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Day 1 Mana Burst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안젤라 록펠러(1)
파팍!
현우의 손 위에서 푸른 번개가 내달렸다.
“허.”
기가막힌 광경이었다.
신화 등급 아티팩트가 증발해버린 어이없는 상황이었지만. 아쉬움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스스로 봐도 놀라운 결과에 당혹스러움 정도만 느끼고 있을 뿐.
인피니티 코어가 만년빙정의 한기를 재현했던 것도 놀라웠지만. 지금 현우의 손아귀에서 일어난 푸른 뇌전은 단순히 힘의 재현이 아니었다.
‘이건··· 그 이상이다.’
기혈을 타고 내달리는 번개 같은 기운.
창천신공을 운용할 때와는 사뭇 다른 감각이었다.
창천신공으로부터 비롯된 창염은 강(强)과 패(覇)라는 근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신화 등급 아티팩트를 통해. 인피니티 코어에 새롭게 깃든 뇌전의 기운···.
창뢰(蒼雷).
이건 쾌(快)와 패(覇)의 근본을 가진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염과는 비슷하면서도 갈래가 완전하게 다른 새로운 힘.
이 뇌전의 기운이라면···.
주양태 회장이 했던 것처럼. 창천신공과 같은 새로운 신공을 창안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창천신공의 구결을 조금만 수정한다면.
창염과 창뢰.
두 가지의 힘을 합일시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현우의 가슴이 기대감으로 박동질쳤다.
주양태 회장을 뛰어넘을 자신만의 길.
그 길로 향하는 명확한 단서가 지금 현우의 손안에 들어온 셈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인피니티 코어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대체 어떻게 신화등급 아티팩트의 기운을 쏙쏙 흡수하는 건지.
이것 만큼은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가비야의 불꽃 깃털은 이미 각성이 완료된 아티팩트라. 사용할 때 아무런 일도 없었던 건가.’
무엇 하나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평범한 신화 등급 아티팩트는 아닌 게 분명하나. 당장은 어떻게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현우는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하긴, 애초에 아티팩트를 비롯해.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마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전무했다.
1970년에 일어난 대전이 이후.
여러 아티팩트가 발견되었고. 게이트와 던전에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의 원인이나 진실을 밝혀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재해처럼 발생하는 게이트를 극복하고. 던전에서 발견된 아티팩트를 이용하며. 마나라는 새로운 힘에 주목한 마도공학(魔道工學)이 발전했을 뿐.
지금에 와선 더 이상 그 진상과 원인을 밝혀내고. 원래대로 되돌리려 시도하는 이는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미 사회는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마나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지난 5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왔고. 이제 헌터 사회는 세계의 큰 축을 지지하는 질서가 되었다.
그들 중, 오직 블랙 가문만이···.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후.
숨겨둔 야욕을 드러내며 게이트와 마족을 이용해. 인류를 배신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을 뿐.
‘놈들의 진짜 목적이 뭔지. 아직 거기까진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내가 전생을 통해 알고 있는 정보는 서울 방어전까지니까.’
하지만 이제부터 따라잡을 것이다.
정보도 흐름도 모두 현우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번엔 분명 녀석들보다 한발 앞서서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파팍!
현우의 손 안에서 푸른 불꽃과 번개가 허공을 향해 튀어 올랐다.
***
‘네크로맨서와 바벨···.’
정보는 손에 들어왔지만.
막상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엔 모호한 것들 뿐이었다. 일단은 현우가 알고 있던 정보와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네크로맨서라는 존재.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는 녀석이라 그런가. 서울 방어전 당시에도 놈에 대한 목격 정보는 전무했다.
“생각보다 명확한 정보가 없더군요.”
류한나 역시 곤란한 표정이었다.
피에르 나반코프가 죽기 직전.
발악처럼 내뱉은 ‘네크로맨서’와 ‘바벨’에 대해. 최근 며칠간 쥐잡듯 조사했으나. 이렇다 할 만한 성과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네크로맨서···.
녀석은 행방은 물론 흔적도 모호했다.
“블랙 가문 소속의 흑마법사. 활동 연도는 최초 1980년대로 알려져 있고. 네크로맨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흑마법사 답게. 각종 강시나 스켈레톤 등의 언데드를 능숙하게 다루는···.”
“너무 뻔한 정보는 넘기고요.”
“아, 네.”
류한나는 멋쩍게 웃었다.
쓸데없이 말만 굉장히 길어질 뻔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는 몇 가지 없습니다. 블랙 가문 초대 가주의 혈연이라는 점. 그리고 매번 목격될 때마다. 체형이 다른 사람처럼 바뀐다는 증언 정도겠군요.”
“···체형이 바뀐다고요?”
“네, 언제나 검은 로브로 전신을 꽁꽁 둘러싸고 다녀서. 정확한 얼굴이나 신원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로브 겉으로 드러나는 체형마저 매번 달라진다고 합니다.”
쓰읍···.
현우는 마른 침을 삼켰다. 고작 이걸로 녀석을 정면으로 상대할 준비가 갖춰졌다기엔 정보가 너무 적다.
네크로맨서는 전생에서도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기에 천무그룹의 정보망에 잡힌 적이 없었다.
“약점은요?”
“그건···.”
류한나는 입술을 핥았다.
그녀는 자세한 정보는 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워낙 신출귀몰한 녀석인 탓에. 제가 소속되어 있던 무영대(無影隊)에서도 많은 정보를 수집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무영대가 수집하지 못한 거라면. 녀석이 아주 조심스럽다는 거겠죠.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네요.”
“아무래도 흑마법사인 만큼. 굳이 약점을 꼽자면 신성력과 상극이 아닐까 추측하는 의견 정도는 있습니다.”
“신성력이라면···.”
교황청 뿐이다.
당대의 성녀인 아그네스 그레고리오.
확실치 않은 추측일 뿐이지만. 그녀가 지닌 신성력 정도라면 네크로맨서와 충분히 맞대결을 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황청은 중립 세력이다.’
웬만한 일엔 움직이지 않는다.
본인들이 나서는 것부터가 균형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극도로 보수적인 집단.
그 때문이었을까.
서울 방위전이 시작되기 직전.
교황청이 위치한 바티칸은 세 개나 되는 게이트의 동시 발생이라는 역대급 재난에 처했지만. 그들을 위해 나서는 집단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렵겠군요.”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
교황청은 정말로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어떤 사건에서든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만들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네크로맨서를 직접 상대하거나.
가급적 녀석과의 접촉을 피하고. 녀석보다 한발 앞서 바벨을 공략하거나.
결국 방법은 둘 중에 하나로 귀결된다.
개중에서 그나마 쉬운 방법을 선택하라면 역시 후자. 녀석보다 한발 앞서 바벨을 공략하는 방법이 되겠지.
다행히 바벨의 공략법은 대강 알고 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했던가. 공략법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
세계 7대 미공략 던전 중의 하나였던 만큼.
실제로 최초의 공략 성공 사례가 나오기 전까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도전이었다.
물론,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들은 많았고.
불가능에 도전하지 않는다 해도. 바벨 내부의 마족이 드롭하는 소재는 벵갈루루라는 도시는 물론. 인도 전체 경제를 좌우할 정도로 값이 나가는 것들 투성이었으니.
여전히 바벨을 드나드는 헌터는 하루에도 수 천명은 가뿐히 넘기고. 벵갈루루에 상주하는 헌터만 해도 약소국의 헌터 인구를 한참 웃도는 숫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록펠러 가문의 금지옥엽 막내 영애.
안젤라 록펠러가 이끄는 공략팀이 최초 공략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공개되었고. 헌터 사회 전체는 충격에 휩싸였다.
‘세계 7대 미공략 던전. 그 중 하나가 공략이 가능했다는 것이 드러난 순간. 남은 여섯 개의 던전에 대한 수요는 폭증했다.’
바벨의 보상이 무엇이었는지.
안젤라 록펠러가 극비에 부쳐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대단한 보상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장장 몇 달이라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의 헌터 길드와 가문은 후끈 달아올랐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남은 여섯 개의 미공략 던전을 파훼하기 위해 열을 올렸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후로 공략된 던전은 바벨을 포함해 다섯 곳. 나머지 둘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카타콤 던전의 공략 성공 소식이 있고 정확히 3주 뒤에 서울 방어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바벨의 공략법은 간단했다.’
바벨 최상층의 보스격 마족.
‘아수라’는 모든 상처를 단숨에 회복하는 재생의 불꽃을 두르고 있다.
물리적 공격과 마법에 대한 내성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그야말로 불사신에 가까운 존재.
‘그 재생의 불꽃을 파훼하는 게 핵심이지.’
다행히 방법은 기억하고 있다.
안젤라 록펠러의 공략팀은 ‘천생의 바주라’라는 유일 등급 아이템을 사용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이템이 있는 곳은···.
“사막 투기장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예?!”
류한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중동의 아라비아 사막.
3개월 간격으로 개최되는 사막 투기장은 여러 헌터가 명예와 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행사였다.
헌터는 목숨을 걸고.
관객은 돈을 거는 욕망의 행사.
천생의 바주라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한 달 후. 개최될 예정인 사막 투기장의 챔피언에게 주어질 우승 상품이었다.
***
크노스 섬.
카일리 가문의 라비린토스.
“그래서···.”
마야 카일리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또 뭐가 필요하신 거죠?”
“저번에 약속했던 던전 공략권. 혹시 그걸 다른 걸로 대신 받을 수는 없을까 해서 한 번 물어보러 왔습니다.”
“카일리 가문의 은인, 주현우 님이 필요하신 거라면 뭐든 구해 드려야죠. 어떤 건지 말씀만 해주세요.”
그녀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 없는 걸 요구해도. 직접 만들어서 대령해주기라도 할 기세였다.
“사막 투기장 참가권이 필요합니다.”
“···티켓 말씀이신가요?”
소위 ‘티켓’이라 불리는 투기장 참가권.
매회 엄청난 보상과 판돈이 오가는 행사인 만큼. 사막 투기장은 출전하고 싶다고 해도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명성과 실력이 검증된 헌터.
그게 바로 사막 투기장의 주최측이 내걸고 있는 출전 조건이었다.
“으음, 잘 이해가 안 되네요.”
하지만 마야 카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당연히 사막 투기장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은 아니었다.
현우가 그걸 원할만한 이유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현우 님이라면 사막 투기장 참가권쯤이야 어렵지 않게 구하실 수 있을 거에요. 저한테 부탁하실 필요도 없이. 연락 한통 정도면 하루도 안 걸릴 텐데···.”
“천무그룹의 주현우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얼어붙은 요툰헤임 던전에서 느꼈던 다니엘 블랙의 존재. 녀석 역시도 현우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했다.
“···아아.”
마야 카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 마디로 현우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신분과 정체를 완벽히 숨기고 투기장에 참가하길 원하시는 건가요? 그거라면 저희 카일리 가문에서 어렵지 않게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유는 안 물어보십니까?”
“카일리 가문은 이미 주현우 님께 조건 없는 호의를 약속드렸어요. 설령 그게 안 좋은 목적을 위한 것이라도. 주현우 님이 원하신다면 뭐든 내어드릴 거에요.”
아주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역시 사람 목숨으로 사는 호의가 가장 값진 법. 현우는 테오 카일리의 목숨을 구하기로 결정했던. 과거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주기라도 하고 싶었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가짜 신분과 티켓을 구하는 건. 아마 이틀 정도면 충분할 거에요. 더 원하시는 게 있으면 길어질지도 모르겠지만요.”
“그 정도면 됩니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세상의 모든 물건은 저희 카일리의 손을 거쳐 가기 마련이니까요.”
빙긋 웃어 보이는 마야 카일리.
“참,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신분은 카일리 가문 소속의 헌터로 등록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그건 상관없습니다.”
괜히 무소속으로 나섰다간.
투기장의 시합이 시작되기도 전. 경쟁자를 제거하려 암수를 쓰는 놈들의 목표가 되기 쉬울 테니까.
물론, 반대로 현우가 사고를 일으키면 그 책임은 그녀에게 돌아가겠지만. 어차피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아예 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그런 필요 없는 이야기는 목구멍 뒤로 꿀꺽 삼켜버리고. 여기선 일단 마야 카일리의 배려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준비되면 바로 연락 드릴게요.”
***
사막 투기장을 중심으로.
아라비아 사막 한가운데에 수직 형태로 지어진 개척 신도시 네옴.
“가면이 잘 어울리시네요.”
“···고맙습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흑룡포로 제작된 양복을 평범한 헌터처럼 갈아입었고. 얼굴엔 하얀 민무늬 가면을 썼다. 마야 카일리는 그 모습이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사막 한가운데라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현우는 슬쩍 그녀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마야 님은 왜 따라온 겁니까?”
“어머,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신분은 카일리 가문 소속의 헌터로 등록하겠다고요.”
“그거야 듣긴 했습니다만.”
현우는 뒷목을 긁적였다.
“설마 여기까지 본인이 직접 따라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가문 일로 바쁘신 게 아니었나 해서 말입니다.”
“이것도 카일리 가문을 위한 일이에요. 일단 가면서 말해 드릴게요. 접수 확인부터 끝내두면 좋잖아요.”
그렇게 궁금하진 않았지만.
현우는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
“사실 이번 사막 투기장에서. 저희 카일리 가문이 주현우 님께 거액을 베팅할 생각이거든요.”
“···저한테 말입니까?”
“우승하실 거잖아요?”
그건···.
그럴 생각이긴 했다.
현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카일리 가문 소속의 무명 헌터. 모든 쟁쟁한 경쟁자를 꺾고 사막 투기장의 새로운 챔피언이 되다!”
반짝 눈을 빛내는 마야 카일리.
“자, 벌써 돈 냄새가 나지 않나요?”
“아, 예···.”
그때, 현우의 코에도 정말 돈 냄새가 났다.
비유적인 표현은 아니었다.
헌터의 감각은 일반인 이상으로 예민하다. 창천신공을 익힌 현우는 헌터 이상의 오감을 지니고 있었고···.
그 후각에 돈 냄새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럼 이거라면 어때요!”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
후두두둑─
검은 가방에서 지폐 다발이 우르르 떨어졌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눈이 돌아갈 광경이지만. 지폐 더미 앞에 서게 된 접수원의 표정은 달랐다.
“이, 이렇게 돈을 주셔도 안 됩니다!”
“어째서 안 된다는 건가욧!”
여성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현우와 마야 카일리의 시선이 동시에 그쪽을 향해 돌아갔다.
“아가씨도 아시다시피. 사막 투기장은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 곳입니다! 저희가 출전을 승인해 드렸다가. 자칫 아가씨의 신변에 문제라도 생기면···.”
“내가 그 정도로 약해 보여요!?”
“그, 그건 아닙니다!”
“하! 좋아요!”
까딱, 여성이 고개를 기울였다.
뒤에 서 있던 검은 정장의 사내가 아공간 포켓에서 또 하나의 검은 가방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수북하게 쌓이는 지폐 뭉치.
접수원의 표정이 이제는 곤란함을 넘어.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변했다.
‘···벌써 마주치게 될 줄이야.’
안젤라 록펠러.
록펠러 가문 가주의 금지옥엽이···.
속된 말로 ‘돈지랄’을 시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