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4
4
3.나에게 소중한 사람
“죄··· 죄송합니다 형님.”
“다신 안 그럴게요, 아저씨.”
내 앞에는 두 명의 놈팽이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나를 무단촬영하던 녀석들이다. 비제이니 뭐니······ 솔직히 꼴사납다. 저런 걸 방송인이라고 해야 되나?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으윽······.”
나에게 너무 심하게 두들겨 맞은 녀석들은 거의 피떡이 돼서 끙끙거렸다.
뚱뚱한 녀석은 복부를 쥐고 있고, 런닝을 입은 난쟁이 녀석은 퉁퉁 부어오른 볼따구를 쥐고 있었다.
“한심한 놈들······.”
진짜 반쯤 죽여버리려다 참았다.
마음만 먹으면 서울시 한복판에서 이 녀석을 죽이고, 깔끔하게 증거인멸까지 할 수 있다.
내겐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고향으로 복귀하자마자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이 사회는 평화적인 사회가 아닌가?
법과 경찰의 치안 아래서 사람들이 전쟁 걱정 없이 마음대로 바깥을 활보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녀석들이 함부로 설치고 다니는 거겠지······.’
너무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다 보니, 그것이 마치 당연한 권력인 것마냥 남에게 민폐를 주는 녀석들.
남에게 피해를 줘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녀석들이 눈앞에 버젓이 꿇어앉아 있었다.
“이딴 식으로 남에게 피해 주며 돈 벌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땀 흘려 일해서 돈 벌어.”
꿇어앉은 녀석들에게 나직이 훈계를 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었다. 녀석들이 얼마나 버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식으로 돈 버는 건 좀 아니다 싶었다.
“저희는 크리에이터인데요.”
흰 런닝을 입은 난쟁이 똥자루 녀석이 눈을 치켜뜨며 중얼거렸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방송인으로서의 자존심은 있다 이건가?
퍼억!
“으악!”
나는 곧바로 녀석의 가슴을 세게 걷어찼다.
“크레에이터? 지랄을 하고 있네.”
“······.”
“너흰 그냥 쓰레기야. 사람들에게 허락도 없이 영상을 찍어서 무단으로 송출하고, 욕설에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까지······.”
“······.”
“너희 방송을 보고 사람들이 뭐라 하겠냐? 어린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냐고?”
나의 일장연설에 녀석들은 찍소리도 못했다.
크리에이터?
BJ?
웃기고들 있네.
이 녀석들은 그냥 존재 자체가 남들에게 민폐다.
‘저런 놈들이 어떻게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거지? 규제 같은 건 안 하나?’
혼자서 중얼거리며 주머니를 뒤졌다.
파악ㅡ!
“으악!”
고개를 처박고 있던 뚱땡이 녀석에게 금화 한 닢을 집어 던졌다.
“그거 너네 깽값하고, 앞으로 땀 흘려 일해서 돈 벌 생각을 해. 이 기생충 같은 녀석들아.”
걸음을 옮겨 곧바로 자리를 떴다. 서울역을 벗어나 퇴계로를 지나니 숲이 우거진 공원이 나왔다.
녀석들은 내 뒷모습을 한참을 쳐다보고 있다가, 내가 자취를 감추자 저들끼리 중얼거렸다.
“와, 오늘 진짜 똥 밟았네······.”
런닝을 입은 난쟁이의 말에, 뚱돼지가 땅에 떨어진 금화를 주워들었다.
“야, 근데 이거 진짜 금 같은데?”
*
나는 숲이 우거진 공원에서 곧바로 텔레포트(Teleport)를 시전했다. 단거리 이동 마법인 텔레포트는 적은 마력으로도 수십키로까지 이동이 가능했다.
쏴아악.
바닥에서 올라온 빛기둥이 전신을 감싸자, 시야가 바뀌었다.
군포 제2주공 아파트.
산본역 맞은편에 있는, 시공된 지 30년 가까이 된 아파트.
내가 6살 때 이사 와서 쭈욱 우리가족이 정착한 아파트가 바로 2주공 아파트였다.
‘아직 이사 가지 않고 남아 있으려나······.’
자칭 ‘크리에이터’라는 녀석들에게 현재의 년도와 날짜를 상세히 알아놓았다. 지금은 2022년. 오늘은 8월 20일이었다.
‘벌써 15년이나 흘렀구나······.’
내가 백 년 넘게 이계에서 뒹구는 동안, 지구에선 15년 밖에 흐르지 않았다. 시간축과 공간축을 예측한 덕분에,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게 되니 얼떨떨했다.
아직 실감이 안 났다.
예전에 뛰어놀던 도장공원을 빠져나와 2주공 아파트로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섰네······.’
아파트뿐만 아니라, 모르는 상가나 가게들도 많이 들어섰다. 15년 전만 해도 없었던 VR방이라든지 이상한 간판들도 많았다.
‘나만 아직도 2007년에 머물러 있는 건가······.’
마법문명이 발전된 데모스 행성에선 마법사로서 정점을 찍었다.
아니, 모든 직업과 종족을 통틀어 최고가 됐다.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前無後無) 그런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후······.”
집으로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기는데 마치 천근추를 매단 것처럼 무거웠다.
202동에 들어서, 계단을 차근차근 올랐다.
이 아파트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그래서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몇 달 살다 보면 금세 무다리가 됐다.
내가 살던 집은 맨 꼭대기 층인 5층이다.
“후······.”
202동 503호.
고향집에 도착해 떨리는 손으로 벨을 눌렀다.
띵동.
안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띵동.
띵동.
띵동.
‘아무도 없나?’
마력을 확장해 집안 내부를 샅샅이 훑었다.
아무런 생기가 없었다.
‘한 번 들어가 볼까······.’
복도에 카메라가 없는지 확인한 후, 곧바로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쏴아아악ㅡ!
킁킁.
오랜만에 고향집에 들어서니, 집 냄새가 확 풍겨왔다.
그리운 냄새였다.
그동안 정말 잊어버릴 뻔했다. 하지만 지금 맡아보니 신경세포(neuron)에 각인된 후각이 금세 옛 기억을 찾아냈다.
저벅, 저벅.
일단 예전에 쓰던 내 방부터 확인했다.
끼익.
방문을 여니, 아기자기한······.
아니, 처참한 광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이게, 뭐야······?”
방안이 온통 난장판이었다.
화장대로 보이는 작은 탁자엔 온갖 잡동사니와 화장품이 뒤섞여 있었다.
방안 구석탱이에는 여자 옷으로 추정되는 옷 무더기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게다가 책상도 온통 난장판이다.
“어디 발 디딜 틈이 없네······.”
15년 전엔 5살이던 여동생과 한방을 썼다. 그러니 저 물건들의 주인이 누군지 대충 짐작은 간다.
하지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얘가 이렇게나 방 정리를 안 했나?”
어디 피난 가거나, 급한 일이 있어서 멀리 가 있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마력을 분사해 온도와 채취를 검사하니, 불과 몇 시간 전에 여기서 생활하고 있었다.
“진짜 돼지우리가 따로 없네······.”
오랜만에 내 방 정경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여동생이 내 방을 완전 차지해서 자기 구역인 것마냥 영역표시를 해놓았다.
“후······.”
나는 조용히 마력회로를 회전시켰다. 내 의지에 따라 흘러나온 미세한 마력들이 방안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대충 널브러진 옷가지와 잡동사니들을 아무런 손길도 없이 저절로 정리가 됐다.
한쪽 구석에 쌓인 냄새나는 옷들도 예전 같았으면 세탁 바구니에 닮아 빨래를 돌렸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쏴아아아악.
마력이 훑고 지나가자, 널부러진 옷가지에 붙어 있던 묵은 때들이 저절로 벗겨졌다.
게다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갓 만든 새 옷처럼 섬유가 뽀송뽀송하게 변했다.
굳이 예전처럼 세탁기 앞에 서서 전원 버튼을 누르고, 세제 두 스푼을 넣고 피죤을 뿌릴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여동생 방을 정리하는데······.
-1인 비제이로 살아남는 방법.
-무튜브 영상 편집 방법.
-월 5천만 원을 버는 크레에이터들의 노하우 .
책장에 이상한 책들이 꽂혀 있었다.
“이게 뭐야?”
마력으로 책장에 꽂힌 책들을 꺼내서 훑어보니, 개인 방송을 하는 BJ들의 노하우가 적혀 있었다.
“요즘은 이런 식으로 해서 돈을 버나?”
아까 전에 만났던 싸가지없는 놈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놈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얘는, 무슨 이런 책을 책장에 꽂아 뒀지?”
지금쯤 20살일 텐데, 대학교 전공책은 안 보이고 온통 인터넷 방송 책이나 화장법 같은 책들이 잔뜩 꽂혀 있었다.
나는 대충 정리를 끝내고 거실과 안방을 둘러봤다.
식탁으로 쓰던 거실의 탁자는 회색의 가구로 바뀌어 있었다. 안방으로 들어가니, 매트 하나와 화장대, 옷장 등이 보였다.
‘옷장은 그대로네······.’
27년 전, 이사 올 때 샀던 갈색 나무 옷장이 안방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었다. 15평 아파트라 안방도 그리 크지는 않았다.
옷장과 TV, 화장대, 아버지의 서랍장 등을 제외하면 별다른 인테리어도 없었다.
스으윽.
어린 시절 방방 뛰어놀던 안방을 둘러보다 화장대 위의 사진에 눈길이 멎었다.
손을 뻗자, 액자에 담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15년 전, 마지막으로 떠났던 가족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 액자에 걸려 있었다.
‘고등학교 때이구나······.’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띵동!
그렇게 격해진 감정 때문에 호흡이 가빠지던 그때.
문밖에서 초인종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