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585
585화. 게임(탓)은 정신병 (6)
(전략)
하루가 멀다하고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는 미국에서조차 FPS 게임을 규제하자거나, 청소년들이 FPS 게임을 못 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여전히 게임이 범죄를 일으킨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나 역시 그런 제보를 많이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게임과 범죄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스탠포드 연구팀은 FBI의 연간 집계 범죄 보고서와 지난 30년 동안의 폭력적인 게임의 판매를 대조했지만, 게임이 실제 폭력을 증가시켰다는 어떠한 증거도 얻지 못했다.
오히려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 범죄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는 여럿 존재한다.
이처럼 게임과 범죄 사이에는 별다른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아직도 누군가는 폭력적인 게임이 실제 폭력을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게임 중독과 과몰입이 심할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편이 좋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큼이나 좋지 않으니까.
(중략)
아이스스톰은 한국에서 청소년들만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 대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총 상금 규모는 45만 달러.
쏟아지는 언론과 정치권의 비난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과연 한국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 아이스스톰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귀추가 주목된다.
가장 유명한 게임 저널리스트이자 게임스파크 편집장인 짐 슈나이더가 기사를 쓰자, 한국에서의 일이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알려졌다.
-총기 난사도 아니고, 칼을 휘두른 게 게임 때문이라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억지 아니야?
-ㅋㅋㅋ 총칼(Gun & Knife) 게임이라니.
-대체 한국 정치인들은 왜 저렇게 멍청하지?
-뭐,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비슷해.
-무슨 코미디 같네.
-보란 듯이 청소년 대회를 여는 아이스스톰.
-왜 한국에서만 해? 미국에서도 개최해라!
* * *
[오버클락2 청소년 토너먼트 개최! 총 상금 5억 원!] [게임 규제에 반발해 대회 개최하나?] [시민단체, 법원에 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 [양당 대선 후보, 강하게 비판!]오버클락2 청소년 대회를 개최한다고 하자 역시나 난리가 났다.
언론과 정치인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시민단체는 대회를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LA에 있는 아이스스톰 본사까지 가기에는 좀 멀다고 생각했는지 SW게임즈 앞에서 현수막을 걸고 시위했다.
문제는 컨티뉴 캐피탈이 SW게임즈와 같은 건물에 있다는 것.
난 선우에게 말했다.
“너 때문에 나까지 피해를 보잖아. 어떻게 할 거야?”
“니가 대회 열라며!”
난 선우의 항변을 못 들은 척 하며 바람에 나부끼는 현수막을 보았다.
[묻지마 살인 사건 유발하는 총칼 게임! 즉시 중단하라!] [게임으로 인한 범죄! 게임사가 책임져라!] [사람 죽이는 게임하면 살인자 된다!] [게임은 정신병!]“…….”
보고 있으니 진짜 정신병 걸릴 것 같다.
왠지 몇몇 개는 10년 전 쓰던 현수막을 돌려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단상 위에 선 중년여성은 확성기에 대고 소리쳤다.
“게임을 하면 뇌가 변형되고, 정자 수가 감소합니다! 이런 데도 우리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
라고 하겠습니까!?”
“아니…….”
고작 게임 좀 했기로서니, 뇌가 망가지고 고자가 된다니!
“저기 지금 단상 위에서 말하는 아주머니는 누구야?”
“학부모 단체 안아키 회장이래.”
“안아키?”
“안전하게 아이 키우는 학부모 모임이라는데.”
“흐음.”
게임 못하게 하는 게 안전하게 키우는 건가?
몰려든 시위대를 보니, 왠지 관제 데모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설마 특정 선거 캠프의 지시를 받고 오지는 않았겠지?
당연하게도 대회를 중단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는 법이지.
“그래서 대회 준비는 잘 진행 중이야?”
일반 스포츠라면 이렇게 갑자기 대회를 열기가 쉽지 않았다.
미리 경기장 섭외와 일정 조율 등을 해야 했을 테니까.
그러나 e스포츠는 다르다.
일단 각 지역 PC방에서 경기를 치르게 한 다음, 8강쯤부터 경기장에 모여 경기를 하면 된
다.
“PC방 협회에서 협력해주기로 했어. 발 벗고 나서서 홍보까지 해주던데.”
만약 게임 규제가 본격화된다면 PC방 역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때문에 위기 의식을 느낀 PC방들은 이벤트 대회에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다.
한창 대회 진행에 대해 논의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하이, 미루.]“헬로우, 트리시.”
[뉴욕에는 언제 와요?]“저 한국 온 지 며칠 안 됐는데요.”
[그래요? 그래도 뉴욕이 그립지 않아요?]“뭐, 그렇긴 해요.”
이제는 반쯤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게임스파크 기사 봤어요. 한국에서는 오버클락2를 놓고 난리가 난 모양이네요.]“네.”
게임스파크 편집장 짐 슈나이더는 선우와 매트 쿠퍼 CEO와 화상 인터뷰를 하는 등 이번 사
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청소년 대회를 연다면서요?]“네.”
난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이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사태가 더 커지면 커졌지, 가라앉을 리 없다.
아마 지금 양쪽 캠프 모두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되든 보복에 나서겠지.
“대회는 그냥 여는 거구요. 더 이상 이런 헛짓거리 못 하도록 할 계획은 따로 있어요.”
그동안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에서 실행한 게임 규제가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를 스스로 인정하게 만든다면, 앞으로는 모든 걸 게임 탓으로 몰아붙이지는 못하겠지.
[어떻게요?]“짐 스펜서 사장에게 부탁을 좀 했어요.”
[어떤 부탁이요? ]“마이 크래프트라는 게임 알아요?”
“맞아요. 이 게임을 운영하는 곳이 NS거든요.”
[그래서요?]난 현재 진행 중인 마장 계정과 NS 계정의 통합 작업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트리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그게 이번 일과 무슨 관련이 있는데요?]그저 기존 게임사 계정을 NS 계정으로 통합하는 것뿐.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논란이 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게 한국에서는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거든요.”
* * *
오버클락2 청소년 대회가 열린다고 하자, 양쪽 선거 캠프는 발칵 뒤집혔다.
임창식 선거 캠프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다.
자리에 앉은 임창식은 화를 내듯 말했다.
“이놈들이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정치권이 때리면 엎드리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오버클락2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회를 열겠다고 나섰다.
오히려 정치권의 비난을 홍보에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건 대놓고 싸우겠다고 선언한 거나 다름 없었다.
진송이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역시 이놈들은 말로 해서는 안 돼.’
여가부 장관직에 오른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으리라!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정치권을 얼마나 우습게 보기에 선거철에 대회를 연다고 할까요? 이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크흠!”
대회가 열리면 꼴이 우습게 된다.
그렇다고 강제로 중단시킬 수도 없는 노릇.
이게 무슨 정부 관련 행사도 아니고, 후원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이벤트를 여는 것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박성주는 침착하게 말했다.
“일단 대회를 중단하도록 시민단체를 통해 압력을 넣겠습니다.”
“그 정도로 되겠어?”
“현재 SW게임즈 앞에서도 시위를 하는 중입니다.”
임창식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SW게임즈? 오버클락2를 만든 것은 아이스스톰이라는 미국 게임사라며?”
박성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회사를 SW게임즈라는 한국 회사가 인수했습니다. 회사는 미국에 있지만, 한국 게임이 지배를 하는 셈이죠.”
“그래?”
그러고 보니 관련 기사를 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업계 최대 규모 인수라며 한동안 시끌시끌 했으니까.
“인수 금액이 수십조 원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 돈이 어디서 나서 인수했지?”
“컨티뉴 캐피탈이 지원해줬겠죠.”
“응?”
박성주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SW게임즈가 컨티뉴 캐피탈 소유의 게임사잖아요.”
그 말에 임창식은 벌떡 일어났다.
“뭐!? 그게 정말이야?”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
갑자기 이전의 악몽들이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그가 헛발질한 사건들은 모두 컨티뉴 캐피탈과 관련이 있었다.
GL엔텍 사태, 암호화폐 규제 완화 등등.
‘그런데 이번에도 컨티뉴 캐피탈이라니…….’
때문에 웬만해서는 컨티뉴 캐피탈과 연관된 일은 피하고 싶었다.
만약 이런 사실들을 알았다면 다시 생각해봤을 것이다.
‘서, 설마 이번에는 아무 일도 없겠지?’
* * *
오버클락2 청소년 대회를 둘러싸고 논란이 점점 불 붙는 모양새였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정치인들은 게임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가 학부모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예선 경기는 제휴를 맺은 각 지역의 PC방에서 이뤄졌다.
대회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PC방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경기를 치렀다.
에이튜브와 투위치, 파프리카TV 등에서 스트리머들의 중계가 이어졌고, 게이머들은 집 근처 PC방에서, 또는 인터넷 방송으로 경기를 보며 응원했다.
임창식 선거 캠프 특보 진송이는 라디오 프뢰그램에 출연해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묻지마 살인 사건은 게임 중독이 원인이라고 이미 결론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게임 업계에서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다들 부정하고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이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아주 잘못된 행태입니다.”
아나운서 진세연이 그녀에게 물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과 범죄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족하고, 다른 원인을 더 주목해야한다고 하던데요.”
“다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잔흑하고 폭력적인 게임에 중독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게임사들은 보란 듯이 대회까지 열며 청소년의 건강과 국민 생명에는 아무련 관심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보님께서는 국회의원 시절 4대 중독법과 셧다운제는 규제 정책을 입법하셨는데, 이 법들이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크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떨게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4대 중독법과 셧다운제 모두 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고, 청소년을 보호하는데 매우 훌륭한 법입니다. 저희 후보는 이를 더욱 강화할 생각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진송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게임 심의에서 잔혹성. 폭력성, 선정성을 가장 중요 항목으로 평가해 청소년들이 총칼 게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게임에 대한 판매 금지와 서비스 중단까지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