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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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귀환(5)
다음 도전에서 나는 진법을 파훼했다.
소생연에서의 진법공부가 머리를 좋아지게 했느냐고?
물론 아니다. 대신 안내인이 가져다 준 진법책이 그 진법을 파훼하는 데 결정적인 공부가 되었다. 말은 파훼법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지만, 그가 가져다 준 책자에서 충분히 파훼법을 찾아낼 수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안내인은 밥을 차려주었고 나는 떠먹기만 하면 되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진법의 파훼법은 그 자체에도 있겠지만, 외부에 또 다른 파훼법이 존재했음을.
바로 이 진법을 파훼하기 위해 공부를 하려는 ‘시도’였다. 결국 안내인에게 책자를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또 하나의 파훼법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덕분에 아무런 내공의 소모 없이 진법을 통과했다. 여섯 번째 관문인 진법을 통과했을 때, 내공은 삼분지 이가 넘게 남아 있었다.
일곱 번째 관문은 이십 명의 마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합격술을 익힌 이들이었다.
이번 관문은 합격술의 관문. 그들의 무공실력은 무림맹 단주급이었다. 최고의 합격술을 익힌 이십 명의 단주급 마군들.
그냥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었다.
나는 싸우면서도 이 싸움이 마지막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싸웠다. 어떻게 죽여야 최소한의 내공으로 안전하게 죽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그들과 세 번째 싸웠을 때 깨달을 수 있었다. 이들을 상대할 때 마신결이 아니라 추혼수라검술로 상대하는 것이 훨씬 내공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싸움에 있어 가장 강한 무공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아님을 알게 된 관문이었다.
이렇게 각 단계마다 나는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 * *
천막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상석에 앉은 갈사량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백표는 말없이 그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란이 발견되고 하루가 지났다.
아직도 갈사량은 천란의 처분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란의 피는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 천란의 피가 다 차오를 때까지 그냥 두느냐, 아니면 백표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느냐.
“피가 다 찰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됩니다. 피가 다 차면 분명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그런 일이 무림맹 연무장에서 벌어지게 해선 안 됩니다.”
백표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분명 저대로 두어선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군사 특유의 본능이 결정을 말리고 있었다.
천소선이 왜 저것을 가져다 두었을까?
우리가 치워버릴 것을 모르고 가져다 두었을까?
아닐 것이다. 놈은 당연히 우리가 제거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버젓이 무림맹 연무장 한가운데 천란을 세워두고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진 않았을 테니까.
하면 왜 가져다 둔 것이지?
“만약 함정이라면?”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함정일까? 그냥 치워버리면 간단한 문제를.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함정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 저것을 건드려서 폭발이라도 하는 함정이라면,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을까요? 무림맹 마당에 저것을 가져다 둘 실력이라면 그냥 바로 폭발시키지 않았겠습니까?”
하긴 그렇기도 했다.
갈사량이 천막 밖으로 나갔다. 저 멀리 세워진 천란이 보였다.
천소선은 분명 자신을 비롯한 정파인들이 이것을 보라고 가져다 둔 것일 것이다.
마치 어떤 의식이라도 치르려는 듯.
결국 갈사량이 결정을 내렸다.
“연무장에서 멀리 옮기게.”
그것이 어떤 목적이든 그가 원하는 대로 둘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천란을 옮기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천란이 옮겨질 위치는 무림맹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창고였다. 우선 그곳으로 옮긴 후, 천란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멸마단 고수들이 다가가서 천란을 수레에 실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천란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보이지 않는 막이 그들을 막은 것이다.
수하가 달려와서 백표에게 보고했다.
“보이지 않는 막이 막고 있습니다.”
“뭣이?”
백표가 달려가서 그것을 확인했다. 확실히 막이 천란을 빙 둘러서 막고 있었다. 촉감은 딱딱하지 않고 탱글탱글 부드러웠다. 일종의 보호막 같은 것이었다.
“검으로 잘라라.”
“네.”
무인들이 달려가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이 튕겨져 나왔다.
“검기를 사용해서 제거하라.”
서너 명의 무인들이 멀찌감치 물러나서 동시에 검기를 날렸다.
쉭! 쉭! 쉬이익!
팡! 파앙! 팡!
하지만 보호막은 날아든 검기를 잠시 머금었다가 튕겨내 버렸다.
“내가 직접 하겠다.”
백표가 직접 나섰다. 내공을 극한으로 주입해서 도강을 발출했다.
하지만 보호막은 백표가 날린 강기를 흡수해 버렸다. 보통의 힘은 튕겨냈고, 더 강한 힘은 아예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혹시나 방법이 틀렸나 싶어서 내공을 주입해서 몸으로 밀어붙여 보았다. 하지만 막은 부드럽게 휘어질 뿐 찢어지지 않았다.
결국 다수의 진천뢰가 동원되었다.
꽈아아앙!
하지만 진천뢰에도 보호막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다.
백표가 다시 갈사량에게로 갔다. 이미 갈사량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따로 보고는 필요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백표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비상단계를 청룡령으로 올리게.”
청룡령은 전시상황에 내려지는 비상이었다. 갈사량은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무림맹 내에 무공을 모르는 이들은 모두 다른 지단으로 이동시키게. 또한 본단 인근의 민간인들 역시 멀리 대피시키게.”
“네, 알겠습니다.”
갈사량이 이제는 더욱 음침하고 위험천만해 보이는 천란을 바라보며 차분히 말했다.
“네가 움직이지 않겠다면 우리가 움직여야지.”
* * *
“드디어 도착했구나!”
반복되는 시도 끝에 나는 드디어 성 아래에 도달했다.
성까지 관문은 모두 열셋이었다.
그야말로 다양한 관문들이 있었다. 벌거벗은 미녀 마군들이 섭혼술을 시도하기도 했고, 은신술을 사용하는 마군들이 나오기도 했다. 섭혼과 은신, 둘 모두 최상급의 실력자들이었다.
이후에는 미로진에서 혈투를 벌이기도 해야 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를 미로 속에서 마군들이 끝없이 공격을 가해왔다.
환생한 이후의 남다른 기억력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미로 속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오직 쾌검만을 사용하는 마군들이 나오기도 했고, 중검을 사용하는 이들을 상대해야 했다. 천궁단을 활쏘기 친목모임으로 전락시킬 정도의 실력을 지닌 궁술단과 싸워야 했다.
처음에는 몇 번이나 이 말을 내뱉어야 했다.
이건 미친 시험이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인간이 신이 되는 시험이었다. 애초에 쉬울 수 없는 시험이다.
어쨌든 나는 성까지 도착했다.
이 순간까지 나는 한 가지 법칙만큼은 꼭 지켜내고 있었다.
내공의 반만큼은 남긴다는 것.
덕분에 나는 내공의 반을 남긴 상태로 이곳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첫날에 비해 훨씬 더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나는 철저히 이 시험에 적응한 것이다.
이 싸움은 반복과의 싸움이었다.
나는 계속된 싸움에 항상 집중했고, 그 반복을 단 한순간도 지겨워하지 않았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 싸웠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적을 죽일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이 싸움의 가장 큰 함정은, 이 반복에서 오는 심마였다.
에잇, 그냥 해버리자!
내공의 반을 남기다니! 겁쟁이 같은 선택이다!
나를 믿어. 어차피 내 인생인데, 내 본능을 믿어야지.
신이 되는 시험인데, 쩨쩨하게 이깟 연습이 무슨 필요할까? 한 방에 쳐부숴 버려!
계속되는 찰나의 유혹들.
그 순간에만큼은 생각처럼 될 것 같았지만, 사실 그것은 반복에 지친 자포자기였다.
다행히 나는 그 심마를 이겨냈다.
성문 앞에 선 나는 잠시 고민했다.
좀 더 반복해서 내공을 더 많이 가지고 와야 할까?
차분히 생각해보았다. 다시 시도하면 내공을 조금은 더 모을 수 있을지.
하지만 오늘처럼 기분 좋게 이 자리에 설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이 기분은 심마에서 오는 감정이 아니었다.
이것을 구분해 내는 것도 어쩌면 시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이 감정은 유혹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웠다.
그래, 내 판단을 믿자.
심호흡을 크게 했다. 수라명왕검을 움켜지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 싸움에 나와, 나를 기다리는 모두의 운명이 달려 있었다.
나는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성문을 밀자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 * *
삼 일이 지났다.
무림맹 무인들이 천란 주위를 몇 겹으로 경계망을 세웠고, 무림맹 내부는 물론이고 인근에 사는 일반인들을 모두 멀리 피신시켰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마교와의 전쟁에 대비하는 비상훈련이라고 했다.
멸마단을 비롯한 무림맹의 정예 무인들은 천란을 겹겹이 에워싼 채 피가 차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번쩍! 쿠르르릉.
맑은 하늘에 갑자기 천둥이 치며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 온 듯 사방이 어두워졌다.
그곳에 있던 무인들은 절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피는 거의 다 차올라 있었다.
모두가 긴장한 채 그 피가 차오르는 것만 쳐다보았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천소선이 천천히 내려왔다. 기다란 옷자락을 펄럭이며 마치 여신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그 어떤 것으로도 감출 수 없는 본능적인 살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제 드디어 혈신이 강림할 시간이 되었도다!”
그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멀리 있는 사람들의 귀에도 들렸다. 무한에 있는 모두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가 손을 한 번 내저었다.
촤아아아아악.
한바탕 피바람이 불면서 주위를 지키고 있던 무인들을 뒤로 날려버렸다.
꽝!
벽에 부딪친 무인들은 모두 피를 토하며 절명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이었다. 예전에 무림맹에 난입했던 천왕군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강력한 힘이었다.
갈사량이 수하들을 멀리 뒤로 물렸다. 일반 무인들로는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갈사량의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가 앞으로 나서자 백표가 만류했다.
“위험합니다.”
“내가 나서야 할 일이라네.”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아니 될 말이네. 자넨 내 뒤를 맡아야지.”
“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갈사량은 백표가 절대 자신을 혼자 보내지 않을 것임을 잘 알았다.
“좋네. 함께 가세.”
“네.”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천소선이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만면에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꿇어라.”
하지만 갈사량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나는 무림맹을 대표하는 사람이오. 나 개인으로는 얼마든지 꿇을 수 있지만, 총군사로서는 꿇을 수 없소.”
그러자 천소선이 손가락을 까닥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지풍이 발출되었다.
피잉!
꽝!
갈사량의 무릎을 노리고 날아갔던 공격을 백표가 도를 휘둘러 막았다.
간신히 막긴 했지만 백표가 울컥 피를 토해냈다.
“괜찮나?”
“네,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백표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방금 전 그 한 수를 막는데 내부가 진탕했던 것이다.
천소선이 다시 손가락을 들었을 때, 갈사량이 재빨리 무릎을 꿇고 앉았다.
“좋소. 무릎을 꿇겠소.”
동시에 백표를 잡아당겨 자신의 옆에 나란히 앉혔다.
-무의미한 저항은 의미가 없네.
-네, 알겠습니다. 군사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얼마든지 무릎은 꿇을 수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었다.
그때 그곳으로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화린과 그녀의 부친인 송우경, 그리고 벽리단의 부친인 벽도준과 임예화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왜 이곳에!”
갈사량이 깜짝 놀랐다. 섬의 안가에 꽁꽁 숨어 있어도 모자랄 판군에 이 위험한 곳에 그들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의적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들은 모두 마혈이 제압당한 상태였다. 그들을 제압한 채 데려온 사람은 바로 양사휘였다.
그들을 바라보며 천소선이 밝게 웃었다.
“내 눈을 피할 수는 없지.”
그들이 있던 곳을 알아낸 것도, 진법을 뚫을 방법을 가르쳐준 것도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지금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상태였다. 잠시 후 천란이 열리면 완벽하게 혈신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벽리단이 없는 것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벽리단이 사랑한 여인과 그의 부모라면 아주 훌륭한 재물이 될 것이다. 거기에 사사건건 거슬렸던 양사휘까지.
그러는 사이 천란의 피가 거의 다 차올랐다.
“이제 천란이 열리면 세상의 기준이 달라질 것이다. 너희들이 선이라 믿는 것이 악이 될 것이고, 악이라 믿는 것이 선이 될 것이다. 십만의 혈군이 나와 세상을 피로 뒤덮을 것이다.”
삼신불망기에 적혀 있던 내용 그대로였다. 동시에 그것은 기존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지막 피가 차오르는 그 순간, 천란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모두들 눈을 질끈 감았다.
쿠우우우우웅!
천지를 개벽하는 굉음을 내며 천란이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