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Instruction Manual RAW novel - Chapter (1754)
회귀자 사용설명서 1754화
중원무림빙의 (159)
아무리 꼬물이가 원숭이처럼 보였어도 그렇지….
‘진짜 미친 인간 아니야? 이거? 제정신 아닌 거 아니야?’
쓸데없는 잔소리보다 예전에 매번 해주었던 것처럼 지도대련을 해주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머릿속에 있는 기억은 희미해졌겠지만 몸에 익은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꼬물이 역시 ‘아버지’라는 단어를 내뱉은 이후에 무척 당황하고 있는 듯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결론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 너무나 익숙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그 단어를 내뱉은 것이다.
갑작스레 펼쳐진 가족 모임에서 본인이 가장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아니, 근데 얘가 진청영을 아버지라고 불렀던 적이 있었나?’
그것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을 되돌려 보아야겠지만, 현시점에서 중요한 건 얘가 진청영을 아버지로 불렀는지 부르지 않았는지에 대한 여부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꼬마 복면이 진청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아니. 시바. 미쳤어요?! 이 양반 진짜 미쳤나 봐!! 도대체 시바!! 뭘 하고 있는 거예요? 진짜.
-…….
-아주 티를 내요. 티를 내. 내가 네 애비라고 광고할 일 있어요?! 한소리 한 건 이해하는데! 그 타이밍에 지도대련은 좀 아니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 어떻게 하려고 그런 건데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그런 미친 짓거리를 한 거냐고요!
-제길… 도대체 누가 지도대련을… 해주었다는….
-그게 지도대련이 아니면! 시바! 도대체 뭐가 지도대련인데요?! 누가 봐도 지도대련 한 거 맞구만! 시바! 여기로 움직이라고 가르쳐 주고,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유도해 주고, 움직이는 방법까지 전부 다 가르쳐 줬잖아요!!! 그럼 방금 게 생사결이었다는 거예요? 군사님이 보기에는 그게 생사결이었어요?!
-…….
이 새끼가 할 말이 있을 리 만무하다.
분명히 본인도 본인이 멍청한 짓거리를 했다는 걸 깨닫고 있을 것이다.
-내, 내가 알아서 컨트롤하겠다.
-두 번 알아서 컨트롤하면 아주 복면까지 벗어버리겠네. 시바. 지금 군사님이 무슨 짓을 한 줄 알아요?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고요!
-입 다물어라. 이기영. 저 멍청한 놈이 우리가 전음으로 서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으니.
-그걸 아는 양반이! 시바! 지도대련 해주고, 잔소리도 해주셨어? 아주? 참 대단하십니다. 대단하셔. 자식 사랑이 아주 끝이 없으셔… 와 진짜 가족을 위해 최선을 위하는 가장이야… 대단해. 아주 차암 대단해… 아주 상 받으셔야 해! 아주 대단해!!
-…….
-잘해줄 거면 진즉에 잘해줬어야지. 시바… 8년 동안 꼬물이 혼자 두지 말고 태어났을 때부터 달려와서 잘해줬어야지. 왜 지금 와서 아버지 행세하려고 하다가 이 사달을 만드냐고!!!
-누가 아버지 행세를 하려고 했다고 하는지. 나는 그저… 저 멍청한 놈이….
-어떻게 할 거예요?! 어떻게 할 거냐고!!!!! 어떻게 할 거냐고!!!!!!
-입 다물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이기영!! 제기랄!!!
-어떻게 할 거냐고오!!!
-제기랄!!! 나도 알고 있으니 그만 좀 하란 말이다!!! 제길!!!! 지금 네놈이 정신 사납게 하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단 말이다!!!
-이 양반이! 시바!!! 지가 뭐 잘한 게 있다고 소리를 질러?!!! 어려지니까 평소보다 감수성이 올라오기라도 했나 봐?!
-…….
‘이제 무시하려고 하자너.’
도대체 뭘 컨트롤 하겠다는 건지, 뭘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방법이 사마영을 공격하는 방법이라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물론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내가 모용화연이라는 걸 들키지 않게 해주는 응급 처치지… 시바 네가 의심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자너.’
“…….”
‘그리고 갑자기 시바 무공을 바꾼다고 그게 먹히겠냐고. 의심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확실히 방금 전과는 느낌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다.
지도대련 때는 부드러움과 곡선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그쪽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살기가 가득 들어차 있는 공격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면 그냥 생각할 시간을 없게 만드는 게 목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평소와는 다르게 몰아치듯이 손을 휘두르고 지공을 쏘아 보내고 있는 모습. 정체불명 반로환동의 노고수의 특기가 지공이라는 걸 제발 알아달라는 듯한 모양새였다.
본래의 진 군사가 지공을 즐겨 사용하지 않았으니 억지로 지공을 더 쏘아 보내고 있는 것이다.
“…….”
“…….”
‘봐. 그게 먹히겠어?’
하지만 믿을 수 없게도 먹히고 있다. 당장 숨 쉴 틈도 없이 뿜어져 나오는 지공에 꼬물이가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평범한 지공도 아니다. 여기저기에서 날아오고 있는 순수한 내공의 덩어리들이 기형적인 방향으로 꺾이거나 휘며 이쪽을 노려오고 있다.
방금 만든 건지 예전에 만들어 놓은 것인지… 퀄리티 자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는 무공이었다.
‘갑자기 입 닫고 있는 것도 진짜 웃겨.’
갑작스러운 맹공에 우리 꼬물이는 이쪽을 지켜주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손을 뻗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문제가 있다면 하나다.
방금 전까지는 눈앞에 있는 이를 죽이기 위해 손을 뻗고 있었다면… 지금은 저 복면을 벗기기 위해 손을 뻗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었다.
‘시바. 역시 의심하고 있자너. 분명히 의심하고 있는 거자너.’
“…….”
“…….”
콰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넌… 넌 누구지?”
“…….”
“넌 누구냐.”
“…….”
“넌 도대체….”
“…….”
“누구야….”
“…….”
-제가 시간 끌어 줄게요. 그냥 튀어요! 시바! 그냥 튀라고요!!!
-제길….
-그냥 튀라니까요?!
-…….
-느린 게 죄지! 느린 게 죄야! 시바!
“…….”
“…….”
조금, 아니 많이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일단은 가슴을 부여잡는다. 곧바로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하자, 이쪽의 상태가 신경 쓰이는지 전투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꼬물이가 눈에 비쳐온다.
갑작스레 방문이 부서지듯 열리며 심소소가 합류한 것은 바로 그때.
그리고…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곧바로 창문 밖으로 줄행랑을 치는 진청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소소가 와준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심소소까지 지키면서 싸울 수는 없을 테니까.’
원군의 등장이, 오히려 이곳에서 싸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에 도움을 준 것처럼 보였다.
“도, 도련님!”
“…….”
“괜, 괜찮으십니까? 저… 저자는… 이, 이럴 게 아니라 제가… 저자를 쫓겠사옵니다.”
“아니. 쫓아도 소용없을 것이다. 현경 이상의 경지에 도달한 괴물이니….”
“현경 이상… 이라니… 어째서 그런 인물이… 이, 이곳에….”
“그보다는 사마영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먼저다. 혹여나 독에 중독당했을 수도 있음이다.”
“아!”
“뒤틀린 기혈을 안정시켜야겠으니 호법을 부탁하지.”
“맡겨주십시오. 도련님.”
‘아니,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되기는 하는데.’
덕분에 이쪽에서 억지로 기혈을 뒤틀어야 될 상황에 처하게 생겼다.
‘시바.’
잘 움직이지도 않는 내공을 억지로 움직이자, 아니나 다를까 울컥하고 입에서 피가 튀어나온다. 꼬물이의 표정도 한층 더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신경이 복면 꼬마에게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았는데 이제야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심소소가 무척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꼬물이는 혹시라도 늦을세라 이쪽의 상의를 벗긴 이후 등에 손을 대며 내공을 주입한다.
다시 한 번 더 적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 다소 위험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사마영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먼저라 판단한 모양, 다행스럽게도 뒤틀린 기혈은 금방 진정이 되기는 했지만….
‘하… 시바. 큰일 났다.’
“…….”
‘진짜 어떻게 하지?’
“…….”
‘진 군사 시바… 진짜… 시바 진짜….’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떠올리자 머리가 아파올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로군… 단순히 기혈이 뒤틀린 것뿐이다.”
“고생하셨습니다. 도련님. 한데… 방금… 그자는 도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
“현재로서 알 수 있는 건 반로환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괴라는 것.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무공을 사용한다는 것, 지공에 익숙하다는 것, 그리고… 사마영을 노리고 왔다는 것 정도겠군.”
“혹여나 정파에서 온 살수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종의 무공이라 할 수는 없었음이다. 그 정도로 수준이 높은 정종의 무공이라면 내가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세외의 무공이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릴지도… 그리고….”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반로환동한 이가 진청영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일단은 숨기려고 하는 건가?
“…….”
“…….”
분위기만 보면 그렇게 보였다.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이 착각했다고 여기고 있을 수도 있고, 너무 터무니없는 말이라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있을 수도 있다 생각했다.
‘다행이라고 봐야 되나? 암만 생각해도 어이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자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실제로 봤으니까.’
진청영은 확실하게 죽었다. 나 역시도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로 눈을 감은 진청영의 모습을 보고서 녀석의 죽음을 확신했다. 꼬물이 역시 녀석의 죽음을 보고 있었다. 끝까지 눈을 돌리지 않고, 진청영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고, 팔다리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온몸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한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래, 완전히 몸에서… 생명력이 빠져나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그런 모습이라 할 만했다.
아. 진청영은 죽었구나,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구나를 실감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쉽사리 아버지가 살아 있다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꼬물이가 순환자에 대해 알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순환자일 가능성을 열어놓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어린 꼬마 몸으로 들어가서… 갑자기 현경 이상의 경지에 닿았다는 걸 어떻게 믿겠냐고.’
“…….”
‘늙은 노인의 몸으로 들어가서 반로환동 했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을 거고….’
아니, 지금 상태에서 보고 있자면 순환자에 대해 모르고 있을 확률이 더 크다고 본다. 진청영이 빙의했다는 것보다 살아서 반로환동했다는 것을 먼저 떠올렸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
“…….”
뭐가 됐든 간에 일단은… 입을 열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었다.
“후우… 후우… 하아… 그… 지공은 분명….”
“?”
“파성지공(破星指功)이라는 지공이 분명합니다.”
“파성지공(破星指功)?”
“서장(西藏)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무공으로….”
“서장….”
“네. 포달랍궁이 있는 곳입니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할 타이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