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1
60화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콰앙!
누군가 현석의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누구…?”
여느 때처럼 자고 있던 현석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몸을 일으켰다.
“현석 님!”
“아니 내 방문이 무슨 동네북도 아닌데 살살 좀 열어.”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숨을 헐떡이고 있는 한종우가 서 있었다.
“죄송합니다. 워낙 급한 일이라.”
“무슨 일인데?”
현석의 물음에 한종우는 호흡을 가다듬지도 않고 다급히 말했다.
“놈들이 움직였습니다.”
“놈들?”
“리창진의 자식들이요! 녀석들이 드디어 미끼를 물었습니다!”
“오 진짜?”
현석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안 그래도 가만히 기다리는 게 지겨워질 참이었는데, 타이밍이 좋았다.
“어딘데?”
“계획대로 거제도 부근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좋네. 그럼 S급들한테도 연락을….”
“….”
그런데 S급이라는 말에 한종우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마치 실수한 개처럼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모습.
“…또 뭐야?”
“안 그대로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현석이 묻기 무섭게 즉답이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이게 진짜 전달하려던 내용인 듯했다.
“아무래도 S급들이 먼저 자체적으로 움직인 것 같습니다.”
“…뭐?”
“미리 거제도에 가 있던 요원의 말에 따르면 곧 충돌이 일어날 것 같다고….”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현석이 미간을 좁혔다.
지금까지 조용히 잘만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더니.
설마 아무도 몰래 그런 일을 꾸밀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마 먼저 공을 세우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은 현석 님께 쌓인 게 많으니까요.”
“음, 하긴….”
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게 아니라, 건물 내부를 오다니며 볼 때마다, S급들은 현석을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기도 했으니.
“괜찮으십니까 현석 님? 현석 님께서 기껏 짜놓으신 판이….”
“괜찮아.”
하지만 현석은 아무렇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았었으니까.
이미 가장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한 뒤로, 그가 누군가를 믿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어차피 리창진 자식들 거제도라며?”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S급들이….”
“그럼 됐어. 우린 계획대로 준비한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한종우는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홀로 남은 방.
“그럼 나도 슬슬 움직여볼까?”
현석은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리창진, 아니 아이젠을 잡기 위해 움직일 때였다.
* * *
달빛이 구름에 가려 어둡기만 한 거제항.
가로등 불빛은 힘없이 깜빡거리고, 파도 소리만이 은은하게 들려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고요한 항구 속에서.
스스슥-!
스스스슥!
수많은 인영이 숨을 죽인 채 움직였다.
“후우… 이렇게 움직이는 것도 오랜만이군. 이곳에 오는 게 맞겠지?”
“확실합니다, 어르신. 방금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이화영이 꾸린 S급 팀들이었다.
조금 전, 거제항 부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들은.
동쪽에서 수상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연락에 서둘러 이동하는 것이었다.
김준연의 말에 최춘일이 짐짓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허허… 내 쪽에선 아무런 연락이 없거늘. 확실히 랭킹 10위는 다르구먼 달러.”
“정지.”
선두에 있던 김준연이 주먹을 들어올려 멈추란 신호를 보낸 건 그때였다.
그의 옆에 있던 최춘일은 물론이고, 김강혁과 박지강 또한 빠르게 속도를 줄였다.
슥, 슥, 슥.
김준연은 그 모습을 보곤 수신호를 보냈다.
흩어져 몸을 은폐하라는 의미.
알아들은 헌터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물론, 그들의 움직임에는 조금의 소리도 나지 않았다.
김준연과 그나마 가까운 거리게 있던 박지강이 입모양으로 물었다.
‘준연이 형 무슨 일인데?’
‘저기 봐봐.’
‘앞? 아…!’
그리고 김준연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느덧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 바다를 비추는 달빛.
희미한 그 빛 너머에서 한자가 적힌 조그마한 어선 네 척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척 보기에도 수상한 모습에, 김준연이 어딘가로 무전을 넣었다.
“대기 중인 팀 있지?”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길드장 님.
“경찰인 척 다가가서 물어봐봐.”
-알겠습니다.
치익.
무전이 끊겼다.
그러기 무섭게 항구 인근에서 배 한 척이 움직였다.
김준연의 길드원들이 경찰로 분장한 채 타 있는 배였다.
그들이 어선으로 향했다.
잠시 뒤.
배가 다시 항구로 돌아오며 무전이 들려왔다.
“뭐래?”
-놈들입니다.
그렇지! 김준연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확실하지?”
-일단은 몬스터 핑계를 대며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는 하는데… 행색은 전혀 어부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들끼리 중국어로 대화하기까지 했고요.
누가 봐도 수상하다는 듯이 로브로 전신을 가리고 있는 것은 물론.
기운을 숨길 생각조차 없는 건지, 살기 어린 기운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일단 미리 언질을 주신 대로 항구 쪽으로 배를 돌리라 했습니다.
“오케이. 알았다.”
김준연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다.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저들이 대체 뭔 자신감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설령 저들이 꿍꿍이가 있다고 한들.
이곳엔 자신을 비롯해 S급 4명이 있었고.
각자가 소속된 길드의 정예들만을 데려와 리창진의 자식들을 상대할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였으니까.
만일 적들의 배가 사정거리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모든 인원이 배를 향해 포격을 가할 것이고.
그러면 상황은 그대로 끝이었다.
‘이렇게 쉽게 풀릴 것을, 괜히 그 녀석 말만 듣고 말이야.’
김준연은 현석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딜 가도 S급이라며 칭송받고, 그간의 업적을 띄워주는 말만 들었었는데.
어디서 굴렀는지 모를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 감히 머리 위에 군림하려 하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었다.
“준비.”
김준연이 마나를 서서히 끌어올리며 수신호를 보냈다.
주변에 있는 수십 명의 헌터들 또한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가볍게 건드리기만 해도 당장이라도 터질 수 있는 폭탄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조금만 더….’
그런 상태에서.
김준연은 조금씩 가까워지는 어선을 지켜봤다.
‘조금만 더….’
그리고 그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온 순간.
“지금이다!”
김준연은 주먹을 있는 힘껏 바닥에 찍었다.
콰아아앙!
바닥이 갈라지며 굉음이 터졌다.
그러자 어선이 있던 바다가 블랙홀처럼 움푹 꺼졌다.
오직 한 곳의 중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는 기술.
일점(一點)이었다.
그 덕에 어선은 빠져나가지도 못한 채 깊은 바다 한가운데에 고립되고 말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쿠웅!
최춘일이 거대한 활을 소환했다.
지구 반대편 몬스터의 머리도 꿰뚫을 수 있다는 활.
만리궁(萬里弓).
거구라 소문난 최춘일보다 배는 더 큰 크기.
그곳에 옥빛 마나가 응집되며 창만 한 크기의 화살 수십 개가 활시위에 걸렸다.
뿌드드드득!
최춘일이 있는 힘껏 시위를 당겼다.
전신에 힘줄이 솟아나며 전신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가 활시위를 놓자.
콰아아아아-!!
허공을 꿰뚫는 소리와 함께 화살들이 어선으로 쏘아졌다.
김강혁은 그 위로 자신의 특기인 칼바람을 날리며 화살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정예 헌터들의 온갖 공격이 어선을 향해 퍼부어졌다.
흡사 재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낙뢰가 내려치고 폭음이 난무했다.
속성을 가리지 않고 모인 공격들이 어선을 마구 두들겼다.
“준연이 형 마무리한다!”
그리고 마지막.
박지강이 그렇게 외치며 김준연이 만든 바다의 구덩이 속으로 거대한 화염구를 날렸다.
단순한 불이 아니었다.
‘폭발’의 성질을 품고 있으며, 크기는 작지만 위력이 원자폭탄에 버금간다는 박지강의 화염구가 어선을 향해 날아갔고.
그곳에 도달하기 무섭게.
후욱!
김준연이 제 능력을 해제했다.
중력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거대한 벽처럼 어선을 감싸고 있던 바다가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
바다 속에서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물기둥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구쳤다.
촤아아아-
바닷물이 비가 되어 쏟아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거제항에 고요가 찾아왔다.
오직 빗소리만이 사방에 만연했다.
잠시 뒤.
잠잠해진 수면 위로 반파된 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보기엔 완전한 승리.
하지만 그곳에 있는 누구도 긴장을 푸는 이는 없었다.
상대가 상대일뿐더러, 그간 수많은 경험으로 아는 것이었다.
정말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조차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제 놈들의 시체를 찾는다. 여전히 놈들이 살아있을 수 있으니 방심은 절대 금물….”
그리고 김준연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치이이이이-!
부서진 배에서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덧 비는 그치고, 거제항 전체가 알 수 없는 연기로 가득 찼다.
어찌나 짙은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
“뭐지?”
“웬 연기?”
S급들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변을 훑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연막을 펼쳐 기습하려는 건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대체 이 연기는 뭐지?’
김준연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 찼다.
…당장 몸에 아무런 이상도 없는 걸로 보아 독은 아닌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결국 그는 생각하기를 멈췄다.
뭐가 됐든, 일단 치우는 것이 급선무였으니까.
“지강아 네 능력으로 이곳에 있는 연기들 좀….”
하지만 그가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
갑작스럽게 심장에서 통증이 느껴지며 몸이 서서히 굳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제 능력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으그그그극…!”
“크윽…!”
다른 헌터들 또한 비슷한 통증을 느끼는 중이었다.
“준연아 받거라!”
최춘일이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던진 건 그때였다.
김준연은 힘겹게 팔을 뻗어 그것을 받아냈다.
투명한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었다.
“산공독이야. 그리고 그건 해독제니 어서 그것을 마셔라!”
“알겠습니다.”
김준연이 서둘러 해독제를 들이켰다. 하지만.
“…?”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몸이 굳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중이었다.
해독제를 건넨 최춘일도 적지 않게 당황했는지 눈에 당황함이 가득했다.
“해독제가 안 듣지?”
연기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어눌한 한국어.
연기 속에서 열기와 함께 팔 하나가 쭉 뻗어 나와 김준연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때까지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피가 날 때까지 이를 악 물어가며 몸을 움직이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으니까.
“그럴 거야. 그건 우리 아버지께서 만드신 맹독이거든.”
비웃음이 깔린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김준연은 그것만으로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리창진의 자식들.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안개를 뚫고 목소리의 주인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겠지?”
“리, 리양…!”
리창진의 첫째, 리양이었다.
김준연이 죽일 듯한 기세로 리양을 노려봤다.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무래도 교육이 좀 필요하겠어.”
그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 두 개를 세웠다.
화륵!
그 끝에서 맹렬한 불이 타올랐다.
“우리 아버지께선 눈을 부라리며 기어오르는 놈들에게 꼭 이렇게 해주셨지.”
스윽.
그의 손가락이 김준연의 눈에 가까워졌다.
열기가 안구에 그대로 전해졌다.
끔찍했다.
어마어마한 작열통이 눈은 물론이고 머릿속까지 헤집는 기분이었다.
눈을 감고 싶어도 어느새 전신이 굳어 그럴 수도 없었다.
‘젠장…!’
김준연의 눈에 절망감이 깃들었다.
“그대로 눈을 판 뒤 목을 뽑아주지.”
하지만 리양이 그렇게 말한 순간.
“…!”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는 황급히 붙잡고 있던 김준연을 저 멀리 던진 뒤, 그 반동을 이용해 다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그 즉시.
거센 불길이 리양이 있던 자리를 수직으로 내려찍었다.
그곳에서부터 열기가 파도처럼 퍼지며, 단숨에 연기가 소멸했다.
리양은 물론, 다른 자식들의 모습이 훤히 드러났다.
그런 그들의 시선은 폭발이 일어난 중심에 고정돼 있었다.
그곳엔.
“아오, 진짜 말 더럽게 안 듣네.”
잔뜩 인상을 쓴 채 주변을 훑어보는 현석이 서 있었다.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