만 달러에 매입을 했었다.
동수 자신의 개인재산은 훨씬 더 많기에 마음만 먹으면 맨해튼에 있는 빌딩을 하나 매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금은 충분하니 구입할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
창밖을 내다보면서 자신의 턱을 만지며 잠시 고민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크라이슬러 빌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빌딩이다.
동수가 마음먹으면 매입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자칫 유명세를 치룰 수도 있었다.
뒤돌아 집무 책상으로 걸어가서는 인터폰을 눌렀다.
“캐서린 비서, 잠시 사장실로 들어오세요.”
-예, 사장님.-
여성정장이 잘 어울리는 금발의 글래머 여비서 캐서린이 문을 열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두 개의 서류철을 내밀면서 말했다.
“부사장 로드리게즈에게 말하여 뉴욕의 마천루 목록을 작성하여 가져오라고 하세요.”
“예? 뉴욕의 마천루 목록을요?”
“그래요. 빌딩을 하나 매입해야겠어요.”
살짝 당황한 캐서린이었다.
불과 얼마 전에 55층짜리 다우 빌딩을 매입했었다.
지금은 갤럭시 빌딩으로 이름을 바꾸어 사용하고 있었다.
입주해 있는 사무실들이 계약이 끝나서 나가면 나중에는 사옥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직원은 없었다.
“예, 사장님.”
“········”
캐서린이 사장실을 나가자 동수가 전자동 커피머신의 버튼을 눌러 커피를 뽑아서 창가로 가서 내려다보면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뉴욕에는 초고층 빌딩들이 아주 많았다.
그렇지만 너무 유명한 빌딩은 피하면서도 맨해튼에 위치해 있으며 높아야 했다.
훗날 9·11 테러로 붕괴되면 곤란하니 그런 빌딩들도 제외였다.
갤럭시 빌딩이 55층이니 60층이나 70층이면 좋을 거 같았다.
완공한지 수십 년이나 된 오래된 빌딩들도 많았는데 그런 빌딩들은 제외하고 10년 이내의 빌딩으로 찾아볼 생각이다.
여비서 캐서린의 말을 들은 부사장 로드리게즈는 즉시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하여 뉴욕의 마천루 목록을 작성하도록 했다.
다음날 오후에 부사장 로드리게즈가 사장실로 찾아왔다.
“사장님, 뉴욕의 마천루 목록입니다.”
“호오, 그래요?”
빌딩의 외관 모습을 찍은 사진과 높이, 층수, 완공 연도까지 자세히 나와 있었다.
비고란에는 매물로 나온 빌딩이나 빌딩에 관해 조사한 내용이 있었다.
앞장에는 주로 유명한 빌딩들이었다.
목록을 넘겼더니 다양한 빌딩들이 펼쳐졌는데 72층짜리 칼리슨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맨해튼에 위치해 있으며 1986년에 완공되었기에 불과 5년 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는 칼리슨 보험회사의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유동성 자금이 부족하여 위기 상황이었다.
보유하고 있던 자산들을 처분하고 있었으며 마침 칼리슨 빌딩도 매물로 나온 거였다.
다만 4억3천만 달러로 워낙 매물가가 비싸서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
55층짜리 다우 빌딩을 2억5천만 달러에 매입을 했었는데 사실 이것도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한 거였다.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72층짜리 칼리슨 빌딩은 아주 비싼 거였다.
4억3천만 달러나 하니 선뜻 나서는 곳이 없는 거였다.
“내가 보기에는 칼리슨 빌딩이 마음에 드는군요.”
“제가 보기에도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4억3천만 달러면 너무 비쌉니다.”
“칼리슨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여 4억 달러에 매매를 한다면 계속 사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임대를 준다고 해보세요.”
“으음, 알겠습니다.”
3천만 달러를 깎는 것이지만 사옥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임대를 준다는 것은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칼리슨 보험회사가 유동성 자금이 부족하여 위기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부도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어려움을 잘 극복하기만 한다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동수의 기억으로도 칼리슨 보험회사가 부도나지 않고 세계적인 보험회사로 우뚝 솟아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수의 전생인 원룸에서 죽기 전에도 칼리슨 보험회사가 부도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었다.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회사였다.
몇 년 후에는 사옥을 되찾으려고 하겠지만 동수가 팔지 않을 거였다.
가치도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고 말이다.
이것은 동수가 미래를 알고 있기에 결정한 것이고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아주 비싸게 매입하는 거였다.
칼리슨 보험회사에 바가지를 쓴 거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부사장 로드리게즈도 너무 비싸기에 깎아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동수의 단호한 결정에 반박하지 못했다.
부사장 로드리게즈가 사장실을 나와 자신의 부사장실로 들어갔다.
유선 전화기를 들어 칼리슨 보험회사에 연락했다.
여비서가 담당 중역을 바꾸어주자 4억 달러에 매매를 한다면 계속 사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임대를 준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안 그래도 매물로 내어놓은 4억3천만 달러는 너무 비싸다고 해서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
얼마나 깎아서 다시 매물로 내어놓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갤럭시 투자회사라는 곳에서 연락이 와서는 4억 달러에 매매를 한다면 계속 사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임대를 준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아무리 자신이 담당이라고는 하지만 결정을 할 수 없었다.
회장에게 보고하여 다시 연락을 주기로 하고는 통화를 종료했다.
걸프전으로 인하여 판매했었던 각종 보험 상품들이 커지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 영향으로 칼리슨 보험회사가 유동성 자금이 부족해졌다.
그게 아니었다면 위험에 빠지지도 않았을 텐데 어쨌든 동수에게는 투자 기회였다.
칼리슨 보험회사는 여러 곳에서 자금을 끌어와서 막고 있었는데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는 칼리슨 빌딩만 처분한다면 그 자금으로 충분히 이번 위기를 넘을 수가 있었다.
시간은 동수의 편이기에 아주 유리한 상황이다.
불과 하루 만에 칼리슨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오더니 약속을 잡았다.
시간을 질질 끌어봐야 좋을 것이 없기에 이틀 후에 갤럭시 빌딩으로 찾아왔다.
칼리슨 보험회사에서 나온 사람들과 부사장 로드리게즈와 변호사 스티브 한까지 사장실에 모였다.
이들은 당연히 갤럭시 투자회사에서 칼리슨 빌딩을 매입하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동수는 갤럭시 투자회사의 자금으로 칼리슨 빌딩을 매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자금으로 매입하려는 거였다.
그제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20대의 동양인이 엄청난 재력가였어.’
‘엄청나다.’
‘이런 사람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다니 정체가 뭐지?’
칼리슨 보험회사는 갤럭시 투자회사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었다.
다만 최근에 갤럭시 투자회사가 투자한 종목마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니 자연스럽게 소문이 나고 있는 상황이라서 관심이 생겼다.
이번에 칼리슨 빌딩을 매입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조사를 해보고는 회사 보유금이 엄청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매매가는 4억 달러로 확정되었으며 대신 칼리슨 보험회사가 그대로 사옥으로 사용하기로 명시했다.
다만 앞으로 5년 동안 사옥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그 다음부터는 매년 갱신을 해야 했다.
5년 후에 빌딩 주인 동수가 기간을 더 이상 연장해주지 않고 ‘너희들 그만 나가라!’ 하면 나가야 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나가라고 한다면 나갈 생각도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72층짜리 칼리슨 빌딩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임대보증금은 없지만 월세는 제법 높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칼리슨 보험회사에서도 불만은 없었다.
변호사가 작성한 부동산매매계약서를 동수가 읽어보고는 사인을 했다.
칼리슨 보험회사 측에서도 사인을 하여 한 부씩 나누어 가졌다.
이로써 계약이 합법적으로 성립이 되었다.
짝짝짝짝!
서로 박수를 치면서 계약을 자축했다.
불과 며칠 만에 동수의 개인재산이 들어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은행의 계좌에서 4억 달러를 송금하여 지불했다.
법률적인 절차도 신속하게 이루어져 72층짜리 칼리슨 빌딩이 동수의 소유가 되었다.
전혀 어려움 없이 깔끔하게 처리되어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