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0
59화
중국 일해회 본부의 회의실.
평소와 같았으면 리창진의 주도 하에 엄숙한 분위기가 맴돌아야 할 장소였지만.
“진화야. 소식 들었나?”
현재는 그의 자리만 공석으로 남아 있을 뿐.
리창진의 네 자식이 모여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뭐, 리중쉰이 개발했다는 거?”
첫째인 ‘리양’의 물음에, 둘째인 ‘리진화’가 되물었다.
리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내 정보원에 따르면 그걸 흡수하면 등급이 두 단계는 더 뛴다더군.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곧 완성될 거라는 얘기가 있어.”
그 말에 껄렁하게 앉아있던 셋째, 리메이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오빠들은 그 소문을 믿어요? 딱 봐도 말도 안 되는 얘기던데.”
등급이 상승하는 물건을 만들었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지만.
더 가관인 것은 그것을 토대로 리중쉰이 일해회를 접수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아버지한테 찍혀서 혼자 한국으로 쫓겨난 게 뭘 한다고. 쯧!”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해도 신경 쓸 건 전혀 없었다.
이쪽이 머릿수도 많지만, 리창진이 실종된 이후 그의 세력을 정확히 사 등분 하여 자신들끼리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리중쉰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제 생각도 누나와 똑같아요.”
넷째인 리한닝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건 그때였다.
“딱 보니 막내가 발악한다고 낸 소문 같은데, 그 머저리가 뭘 할 수 있을 린 없죠.”
“걱정마라 우리도 안 믿는다. 혹시나 싶어 물어본 거야.”
리양이 안심하는 투로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끼리 힘을 합쳐야 하니까.”
“오빠 말이 맞아요. 아버지가 그렇게 사라질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초반부터 자신들끼리 조직을 꽉 붙잡아서 망정이지.
자칫하면 조직이 개판이 날 뻔한 일이었다.
조직이 큰 만큼, 그 속에서 남몰래 야망을 키우던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언제 아버지가 오실지 모르니, 일단은 조직은 이대로만 운영하자고.”
“네 형.”
“그래요, 오빠.”
“예 형님.”
지금껏 누구도 길드장의 자리에 오르지 않는 명분은 언제 리창진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이었지만….
‘가식적인 놈들. 이것들을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데.’
‘일단 양이 형부터 처리하면 동생들은 어렵지 않게 치울 수 있을 거 같은데.’
‘넷째야 신경 쓸 거 없고 오빠들이 문젠데… 확 기습이라도 해버려?’
‘일단 기다리자. 분명 형이나 누나 쪽에서 먼저 움직일 거야.’
…그들 또한 언제라도 그 자리에 오를 준비가 돼 있는 상태였다.
다만.
“형제들이 있어 더 든든하군. 그럼 시간이 늦었으니 들어가자고.”
“마침 피곤했는데 잘됐네요.”
그 사실을 가면 뒤에 철저히 숨길 뿐이었다.
리메이는 그렇게 말하곤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럼 우리도 들어가지.”
“예 형님.”
그렇게 자식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야심한 새벽.
달빛조차 비치지 않은 어두운 바닷가.
“어서 움직여라. 동생들이 깨기 전에.”
“예, 리양님.”
첫째 리양은 자신의 소수 정예들만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직접 한국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가만히 두면 안 되지.’
헛소문처럼 들려오는 리중쉰이 가진 ‘물건’의 이야기.
그게 진짜이든 아니든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함정이라면 부하들을 희생시켜 빠져나오면 그만이고.
사실이면 리중쉰을 제압해 녀석이 만들었다는 물건을 탈취하면 그만이니.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일해회의 수장이다.’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어서 움직여라. 형님이나 다른 동생들이 먼저 가기 전에.”
“오빠들한테 물건을 넘겨줄 순 없지.”
“누나와 형들한테 밀릴 수 없어. 빨리 움직여!”
그건 다른 자식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이었다.
정체를 꼭꼭 숨긴 배 네 척이 중국을 떠나 한국으로 향했다.
* * *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랭킹 17위 박지강이 분개하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S급 중 누구도 그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일 뿐.
“벌써 보름입니다, 보름!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만 보낸 게!”
“허허… 내가 보기에도 이건 심한 것 같은데.”
최춘일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느긋한 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
리더인 김준연 또한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 다리를 떨며 입술을 씹었다.
벌써 현석의 말대로 마냥 기다리기를 보름.
슬슬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단순히 기다리는 것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다만, 다른 것보다 화가 나는 건, 순순히 현석의 말을 따르는 자신들의 모습이 짜증나서였다.
이건… 누가 봐도 겁에 질린 강아지 꼴이 아니던가!
“우리가 지 부하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됩니까? 저희 S급들입니다!”
그런 김준연의 속을 대변하듯, 박지강이 다시금 소리쳤다.
“아니 대체 곽성운 헌터는 왜 가만히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준연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의문이었으니까. 아니, 비단 김준연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가 의문일 것이다.
대체 왜 곽성운은 현석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는 건지.
자신들이 이게 맞냐는 듯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그냥 기다리지 뭐. 생각 없이 말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 제 할 일을 하러 떠날 뿐이었다.
“1위면 다야 뭐야? 한 번이라도 우리 편을 들어주면 이리 수치스럽지도 않을 텐데.”
콰앙!
화를 참지 못했는지, 박지강이 의자를 내려쳤다.
의자가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에 흩어졌다.
다소 극단적인 행동이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들 또한 박지강의 말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었다.
“차라리 그러지 말고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건 어떤가?”
최춘일이 입을 떼자, 모든 이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보아하니 곽성운은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자네들의 생각은 어떤가?”
“….”
“….”
순간 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S급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공감했다.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굳이 국정원과 함께 움직일 필요는 없죠. 다만 문제가 있다면….”
정보가 아주 한정적인 인물에게만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석과 한종우, 그리고 한종우의 측근들.
적을 속이고 유인해야 하는 작전이기에, 아군에게조차 말을 아끼는 것이었다.
그 탓에 먼저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괜찮네. 정보원은 뭐 국정원에만 있나?”
이제 굳이 가만히만 있을 필욘 없었다.
그들 또한 S급들인 만큼 각자의 정보원을 데리고 있었으니.
지금까지 그들을 운용하지 않았던 건 어디까지나 보안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국정원 쪽에서 아무런 정보도 공유하지 않은 채,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한 이상.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자신들이 직접 적들의 동태를 확인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얻은 정보로, 우리가 선수를 칠 생각이네.”
“먼저 리창진의 자식을 잡으시려는 겁니까?”
“그렇지. 놈들을 생포해 심문하면 리창진이 있는 곳을 술술 불지 않겠는가.”
최춘일의 말에 박지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슬쩍 옆을 보니 다른 이들도 같은 생각인 듯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들 모두 현석의 작전은 믿지도 않고 있었으니까.
자식들을 매개로 리창진이 부활?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도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헌터들인 만큼.
리창진의 자식들을 생포하는 것쯤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그럼 언제부터….”
“지금.”
박지강의 물음에 최춘일 대신 김준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바로 움직인다.”
“그거… 마음에 드는걸요?”
그렇게.
S급들은 국정원 몰래 본부를 빠져나가 자신들만의 작전을 실행했다.
* * *
자신의 작전이 실행된 이후.
현석이 한 것이라고는 배정된 방에서 누워만 있는 것이었다.
소문을 퍼뜨린 지 몇 날 며칠이 흘렀지만, 일해회 쪽에서 움직였다는 첩보는 전혀 들려오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니 어쩌겠나.
가만히 기다리는 수밖에.
“으그그그극!”
현석이 침대에 누워 기지개를 켤 때였다.
똑똑!
누군가 그의 방문을 두들겼다.
“현석 님. 한종우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 들어와.”
현석은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 말했다.
문이 열리고, 서류를 들고 있는 한종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현석은 고개만 살짝 들어 그의 얼굴을 보곤 물었다.
“…너 최근에 못 잤냐?”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안색이 며칠 전에 봤을 때보다 너무나도 안 좋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눈 밑은 검은 물감으로 칠했다 해도 믿을 만큼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고.
머리는 산발에, 수염은 제대로 깎지도 못해 지저분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아 예… 조금 못 자긴 했죠.”
한종우가 힘없이 대꾸했다.
목소리마저 떨리는 게, 가시밭길에 누워도 금세 잠들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지금껏 누워서 쉬기만 하느라 피부가 반들반들한 현석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
한종우는 내심 부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면목이 없는데 제가 어찌 잘 수 있겠습니까?”
“왜, 아직도 반응이 없어?”
“그렇습니다.”
한종우가 현석에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최근 있었던 모든 일이 적힌 보고서였다.
현석은 그것을 대충 훑었다.
한종우의 말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현석 님께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셨는데도 판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얼핏 보기엔 현석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생포한 리중쉰의 입을 열게 한 유일무이한 인물이었다.
리중신을 통해 다른 형제들의 정보나 세력의 규모, 그리고 활동 지역 등을 알아냈고.
국정원은 그것을 바탕으로 소문을 퍼뜨린 것이었다.
적들의 귀에 확실히 들어갈 수 있도록.
하지만 보름 째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한종우로서는 답답하고 미안할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슬슬 ‘저쪽’의 인내심도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S급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현석의 계획에 회의적이고 누구보다 반대했던 이들.
일단은 현석이 무서워 작전에 따르긴 했으나.
현석이 호언장담한 것처럼 적들의 반응이 없으니, 이때다 싶어 불만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이제 국정원 요원들에게 시비 좀 안 거나 싶었더니.
다시금 이화영의 안목을 거론하며 시비를 걸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보다 견디기 힘든 건, 무어라 반박하고 싶어도 성과가 없으니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종우가 잠도 제대로 자지 않은 채 일을 해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주 조금의 진척이라도 있어야 반박할 거리가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그래야 자신들을 위해 나서준 현석의 기를 조금이라도 살려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 그래?”
하지만 그럼에도 당사자인 현석은 자약한 모습이었다.
“신경 쓰지 마. 그것도 잠시일 테니까. 지금 소문을 터뜨린 지 얼마나 됐지?”
“보름 됐습니다.”
“그럼 충분하네. 슬슬 입질 오겠다. 인내심 바닥난 놈들한테 전해. 조금만 기다리라고.”
“…알겠습니다?”
한종우가 다소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에 현석은 몸을 일으키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야, 대답이 왜 그래?”
“아 그게… 현석 님께서는 어떻게 그리 확신할 수 있으신 겁니까? 아 의심하는 건 아니고요.”
단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한종우가 손사래를 치며 그렇게 덧붙였다.
현석은 이해한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너도 리창진의 정보를 모으면서 대충 느꼈겠지. 걔는 자기 자식이라고 해서 전권을 주지도, 전적인 신뢰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예.”
굳이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즉답이 나왔다.
당장 리중쉰에게 들은 바로만 해도, 자식이라도 임무에 실패하거나 영 시원찮은 결과를 가지고 오면 가차 없이 쳐낸다고 했으니까.
리중쉰이 그 산증인이었고.
“그런데 갑자기 리창진이 증발한 상황에서, 일해회란 조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한 명? 두 명?”
“….”
“아니. 한 명도 없겠지. 그런데 그런 와중에 리중쉰이 뭘 만들었대. 어떨 거 같아?”
“의심부터 하지 않을까요? 그게 사실일까. 혹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바로 그거야.”
현석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중요한 건 ‘어떻게 만들었을까’야. 일해회는 조직이 큰 만큼 희귀한 보물이나 아티팩트가 숨겨져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거든.”
한종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길드들만 해도 여러 아피택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 1위 길드인 일해회라고 다를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터였다.
“그럼 녀석들은 생각하겠지. 만일 리중쉰이 그중 하나를 얻었다면?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정말 등급이 상승하는 물건을 만들었다면?”
“그럼….”
“안 찾아오고는 못 배길걸?”
“확실히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허나, 저쪽에서 소문을 거짓으로 치부하면….”
“걱정하지 마. 사람들이 도박이나 주식을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내가 돈을 땄을 때의 경우만 생각한다는 것.”
“…!”
한종우의 눈이 커졌다.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이해된 것이었다.
현석이 자극한 건 다름 아닌 리창진 자식들의 ‘욕심’.
만일 ‘리중쉰이 만든 물건을 손에 넣는다면?’이라는 생각을 심은 것만으로 성공을 확신하는 것이었다.
“이제…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종우가 얼떨떨한 투로 말했다.
설마 여기까지 생각하고 작전을 계획한 것일 줄이야.
자신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며칠 굶은 개들처럼 금방 달려올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한종우는 터덜터덜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신 거지….’라고 중얼거리며.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