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57
56화
“허 참….”
설마 하긴 했지만 현석으로부터 확답을 들으니, 차오린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세상에 자신의 자식을 제물로 삼으려 할 줄이야.
그녀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이해하려 하지 마.”
현석이 차오린의 생각을 끊었다.
“걔는 예전부터 자신의 손에 들어와 있는 건 물건 그 이상의 취급은 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건 자식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었다.
거기까지 듣자, 차오린은 현석의 작전을 얼추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럼 네 작전은 리창진이 부활하기 전에 자식들을 쓸어버리려는 것이겠네?”
“절반만 정답이야.”
“…?”
“정확히는 그 과정에서 리창진이 강제로 부활하게 하는 거지.”
현재로서 리창진이 부활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그의 자식들을 통해서였다.
그런데 그 녀석들을 하나씩 처리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힘을 충분히 회복한 채 부활해야 한다고는 하나.
부활할 수단 자체가 사라지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결국엔 녀석도 반강제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현석은 그때를 노리려는 생각이었다.
그렇구나. 차오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작전이었다.
성공만 한다면 가장 약한 상태의 리창진을 기습해 제압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현재 리창진의 자식들은 뭉치지 않고 각자 중국에서 따로 활동하는 중이었다.
그 말인즉슨, 국정원 요원들은 물론 이화영이 꾸린 S급 팀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었다.
리중쉰을 제외한 리창진의 자식은 총 네 명이었고.
넓은 중국을 다 뒤지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했으니까.
“거기다 그 많은 인원이 중국을 통과할 수는 있는 거야?”
어떻게 보면 중국과 전쟁을 하려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S급 헌터들에 국정원 요원들까지 함께니.
“그건 걱정하지 마. 걔들을 한국에 오게 하면 될 일이니까.”
“뭐?”
차오린은 이해할 수 없었다.
걔네들이 바보도 아닌 이상 그렇게 말을 순순히 들을 리 없지 않은가?
아니 그 전에.
“너 S급들이랑 사이는 괜찮냐? 아까 얘기 들어보니까 당장 내부에서 문제 생길 것 같더만.”
“…그걸 또 들었냐?”
“들리는 걸 어떡해 그럼. 작게 말하던가.”
“뭐… 그것도 걱정하지 마. 원래 치고받고 하면서 친해지는 거야. 작전을 수월하게 이행하기 위한 일종의 과정이지.”
“국정원장이 조용히 넘어가달라고 부탁한 걸로 기억하는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저쪽이 시비를 걸지 않았을 때의 얘기고.”
“어째 저쪽에서 당연히 시비 걸어올 거라는 표정이다?”
차오린이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현석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되물었다.
“음?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그래, 그래. 니 알아서 다 하세요.”
체념한 듯한 차오린의 목소리와 함께.
배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 * *
콰아아아아-!
이윽고 배는 지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처럼, 배는 어마어마한 위엄을 뽐내며 수면 위로 솟구쳤다.
배가 수면 위에 착지하자, 바다가 정신없이 넘실거렸다.
“신기하게 하나도 안 흔들리네.”
선실에 있던 현석은 차를 마시며 감탄을 내뱉었다.
과연 전설 속 인물의 설화가 구현된 선체다웠다.
현석이 선실 밖으로 나온 건 흔들림이 어느 정도 잠잠해졌을 때였다.
으그그극- 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지개를 켰다.
그렇게 바깥 공기를 만끽하는 찰나.
“현석 님!”
저 아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한종우였다.
언제부터 기다린 건지, 그는 항구 끝에 선 채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주변엔 국정원 요원들도 함께였다.
“뭐야. 이화영이 말한 요원이 너였냐?”
현석은 배에서 내리며 물었다.
바로 그 뒤를 차오린이 따랐다.
모든 인원이 내리자, 배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다시금 물속으로 사라졌다.
“물론입니다. 저 말고 현석 님을 도울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요. 아 차관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한종우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현석은 픽 웃음을 흘렸다.
“차관은 무슨. 그냥 평소처럼 불러.”
“알겠습니다. 현석 님.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차오린 님께서도 같이 오시죠. 자세한 얘기는 저쪽에서 해드리겠습니다.”
한종우는 곧장 자신의 차로 이동했다.
모든 인원이 탑승하자, 한종우가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가지.”
부우우웅-!
차가 움직이고, 한종우의 입이 열렸다.
“일단 목적지는 사직 경기장입니다. 곧 있을 전투를 위해 그곳을 훈련장으로 쓰기 위해 대관해 둔 상태거든요.”
“그래? 나쁘지 않네.”
이왕이면 넓은 장소에서 훈련하는 게 좋지.
무엇보다 외부에서 훈련하면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도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고.
언제 갑자기 리창진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건 그렇고 현석 님께서는 따로 생각하신 계획이 있으십니까?”
“내 계획?”
“예. 저희 쪽에서도 나름 준비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현석 님께서 아시는 게 가장 많으니까요. 전체적인 흐름도 잘 읽으시고.”
한종우는 현석에게 계획이 있을 시 전적으로 그의 말을 따르라는 이화영의 추가 지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있긴 해.”
“오, 그럼 바로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정리해서 팀원들에게 전달해줘야 해서요.”
“그러지 뭐.”
어차피 경기장까지 시간도 좀 남았겠다.
현석은 차오린에게 설명했을 때보다 훨씬 더 자세히,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작전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놈들을 유인할 생각이야.”
“아… 그럼 확실히 현석 님의 역할이 중요하겠군요.”
“어차피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끼익!
차가 멈춘 건 설명이 거의 다 끝날 즈음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었다.
현석은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시 20분.
평소라면 야구 경기 때문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야 할 장소.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사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 경기가 없어서가 아닌….
아마 국정원 쪽에서 통제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래서일까. 현석은 다소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토록 조용한 경기장은 또 오랜만이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다소 을씨년스럽기도 했으니.
하지만 경기장 분위기가 무거운 건 비단 그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다.
“가지.”
현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경기장 쪽을 향해 발길을 들였다.
* * *
저벅, 저벅.
경기장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
그곳엔 현석과 그의 일행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으나.
‘나 참 어이가 없군.’
-내 말이. 설마 입구에서부터 이런 적개심을 드러낼 줄이야.
현석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경기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불특정 다수의 살기가 진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정체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S급 팀원들.
‘제멋대로라는 건 들었는데 안면도 제대로 안 튼 것들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반겨?’
안 그래도 현석은 이곳에 오기 직전에 한종우로부터 한 얘기를 들었었다.
아무래도 S급 팀은 국정원과는 별개의 단체다 보니 자신이 통제가 힘들다는 것.
아무리 한반도를 지키겠다는 공통된 목적이 있음에도 S급인 만큼 협력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딜 가도 S급이라며 칭송받던 이들이니 누군가의 명령을 듣기 거북하겠지.
거기다 현석이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부턴 한종우까지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한종우는 이화영의 말대로 가급적 참아달라 부탁했었다.
“그런데 어쩌냐. 초장부터 이렇게 대놓고 시비를 거는데. 안 그래?”
현석이 차오린을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뭔…. 미리 말해두지만 난 가만히 있을 거야. 너 알아서 해.”
“그건 당연한 거고.”
그리고 어차피 시비를 걸지 않았어도 손은 한 번 봐줄 생각이었다.
한종우의 말에 따르면 지금 S급들의 정신 상태로는 간단한 작전 하나 성공하기 어려웠으니.
아카르덴의 대마도사이자, 모든 마법사의 스승이라 불리던 그가 ‘직접’ 교육을 해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러한 그의 결심은 더욱 견고해져 갔다.
“커, 커헉!”
어찌나 살기가 강한지, 곁에 있던 한종우조차 영향을 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따악!
현석은 손가락만을 튕겨 어렵지 않게 살기를 몰아냈다.
그제야 한종우가 살겠다는 듯이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혀, 현석 님. 다시 당부드리지만….”
“싸우지 말라고? 걱정하지 마. 안 싸워.”
“하, 다행….”
“간단한 ‘가르침’일 뿐이지.”
“…네?”
한종우가 ‘그게 그거 아닙니까?’라고 되물으려는 그때였다.
퍼억!
현석은 한종우의 등을 강하게 후려치며 말했다.
그의 몸이 앞으로 떠밀렸다.
“뭐 별일 있겠냐. 내가 죽이려는 것도 아니고.”
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여유로운 걸음으로 경기장 내부에 도착했다.
그러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인파가 한눈에 들어왔다.
채채채챙!
콰르르르!
퍼버버벅!
수많은 요원이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어디서 전투가 일어날지 모르니 경기장엔 다양한 장소를 재현한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다른 이들은 멀쩌한 걸 보니 우리한테만 살기를 보냈나 보군.
‘그러게. 곱씹을수록 괘씸한데?’
아무래도 단순한 교육으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을 듯했다.
느껴지는 기운으론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말이야.
“너희들은 여기 있어.”
“어디 가게?”
“어디 가긴. 내 학생이 될 친구들 만나러 가야지.”
선생으로서 학생들 얼굴도 모르면 쓰나.
현석은 일반 헌터와 요원들을 지나쳐 1루 벤치로 방향을 틀었다.
* * *
도착하니 총 다섯의 인원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화영이 말했던 S급 팀원들이었다.
다가갈수록 살기가 더욱 거세게 느껴졌지만, 현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왜 아무렇지 않은 거죠?’
‘허허… 그러게 말일세. 저 모습은 예상 밖인데.’
그리고 S급들은 그 모습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한국에서 손에 꼽는 실력을 가진 게 바로 자신들이었다.
그런데.
그게 한 명도 아니고 무려 네 명이 내뿜은 살기에도 아무렇지 않다니.
눈으로 보고 있지만 실로 믿기 힘은 결과였다.
‘기운이 분산된 건가? 다시 집중해봅시다.’
‘그러지요.’
그들은 다시금 기운을 집중해봤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이게 뭔 유치한 짓거리들이냐.”
그들의 앞에 도착한 현석이 대뜸 그렇게 말한 것은 그때였다.
현석은 언짢은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S급들을 하나씩 노려봤다.
총 다섯 명.
모두 한국에서 제법 이름 좀 날린 자들이었다.
S급이라 누군들 안 그러겠냐만은….
현석의 시선이 가장 뒤에 있는 사내에게 향했다.
‘곽성운….’
혼자서만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유일하게 살기를 뿜지 않고 있었으며, 어떻게 보면 현석이 S급들을 찾아온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그에겐 물어볼 것이 꽤 있으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이 도와주질 않았다.
“허… 젊은 친구가 말버릇이 고약하군. 업계 선배들 앞에서 그런 막말을 하다니.”
한국 랭킹 13위.
노익장 최춘일.
한국 최고령 헌터이자, 그가 젊은 시절엔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풍겼다 알려진 노인이었다.
나이가 90을 넘기고 나서는 그 위세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현역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세간의 평이었다.
하지만.
“자고로 좋은 말이 와야 좋은 말이 나가는 법. 그런데 어찌 자네는….”
“뭔 개소리야. 지들이 먼저 살기 뿜었으면서.”
현석에게 그런 사실 정도는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이 중에선 차오린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곽성운 빼고 없었으니까.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